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푼돌이네 삼형제
권정생 지음, 김이은 그림 / 현암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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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주인공은 도깨비의 한 패거리인 톳재비’ 삼형제입니다맏이 팔푼돌이둘째 칠푼돌이 그리고 막내 육푼돌이가 그들입니다삼형제는 경상도 '돌징이'라는 컴컴한 골짜기에 살고 있어요.

 

지은이 고(권정생 선생님은 강아지 똥과 몽실 언니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작가셨지요선생님은 평소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고우리 것의 고유성을 지키기에 발벗고 나섰었지요.

 

이 책에도 그런 고인의 정성이 많이 묻어 있습니다고운 우리말들강산 곳곳에서 자라는 우리 나무와 풀들도 주인공 못지않게 등장합니다가령 억새미둑풀솜다리풀산고욤나무떡갈나무다복솔나무물푸레나무박달나무산벚나무보리둑나무 등등 열거하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심성 곱고 인정 많은 삼형제는 마음이 아파서 우렁이나 가재도 절대 잡아먹지 않아요물론 아이처럼 장난질도 좋아하지만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도 무척 좋아합니다.

 

가령 구동 어르신네 수박밭에 들어가서 수박서리를 하자고 꼬시기도 하고아틈실 할머니의 신발이 낡은 것을 보고 할머니가 안쓰러워 산에서 약초를 캐어 털신 한 켤레와 몰래 바꿔주기도 하지요다리에 엽총을 맞은 새끼 노루를 구해 줄 때에는 엽총을 맨 남자 둘을 혼내 줍니다어디 이뿐인가요어느 몹시 추운 겨울날 못골 송아지들이 얼어 죽을까봐 보릿짚 가리를 훔쳐 푹덕푹덕 깔아줍니다.

 

게다가 우리들이 아직도 해내지 못하는 지역 타파와 평화 통일에 대한 염원도 누구보다 뜨겁답니다.팔푼돌이네 삼형제는 무등산 삼형제(말똥돌이쇠똥돌이개똥돌이)와 북녘 감나뭇골 삼형제(날개돌이번개돌이안개돌이)와도 만나서 즐겁게 놉니다민주의 가슴을 지니고 통일의 노래를 부르는 거지요별 희한한 삼형제도 있지요?

 

광주 항쟁남북 학생 회담 그리고 통일 밥상 이야기도 나옵니다감나뭇골 삼형제는 꽃분이 이야기를 하고칠푼돌이는 주리아의 순교 이야기를 나눕니다예수님은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가난하게 사는 사람그런 사람이 바로 하느님 자녀의 자격이 있다고 설교하십니다고 문익환 목사님 이야기도 나오지요하지만 삼형제에게는 예배당이 없어도법당이 없어도 가을 하늘처럼 아름답게 살 수 있답니다.

 

나는 아들에게 이 책을 들려줍니다아직 직접 읽고 소화해 내기에는 어려운 내용이 많기 때문입니다아들은 귀를 쫑긋 하고 귀담아 듣습니다톳재비 삼형제 이야기가 무척 재미로운 모양입니다도깨비는 어릴 때부터 흥미를 보여 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아들은 가끔 내게 질문도 하고잘 모르는 낱말이 나오면 꼬치꼬치 물어보기도 합니다녀석이 조금 더 크면 직접 읽게끔 하고 싶어요우리 세대 뿐만 아니라 아들 세대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기 때문이지요.

 

아들은 말합니다. “아빠한 나라 한 핏줄이 뭐에요?”. 나는 소곤소곤 얘기해 줍니다아들은 조용히 잠이 듭니다아들도 톳재비 마냥 꿈속에서도 진정한 민주화와 평화 통일을 꿈꾸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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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열 갈래의 길
유예진 지음 / 현암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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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관계된 소설가, 시인, 극작가 그리고 문학평론가 등 열 명의 작가가 등장한다. 이들 대부분은 프루스트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프루스트는 자신의 작품에 이들을 실명 또는 가명, 익명으로 등장시킨다. 다만 그들은 17세기 고전주의에서 20세기 구조주의까지 넘나든다.

