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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워크 - 강렬한 몰입, 최고의 성과
칼 뉴포트 지음, 김태훈 옮김 / 민음사 / 2017년 4월
평점 :
저자 칼 뉴포트(Cal Newport)는 조지타운대에서 컴퓨터과학을 가르치는 부교수다. 그는 현대인들이 한시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소셜 미디어의 사용을 즉각 중단하라고 충고한다.
‘딥 워크(deep work)’란 인지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완전한 집중의 상태에서 수행하는 직업적 활동이다. 곧 자신이 진정 원하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것에 몰두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와 대척점에 있는 것이 ‘피상적 작업(shallow work)’이다.
저자는 멀티태스킹이 대세인 시대에 딥 워크가 필요한 이유를 명쾌하게 정리한다.
첫째, 급속히 변화하는 정보 사회에서 우리는 늘 초심자일 수밖에 없다. 가치 있는 일을 해내려면 ‘복잡한’ 것을 ‘신속하게’ 학습해야 한다. 이 능력을 익히지 않으면 기술 진보에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 디지털 네트워크 혁명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어 어중간한 결과물은 바로 대체된다. 즉 유용한 가치를 하나 창조하면 거의 무한한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다. 그래서 보상을 크게 키울 수 있다. 절대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내려면 몰입은 필수다.
저자는 MIT 박사과정 시절 알게된 맥아더 재단의 ‘천재상’ 수상자 MIT 교수를 회고한다. 그 교수는 십대에 MIT에 채용되었다. 교수는 다른 학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공용 공간에 앉아서 화이트보드에 그린 표를 보거나, 조용히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응시는 아주 오래 이어졌다. 이 교수는 접촉하기가 어려웠다. 트위터를 쓰지 않고, 모르는 사람의 이메일은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2015년에 그는 논문 열여섯 편을 발표했다.
▲칼 뉴포트(Cal Newport)
이미 박사과정 시절부터 저자는 몰입을 위한 노력에 빠졌다. 블로그 외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계정 혹은 다른 SNS 계정을 연 적이 없다. 웹 서핑을 하지 않으며 주중에 5~6시 이후에는 일도 거의 하지 않는다. 저자는 결과적으로 하루에 서너 시간, 일주일에 5일을 방해받지 않고 신중하게 방향을 설정하여 집중함으로써 수많은 가치를 창출해 냈다.
영향력 있는 인물 중 딥 워크에 헌신했던 예는 많다. 가령 카를 융의 볼링겐 타워, 몽테뉴의 돌담 탑의 서재, 우디 앨런의 독일제 올림피아 SM3 타자기, 피터 힉스의 단절된 연구실, 마크 트웨인의 동떨어진 오두막 그리고 조앤 롤링의 밸모럴 호텔의 스위트룸 등이 그렇다.
이 책은 저자가 피상성보다 심층성에 이끌린 이유와 그에 따라 행동하도록 도와준 전략들을 설명한다. 그는 이미 학습과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과 책을 냈다. 학습 관련 블로그 “Study Hacks”(http://calnewport.com)도 운영한다. 블로그에 올린 딥 워크 관련 글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자, 고무된 그는 좀 더 연구하고 보완하여 책으로 펴냈다.
저자는 딥 워크를 위한 4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이 방법론은 크리스 맥체스니와 숀 코비가 『성과를 내고 싶으면 실행하라』에서 제시한 4가지 실행 원칙을 응용한 것이다.
원칙 1 : 가장 중요한 목표를 수립하라.
원칙 2 : 목표를 위해 딥 워크에 들인 시간을 지표로 삼아라.
원칙 3 : 딥 워크에 들인 시간을 눈으로 확인하라.
원칙 4 : 성과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를 만들어라.
그리고 일과가 끝나면 일에 신경을 끄고, 무료함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한편 데이비드 드웨인의 “에우다이모니아 머신(Eudaimonia Machine)”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에우다이모니아 머신은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고대 그리스의 개념에서 이름을 따온 건물이다. 에우다이모니아 머신의 목표는 사용자들이 몰입 상태로 들어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창출하는 것이다.
▲에우다이모니아 머신의 구조도
건물은 방 다섯 개가 나란히 늘어선 좁은 직사각형 구조로 되어 있다. 복도는 없다. 첫 번째 방은 갤러리다. 이 방에는 딥 워크의 성공 사례들이 놓인다. 다음에는 살롱이다. 여기에는 고급 커피나 제대로 바를 즐길 수 있다. 소파와 와이파이도 있다. 논쟁을 벌이고 숙고하며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곳이다.
살롱 다음은 도서관이다. 모든 작업물 뿐만 아니라 이전 작업에 사용된 책과 기타 자료들을 보존한다. 복사기와 스캐너도 설치된다. 다음 방은 사무실이다. 사무실에는 화이트보드를 설치한 일반적인 회의실과 큐비클로 분리된 책상들이 놓인다.
마지막 방은 “심층적 작업실”이 모인 공간이다. 각 작업실은 가로 1.8미터에 세로 3미터이며, 두꺼운 방음벽으로 보호한다. 이 방의 목적은 온전히 몰입한 상태에서 방해받지 않고 일의흐름을 이어가도록 해 주는 것이다. 두뇌가 집중력의 한계에 이를 때까지 90분 동안 작업하고 90분 동안 휴식하는 과정을 두세 번 반복한다. 실로 딥 워크를 위한 건물이 아닐 수 없다.
저자가 말하는 바는 어쩌면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몰입”의 다른 버전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점도 있다. 딥 워크는 만성적인 산만함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요소를 원천 차단하고 진정으로 중요한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끄는 방법론이다.
저자에 따르면 진정한 보상은 페이스북을 잘 쓰는(따라하기 쉬운 피상적 작업) 사람이 아니라 혁신적으로 분산된 시스템을 잘 구축하는(따라하기 어려운 딥 워크)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