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폴리 (매그넘 에디션) - 당신이 궁금한 와인의 모든 것
Madeline Puckette.Justin Hammack 지음, 차승은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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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저자, 저스틴 해먹(Justin Hammack)과 매들린 푸켓(Madeline Puckette)은 와인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은 세계 최고의 와인정보 웹사이트 「와인 폴리」(winefolly.com)를 운영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와인 애호가들을 위한 멋진 책을 펴냈다.

 

먼저 저스틴은 디저털 전략가, 웹 개발자이며 사업가로, 「와인 폴리」의 창업자다. 매들린은 미국 출신 소믈리에이자 작가, 시각 디자이너로 와인 폴리에 콘텐츠를 게재하고 있다.

 

저스틴 해먹(Justin Hammack, 오른쪽)과 매들린 푸켓(Madeline Puckette)

 

 웹 사이트 와인 폴리의 첫 화면

 

전작 『와인 폴리』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에서 2015년의 요리책에 선정되었다. 아마존에서 별점 4.8을 받았으며 2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번 신간은 이번보다 두 배 이상 업그레이드된 매그넘 에디션으로 돌아왔다. 와인에서 매그넘은 스탠다드(750ml)의 두 배(1.5L) 사이즈를 말한다. 저자 역시 매그넘 에디션에 포함된 내용은 “초판의 2배 이상”이라고 말한다.

 

책은 정보 나열식의 기존 책들과는 달리 인포그래픽과 시각적인 정보를 중심으로 와인을 이야기한다. 목차를 보면 크게 ①와인 기본 지식, ②음식과 와인 조합, ③포도와 와인, ④와인 생산지(14개국) 등 4개 분야에 걸쳐 설명한다.

 

 

우선 와인의 기초 상식에 대해 소개하고, 와인의 스타일에 따라 스파클링, 라이트 바디, 풀 바디, 로제 등의 주요 와인들 프로필을 안내한다. 이어 테이스팅 때 맛볼 수 있는 다양한 향을 소개하고, 상세한 지역별 와인과 좋은 와인을 선택하는 방법 등 풍성하고 고급스러운 와인의 세계를 일깨워준다.

 

 

 

 

내가 와인을 알게 된 지도 20여 년이 흘렀다. 처음에 와인 책 하나를 구해 와인 용어를 익히면서 주요 산지와 대표 와인을 달달 외우면 공부했다. 10년 전에는 파사트를 몰고 프랑스 와이너리를 2주에 걸쳐 돌아다니기도 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로마네 꽁티 와이너리를 봤을 때였다. 주위에 온통 다른 와이너리로 둘러싸인 그곳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 어떻게 보면 로마네 꽁티를 둘러싼 떼루아가 탁월한 맛을 내는 것인지 모른다.

 

이 책은 내가 그동안 봐왔던 와인 책과는 확연히 다르다. 무엇보다 인포그래픽과 시각적인 정보 위주로 돼 있어 보기에 편하고 이해하기도 쉽다. 와인 품종별로 보관온도, 디캔팅 시간, 저장 연수 등 자세한 정보가 나와 있어 와인 테이스팅을 위한 좋은 가이드 역할도 한다. 특히 주요 와인 산지에 관한 맵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정보와 퀄리티가 뛰어나다.

 

 

 

특히 압권은 포도 품종 100종에 대한 설명이다. 나는 카베르네 소비뇽, 카르메네르, 샤르도네, 가메, 게뷔르츠트라미너, 그르나슈, 말벡, 메를로, 피노 누아 같은 와인을 마셔본 적이 있고, 몇몇은 더러 즐겨 마신다. 책은 각 품종에 대해 인포그래픽으로 깔끔하게 보여준다. 잘 아는 품종에 대해선 다르게 읽을 수 있어 좋고, 잘 몰랐던 것은 새롭게 알게 되니 더 반갑다. 

 

 

 모나스트렐(Monastrell) 

 

품종 중에 모나스트렐이 눈에 띈다. 스페인 중부 지방에서 많이 생산되며, 어둡고, 강하고, 훈연 향이 강한 레드 와인이다. 프랑스 남부에서는 무르베드르라고 부르며, 론/GSM 브렌드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품종이다. 프로방스 방돌 지방 남향 경사지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영국 출신 프로방스 작가 피터 메일도 마셔보았을까 궁금해진다. 내 스타일로 말하자면 낯선 와인도 무난하게 시음하는 편이라 기회가 되면 한번 맛보고 싶다.

