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꾼 이현우 박사는 원래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출신이다. 그는 대학에서 연구와 강의도 열심이지만, 인문학관련 저술과 강연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그는 '로쟈'라는 필명으로 유명하다. 이 ‘로쟈’의 유래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라스꼴리니코프와 소냐. 바로 라스꼴리니코프의 애칭이 ‘로쟈’(Rodja)였다.

 

아마도 이현우는 살인을 저지른 로쟈가 소냐의 사랑으로 고뇌에서 벗어나 인간성(영혼의 정화로써)을 되찾는 과정을 닮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어쨌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현우(로쟈로서의)로 인해 우리의 인문학적 지평이 능준히 넓어졌다는 것이다.


이번에 로쟈는 자신의 본업(?)으로 승부를 건다. 어떨까? 자신의 필력은 굳이 말할 것도 없겠지만, 현재 실력적 차원의 진수랄까, 엣기스랄까 뭐 그런 것들이 당장 분출하려 꿈틀대는 용암처럼 꽈리를 틀고 있지 않을까. 잘 되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것이고, 잘못되면 본전도 못 추릴진저. 어디 누가 이런 패기어린 열정을 지니고 있던가. 가히 축복하여 마지 않을 일이다.


이제 로쟈의 글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여 여간 반가운게 아니다. 아무리 상투적으로 들릴지라도, 나는 뜨거운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고 싶다. 요즘 어디 러시아 문학을 제대로 읽고 있는가 말이다. 그가 던진 화두는 분명 새로운 추파(秋波)가 될 것으로 믿는다.

 

▲ 로쟈의 서재 (출판저널에서 인용)


"동시대 러시아 문학이 국내에 잘 소개되어 있지 않아요. 일단, 러시아 문학 수요층이 적다 보니 출판사에서 좀처럼 엄두를 내기 쉽지 않죠. 작금에 러시아문학이 드물게 번역되는 경향은 러시아문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독자, 시장의 문제가 모조리 섞여 있습니다. 게다가, 러시아문학의 경우 번역자들이 다른 주요 언어들에 비해 부족한 점도 이러한 현상에 일조합니다. 비단 러시아문학뿐만 아니라 러시아 영화도 아주 가끔 국내에 개봉 됩니다. 현실적인 제반문제로 인해 러시아문학 전공자로 살아가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늘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가 몇 년 전 〈출판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위의 술회를 보면, 결국 이번 작업의 노정을 염두에 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소개되는 러시아 문학은 모두 7권이다.


제1강 러시아 문학으로의 초대

제2강 러시아 영혼의 정수 : 푸슈킨의《예브게니 오네긴》읽기

제3강 절대 고독과 자의식의 탄생 : 레르몬토프의《우리 시대의 영웅》읽기

제4강 웃음과 공포의 미스터리 : 고골의《페테르부르크 이야기》읽기

제5강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출발 : 투르게네프의《첫사랑》,《아버지와 아들》읽기

제6강 러시아적 수난과 구원의 변증법 : 도스토예프스키의《죄와 벌》,《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읽기

제7강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톨스토이의《안나 카레니나》읽기

제8강 코믹과 우수의 작가 : 체호프의《갈매기》읽기


나는 학창 시절 서투르게 섭렵해 본 이력말고는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는 작품들이다. 로쟈의 말마따나 "러시아 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가 전반적 흐름을 알고, 거장의 세계에 입문하는 길잡이가 되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 내게도 관통했으면 한다.


"우리는 적어도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않으면서 책을 읽었노라고 말하는 비열한 인간, 비열한 독서가는 되지 말아야겠다고요. 개인적 차원에서나 사회적 차원에서나 다수의 책을 읽는 일, 그건 독서가 습관이자 문화일 때 가능하겠지요. 우리가 그런 습관과 문화를 가질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이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의 일갈은 자못 비장하기조차 하다. 이번 책, 너무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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