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반려동물
구혜선 지음 / 꼼지락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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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열심히 살았는데 억울함만 남았다

열심히 살았는데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열심히 살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너만이 나를

한결같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 p.28 (한결같이)

 

 

  

 

 

 

잔잔하게 내게 다가온 한마리의 동물이 있다. 그 동물은 어딘가 부족해 보이지만, 그 동물은 많은 걸 하고 있다. 그 동물은 스스로를 반려동물이라 칭한다. 나는 너의 반려동물. 그 동물의 이름은 구혜선. 구혜선은 이미 배우였던 과거가 있고, 책을 냈으며, 그리고 혹시도 모르는 사항이나 결혼은 이미 했지만, 곧 이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을 보는 순간에는 이혼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안다.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무언가 하나쯤은 있을 것임을. 사랑을 베풀어주는 건 자신이 아니라, 그들이었음을.

 

 

2.

강아지는 천국에 가지 못한다는데

나도 안 갈래

 

그런 천국은

 

- p.50 (천국)

 

 

  

 

 저자가 이 글을 본다면 말해주고 싶다. 천국 가라고. 강아지가 천국에 못 가는 게 아니다. 강아지의 영이 못 가는 것이지 (원래 동물에게 영이란 것은 없기에), 강아지의 혼은 천국에 가서 주인을 섬긴다. 자신을 아끼던 주인을 잊지 못한 혼들은 주인이 천국에 오기를 기다리면서 혼이 되어 주인의 곁에서 주인을 지켜준다. 그러다가 주인이 천국에 올라오면 그 주인과 함께 영생을 누린다. 내가 어떻게 아냐고?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내가 키우던 햄스터의 혼을 본 적이 있노라고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 그들의 혼은 주인을 아주 잘 따른다. 현실보다 더. 그러므로 애완동물 키우시는 분들이여, 부디 천국의 소망을 품기를! 천국에 가야만 애완동물과 함께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으리요~

 

 

3.

윽박을 지르는 것이 교육이라 생각하던 때가 있었는데

아무 말 없이 너의 뒤처리를 해주는 것이

오랫동안 너를 기다려주는 것이

참된 훈육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 p.96 (깨달음)

 

우리에겐 기다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동물에게뿐만 아니라,아이에게도 또 어른에게도. 기다리지 못해 윽박지르고 소리지르고 상처주고. 참지 못해 사고를 치는 많은 사람들. 참을성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너의 반려동물을 읽다보면, 잔잔한 평화가 나를 감싼다. 그리고 기다림의 미학이 내게로 다가온다. 어느 순간 어느 때, 화가 불같이 치밀어오를 때, 이 잔잔함을 기억한다면 그 화가 서서히 가라앉을 것만 같다. 반려동물과 함께 만들어가는 일상은 기다림과 참을성을 통해 얻는 사랑의 아름다움이다. 사랑을 주는 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주는 반려동믈과의 동행.

 

 

4.

나는 너의 포근한 이불이 되어주고

너는 나의 따뜻한 난로가 되어준다.

 

- p.148 (서로에게)

 

이젠, 뜨겁던 여름날은 가고 포근한 난로가 필요해지는 시기가 다가오는 지금, 그들과의 따뜻한 만남이 그리워짐은 어찌된 일이요! 작가 구혜선이 만들어낸 일상과의 동행, 참 훈훈한 시간이었다. 어쩌면, 마음이 강퍅해질 때마다 한번씩 들춰보면서 나를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반려동물에 기댈지도 모르겠다. 아아, 나는 반려동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 내가 유일하게 키웠던 반려동물은 햄스터다. 햄스터도 반려동물의 범주에 포함시킨다면 - 그들이 내게 주는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 다른 무엇도 나를 위로해 주지 못할 때, 유일한 기쁨이었던 나의 햄스터. 나는 너의 반려동물이라는 이 제목에 극한 공감을 느끼며, 오늘 작은 기쁨을 나눈다. 나도 반려동물. 아니아니, 반려인간이라고 하면 안 될까?

 

-이 리뷰는 자음과모음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 자음과 모음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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