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세우기 - 숭례문 복구단장 5년의 현장 기록
최종덕 지음 / 돌베개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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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10일 저녁 850분경 숭례문 상층 문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그리고 얼마 후 지붕 위의 기왓장들이 거센 불길에 떠밀려 터진 봇물처럼 밑으로 쏟아졌다. 창건 후 임진왜란을 비롯한 온갖 전란을 견딘 숭례문이 작은 화마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태조 7, 1398년 음력 28, 한양도성의 정문으로 세워진 지 꼭 610년 만의 일이었다. 방화였다. 범인은 사회에 불만을 가진 한 70대 노인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나는 불타 버린 숭례문은 과연 국보
1호로서 계속 가치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저자는 이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문화재청은 불탄 숭례문의 문화재적 가치를 논의하기 위해 문화재위원회를 열었다고 한다. 이에 의하면 숭례문은 국보로서의 지위를 유지한다고 의견을 모았다는 것. 그 이유는 숭례문을 국보 1호로 지정한 것은 목조건축으로서만이 아니라 장소 등 숭례문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복합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란다.

숭례문은 다듬은 큰 돌로 축대를 쌓고 그 위에 상하층 문루를 올린 구성으로 되어 있다
. 화재 진압 후 확인해 보니 문루 윗부분은 피해를 입었지만 하층 대부분과 그 밑에 있는 석축은 온전했다고 한다. 그래서 복구한다고 해도 국보 1호의 지위를 상실하지는 않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8년 9월 숭례문 복구 작업을 실무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문화재청에 '
숭례문복구단'이 구성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영건도감'(營建都監)이 그 일을 했었다. 저자는 같은 해 91일 건축문화재과장으로 발령받아 복구단의 실무책임자가 되었다. 숭례문 복원을 위해 현장에 동원된 대목장, 단청장, 석장, 제와장, 번와장 등 장인들은 150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화재가 발생한 때를 기점으로
53개월에 걸친 대역사 끝에 작년 54일 복구를 완료했다. 하지만 완료 5개월여 만에 단청 일부가 벗겨지고 목재 곳곳이 갈라지는 등 부실 정황이 드러나면서 순식간에 복구 작업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이에 작년
11 대통령의 진상 규명 지시, 문화재청장의 경질이 있었고, 올해 1월에는 금강송을 러시아산 소나무로 바꿔치기했다는 의혹의 진위를 가리던 충북대 교수가 자살하기도 했다. 또한 저자는 이 책을 낸 지난 2월 직위 해제를 당했다.

저자의 저술만 놓고 본다면 분명 학술적 가치가 뛰어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 이 책은 조선 왕실의 의궤, 정약용의 화성성역의궤》 그리고 정원용의경산일록에 비견될만한 훌한 기록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개 시기가 좋지 않았다
. 마침 숭례문 복구와 관련하여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었기에 사실적인 기록을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무적인 판단도 무시할 수 없겠다. 일단 이런 얘기는 여기서 자세히 논할 계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숭례문 복구와 관련하여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숭례문복구단은 현장소장으로 임명된 임천 선생과 함께 다음과 같은 복구 원칙을 마련했다.

숭례문 복구를 위한 첫 단계는 옛 모습과 그 변천과정에 대한 고증이다
. 철저한 고증이 이루어져야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상태를 평가하고 현재의 모습을 유지할 것인지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복구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다
. 화재로 불탄 문루는 물론이고 일제강점기에 없어진 성곽도 복원해야 했으므로 성곽 복원의 범위도 정해야 했다.