 

이 책은 내가 그간 잘 몰랐던 사실도 제법 알려준다. 가령 와인에서 흙냄새와 시골냄새가 난다면 브레타노미세스(일명 ‘브렛’) 때문이다. 브렛은 발효할 때 와인의 효모와 함께 발효하는 야생 효모다. 이 브렛은 와인 제조상 잘못된 발효가 아닌 정상 발효 중 하나다. 테이스팅시 브렛에 호볼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내가 단연 즐겨마시는 와인은 메를로와 피노 누아다. 메를로는 부드럽고 우아해서 좋고, 특히 피노 누아는 세상을 다 가진 것 충만한 행복감을 안겨준다.

 

와인에 대해 풍성한 정보를 한아름 담고 있는 이 책은 우리가 와인을 즐기는 데 더없이 좋은 파트너가 되어 줄 것으로 믿는다. 와인 애호가라면 일독은 물론 소장도 적극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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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와 함께하는 유명 건축물 이야기 : Architecture Inside+Out
John Zukowsky.Robbie Polley 지음, 고세범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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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 미술관 건축 큐레이터로 30년간 근무한 건축가 존 주코프스키와 건축 일러스트레이터 로비 폴리는 세계를 대표하는 50개 건축물을 400여 상세 일러스트로 설명한다.

책은 콜로세움, 파르테논 신전, 퐁피두 센터, 앱솔루트 타워, 워싱턴 의회의사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적 건축물을 공공 생활(11), 기념물(6), 예술과 교육(12), 주거(11), 예배(10) 등 다섯 가지 범주에 맞추어 균형있게 배분하여 소개한다.

나는 여행을 다니며 한 번쯤 봤던 건물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처음 마주한 것들이었다. 어디 출장이나 단기 여행 때 제대로 보겠는가, 그냥 훑듯 스치기 마련. 책은 그런 나의 아쉬움을 일시에 해소해 준다.

두 저자는 능준한 필치와 세련된 그림으로 벽돌과 모르타르 또는 콘크리트를 넘어 건물을 한결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 평면도, 횡단면, 내부도와 조감도 등을 활용해 축조 과정의 기술적 특성, 건축 의도 그리고 안팎의 구조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서술하는 모든 건축물은 많은 다른 예술 작품들과 같이, 잠깐 힐끗 보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여러 번 볼수록 지금까지 인식할 수 없었던 측면들도 바라볼 수 있으며, 또한 사회적 가치 및 건축가들의 업적을 통해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줄 것이다.” - 주코프스키의 서문에서

 

맨 먼저 등장하는 콜로세움을 보자. 서기 64년 로마의 대화재 이후에 만들어진 콜로세움은 검투사 경기 및 사자와의 대결, 고전 드라마 상연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도시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지였다.

책에 따르면 콜로세움이 적층 아치 구조 덕분에 12층 건물높이인 57미터까지 지어질 수 있었다. 87천 명의 관중이 76개에 이르는 입구를 통해 드나들었다. 등급별로 좌석을 구분했으며, 대리석으로 덮인 최상위 좌석에는 쿠션도 휴대용 쿠션도 제공되었다. 그 다음에는 벤치형 좌석, 맨 꼭대기 층에는 노예와 여성을 위한 입석으로 설계되었다.

 

콜로세움

 

 콜로세움의 일러스트

 

특이한 것은 주요 구조물의 대부분은 벽돌, 화성암, 콘크리트로 지어졌다. 이중 콘크리트는 19세기 포틀랜드 시멘트보다 내구성이 더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 사용된 대리석은 로마에서 20킬로미터 떨어진 티볼리에서 채석되어 운반되었다. 이를 위한 전용도로까지 만들었다. 쌍용차 티볼리는 이 도시 이름에서 유래됐다.

검투사들은 지상 경기장 바로 아래에 마련된 수용소에서 생활했으며, 사자 등은 지하 2층의 32개 우리에서 기계로 작동되는 도르래를 이용하여 경기장으로 들어올렸다. 이렇듯 책은 건축물에 대한 세부 사항은 물론 역사적, 지리적 맥락을 보태 폭넓은 인문학적 교양까지 아우르게 해준다.

50개 건축물 중 비록 우리나라 것은 소개되지 않았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인도와 방글라데시 두 나라의 국회의사당, 앙코르와트와 타지마할 그리고 일본의 나카긴 캡슐 타워와 금각사 등 6개가 소개돼 있다.