저자 유예진은 불문학을 전공하고 프루스트 미학과 회화론으로 박사학위를 획득한 프루스트 전문가다. 그녀는 책에서 당시 프랑스 문단을 사로잡았던 작가들이 어떻게 프루스트에 의해 인용되는지 살펴봄으로써 프루스트의 문학관과 작가론을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열 명의 작가에는 17세기의 세비녜 부인과 라신, 19세기의 발자크, 상드, 플로베르, 공쿠르 형제, 말라르메가 있다. 그리고 20세기 지드와 바르트. 나머지 한 사람은 가상의 인물 베르고트가 등장하는데, 이는 프루스트의 멘토이기도 한 아나톨 프랑스를 모델로 삼아 창조했기에 추가했다. 또한 바르트는 프루스트 사후의 평론가이지만 프루스트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부각시켜 주었기에 역시  포함시켰다.

나는 1997년 국일미디어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완역본(원작은 7권이나 번역본은 11권이다)이 나왔을 때 이를 읽고자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차일피일 미루다 지금까지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사실 완독하려면 끊임없이 심오한(?) 인내심을 치켜 올려야 한다. 게다가 내용도 큰 사건의 흐름 없이 "답답할 정도로 미묘하고 섬세한 심리 분석으로 일관"하는 데다, "문장이 숨이 넘어가게 길고 한 문장에서 여러 시제를 사용"하는 등 무난하게 읽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다.

우선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줄거리를 보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 마르셀은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섬세하고 예민한 감수성으로 삶의 다양한 측면, 가령 사랑, 우정, 그리고 사교계 등을 두루 경험한다. 그런 그가 나이 마흔이 넘어 무료함과 나태함에 스스로를 맡기려는 찰나 어떤 기억의 연속 작용으로 예술이야말로 자신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깨닫는다. 그럼으로써 소년 시절 꿈꾸던 작가로서의 소명을 재발견하게 되고 '잃어버린 시간', 즉 과거를 찾아가는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는 영웅이나 악당이 등장하지 않는 평범한 이야기지만, 그것이 바로 자신의 삶이기에 이를 소재로 한 소설을 쓰는 데 남은 생을 바치기로 결심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음으로써 현재가 의미를 갖고 동시에 미래로 연결되는 것이다. -8


한편 '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 열 명의 연대는 다음과 같다.

1. 세비녜 부인 (1626~1696)

2. 장 라신 (1639~1699)

3. 오노레 드 발자크 (1799~1850)

4. 조르주 상드 (1804~1876)

5. 구스타프 플로베르 (1821~1880)

6. 공쿠르 형제

  - 에드몽 드 공쿠르 (1822~1896)

  - 쥘 드 공쿠르 (1830~1870)

7. 스테판 말라르메 1842~1898

8. 베르고트 : '아나톨 프랑스'를 모델로 함

9. 앙드레 지드 (1869~1951)

10. 롤랑 바르트 (1915~1980)

여기서 저자는 가상의 인물 베르고트를 말라르메와 지드 사이에 넣어 서술한다. 사실 베르고트는 주인공 마르셀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작가다. 마르셀은 베르고트의 책을 통해서 자신만의 작가 이미지를 그렸으나, 실제 대면시에는 "와르르 무너지는 쓰라린 경험"을 하게 된다.

프루스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예술가의 진정한 가치는 오로지 그가 창조하는 작품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개인이나 가족, 사회적 잣대를 적용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주인공 '마르셀'과 자신 '마르셀'을 엄격히 구분 짓는다. 이렇듯 그는 베르고트를 통해 이런 자신의 예술론이나 작품론을 말하고 싶어 했다. 프루스트는 작가의 고유성을 증명하는 '문체'를 중시하였고, 이런 맥락에서 특히 플로베르의 '문체'를 찬미했다.