세 번째는 어떤 재료와 기법으로 복구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 기본 원칙은 "전통기법"으로 복구하는 것이다. 전통기법은 전통재료와 도구를 바탕으로 하지만, 전통재료 중에는 현재 생산되지 않는 것도 있고 생산할 수 없는 것도 있다. 따라서 어떤 전통재료와 전통기법으로 복구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진행 과정에서 녹록치 않은 여러 문제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 저자가 복구단장으로 중책을 맡고 야심차게 추진해 나갔지만, 세상 일이 어디 우리 뜻대로만 되던가. 전통문화재 복원업체와 전문가 사이에 적지 않은 갈등이 존재했다. 가령 대목수 등 장인 사이의 갈등, 전통기와와 현대기와를 둘러싼 업계의 반발 등이다 이는 한 장인을 중심으로 도제식 전수가 이루어지다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이의 병폐도 있어서 장인 간 협력보다는 나름의 방식을 고집하거나 우위를 점하기 위한 편법이 난무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당초 전통기법을 동원하겠다던 포부도 기술적 난제와 목공 책임자의 변심
(?) 등으로 차질을 빚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전통 철물과 전통 아교 제조의 어려움, 각재와 판재 작업이 용이한 제재목의 반입 등 당초 수립했던 원칙 중 하나인 '전통기법의 적용'이 흔들리게 되었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느라 다년간 공들인 보람은 온데 간데 없고
,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된 것은 너무나 안타깝기 그지없다. 저자는 "50, 100년 후에 내려질 숭례문 복구에 대한 평가를 기대"한다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내가 보기에 그리 긴 시간을 두지 않아도 머잖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편 신응수 대목장은 숭례문 복원 공사 당시 강원도 삼척시 준경묘
, 양양군 법수치 계곡 등에서 기증된 금강송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통 문화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신응수 대목장을 거의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고, 그간 그가 우리 문화재 복구에 기여한 공로도 적지 않았다. 허나 그에게 복구 과정에서 탈·불법의 소지가 있었을 경우에는 응당 이를 바로잡아야 하겠다. 곪은 상처는 과감히 도려내야 새 살이 차오르는 법이다.

이번에 단청이 벗겨지거나 기둥에 사용된 목재에 일부 금이 간 것에 대한 원인은 철저히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 하지만 원인 규명과 이에 따른 책임자 처벌에만 그칠 문제가 아니다.

사실
숭례문 '바로' 세우기는 의욕만 앞세워 될 수 있는 역사(役事)가 아니었다. 이번을 계기로 우리 고유의 전통기법 재현을 위한 제반 기술과 연장, 건축재 등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겠다. 또한 문화재 복구나 복원관련 전문가 양성과 기술 개발에 대해서도 장기적 안목을 갖고 진흥시켜 나가야겠다. 그래야 인재든 천재지변이든 제2의 숭례문 사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덕분에 우리 소중한 문화재를 복구하고 보존하는 데 각별히 애쓰시는 여러 분들의 노고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 참 소중하고도 귀한 공부가 아닐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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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예찬 - 번역가의 삶과 매혹이 담긴 강의노트
이디스 그로스먼 지음, 공진호 옮김 / 현암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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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07년 어느 날 예일 대학교 휘트니인문학센터 주최로 열리는 연례 강연회의 초청을 받았다. 이 강연회의 주제는 "X는 왜 중요한가"라는 것이었는데, 저자는 '번역'을 선택했다.

이디스 그로스먼! 저자의 이름은 내게 무척 낯설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들춰보면 금세 왜 '번역'을 선택했는지 이해가 갔다. 그는 번역 분야에서 최고로 뛰어난 탁월한 전문가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특히 스페인어권 문학을 영어로 옮기는 데 발군의 노력을 경주해 온 것으로 보인다. 편집일을 하는 친구의 권유로 마세도니오 페르난데스의 단편을 번역하기 시작한 것이 입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어 마르케스의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번역하면서, 마르케스의 극찬을 받게 되고, 마침내 세르반테스의돈 키호테"스페인 걸작 문학을 영어로 가장 훌륭하게 옮긴 책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나는 다행히 위 두 권을 우리말로 된 것으로 읽어 보았기에 그 노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겠다. 특히돈 키호테는 민용태 교수님의 번역본을 읽었는데, 우아하고 세련된 옮김에 감탄하여 마지 않았었다. 내 생각에 스페인어권 번역의 일가(一家)에는 영어권에 그로스먼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민 교수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지난 80년대 도올 선생의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가 학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당시 완전 번역에 대한 주장을 거침없는 톤으로 제기한 도올 선생의 패기는 지금도 간담이 서늘할 정도다.

, 그로스먼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강연한 '번역'에 대한 것은 어떤 내용이었을까? 저자에 의하면 이 책의 서문, 1장과 2장은 당시 강연 원고를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결국 3번에 걸쳐 연강한 내용을 책으로 묶은 것이고, 3장 부분-() 번역에 관한은 책 발간에 즈음하여 새로이 정리한 것이라 한다. 그렇기에 서문과 1·2장만 읽어도 그로스먼이 견지한 번역에 대한 고견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솔직히 읽어 본 내 소감을 먼저 밝히자면, 놀라움! 그 자체였다.