나는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국회의사당이 세계 건축사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몹시 궁금했다. 인도 국회의사당의 경우 건축을 맡은 르 코르뷔지에는 일찍이 UN 의회장 설계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주코프스키는 인도 의사당이 UN 의회장의 개념적 모델을 본 따 설계되었다고 평한다.

 

방글라데시의 국회의사당

 

방글라데시의 국회의사당 일러스트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의 특이점은 소크연구소로 유명한 미국의 건축가 루이스 칸이 설계했다는 것이다. 호수 위에 세워진 의사당은 시타델 빌딩이라고 불리는 요새 같은 모습이다. 의사당 건물은 8개의 매스로 둘러싸여 있는데, 기하학적 관입을 통해 자연 채광을 조정하였다.

류현진 선수가 팀을 옮긴 토론토의 명물 앱솔루트 타워도 볼만하다. 얼마 전 처제가 디자인 수업을 위해 1년간 공부하고 오기도 했다. 토론토는 IT 중심지요, LGBTQ의 천국이다. 베니스 도제 궁전 편을 보면, 궁전과 법원·교도소 이어지는 석회암 다리는 탄식의 다리로 불린다. 이 다리를 통해 법원과 교도소로 건너가는 죄수들의 한숨 때문이란다.

 

앱솔루트 타워

 

 앱솔루트 타워 일러스트

 

한편 한국 건축학에 영향을 미친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스승 멕시코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의 건축물도 살펴볼 수 있다. 이외 낙수장으로 유명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핀란드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라 불리는 빌라 마이레아를 비교해보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도쿄에 있는 나카긴 캡슐 타워는 혼족 시대에 걸맞는 건축이 아닐까.

 

루이스 바라간 하우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

 

 

빌라 마이레아

 

나카긴 캡슐 타워

 

개인적으로 두고두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수년 전 빌바오에 잠깐 들렀을 때 구겐하임 미술관을 놓쳤다는 것이다. 이 책을 보고 마음을 달래보지만, 어디 실물만 할까. 언젠가 꼭 찾아보리라 다짐해 본다.

 

번역은 한아도시연구소 고세범 박사가 맡아 매끄럽게 읽힌다. 건축과 미학 그리고 스토리텔링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이 책을 반길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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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투 더 문
로드 파일 지음, 박성래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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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

 

나는 몇 년 전 워싱턴DC에 있는 미 항공우주박물관에서 로켓 새턴V의 일부를 볼 수 있었다. 새턴V 1단은 5개의 메인 엔진으로 구성돼 340만kg의 추진력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1969년 7월 16일 새턴V는 아폴로 11호를 달까지 쏘아 올렸다. 7월 20일 착륙선 이글이 마침내 달에 착륙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내려섰다.

 

 

 

달에 도달하려는 인간의 염원은 먼저 소설과 영화의 상상력으로 그려졌다. 쥘 베른은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1865)에서 달 탐험선 콜롬비아드호를 커다란 대포로 쏘아올렸고, 조르주 멜리아스는 영화 「달세계 여행」(1902)을 찍으며 판자와 도르래를 이용해 인상적인 특수 기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1960년대 우주개발을 둘러싼 미국과 소련의 경쟁은 누가 먼저 달에 인간을 보내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1961년 3월 8일 소련은 세계 최초로 유리 가가린을 보스토크 로켓에 태워 우주로 쏘아 보내는데 성공했다. 같은 해 5월 5일 미국은 프리덤 7호에 앨런 셰퍼드를 태워 성공적으로 우주비행을 마쳤다.

 


앨런 세퍼드가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자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 5월 12일 의회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 나라가 10년이 지나기 전에 달에 사람을 착륙시키고 무사히 지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목표 달성에 전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에 미국인들은 환호했고, NASA를 중심으로 달까지 우주인을 보내기 위한 '머큐리 프로젝트'가 마련돼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NASA는 1967년 1월 아폴로 1호의 발사테스트에서 세 승무원(거스 그리섬, 에드 화이트, 로저 채피)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사령선에 가득 차 있던 순수 산소가 예기치 못한 스파크에 의해 폭발, 사령선이 불타 버렸다.

 

한편 소련 역시 N-1 로켓 발사 실험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많은 과학자들이 사망했다. 수석 설계자로 알려진 세르게이 코롤료프가 스탈린 치하 강제 노동의 여파로 1966년에 사망해 소련의 달 착륙 프로그램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었다.