프루스트의 생몰연대가 1871~1922년이니 지드와는 거의 같은 연배(2살 아래). 사실 프루스트는 당시 지드가 편집장으로 있던누벨 르뷔 프랑세즈에도 1<스완네 집 쪽으로> 원고를 보냈었지만, 지드는 원고도 보지 않고 거절한다. 결국 프루스트는 자비로 출판하게 된다. 지드는 뒤늦게 작품의 문학성을 알아보고 그에게 정중한 사과편지를 보내면서, 2<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를 맡게 된다(이상 제명은 국일미디어본을 인용).

두 사람은 동성애자로 알려져 있지만, 지드는 프루스트가 4<소돔과 고모라>에서 묘사한 샤를뤼스 남작의 저속한 동성애에 찬성할 수 없었다. 저자는 "(두 사람은) 끝내 거리를 유지한 채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문학 세계를 성립했다"고 평한다.

한편 프루스트가 공쿠르 문학상을 받기까지의 우여곡절이라든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삶의 지침서'라고 여겨 프루스트를 숭배한 롤랑 바르트의 이야기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책 말미에는 세비녜 부인의 편지, 공쿠르 형제의 일기, 상드와 플로베르, 프루스트와 지드가 주고받은 편지를 실어 놓았다. 특히 세비네 부인이 출가한 딸에게 30여 년간 보냈다는 편지는 마르셀과 할머니-어머니 사이의 미묘한 심리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모티브가 된다.

나는 이번 기회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읽기를 다시 도전해 보려한다. 이는 순전히 저자의 책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간 읽기 힘들었던 프루스트를 이제는 읽어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이 책은 좋은 레퍼런스가 아닌가 한다.

여담이지만 2007년 출판사 W. W. 노튼이 영미권 유명 작가 125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최고의 문학작품 10권을 물은 결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8위를 차지했다.

영미권 10대 명작에 들었다는 이유도 있고 하니 '프루스트 읽기'는 내 평생에 한번 해봄직한 가치 있는 도전이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저자의 프루스트에 관한 또 다른 책 프루스트의 화가들도 벌써 솔깃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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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공감단 3기 책이 도착했어요.

 

저는 썸남 쓰치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를 신청했었지요. 역시 공감 카드(No. 9)와 1차 미션 안내장이 함께 들어 있더군요. 


그런데 이번에는 별도로 <어른아이 자격증>이 있어요. 여기에는 좌측 하단에 바질 씨앗(사진에서 빨간 원)이 앞뒤에 붙어 있어요. 설명에 따르면 자격증 카드 그대로 점선 부위까지 꽂은 다음 물을 주면 3~5일 뒤 싹이 튼다고 해요.

 

바질이니까 좋은 향이 나겠지요? 아마 공감했던 이야기를 바질 향처럼 널리 널리 퍼뜨려 달라는 뜻이지 않나 싶어요. 바질 씨앗은 너무 멋진 아이디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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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성공 - 더 가치있게 더 충실하게 더 행복하게 살기
아리아나 허핑턴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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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생을 새롭게 창조한 이들을 보면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번뜩임(직관)’이나 내면의 울림에 귀기울인 사람들이 많다. 일본의 뇌과학자 모기 겐이치로는 《창조성의 비밀》에서 창조성은 ‘체험’과 ‘열정’이라는 두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즉, “창조성 = 체험 × 열정”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인문학 광고쟁이 박웅현은 “현재 하고 싶은 것에 몰입하라”(까르페 디엠!)고 소리 높여 외친다.

 

‘우연히 찾아오는 행운’을 뜻하는 '세렌디피티'는 자칫 그저 주어지는 것이라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축적된 경험과 정보가 있어야 제대로 생겨나기 마련이다. 즉 세렌디피티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찾아온 세렌디피티를 알아차리고, 어떤 번뜩임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게 해야 창조성으로 제대로 발휘되는 것이겠거니 싶다.

