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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방해 드립니다
국슬기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1.
고상하다 못해 거룩한 말투의 고전 문학 교수가 물었을 때 차왕의 턱 아래도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서늘해진 카레군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생각해다.
너무 많은 여자를 울린 거지, 내가.
마치 바람둥이 인생의 트라우마처럼, 그는 괜히 죄지은 기분이 되어 신발을 한 채 눈물만 흘리는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윤이, 무슨 일 있어?"
교수가 다시 물었지만 폭탄 머리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 본문 중에서 -
아마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들이 이별대행 회사를 세운 건. 윤이와 현이가 차린 이별대행 회사는 이별을 대행해주는 회사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서 싶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치명적인 이유가 있기에.
윤이는 팔꿈치로 그의 복부를 세게 내리쳤다. 복부를 찔린 그는 으윽, 하는 괴상한 신음 소리와 함께 바닥에 주저앉았다.
윤이는 그의 머리통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나는 네가 내 친구라는 사실로도 벅차! 그 지저분하고 요상한 여자관계는 알아서 처리해!"
- 본문 중에서 -
현이와 윤이의 예정된 해피엔딩을 위해, 그들의 사랑싸움을 부각하는 대신, 누군가의 이별을 대행해 준다는 그 행위로 인해 저마다의 의미를 찾아간다. 그 의미 안에 "이별"이란 의미가 주는 사랑의 여정.
2.
이별대행 회사를 차리자, 올 것 같지 않던 의뢰인은 저마다의 색을 띠고, 각자의 사정으로 이별을 의뢰한다. 어떤 이는 남편을 어떤 이는 오래된 애인을 어떤 이는 불륜에 빠진 남자의 부인을. 사정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 모든 것의 공통점은 이별이 있고, 또 그 속엔 지독한 "사랑"이 있다.
훼방꾼들이 생각하는 이별 시나리오는 기본적으로 5가지 분류였다.
1. 다른 사람이 생겼다.
2. 의뢰인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3. 집안의 반대가 심하다 (혹은 집안사람들이 이상하다)
4. 나는 문제가 많은 사람이니 네가 떠나라
5. 의뢰인이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구성한다.
안나의 경우는 3번을 원했다. 그럼에도 1번은 피하고 싶다는 게 안나의 생각이었다.
이현은 고민을 시작했다
- 본문 중에서 -.
물론, 이별대행회사라는 것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들이 존재하는 순간, 인간의 감정은 어쩌면, 절박한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 이별대행을 할 수 있을 만큼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장한 사람은 있기가 힘들기 떄문이다. 그러나, 이별을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누구에게나 현실적인 문제다. 그러므로 『훼방해 드리겠습니다』에서 처한 문제는 판타지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지적한다.
3.
현실의 문제로 돌아온 현이와 윤이. 물론, 그들의 사랑이 결실을 맺으리라는 것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러나 초점은 그들의 연애에 있지 않다. 이별이 주는 당혹감, 이별로 인해 겪을 수 있는 오히려 아름다운 마음, 그러나 결코 마음의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는 그들의 사랑이 오늘의 나를 흐뭇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