 

저자 로드 파일(Rod Pyle)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제작자이자 감독 겸 작가다. 한때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 있는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일했으며 미드 ‘스타트랙: 딥 스페이스 나인과 배틀스타 겔럭티카’의 자문을 맡기도 했다. 현재 세계우주재단의 커뮤니케이션담당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작년 SF영화에 등장하는 미래기술을 흥미롭게 풀어낸 『예언된 미래, SF』로 국내 독자들에게 알려졌다.

 


그는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여 달 착륙에 관한 모든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았다. 책은 달 탐험의 역사를 다루는 한편, NASA와 소련의 치열한 경쟁을 엿볼 수 있는 기록과 자료를 폭넓게 소개한다. 특히 그간 접할 수 없었던 NASA의 내부 문건과 머큐리 프로젝트의 진행과 로켓 개발까지 놀라운 이야기들이 연대기적으로 잘 정리돼 있다.

 

‘Missions to the Moon’ 앱을 통해 책에 나오는 아이콘(비디오, 오디오, 문서, 모델, 아래 그림 참조)을 찍으면 해당 동영상이나 3D랜더링 이미지를 볼 수 있다. 특히 새턴V와 달 착륙선등의 입체 모형은 눈앞에 고스란히 펼쳐져 현실감이 한결 두드러진다.

 

 

한편 저자는 중국 등 아시아의 우주 개발이나 비행 참여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이 거둔 달탐사 성과와 향후 계획도 자세히 언급한다. 2013년 중국은 탐사선 유투(Yutu)를 달에 있는 비의 바다에 착륙시켰고, 2019년 최초로 달의 뒷면에 착륙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에 고무되어 2036년에 첫 유인 임무를 수행할 계획을 짜고 있다.

 

 

책에서 그동안 내가 무척 궁금해하던 것에 대한 답변도 얻을 수 있었다. 왜 선장이던 닐 암스트롱이 먼저 나갔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다.

 

“누가 달에 첫발을 딛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선장 닐 암스트롱과 조종사 버즈 올드린이 선택지에 있었다. 이전에 있었던 모든 우주 유영에서나 군대의 전통에 의하면 하급자가 항상 앞서 나가고 선장은 안에 머물렀다. 하지만 실제로 선내에서 올드린이 암스트롱을 지나쳐 나갈만한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암스트롱이 먼저 나가게 되었다.”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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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군 미세먼지
권형원 지음 / 그림과책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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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형원 시인을 안 것은 직장에서였다. 입사 선배였던 시인은 내게 때로 무뚝뚝하고 때로 묵직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이의 가슴 한 켠에 이런 꽃잎 같은 감성을 품고 있었을 줄 진작 알지 못했었다.

 

2의 하프 타임을 보내는 시인의 예기치 못한 변신은 내게 카프카의 그것 만큼이나 낯선 것이 사실이다. 어찌 됐든 기분은 마냥 좋다. 공무원 때야 국민의 안복(安福)을 위한 정책과 서비스를 챙기느라 분주하기 그지없으니 글 한 줄 시 한 편 맘 놓고 쓰기도 어려웠겠지 싶다.

 

시인은 올해 3월 월간 시사문단을 통해 보리밭으로 등단하게 되었다.

 

표현하는 자유를 본다

가장 큰 소리는 휴식을 한 채

저 먼 바다로 가 있다

 

가끔 고기떼가

고래에 밀리듯

바람이 가슴을 쓸며

옥빛으로 흘러간다

 

떠날 종달새 하늘에 있고

모든 친구들은 허리를 기대어

옥빛 반짝임으로 고개를 젓는다

 

4

아직은 까칠하지 않은

대지는 청춘의 몸짓으로

아름답게 춤춘다

 

- 보리밭전문

 

시집에는 4부에 걸쳐 모두 80편의 시가 담겼다. 시인은 때로 당면한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하고 때로 따뜻한 시선으로 품기도 한다.

 

표제작은 보리밭이 아니라 점령군 미세먼지. 보리밭은 흔한 이름이기도 하거니와 미세먼지는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으니 독자의 눈에 한결 띄기 쉬었음일까.

 

점령군 미세먼지의 시상은, 정작 범상치 않다.

