[문장이 내게] 인간에게는 누구나 대역이 있다는 속담도 있잖아

 

인간에게는 누구나 대역이 있다는 속담도 있잖아.

애드거 앨런 포는 그걸 주제로 단편도 쓴 걸로 아는데.

윌리엄 한슨이라고

스티븐 킹 아웃사이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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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도 대역이란 게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가끔은 대역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한다. 밥 먹는 게 귀찮고, 잠에서 깨어나는 것 자체가 귀찮을 때 누군가 대신 밥을 먹어주고 누군가 대신 씻어주고 누군가 대신 일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니까, 나 대신 나의 아바타가 나의 모든 할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대역이 나의 인생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슬픈 일일까.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늘어진 송장같은 신세가 되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될 것이고 대신 나의 대역이 모든 일상을 살아가겠지. 일상에서 누리는 기쁨과 슬픔의 모든 일이 대역의 몫이 되겠고, 나는 결국 기계만도 못한 인간이 되어 가겠지.

 

결국 나의 대역은 오히려 나를 주제로 지 소설을 쓰게 되겠지. 소설을 쓰는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 그 대역녀석이 되는 것이고, 나는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 가상의 인물이 되어버리는 사태가 발생되어 버린다면,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일까.

 

나도 결국 나 스스로가 나의 대역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인공의 자리를 내주기 싫고, 그렇다고 내 스스로가 주연이 되어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 나는 주인공이기도 하고 나의 대역이 되는 이중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정여울 작가는 202024일자 한겨레신문에서 글쓰는데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은 '글쓰기로 먹고 살 수 있는가'보다도 '글을 쓸 수 없다면, 과연 살 수 있는가'라고 이야기한다. 나라는 주인공도, 나라는 대역도 글을 쓸 수 없다면, 정말 살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목숨을 걸고 절필 선언을 한 윤이형 작가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그러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게 내 삶의 이이유인데 그런 삶을 살지 못한다면 나는 견디지 못할 것이다.

 

나도 내 대역도 그걸 알기에 또 글을 쓴다. 그냥 아무 글이나 끄적이게 되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나는 오늘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비록 지망생에 불과하지만, 나 같은 사람도 먹고 살 수 있게, 작가를 대하는 출판사의 대우가 좋아졌으면 좋겠다. 작가도 월급이란 걸 제대로 받고 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나와 나의 대역은 오늘도 고심하며 글을 남기기로 한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오늘이기에 그렇게 살아가는 내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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