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꾼 이현우 박사는 원래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출신이다. 그는 대학에서 연구와 강의도 열심이지만, 인문학관련 저술과 강연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그는 '로쟈'라는 필명으로 유명하다. 이 ‘로쟈’의 유래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라스꼴리니코프와 소냐. 바로 라스꼴리니코프의 애칭이 ‘로쟈’(Rodja)였다.

 

아마도 이현우는 살인을 저지른 로쟈가 소냐의 사랑으로 고뇌에서 벗어나 인간성(영혼의 정화로써)을 되찾는 과정을 닮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어쨌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현우(로쟈로서의)로 인해 우리의 인문학적 지평이 능준히 넓어졌다는 것이다.


이번에 로쟈는 자신의 본업(?)으로 승부를 건다. 어떨까? 자신의 필력은 굳이 말할 것도 없겠지만, 현재 실력적 차원의 진수랄까, 엣기스랄까 뭐 그런 것들이 당장 분출하려 꿈틀대는 용암처럼 꽈리를 틀고 있지 않을까. 잘 되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것이고, 잘못되면 본전도 못 추릴진저. 어디 누가 이런 패기어린 열정을 지니고 있던가. 가히 축복하여 마지 않을 일이다.


이제 로쟈의 글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여 여간 반가운게 아니다. 아무리 상투적으로 들릴지라도, 나는 뜨거운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고 싶다. 요즘 어디 러시아 문학을 제대로 읽고 있는가 말이다. 그가 던진 화두는 분명 새로운 추파(秋波)가 될 것으로 믿는다.

 

▲ 로쟈의 서재 (출판저널에서 인용)


"동시대 러시아 문학이 국내에 잘 소개되어 있지 않아요. 일단, 러시아 문학 수요층이 적다 보니 출판사에서 좀처럼 엄두를 내기 쉽지 않죠. 작금에 러시아문학이 드물게 번역되는 경향은 러시아문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독자, 시장의 문제가 모조리 섞여 있습니다. 게다가, 러시아문학의 경우 번역자들이 다른 주요 언어들에 비해 부족한 점도 이러한 현상에 일조합니다. 비단 러시아문학뿐만 아니라 러시아 영화도 아주 가끔 국내에 개봉 됩니다. 현실적인 제반문제로 인해 러시아문학 전공자로 살아가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늘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가 몇 년 전 〈출판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위의 술회를 보면, 결국 이번 작업의 노정을 염두에 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소개되는 러시아 문학은 모두 7권이다.


제1강 러시아 문학으로의 초대

제2강 러시아 영혼의 정수 : 푸슈킨의《예브게니 오네긴》읽기

제3강 절대 고독과 자의식의 탄생 : 레르몬토프의《우리 시대의 영웅》읽기

제4강 웃음과 공포의 미스터리 : 고골의《페테르부르크 이야기》읽기

제5강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출발 : 투르게네프의《첫사랑》,《아버지와 아들》읽기

제6강 러시아적 수난과 구원의 변증법 : 도스토예프스키의《죄와 벌》,《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읽기

제7강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톨스토이의《안나 카레니나》읽기

제8강 코믹과 우수의 작가 : 체호프의《갈매기》읽기


나는 학창 시절 서투르게 섭렵해 본 이력말고는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는 작품들이다. 로쟈의 말마따나 "러시아 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가 전반적 흐름을 알고, 거장의 세계에 입문하는 길잡이가 되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 내게도 관통했으면 한다.


"우리는 적어도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않으면서 책을 읽었노라고 말하는 비열한 인간, 비열한 독서가는 되지 말아야겠다고요. 개인적 차원에서나 사회적 차원에서나 다수의 책을 읽는 일, 그건 독서가 습관이자 문화일 때 가능하겠지요. 우리가 그런 습관과 문화를 가질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이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의 일갈은 자못 비장하기조차 하다. 이번 책, 너무 기대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현실을 상상하라]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현실을 상상하라 - 핵심을 꿰뚫는 탁월한 현실감각은 어디서 오는가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 지음, 장세현 옮김 / 어크로스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적군과 실제로 맞닥뜨리는 순간 모든 전략은 무용지물이 된다."