 

아리아나 허핑턴도 그랬다. 2007년 4월 6일. 이 날은 그녀에게는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특별한 날이었다. 당시 그녀는 과로와 수면 부족으로 실신하면서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눈가가 찢어졌으며, 광대뼈가 부러졌다. 병원으로 실려 간 그녀는 대기실에서 문뜩 세렌디피티와도 같은 번뜩임을 얻게 된다. “내가 원하는 삶이 정말 이런 것일까?”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가 닥치는 순간, 사소한 걱정거리들과 하찮은 문젯거리는 순식간에 잊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의 대부분이 덧없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진리이다." - 49쪽

 

바람직한 삶은 어떤 것인가
그녀는 “돈과 권력에서 보면 분명 성공한 사람이었다”고 자평한다. 2005년에 창간한 허핑턴포스트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었고, 그녀는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이었으며,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에 18시간을 일하며 사업을 확대해 나가기에 여념이 없없다.

 

하지만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렇게 바쁘게 살다가 죽으면 얼마나 허망할까? 허핑턴은 진정으로 바람직한 삶을 위하여 돈과 권력을 넘어 성공을 평가하는 제3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착안했다.

 

이러던 차에 2013년 스미스 칼리지 졸업식 축사 의뢰를 받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기회를 가진다. 그녀는 제3의 성공 기준으로 웰빙(Well-Being), 지혜(Wisdom), 경이(Wonder) 그리고 베풂(Giving)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책의 원제는 'Thrive‘, 즉 '번창하다, 성공하다'이다. 이는 저자가 인생에서 진정으로 성공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혜안을 담고자 했기 때문이리라.

 

 

책은 프롤로그와 성공 기준 4가지를 각각 다룬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를 읽어 보면 그녀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 제3의 성공 기준에 대한 개요, 앞으로의 포부 등이 언급되어 있다. 내용도 허투루 쓴 것이 아니라 별도의 장(章)으로 여겨도 좋을 정도로 충실하다.

 

나는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특이한 상상에 잠시 빠져든다. 온갖 참고문헌과 논문 따위를 잔뜩 쌓아놓고 즐거운 비명을 내지르며 엄청난 속도로 타이핑을 하는 한 여자의 모습. 바로 허핑턴이다. 자신이 새롭게 착안한 번뜩임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몰입되었을지 상상하기 가히 어렵지 않겠다. 그 치밀하고 뜨거운 분위기는 본론에서도 이어진다. 그러니 데이지 않도록 조심하라!

 

첫 번째 성공 기준 : 웰빙 (Well-Being)
저자에 의하면 현대인은 과도한 업무로 탈진,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으로 약물 중독에 의존하는 등 ‘문명의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녀는 우리가 건강상의 위기를 맞은 후에야 비로소 인생의 중요한 가치에 관하여 관심을 기울인다고 우려한다.

 

허핑턴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음챙김’(충만감)과 ‘명상’을 통해 웰빙을 누리기를 권한다. 이 둘은 우리 삶의 모든 부분과 영적인 안녕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은 물론이고 창의력까지 키워준단다. 이어 다른 성공 기준인 지혜, 경이로움과 베풂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기본 요소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는 어린 두 자녀와 함께 하는 저녁을 위해 오후5시 30분에 퇴근하겠다고 선언했고, 스티브 잡스는 아들 리드의 졸업식에 참석해서 아들과 춤을 추면서 축복했다고 한다. 이렇듯 성공의 정점에 이른 사람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다름아닌 가족의 안녕과 웰빙이었다.

 

저자는 웰빙을 위해 ‘충분한 수면’을 강조한다. 흔히 우리는 수면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성공의 척도처럼 여기지만, 그녀는 단호히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에 따르면,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창의력과 독창성, 리더십, 자신감 및 의사결정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최소 30분 이상은 더 자라고 권한다. 