 

꽃들은

큰 장에 서려고

부단히 눈을 깜박여

화려한 화기 축제를 꿈꿨다

눈을 뜨니 일장춘몽이었다

 

밤새 꽃향기와 미세먼지의 밀고 밀리는

치열한 공중전

꽃향기는 패자가 되어

희뿌연 회색빛 도시에 눌러

신음하고 있다

 

스멀스멀 접근하는 적들에

꽃들은 힘없이 스러지고

거무스레한 미세먼지의 장막이 쳐지고 있다

 

덩치 큰 높은 빌딩도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점령군 앞에 엎드려 있다

 

어제 결근했던 해는 여전히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오늘도 결근할 모양이다

 

겨우 맥만 뛰고 있는 하찮은 꽃들만

바닷속 수초처럼

힘없이 향 기포를 내뿜어 올리고

전쟁은 모두 투항하는 분위기다

 

조신할 것을 명령하지만

차오르는 화에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첨탑 위 십자가도 보일락 말락

꽃향기의 남았던 귀가

미세먼지 속에 잠기었다

 

예쁘던 기상캐스터의 희뿌연 모습에

굴복하기로 맘먹었다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거울 앞에 섰다

착한 자연의 향기를 짓누르고

해와 달의 출근을 저지하는 동조자

너는 누구냐?

 

- 점령군 미세먼지전문

 

밤새 꽃향기와 미세먼지 사이에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다. 아침에 꽃향기는 패자가 되고 해는 얼굴을 드러내지 못한 채 거무스레한 장막이 쳐져 있다. 세상은 희뿌연 기상캐스터의 모습처럼 명료하지 않다. 우리가 마주한 세상살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시인이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거울 앞에 섰듯이 우리도 행동으로 보여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해와 달의 출근을 저지하는 동조자를 직시하고, 그 동조자를 물리칠 힘을 얻을 수 있다.

 

마경덕 시인은 <작품해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시인은) 타인의 고통에는 무관심한 세상 풍조에서 우리의 의식은 깨어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중략) 분노할 줄 모르고 행동할 줄 모르는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가는 이 시대를 향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이처럼 시인은 사회적 시선에 초점을 맞추며 감정을 억제하고 사건 속으로 들어가 개입한다.

 

세상의 모든 것

꽃향기마저 외면할 수 있지만

당신의 그리움은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하루

솟아오르는 태양처럼

당신을 향한 마음은 절실하지만

 

오로지 그대를 바라볼 수 있는 창을 냈을 뿐

아직 그대 마음이 들어올 수 있는 창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 봄날의 아픈 사랑부분

 

시인은 이처럼 어느 봄날 한 켠에 묻어둔 아픈 사랑을 캐내기도 하고, 백일홍을 바라보며 그대 착한 이여 / 이제는 자리를 걷어라 / 오늘도 그대의 가지런한 이빨은 / 나를 겸허케 했다고 찬양하기도 한다.

 

어차피 나보다

더 잘난 사람 많은 세상

죽는 날까지

그 사람들을 이길 수 있는 길을 알아내지 못했다

 

비록 한 가지 날기 위한 가벼운 영혼으로

 

인생 육십

시계에서 유턴이다

 

- 다시 태어나도부분

 

시인은 새롭게 시작하는 노년을 다시 태어나는 각오로 맞이한다. 인생 육십이 반환점이니 백살 훌쩍 넘어 까지 살고 싶다고 고백한다. 노년의 지하철에서는 “(노년을) 알차게 아름답게보내고 싶은 마음을 보여준다.

 

이때 보리밭의 한 구절이 새삼 떠오르니, 이 무슨 조화인가.

 

4

아직은 까칠하지 않은

대지는 청춘의 몸짓으로

아름답게 춤춘다

 