저자가 런던에서 열린 국방성 간부회의에서 처음으로 들은 격언이다
. 그는 모범적인 분석을 해도 전략만으로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벌어질 모든 일을 해명할 수는 없다면서, 전략의 매끄러운 실행을 가로막는 현실에 대해 대처하는 요령을 제시한다.

이 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요점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

1. 과거가 되풀이되고 있지 않은가?
2.왜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을까?
3. 당신은 자기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 판단하는가?


저자는 이런 식의 질문을 수도 없이 던지면서 적절한 사례를 예로 들고 이에 대한 자신의 지론을 제시한다
. 그는 전략을 넘어서는 다른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다른 렌즈로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렇다면 어지럽고 지저분한 현실을 상상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신은 누구입니까?
개인이든 리더이든 CEO이든 당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곧 기본으로 돌아가 이를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돈이나 이득 같은 상업적 가치와는 다른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
의미(meaning)'이라고 부른다. 이는 '소비자들이 각자의 삶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발상, 사고방식, 지식)'라는 뜻으로 제품이나 서비스, 브랜드보다 더 큰 가치를 소비자에게 준다. 저자는 이런 의미가 앞으로 시장의 중심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자는 또한 현실을 직시하자고 조언한다
. 과거지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를 되돌아보고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지금껏 하던 일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본능은 변화하려는 본능보다 강할 때가 많다. 바꾸지 않으면 손해를 볼 것이 뻔한 데도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큰 그림 속에서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묻는다. 2부는 시장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한 질문들을 던지며, 3부에서는 조직과 인력 관리를 위한 질문이 이어진다. 끝으로 4부는 리더가 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슨 의미인지를 묻는다. 질문은 파트별로 12개씩 모두 48개이다.

책에서는 그간 수없이 인용되었던 실패 사례 가령 코닥
, 노키아, 소니 등 시류의 변화를 제때 따라잡지 못해 한순간에 몰락한 기업들 사례는 굳이 들지 않는다. 대신에 자신이 체험했거나 컨설팅을 담당했던 사례들을 열거한다. 가령 동네 식당이 개업 준비하는 광경을 보면서 이전에 몇 차례 개업하고 폐업했던 전철을 데자뷰 처럼 떠올리기도 하고,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영국의 음악·영화 소매업체 HMV, 그리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철저히 가로막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성장 동력(특히 서비스분야)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 이를 보면 저자가 자신의 관점을 독자에게 쉽게 이해시키거나 증명해줄 새로운 사례를 발굴하고, 제시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저자는 뇌를 새롭게 자극할 비일상적인 경험을 많이 체험하라고 독려한다
.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동화'의 힘(일정표)을 이겨내야 한다. 우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전에 하던 일만 계속하려는 욕구가 새로운 것을 하려는 욕구보다 훨씬 강해진다. 이를 제대로 리딩하기 위해서는 조직관리와 리더의 자세가 새삼 부각되지 않을 수 없다.

조직에 관한 질문들 중에서 내가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
튀는 직원이 있으면 안될까?"(174)였다. 저자는 만약 조직이 리더의 이미지와 비슷한 사람만 채용하고 그런 사람만 승진시킨다면 그 조직은 지나치게 획일적인 곳이 될 것이며, 다양성 부족은 결국 비즈니스 리크스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내가 최근에 알게 된
미친 닭 이야기는 이 부분에서 특히 유용하지 않을까? 퍼듀 대학에서 가금류의 생태를 연구하던 월리엄 뮤어는 선택적 품종 개량을 통해 달걀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했다. 그는 아홉 마리의 닭을 두 가지 방법으로 선별했다. 하나는 수많은 우리에서 각각 달걀 생산량이 많은 닭을 개별적으로 선별했고, 다른 하나는 달걀 생산량이 가장 많은 우리의 닭을 통째로 선별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 아마 짐작했겠지만, 당연히 후자의 판정승이었다. 생산성이 가장 높았던 닭들은 6세대가 지나면서 서로 공격하며 물어뜯어서 아홉 마리 중 세 마리만 살아남았다. 그 닭들의 생산성이 높았던 이유는 다른 닭의 모이를 빼앗아 먹고, 무력을 이용해서 좁은 공간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넓혀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6세대가 지나면서 미친 닭이 된 것이다.