 

번역가의 목적은 원작에 담긴 모든 특징, 예측할 수 없는 변화, 작가 특유의 표현, 문체상의 특색 등을 이질적인 언어 체계 안에서 최대한 재현(re-create)하는 것입니다. 번역가는 유추를 통해 그 작업을 합니다. - 20

 

우리 학계에서도 '번역'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그로스먼이 적을 두고 있는 미국 사회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는 알기 쉬운 사례를 들면서 번역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가령 지구상에 존재하는 언어는 6,000여 개이고, 이 중 글로 기록되는 것은 1,000개 정도 된다고 한다. 가장 뛰어난 언어학자라도 자유자재로 말하고 쓸 수 있는 언어는 고작 10개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나머지 990개 언어로 쓰인 작품은 어떻게 접할 수 있을까아뿔사!

또 그는 일부 학자들이 자존심이 있는 대학이라면 교과 과정에서 번역서를 추방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예의를 갖추되 단호히 거부한다.

 

(이 주장은) 안나 아흐마토바를 러시아어로,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독일어로, 에우게이노 몬탈레를 이탈리아어로, 페데리코 로르카를 스페인어로, 폴 발레리를 프랑스어로,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그리스어로, 헨리크 입센을 노르웨이어로,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를 스웨덴어로, 주제 사라마구를 포르투갈어로, 아이작 싱어를 이디시어로 읽지 않으면 20세기의 문학 관련 정규 과정에서 이 작가들에 대한 공부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략) 이 세상에 제가 읽지 못하는 중요한 언어가 얼마나 많고, 제 모국어로 번역되지 않았더라면 전혀 알지 못할 소중한 문학 작품은 또 얼마나 많은데 말입니다. - 50~51

 

내 생각에 그로스먼은 노어노문학과 학생들이라고 해도 러시아어로 톨스토이 문학을 굳이 읽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는 "문학 연구에서 앞으로 크게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은 그 실종된 비평 어휘를 구성하고 체계화"하는 것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견해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 노어노문학과 학생들이 영어로 번역된 톨스토이 작품을 읽는다고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물론 러시아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춰야 하겠지만.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파고 들어야 하는 것은 톨스토이 작품이 미국 문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현대 미국인들이 어떻게 톨스토이를 읽어야 하는지 독자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러시아어와 러시아 문학을 업()으로 삼고자 하는 전문가의 길로 들어설 때, 러시아어로 된 원전을 읽으면 그만이다. 그 수많은 러시아 작가의 작품을 한 개인이 평생 어떻게 통달할 수 있을까?

가령 18세기 영국 소설을 대표하는 새뮤얼 리처드슨의클러리사 할로(원제 Clarissa Harlowe)를 보자. 이 작품을 우리말로 옮긴 김성균 교수는 대학 시절부터 원작을 끼고 살았고, 우리말로 제대로 옮기기 위해 반세기를 함께 했다고 한다. 김 교수의 노고가 없었다면 우리는 과연 누가클러리사 할로읽어볼 엄두를 내겠는가?

저자는 다른 언어문화권의 작품을 번역하는 일은 그 문학적 생각, 통찰, 직관을 상호 교류할 수 있도록 활성화하고 촉진하는 기초적 작용이라고 주장한다. 무척 공감이 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학창 시절 읽었던 많은 고전 작품들은 원전을 텍스트로 하기보다 일어나 영어본을 활용한 중역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대한 그로스먼의 견해는 무엇일까? 그는 다리 역할을 하는 언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가령 최근까지만 해도 중국어 번역가들은 원작보다는 영역본을 텍스트로 삼아 중역(重譯)해 왔다는 것이다. 스페인어 번역가들이 러시아 작품을 번역할 때는 프랑스어본을 참고로 해 왔단다. 현재 우리는 수많은 번역가들의 수고에 힘입어 원작을 텍스트로 완역한 고전을 제법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여간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언어 사이를 오가며 의미를 전달하고, 동시에 두 언어의 효과와 리듬과 예술성을 들으려고 하며, 그 가운데 두 언어 사이에서 소용돌이치고 비등(沸騰)하는 기호와 의미의 혼돈 속으로 뛰어드는 경험은 환각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 80

 

그로스먼은 자신이 각별한 수고를 들인돈 키호테의 영역에 대해 덧붙인다. 그는 "첫 구절을 성공적으로 번역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왠지 쉽게 자리를 찾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고수다운 면모가 아닌가. 진검 승부에서 고수는 잎사귀 하나, 가지 하나를 베어도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표출할 수 있을터.

