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몽룡의 동주열국지 1 - 제환시대
풍몽룡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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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중이 대답했다.

"군사는 정예한 것을 중시할 뿐 숫자를 중시하지 않습니다. 군사가 강한 것은 병사의 마음이 강한 데 있지 그들의 힘이 강한 데 있지 않습니다. 만일 주공이 드러내 놓고 병사들을 훈련하며 무기를 확충하면 열국의 제후도 그에 대비하기 위해 병사들을 훈련하고 무기를 확충할 것입니다. 신은 그 경우 승리한 예를 본 적이 없습니다. 중공이 강병의 계책을 쓰고자 하면 먼저 남이 눈치 채지 못하게 명목을 숨기고 은밀히 군대의 내실을 꾀하십시오. 청컨대 신은 내정 제도를 마련한 뒤 군령으로 시행코자 합니다."

- p.445

 

 

 

책의 후반부에서는 제나라의 환공이 본격적인 주요인물로 등장한다. 송나라와 정나라의 대결양상은 다소 힘을 잃은 듯 하다. 대신, 관중이란 아주 뛰어난 참모를 둔 제환공은 주변국을 규합해 나가기 시작한다.

 

 

제환공은 동맹을 강요하기 위해 노나라를 침공했으나 속임수를 쓰지 않았다. 조말은 그의 원수라고 할 수 있는데도 조말을 원망하지 않았다. 이후 제나라가 제후들을 굴복시키고 천하를 제패한 이유다.

- p.499

 

인생의 지혜를 하나쯤은 제시해 주어야지! 하는 듯한 이 문장.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속임수를 써서는 안 된다. 협상의 원칙이기도 하다. 지속적 협상과 관계유지를 위해서는 속임수를 써서는 안 된다. 될 건 되고,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말해야 하고, 조금씩 양보하는 건 기본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성공하고 싶은가? 행복하고 싶은가? 아니면, 이 둘 다 하고 싶은가? 라는 질문! 대답은 당연히, 둘 다! 라고 하겠지. 성공하기 위해 속임수를 쓰겠는가? 행복하기 위해 속임수를 쓰지 않겠는가? 라고 살짝 질문을 바꿔 본다면?

 

 

2.

장나라가 비록 소국이나 선조가 강태공의 후손이니 우리 제나라와 동성의 나라입니다. 동성의 나라를 쳐 없애는 건 의로운 일이 아닙니다. 주공은 왕자 성보에게 명해 대군을 이끌고 가 기성을 순찰케 하십시오. 연후에 장나라를 정벌하는 시늉만 해도 장나라는 틀림없이 크게 두려워하며 항복해 올 것입니다. 동성의 나라를 멸망시켰다는 비난을 듣지 않고도 그 땅을 손에 넣은 실리를 챙길 수 있습니다.

- p.568

 

똑똑한 관중이 있기에 제나라는 열국들의 총애를 받고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주변에 나를 진심으로 위해주는 단 한 명만 있다면, 나의 삶은 많은 부분에서 바뀔 것이다. 물론, 실제로 나도 그랬고. 그 사람이 꼭 여자친구나, 부부일 이유는 없다. 친구여도 좋고, 지인이어도 좋고, 선생님이어도 좋다. 누군가 딱 한 사람만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180도 달라진다.

 

 

3.

"불가, 불가합니다. 열국의 제후가 제나라에 복종하는 것은 우리가 예의와 신의를 지키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아비의 명을 농간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일이고, 우호를 닦으려고 와서 자기 나라를 어지럽히고 하는 것은 신의에 어긋납니다. 신이 듣건대 정나라에서는 이들 3인을 두고 현명한 대부라는 취지에서 삼량으로 일컫는다고 합니다. 패주로서 귀중한 것은 민심에 순응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신이 보건대 태자 화는 틀림없이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주공은 허락하지 마십시오."

- p.688

 

민심을 읽을 줄 아는 관중의 얘기다. 민심까지 들춰가면서 관중은 제환공에게 적절한 전략과 정세를 조언한다. 그러나 관중의 충성심은 어느 순간, 도를 넘게 되고 마는데……

 

4.

제환공은 귀환한 뒤 자신의 공이 비할 데 없이 높다고 자랑하며 궁궐을 더 크게 짓고 장엄하며 화려하게 꾸미는 일에 힘을 쏟았다. 수레와 복장 및 호위 무사들이 천자와 견줄 만했다. 제나라 백성들이 제환공의 이런 참람한 행보에 대해 수군대기 시작했다.

관중 역시 자신의 부중에 3층의 높은 누대를 만들고 그 이름을 삼귀대라고 지었다. 인민이 귀순하고, 제후가 귀순하고, 이적이 귀순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또 중정에 색물을 설치해 안팎을 구분했다. 또 왕후가 서로 술잔을 주고받을 때 술잔을 올려놓은 대인 반점을 설치한 뒤 열국 사신들을 접대할 때 사용했다.

포숙아는 관중의 그런 행보에 의심을 품었다. 관중에게 물었다.

"주군이 사치하면 신하도 사치하고, 주군이 참람하면 신하도 참람한 행보를 보이면 불가하지 않겠소?"

관중이 대답했다.

"무릇 사람은 군주가 되면 온갖 노력을 아까지 않고 큰 사업을 성취코자 하오. 일단 공을 이루면 하루라도 맘껏 즐기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법이오. 만일 예절로써 인간의 그런 상정을 속박하면 그 사람은 이를 괴롭게 여겨 태만해지고 말 것이오. 내가 주공을 따라 호사를 하는 것은 오직 주공에 대한 세상의 비방을 나눠 갖고자 하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오."

- p.700

 

이건 뭐지? 관중의 사람심리를 꿰뚫는 지나친 충성심은 향후 제나라의 불운한 행보를 예고하고 있는 것일까? 사람이니, 그럴 수 있지, 하다가도 그래도 군주인데, 그러면 안 돼지, 라는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영화의 막이 내리듯, 풍묭룡의 동주열국지1권의 막이 내렸다.

 

, 정말 재밌는데, 진짜 재밌는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기존에 있던 역사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 독특한 재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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