두 번째 경우는 아홉 마리가 고스란히 살아남았다고 한다
. 결국 생산성이 가장 높은 집단은 공격적 자질을 포기하고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협동적 자질을 선택한 쪽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 연구 결과를 두고
"드림 팀이란 최고의 자질을 가진 구성원으로 만들어진 팀이 아니라, 서로 양보하고 이타적이고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팀"이라고 강조한다.

끝으로 저자는 책에서 예로 든
48가지 질문을 바탕으로 현실을 주의 깊게 점검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리더들이 특정 전략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대로의 현실에 눈을 뜨고 상상하고 거기에 맞추어 준비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의 핵심에 조직의 사명과 사회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두어야 함은 물론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코머핀 2014-01-23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인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욱리자 - 중국판 목민심서
유기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원저자 유기(劉基)는 주원장을 도와 명나라 건국에 대공을 세운 일등 공신이었다. 그는 주원장이 원을 멸하고 명을 건국한 다음, 후계를 위해 공신들을 대대적으로 제거하는 와중에도 끝까지 살아남았다. 가령 공신에 봉해진 37명 가운데 주원장이 죽기 전에 작위가 박탈되거나 주륙을 당한 사람이 무려 31명에 달했다.

일찍이 주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나는 천하를 위해 4명의 선생에게 굴복한다."

유기와 송렴, 장일, 섭심을 지칭한 말이다. 주원장은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서민에서 출발해 불혹에 이르러 새 왕조를 세웠지만 학식이 부족했다. 이에 유기는 원 때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진사)까지 지냈다. 나이도 주원장보다 18세나 많았고 문신이면서도 종군한 경력[文武兼全]도 있었다.

이렇듯 유기는 재주가 뛰어나 장량과 제갈량에 버금갈 정도로 유명했다. 당시 원나라는 혹심한 민족차별 정책을 실시하고 있었다 전한다. 최상위에 몽골인, 그 다음에 색목인(色目人), 그 밑에 한인(漢人), 마지막으로 최하층에 남인(南人)이 있었다. 유기는 바로 남인 출신이었다. 이런 사람이 과거를 통해 벼슬길에 나선다? 세상의 제일가는 출중한 재기가 없었다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성품이 강직하고 악을 싫어하며 직언을 서슴치 않았던 탓에 정적도 많았다. 결국 그는 강경발언으로 파직당해 낙향하게 되는데, 이 때 부터 반원(反元) 감정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 무렵 유기는 쓰라린 심정을 달래면서《욱리자(郁離子)》를 썼다고 전한다. 일찍이 공자가 자신의 뜻을 세상에 펼칠 길이 없게 되자 고향에 돌아와 춘추 등 집필에 전념했듯이 유기도 그런 심정으로 작업했으리라.

이러니 당연히 그는 욱리자를 통해 세상의 온갖 비리와 부조리를 고발하고, 그가 펼치고자 했던 세상의 치세 원리를 가득 담아 놓았다. 옮긴이 신동준 선생은 이 책에 대해 "원명 교체기의 난세를 살아간 유기의 역사관 및 사상 등이 그대로 녹아 있다"(49쪽)고 평한다.