 

(원문) "En un lugar de la Mancha, de cuyo nombre no quiero acordarme……"
(영문) "Somewhere in La Mancha, in a place whose name I do not care to remember……"
(국문) "라 만차 어느 마을, 그 이름 굳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곳에……"

 

그는 이 구절을 마치고, "황홀한 만족감이 밀려들었으며, 실제로 이 걸작을 번역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토로한다. 사실 동시대의 작품에 대한 번역도 결코 쉽지 않을진대, 4백여 년 전(돈 키호테1605년에 발표되었다)에 쓰인 작품을 오늘날 독자의 기호와 이해도에 맞게 옮기는 일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게다가 세르반테스는 16세기 당시 유행하던 구전 민요, 서사시들, 유명한 전쟁터와 성채, 당시 인기 작가들과 그 작품들을 방대하게 인용하고 있으니 오죽 고역이었을까 싶다. (여담이지만돈 키호테완역본을  읽어내려면 각별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또한 그간 스페인어의 언어적 변동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하지만, 16세기이니 만큼 고어에 가깝다. 그러니 그로스먼이 오랜 지인이었던 멕시코 작가에게서 17세기에 간행된 스페인어-영어 사전 (사본 형태로)을 받았을 때 그 기분이 어땠을까는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번역을 하다 보면 운 좋게도 저자와 만나게 되는 최상의 지점을 발견하는 때가 있는데, 제게도 그런 경우가 간혹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저자와 함께 노래하기 시작했다고 상상할 수 있습니다. (중략) 그럴 경우 번역할 작품을 영어로 말하는 방법을 찾아냄과 동시에 마음속으로 스페인어로 말하는 저자의 음석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신나는 경험이요, 공생의 경험이며, 물론 은유적인 경험입니다. - 95

 

나는 그로스먼이 한 이야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으로 "번역가도 작가다"라는 것을 꼽고 싶다. 이는 원작자의 의도와 원어의 풍미를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우리말로 적절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번역은 제2의 창작이요, 번역가는 문화 전도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로스먼의 강연과 서술은 번역을 업으로 하는 분이나 일반 독자에게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 줄 것으로 믿는다.

한편 부록으로 이 책의 옮긴이 공진호와 로쟈 이현우에 대한 작은 인터뷰가 실려 있다. 두 사람은 주로 문학 번역가로서 살아가면서 느낀 경험담, '인문서 번역의 어려움' 그리고 번역과 관련된 국내 출판계의 어려운 현실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부분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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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고 말 못하는 아기 돼지 네네
사비네 루드비히 글, 사비네 빌하름 그림, 유혜자 옮김 / 은나팔(현암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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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하고 같이 읽었습니다. 아들 역시 책을 무척 좋아하고 즐기는 독서광입니다. 굳이 책 읽으라고 하지 않고, 얘가 어릴 적부터 마냥 옆에서 책을 읽었더니 어느새 책을 가까이 하더군요.

아들이 읽는 책은 제가 가급적 같이 읽으려 애를 씁니다
. 왜냐하면 책의 내용을 알고 있으면 공유할 것이 많기 때문이지요. 등장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줄거리를 이어서 다음 스토리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좋은 책은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마련이지요.

 


사설이 길었군요
.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빠! 이 책 넘 재밌어요. 근데 내가 보기에는 조금 싱겁기도 해!"

이 때 내가 나설 차례입니다
.

"아 그래? 과연 아빠가 보기에도 그렇네. 하지만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평소 모든 책에는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적어도 하나 이상 담겨 있다고 강조하는 편이지요. 
아들하고 한 단락씩 교대로 읽습니다. 소리 내어 읽게 하면 아무래도 어색한 발음이 있을 경우 바로잡을 수 있고, 그냥 무심히 넘기던 철자를 또렷이 익히기에도 참 좋습니다.