그래, 청춘의 몸짓으로 아름답게 춤추는 노년은 언제나 4월이요, 새봄인 것을! 덕분에 내 마음도 한결 봄날 같아진다. 시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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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스타일 사전 - 2nd Edition
김만제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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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직장에서 남해군 독일마을로 워크숍을 다녀왔다. 독일마을은 60년대 독일로 파견나간 광부와 간호사 등 교포들이 국내로 돌아오면서 2001년부터 조성된 마을이다. 현재 3.3만평 부지에 40여 동 가까운 독일식 건물이 들어서 있다. 마을에서는 2010년부터 매년 10월이면 맥주축제가 벌어진다. 올해는 10.3(목)부터 10.5(토)까지 3일간 펼쳐졌다. 나는 생맥 아잉거(Ayinger) 등 다양한 필스너 맥주를 마셔보았다.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의 유래는 무엇일까? 1810년 10월 바이에른의 루트비히 1세와 테레제 왕비의 결혼식이 열렸다. 1818년 축제 때 맥주 가판대가 등장해 큰 인기를 끌었고, 1819년 뮌헨이 축제를 조직하기로 하면서 개막식 때 뮌헨 시장이 케그 탭핑을 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최근 배우 김태리 씨가 찍은 클라우드 맥주 광고를 보면  “라인하이츠거보트(Reinheitsgebot)”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이 말은 독일 맥주의 순수령을 뜻하는 용어다. 1516년 바이에른주(독일 맥주의 60퍼센트가 생산되는 곳으로 주도는 뮌헨)의 빌헬름 4세는 맥주는 오직 보리, 홉, 물로만 만들 수 있다고 명시한 맥주 순수령을 제정했다. 당시 효모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다른 부가물을 섞거나 그런 종류의 맥주를 수입하는 경우 독일에서 ‘맥주’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다. 1987년 유럽사법재판소에서 독일에서 ‘맥주’의 의미를 확대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현재 다양한 맥주 제품이 ‘맥주’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 책을 보면 옥토버페스트 대표 맥주 중에 파울라너와 사무엘 아담스 등이 소개돼 있다.

 

 

저자 김만제씨는 2008년까지 술 한 잔 안마시던 청년이었다. 그러던 차 2009년 독일 교환학생으로 가 현지 맥주를 접하면서 인생의 술맛을 알게 되었다. 그는 맥주를 마시면서 일기 형식으로 시음기를 남기는 블로그 ‘살찐돼지의 맥주 광장(https://fatpig.tistory.com)'을 시작했고, 이후 홈 브루잉에 빠져들면서 2012년 홈브루어들과 의기투합하여 비어포럼(http://www.beerforum.co.kr)을 개설했다. 맥주를 더 깊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독일 베를린 VLB 브루마스터 코스를 수강했고, 고국으로 돌아온 후 뒤 이태원에 사계 펍을 열어 운영 중이다. 이 책은 서른초반의 맥주 매니아가 쓴 맥주 이야기다.

커피에 바리스타, 와인에 소믈리에가 있다면 맥주에는 씨서론(Cicerone)이 있다. 씨서론은 미국에서 원래 명승지의 관광 안내원이란 의미였으나 맥주 자격증의 이름에 차용되었다. 씨서론 자격증은 미국에서 2007년에 시작되었다. 미국 맥주 양조장은 1980년 초에는 전역에 고작 10개 뿐이었으나, 1995년에 500곳, 2012년에 약 2400개로 늘어났다. 이중 50여 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다수는 브루 펍이다.

 

 

책은 크게 3파트 28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맥주란 무엇인가를 알아보고, 이어 세계 각국의 다양한 맥주 스타일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크래프트 맥주를 설명한다.

우리는 그간 3종류의 맥주만 쭉 마셔왔다. 국산 맥주, 수입 맥주, 그리고 흑맥주. 이 말은 우리가 국내에선 페일 라거, 라이트 라거와 다크 라거라는 3종류의 맥주 스타일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는 자조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이 책을 펼치면 전 세계에 걸쳐 이렇게 많은 맥주가 있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맥주 스타일의 가짓수는 무려 100가지나 된다.

2012년 이래로 수입 맥주 시장을 필두로 이전과는 달리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실 2012년 이전만 해도 한국 맥주 시장은 OB와 하이트라는 두 대기업에 의해 점유율이 양분된 상태였고, 수입 맥주 시장의 점유율은 겨우 5%에 지나지 않았다. 수입 맥주도 아사히, 하이네켄, 밀러 등 외국산 대기업 수입 맥주의 판매량이 절대적이어서 국내 수입 크래프트 시장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2014년에는 주세법 개정을 통해 국내 소규모 양조장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어 다양한 맥주가 시도될 수 있는 밑거름이 완성되었다. 현재 지역별로 특색있는 브루 펍들이 등장하여 독특한 맥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해외 맥주의 국내 시판 여부는 2019년 7월 기준으로 했다.

자, 세계에서 1인당 가장 많은 맥주를 소비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은 아마 독일이나 벨기에일 것이다. 정답은 체코다. 체코는 1인당 연간 144리터를 소비한다. 우리나라는 1인당 49리터다. 체코에 비하면 삼분의 일 수준.

언제 좋은 날 이 책을 벗삼아 자신의 맥주 스타일을 찾아보면 어떨까? 우리 인생의 맥주가 마트, 보틀샵이나 브루펍 그 어디에 숨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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