하지만 형식은《장자》처럼 우언(寓言)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혹자는 장자를 이솝우화에, 욱리자는 라퐁텐우화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편 어떤 이는《욱리자(郁離子)》의 책명을 당시 유기가 그러했듯이 답답한 심사에서 속세를 떠난 사람을 뜻하는 '울리자(鬱離子)'로 보기도 한다. 옮긴이 신동준 선생도 "대다수 우화가 백성의 고통이나 현실의 폐해를 폭로하거나 유기 자신의 정치적 심의를 표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울리자'로 표기하는 게 타당하다."(44쪽)고 설명한다.

하지만 명 후대의 대다수 사람들은 '욱리자'로 표현해 놓았다. 이 때 '욱리'는 향내가 진동하는 성세(盛世)의 뜻이 된다. 아마도 이는 후대 사람들이 유기를 재평가하면서 거의 제갈량에 버금가는 신격화 수준에 이른 대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속절없는 개인의 심사를 밝힌 '울리자'보다는 밝은 문명이 널리 퍼진다는 '욱리자'가 훨씬 적합했을 것이다. 왕조 이름도 '명(明)'이지 않은가.

이 책을 펴낸 곳(인간사랑)에서는 타이틀로 '중국판 목민심서'와 '난세를 극복하는 지혜와 리더십에 관한 지침서'라는 부제를 달아 놓았는데 매우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신동준 선생은 장장 38쪽에 걸쳐 머리글 형식으로〈유기와 『욱리자』〉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는 유기의 성장배경과 주원장과의 만남 그리고 이후의 행보와 후대 사람들의 유기 신격화 작업 등에 대해 언급한다. 특히 주원장이 새 왕조를 건국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히 서술하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근데 문득 드는 의문 하나! 왜 주원장에게는 유방과 항우의 쟁패를 다룬《초한지》같은 이야깃거리가 없을까? 내 생각에는 주원장이 평소 감정 기복과 의심이 많아 가까운 문무 공신들을 거의 모조리 제거하는 바람에 이 작업을 주도할 세력이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자칫 이야기에 담았다가 또 무슨 트집(?)을 잡혀 목숨이 위태로울소냐 말이다. 물론 한고조도 토사구팽을 단행했으나, 거병 때부터 행동을 같이 한 여러 동지들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었다. 사실 유기 역시 주원장에 의해 독살되었다는 설도 있다. 오호 통재라!

본론은 총 181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래 유기와 당대의 인물이었던 서일기의 초판본 서문에 의하면 욱리자는 총 18편, 195개 조로 되어 있다(옮긴이는 이를 부록에 실어 놓았다. 594쪽)고 했으나, 옮긴이는 최근 중국에서 나온, 181장으로 된 판본을 따랐다 한다.

책에 화자로 등장하는 욱리자는 물론 가상의 인물이다. 아울러 181가지 이야기(우화)들은 "진실과 거짓, 탐욕과 파멸, 허세와 기만, 교만과 비굴, 근면과 나태, 현실과 이상, 강자와 약자, 착취와 도탄, 선행과 악행, 술수와 의리, 순리와 억지 등 우리가 일상 삶에서 마주치는 모든 문제를 다루고 있다."(53쪽)

요즘 장기 불황과 정쟁에 지친 우리에게 난세(?)를 헤쳐 나갈 치국평천하의 큰 지혜가 절실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런 명불허전(名不虛傳)을 새롭게 해석하고, 읽고 또 읽어야 할 것이다. 신동준 선생의 작품들을 읽노라면 그 꼼꼼하고 박식한 작업 수완에 매번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이 책 역시 원문, 번역과 해설 등 세 박자를 골고루 갖추고 있어 어디를 펼쳐 읽어도 그 향내의 참맛을 음미하는데 부족함이 없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라밍고의 미소 스티븐 제이 굴드 자연학 에세이 선집 2
스티븐 J. 굴드 지음, 김명주 옮김 / 현암사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굴드는 다윈 이후 가장 저명한 진화생물학자라고 일컬어진다. 그는 1941년 뉴욕에서 태어나 2002년 62세로 타계했다. 그는 일찍이 나일스 엘드리지와 함께 "단속평형설"(斷續平衡說, punctuated equilibrium theory)를 발표(1972)하여 독창적인 진화론을 세웠다.