"
우리 아기 돼지 '네네'에 대해 애기해 볼까? '네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네네'가 참 착해요."

"어떻게 해서 그렇게 생각해?"
"욕심 부리지 않고 친구들 이야기와 부탁을 잘 들어주잖아요."

언젠가 아들이 우리 집에 놀러온 또래 친구들하고 장난감을 사이에 두고 다툰 적이 있었지요
. 그때 나는 아들에게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게 가장 멋있는 사람'이라고 했더니, 요즘은 잘 다투지 않습니다. 양보하거나 순서를 기다리는 편이지요.

"
하지만 '네네'는 바다에 수영하려고 했는데, 친구들 부탁을 들어주다가 그만 자신이 계획했던 것을 못하고 말았네. 잘 한 일인지 아빠는 궁금해."
"친구들하고 잘 지내는 게 더 중요하죠. 아빠! 여기 봐봐! '네네'를 괴롭히던 친구들이 이제는 사이좋게 놀아!"

'
네네'는 바다에 가서 수영을 하려고, 튜브, , , 선글라스, 모자와 수건 그리고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챙기고 길을 나섭니다. 중간에 강아지, 고양이, 토끼 축구단, 악어 그리고 너구리를 만나서 그들에게 차례차례로 물건들을 주거나 빼앗깁니다. 마지막으로 진흙탕에 빠진 곰을 구해 주려고 수건을 건네고 잡아당기다가 동물 친구들 모두 진흙탕에 빠지고 맙니다. 이제 신나는 머드 축제가 벌어지는 거지요!

'
네네'의 행동도 그런 아들 성향에 맞나 봅니다. 동화를 통해서 아이들은 배우기도 하고, 자기편이구나 하고 공감하기도 하는 거겠지요? 하지만 일일이 친구들의 부탁을 들어주다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못할 수도 있지요. 그래서 '네네'에게는 무조건 "! !" 할 것이 아니라 때로는 "! 노!" 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이건 정말 너무 심했어요.
네네가 큰 소리로 외쳤어요.
"싫어!"
동물들이 깜짝 놀라 쳐다봤어요.

 

 

"~ 그러네. 어떤 동물 친구들이 있는지 한번 찾아볼까?"

아들은 차례차례로 동물 이름을 말합니다
.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 개구리도 있습니다.

마지막에 신나고 재미있게 논'
네네'는 친구의 배웅을 받으며 엄마 돼지에게 돌아갑니다. 엄마 돼지는 '네네'를 포근하게 안아주지요.

 



"오늘 재미있게 놀았니?
저녁 준비해 놓았단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엄마 돼지가 말했어요.


"다 읽으니까 느낌이 어때?"

"좋아요. 그림도 이쁘고, '네네'가 너무 귀여워서 좋아~"

주제로 돌아가서 다시 질문을 던져 봅니다
.

"'네네'는 친구들 부탁을 들어주다가 자신이 계획했던 것을 못하고 말았어. 네 생각은 어때?"

 

아들은 잠시 생각하는 눈치입니다. 책에는 진흙탕에 빠져 마침내 상심한 '네네'가 큰 소리로, "싫어!"라고 외치는 대목이 나옵니다.

"가끔은 '네네'처럼 '싫어!'도 필요할 것 같아요."

"음
, 아빠 생각에도 그래. 친구들 도와주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도 빠뜨리면 곤란하지 않을까 해. 하지만 어려운 친구를 돕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해. 그러려면 네가 더 부지런해야지. 자기가 맡은 일도 잘 하고, 친구도 돕고, 어때, 아들?"
"좋아요!"
하며, 아들은 엄지를 치켜세웁니다. 물론, 나도 따라서 치켜 줍니다.

이 책은 인성 교육에 관한 책입니다
. 친구의 부탁을 무시하지 않고 잘 들어주어야 하지만, 단 자신이 힘에 부치지 않는 선에서 말이죠!

참, 그린이 사비네 빌하름
(Sabine Wilharm)은 독일 함부르크 출신이군요. 1954년생이니 올해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군요. 그녀는 유럽에서 저명한 아동책 그림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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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두고두고 읽는 세계명작 3
카를로 콜로디 지음, 마사 판슈미트 그림, 이재영 옮김 / 파랑새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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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펼친 느낌은 뭐랄까, 마치 내가 동화의 세계에 빠져든 감동을 받았다. 표지도 이쁜데다 튼실해서 오래 두고 볼 수 있겠고, 내용도 완역본이라 그 만큼 빠진 것 없이 충실하다. 어디 이뿐인가. 그림은 원작의 묘미를 살린 삽화가 색연필과 크레용, 파스텔로 맛깔스럽게 그려져 있다.