이 이론은 전통적인 점진 진화설을 입증해 줄 생물의 중간 종이 발견되지 않는 데 대한 보완책으로, 생물이 상당 기간 안정적으로 종을 유지하다 특정한 시기에 종 분화가 집중되어 갑자기 완벽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굴드는 자신의 이론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출애굽기'의 예를 든다. 가령 몇 달이면 충분히 애굽(이집트)에서 가나안(이스라엘)로 갈 수 있는 데, 40년이 걸렸다. 왜 그랬을까? 천천히 갔기 때문일까? 굴드는 어느 방향으로 향하다가 일정기간 머무르다 방향을 바꾸어 움직였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것이 바로 '단속평형설'의 내용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1941~2002)


굴드는 《내츄럴 히스토리》에 300여 편의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대부분의 글들이 책으로 묶여 출판되었다. 그는 특히 생전 〈자연학 에세이 시리즈〉 10권을 펴낸 바 있다. 그는 진화론, 생명의 기원 그리고 인간복제 등 어려운 주제를 대중이 알기 쉽게 풀어내는 탁월한 재능을 가졌기에 당대에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전문가 중의 한 사람이었다. 이처럼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고, 진보주의적 입장을 견지했다고 알려져 있다.

현암사는 굴드의 에세이 시리즈 중 주요 작품을 선정해 출간하고 있는데 최근 《플라밍고의 미소》를 선보였다. 이는 《여덟 마리 새끼 돼지》(Eight little piggies)에 이어 두 번째 권. 《플라밍고의 미소》는 네 번 째(1985) 에세이집이다. 《여덟 마리 새끼 돼지》 역시 시리즈 중 여섯 번째(1993) 것으로 굴드의 사후 10주기를 맞은 2012년도에 나와 그 깊은 뜻을 더했다.

굴드의 필력이 지닌 강점은 진화론의 특수성에서 대중이 이해하기 쉽도록 일반성을 이끌어내는 점이다. 이번《플라밍고의 미소》도 그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준다. 책은 총 8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역전과 경계를 다루고, 마지막 8부는 멸종과 연속성이다. 내가 보기에 굴드는 에세이집을 엮을 때 치밀한 구성을 위해 안배를 하지 않나 싶다. 아마도 굴드는 ‘역전’과 ‘경계’의 영역은 진화의 ‘연속성’상의 한 단계일 수 있다는 것을 독자들이 알아채기를 염원했는지 모른다.

또한 이 책에는 생명사의 우연성과 불확실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멸종에 관한 에세이들이 여러 편 수록되어 있으며, 특히 저자가 역사과학의 ‘여왕’으로 추대한 분류학을 찬미하는 에세이들과 역사과학의 방법을 다루는 에세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킨제이가 과거에 혹벌분류학자였다는 사실과 그의 성 연구가 긴밀한 학문적 관련을 맺고 있다고 밝히며, 다윈 이전의 오래된 분류학이 채용했던 수비학 등 학계 연구 성과에 대한 해석, 새로운 발견 혹은 이례적인 사례 연구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런 식의 접근은 현암사에서 작년에 펴낸《여덟 마리 새끼 돼지》도 마찬가지다.

굴드는 《내추럴 히스토리》에 자연학 에세이를 연재하면서 절대로 깨지 않는 규칙이 두 가지 있다고 밝힌다. 첫째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둘째는 독자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는 첫째 규칙을 지키기 위해 철두철미 수많은 원전을 바탕으로 1차 자료만 인용한다. 누군가의 해석이나 편집을 거친 2차 자료를 활용할 경우에는 뜻하지 않은 오류가 생성되고 확대 재생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규칙에 대해서는 굴드의 에세이를 읽는 사람들의 몫이겠지만, 내 경우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책에서 굴드가 〈작품번호 100〉으로 명명한 에세이를 보자. 이것은 100번째 쓰는 연재물이란 뜻으로 붙인 것이다. 100번째 에세이를 맞는 기념으로 자신이 푹 빠져 있고 개인적 열정을 불태우는 사랑의 대상, 바하마 제도의 육상 달팽이 케리온(Cerion)속에 대한 것이다. 그는 스스로 두 번째 규칙을 깨뜨리는 것, 즉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대상인 케리온에 대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독자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솔직히 이 부분을 읽기에는 조금 지루하지만, 발견의 순수한 기쁨 앞에서 환호를 내질렀을 저자의 학문적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세상은 이런 사람들 덕분에 발전하고 진화하는 것이리라.

재미를 위한 읽을거리도 수두루 널려 있다. 특히 내게는 책 제목이기도 한 〈플라밍고의 미소〉와 〈오직 날개만 남았다〉가 그러했다.

먼저 〈플라밍고의 미소〉를 보자. 굴드는 유명한 존 오듀본의《미국의 새》에 실린 플라밍고의 그림을 보여준다. 여담이지만 오듀본은 새 그림에 미쳐서 미국에 사는 거의 모든 새를 그리겠다고 산과 들로 뛰어다닌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그가 그린 실물크기 핸드페인팅 세밀화 한 세트(435장)는 경매에서 무려 천만 달러에 낙찰되기도 했다.

〈플라밍고의 미소〉는 플라밍고의 독특한 부리에 관한 것인데, 이것을 180도 뒤집어 보면 마치 백조가 미소 짓는 것처럼 보인다고 붙여진 것이다. 플라밍고는 독특한 부리 때문에 먹이를 먹을 때 부리를 거꾸로 뒤집는 특징적인 섭식 자세를 취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굴드가 ‘플라밍고의 부리’를 보면서 다윈과 라마르크의 진화에 관한 논쟁을 무덤에서 불러낸다는 것이다.

동물들의 몸과 각 부분의 행태가 습성이나 생활양식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습성이나 생활양식 그리고 환경의 다른 모든 영향이 시간의 경과 속에서 동물의 몸과 각 부분의 형태를 구축한다.(42쪽)

이는 라마르크의 말이다. 라마르크는 생물들이 환경의 필요성에 창조적으로 대응하며, 그 결과로 일어난 변화들을 자손에게 직접 전달한다고 주장했다. 일명 ‘획득형질의 유전’. 물론 다윈은 이에 반대하면서, 진화는 지역 환경에 더 적합한 방향으로 변이하는 행운을 타고난 개체들이 자연선택 과정에서 더 많은 생존 자손을 남긴다고 주장했다. 과연 굴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즐거움과 수고를 아끼지 않을 독자들을 위해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오직 날개만 남았다〉는 수컷을 잡아먹는 항라사마귀, 검은과부거미와 사막전갈의 암컷에 관한 이야기다. 관찰자적 입장의 묘사는 다른 독자들도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굴드의 입장은 참으로 심오해서 여러 번 읽어야 겨우 알아차릴 정도다.

그는 소수의 사례(가령 관찰에 의하면 사막전갈의 암컷은 스무 번이 넘는 사례 중 두 건에서만 수컷을 먹었다)를 보고 “전능한 선택의 힘에 의해 미세하게 조정된 최적”으로 봐선 안된다고 하면서, “우리 세계는 과거 역사에 의해 다른 맥락에서 만들어진 신기한 부분들을 가지고 임시변통으로 마련한 적응들의 집합”이라고 본다. 이는 수컷을 잡아먹는 암컷들의 행동이 흥미롭긴 하지만, 특정 의도에 의해 선택적으로 진화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이는 어쩌면 자연의 이탈(?)일 수도 있겠는데, 이런 관점은 〈양극단의 소멸〉에서도 이어진다.