《피노키오
!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라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겠지만, 완역본의 묘미는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우리가 어릴 적 읽었던 많은 동화 책들이 일본 것을 이중 번역했거나, 요약본이어서 아쉬움이 많았다. 요즘 아이와 함께 고전을 다시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완역본은 아이와 함께 부모도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 어릴 때 본 이야기에서 혹시 빠진 것은 없을까? 하는 호기심에 먼저 훑어보게 된다.

왜 아니겠는가
? 여기에는 완역본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풀 스토리가 담겨 있다. 어떤 책에는 피노키오가 여우와 고양이의 꾐에 빠져 서커스를 보러 간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피노키오 스스로 피리 소리에 이끌려 인형극 공연을 보러 가게 된 것이고, 거기서 제페토 할아버지가 외투를 팔아 마련해 준 새 글자 공부 책을 동전 네 푼으로 바꾼다. 우여곡절 끝에 빠져나온 피노키오가 만난 일행이 바로 여우와 고양이였다.

이 책은 이탈리아의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1881년부터 2년 동안 어린이 잡지에 연재했던 것을 단행본으로 묶은 것이다. 현실과 환상이 어우러지고, 생생한 인물과 동물들이 등장하며 유머와 풍자가 넘친다. 아무래도 아이들을 위하다보니 교훈적인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

가령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잘 먹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49), 나쁜 친구들이 하는 거짓말에 속지 마라(81), 열을 내려 줄 쓴 약을 잘 먹어야 한다(119), 거짓말은 어린이가 가질 수 있는 나쁜 버릇 중에서도 가장 나쁜 버릇이다(125) 등등.

흔히 부모가 아이에게 '
이러지 마라 저러지 마라'라고 타이르면 금세 싫증을 내거나 시큰둥해지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서 이런 피노키오처럼 교훈적인 내용을 살쩍 넣어서 아이가 스스로 배우고 자각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지 싶다. 이런 면에서도 이 책에 점수를 얹어주고 싶다.

이 책을 보면 제페토 할아버지와 피노키오가 재회하는 곳은 고래의 뱃속이 아니라 괴물같은 상어의 뱃속이었다
. 이런 흥미로운 교정(?)은 완역본을 읽는 덤이기도 하다.

이번에 읽은 피노키오 완역판은 기존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 이렇듯 고전은 원작을 통해 새롭게 읽어야 하지 싶다. 한편 여우와 고양이는 어떻게 되었을지 80쪽과 325쪽에 실린 삽화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파랑새 출판사의 새로운 시도에 감사드리고
,〈두고두고 읽는 세계 명작시리즈도 넘 기대된다. 홧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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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그간 13기 신간평가단(경제/경영/자기계발)으로 활동하면서 너무 좋은 책들을 읽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신간평가 도서에는 매월 제가 올린 추천 신간 중에서 선정되기도 했지만, 많은 분들의 안목이 깃든 유익한 책들이 대부분이어서 읽는 내내 즐거웠고, 서평 쓰는 보람도 참으로 컸답니다.

 

이번에 13기 신간평가단 경제/경영/자기계발 분야에서 활동하며 읽은 도서 중 제가 꼽는 베스트5는 다음과 같아요.

 

<내맘대로 베스트5>

1. 왜 팔리는가

2. 원 퀘스천

3. 안티프래질

4. 원씽

5. 트렌드 차이나

 

이 중에서 단 한권만을 고른다면 켄 콜먼의 <원 퀘스천>입니다.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단 하나의 질문을 선정하고, 이에 적합한 대답을 찾는 과정은 진정한 용기와 열정이 있어야 하겠지요? 이에 저는 오늘도 나만의 단 하나의 질문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답니다.

 

다시 13기 신간평가단으로 함께 할 수 있어서 넘 감사했다는 마음을 전하며, 운영자님과 평가단원 모든 분들께도 올 한 해 청마(靑馬)처럼 열심히 달리는 해가 되시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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