〈양극단의 소멸〉편은 ‘4할 타자의 절멸’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굴드가 ‘절멸’이라고 표현한 것에 주목하자. 그는 마치 지구 역사에서 지각이나 기후 변화로 인한 수많은 종들의 ‘절멸’에 비유하여 4할 타자가 현재 멸종되었다고 말하고 싶어한다. 좀더 자세히 들어가 보자.

1901~1930년대 리그 수위 타자의 타율이 4할을 넘는 일은 흔한 것이었다. 하지만 1941년 테드 월리엄스가 기록한 4할 6리 이후로 4할대 타자는 사라졌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야구기록 연구가 라이츨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4할 타자가 다시 나오기 어려운 것은 구원투수와 수비에서 이루어진 비약적인 기술 향상 때문이다. 거기다 오늘날 선수들은 가장 강한 선수들조차 지치게 만드는 더 길어진 일정을 소화해야 하고, 공이 잘 보이지 않는 야간 경기도 더 많이 치러야 한다.(276쪽)

하지만 굴드는 이의 설명은 불충분하고 관점도 부적절하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굴드의 견해는 어떠할까? 그는 야구가 등장한 이래 선수들이 서서히 수비, 투구, 타격에서 최적의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변이는 필연적으로 줄어들었다고 해석한다. 느긋했던 시대에 나왔던 극단적인 성적은 이제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여기서 ‘극단’에 주목하자. 굴드가 야구 이야기를 통해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는 우리가 극단에 매혹되어 이에 집중하는 것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가령 예로 포유류의 가장 큰 뇌 크기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꾸준히 증가해 온 사례를 든다. 이것만 보면 포유류는 마치 가차 없이 뇌를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해 온 것으로 오해되기 쉽다. 하지만 ‘표준’적인 뇌 크기는 분류군이 생긴 이래로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계학에서 말하는 ‘평균값으로의 회귀’를 떠올려 보면 굴드의 지론을 더 빠르게 이해할 수도 있겠다.

이렇듯 굴드의 에세이는 진화론과 과학사에 대한 정치하면서 참신한 맛을 안겨 주기도 하고, 인간사에 성찰하고 사색할 수 있는 화두를 던져 주기도 한다. 그의 글은 힘이 있고 살아 꿈틀거린다. 그의 몸은 비록 세상을 떠났으나 아직도 그의 정령은 진화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말미를 보자 흥미롭게도 공룡의 멸종에 대해 다룬다. 공룡이 멸종한 이유에 대해서는 3가지 가설이 있다. 익히 아는 하나는 소행성과의 충돌설이다. 그런데 다른 두 가지 가설이 의외로 재밌다. 이에 대한 것도 역시 품을 팔기 원하는 독자를 위해 여지를 남겨 두고 싶다. ^^

아무쪼록 현암사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기왕 내친 김에 굴드 자연학 에세이 시리즈 10권을 모두 내주십사하는 것이다. 간헐적으로 국내에 소개되었지만 일관해서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던 탓이다. 혹여 누가 알겠는가? 제2의 장대익 교수같은 이가 또 나올지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일 CEO - 도시인에게 과수원을 팔다 CEO 농부 시리즈
조향란 지음 / 지식공간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통은 삼통(三通)이다!


유통을 하려면 세 가지와 통해야 한다는 뜻. 먼저 생산자와 통해야 하고 다음 소비자와 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심과 통해야 한다. 저자가 과일 유통업을 개척하면서 지닌 영업 철학이다. 이 책은 저자가 익힌 영업 철학과 원칙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 조향란은 썸머힐상사 대표로 있다. 그녀는 농협과 대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과일 시장에서 틈새 시장을 파고들었다.

근데 조 대표는 어떻게 해서 과일 시장 유통업에 뛰어들었을까? 물론 부모의 가게를 물려받은 것은 아니었다. 1998년 IMF 시절, 그녀는 사업 실패로 새 일을 찾아야 했다. 결혼과 동시에 무역회사를 그만두고 남편의 제안으로 식당을 개업했다. 하지만 시운이 따라주지 않아 식당은 망했고, 빈털터리가 되었다. 그녀는 원래 무역을 했으니 그 쪽으로 나가보자고 마음먹고 일본 보따리 장사를 시작했다. 일본으로 건너가는 배 안에서 만난 한 아줌마가 건네준, 일본에 과일을 수출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에 과일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업이 적성에 맞았던 조 대표는 이후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의 대표 유통매장 ‘이토 요카도(ITO YOKADO)’에 6년 동안 복숭아 거래 선을 터게 되었다. 이 때 그녀는 장사의 중요한 밑천, 즉 신용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한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은 국내 시장을 개척하면서 힘을 발휘한다.

그녀는 품질 좋은 제철 과일을 확보하기 위해 재배 농가를 발로 찾아다니고, 농사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서 직접 현장에 뛰어들었다. 2006년 3년간 장호원에서 복숭아 농사를 배웠고, 그 후 논산으로 이사하여 1년 반 동안 딸기 재배를 배웠다고 한다.

조 대표의 진심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움직여 2012년 말 연매출 64억을 거두었고, 내년(2015)에는 100억 매출을 목표로 정했다.

봄과 가을 매우 토요일 오전 11시면 서울 파머스 마켓이 개장된다. 전국의 농가들이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의 직거래 장터가 열리는 것이다. 조 대표는 도시 사람들에게 시골 장터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켓을 열었다고 한다. 집과 직장, 버스와 지하철처럼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는 사람들에게 잠깐이라도 바깥공기를 쐬며 과일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녀는 제철 과일을 통해 도심 속 과수원까지 경험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서 과일의 재배부터 수확, 유통 나아가 건강, 신선함, 선물, 친절과 같이 다양한 경험까지 고객에게 제공한다.

이 얼마나 멋진 마인드인가! 고객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과 소중한 가치-생존에 필요한 먹거리에서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가치-를 부여하는 전략, 백전백승의 전략이 아닐까?

또한 '올프레쉬'(All Fresh)를 론칭하여 온라인 과일 시장에도 적극 뛰어들었다. 조 대표는 올프레쉬에는〈세 가지 맛있는 약속〉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있다고 한다.

1. 제철에 나는 자연 그대로의 과일을 공급합니다.

2. 명품과일 산지와 100% 친환경 공정재배를 추구합니다.
3. 과일 재고가 없이 매일 산지에서 배송되어 년 365일 신선한 과일을 공급합니다.


그렇다면 조 대표는 어떻게 해서 과일 품질을 높이면서 충분한 물량을 생산할 수 있을까? 그녀는 자신의 이익보다 농가의 이익을 위해서 정성을 다했고, 소비자의 맛을 위해 발품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조 대표는 품질 좋은 과일 선물이 어떤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지 야쿠자 손님 사례를 들어 소개한다.

한번은 특별 관리하던 야쿠자 고객이 천이백만 원 짜리 멜론 세트를 구입해서 보스에게 상납했다. 돈으로 따지면 그 세계에서는 그리 대단한 선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효과는 최고였다. 야쿠자 보스가 멜론을 먹어보더니 기절초풍하게 맛있다며 엄청나게 감동한 것이다.(79쪽)

많은 고객들이 정성스럽게 선별하고 고급스럽게 포장된 '과일 선물'에서 감동을 경험한다. 과일의 새로운 발견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여자 CEO 그리고 농사와 귀농에 관심 있는 독자를 위한 알짜배기 팁도 친절하게 빼놓지 않는다.

"기회는 우연히 오는데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아,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얼른 제철 과일 한 바구니 넣어드려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