 

나는 TED 강의에서 수면에 관한 그녀의 지론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과로에 찌든 심신에서 벗어나 하루를 개운하게 시작할 수 있다면 이 또한 큰 복이라는 수면 전도사의 복음이 여간 반갑지 않았다. 독자 여러분도 한번 들어보시라!

 

 

 

두 번째 성공 기준 : 지혜 (Wisdom)
허핑턴은 아테네에서 자란 덕분에 그리스 고전과 신화를 생활 속에서 배울 수 있었다고 토로한다. 이는 그녀가 삶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 결국에는 우리 스승이며, 삶 자체가 거대한 교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원동력이 되었다.

 

그녀가 전해주는 지혜의 폭과 깊이는 일상의 소소함에 힘들어하는 내게 큰 힘이 되었다. 그녀에 따르면 우리 내면에서 중심을 찾는다면, 양립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다른 사람들과 행위들이 우리 삶에서 얼마든지 조화롭고 질서있게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당신이야말로 내가 찾던 사람이다”라고 긍정적으로 인정해 주면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삶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과 공존할 수 있는 지혜가 얼마나 크던가!

 

나는 그녀가 솔직하게 개인사를 밝히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 자신의 어려운 고비를 승화시킨  담대한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가령 마이클과 결혼해서 11년 살고, 16년 전 이혼했다는 것, 큰 딸 크리스티나의 약물 중독 이야기. 결국 자녀들을 위해 마이클과 아리아나는 이혼 후에도 아이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파티에 함께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노력이 있었기에 딸들은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가슴 찡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불행과 역경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과 건강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녀는 빅토르 프랑클과 넬슨 만델라가 보여준 초월적인 지혜를 높이 평가한다. 특히 만델라가 보여준 “자유로 향한 문을 나서면서 마음 속의 반감과 증오를 버리지 못한다면 나는 계속 교도소 안에 있는 것”이라는 화해와 용서의 정신은 그 얼마나 숭고한가!

 

세 번째 성공 기준 : 경이 (Wonder)
저자는 아이들의 얼굴, 조개껍데기, 비와 꽃 등 평범하고 흔한 것들에게 자극 받을 때 경이로움이 더욱 커진다고 토로한다. 이렇듯 아이와 자연 그리고 예술은 우리가 경이를 경험하는 가장 비옥한 토양이 된다. 그렇기에 박물관과 미술관은 우리가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경이로움을 맛볼 수 있는 오아시스다.

 

요즘같이 자극적인 오락거리가 많고 멀티태스킹이 대세인 시대에 끊임없이 무엇인가와 연결되어 살아가야하는 현대인에게는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 완전히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허핑턴은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고 우리 주변의 세계에 눈을 돌려 보라고 권한다. 바쁜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경이감을 되찾고 삶의 축복과 풍요로움을 만끽해 보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죽음’은 우리 삶에 긍정적 의미를 지닌다. 즉 일상의 삶에 죽음이란 현실을 끌어안을 때 비로소 삶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삶에서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제한된 시간에 그런 가치를 추구하고 나누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우리의 삶과 미래를 새로운 시각으로 경이롭게 바라볼 수 있으며, 긍정적 에너지로 충만한 삶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 준다.

 

허핑턴은 자신의 어머니, 엘리의 삶과 죽음을 통해 배운 것을 진솔하게 터놓는다. 엘리는 병상에 있을 때도 죽음을 맞이할 때도 사람들이 마음 속에 쌓아둔 장벽을 허물려고 무던히 노력했다고 한다. 죽음 앞에서도 의연했던 엘리의 평정심은 훗날 저자가 큰 프로젝트를 당차게 해낼 수 있었던 큰 밑걸음이 되지 않았을까?

 

네 번째 성공 기준 : 베풂 (Giving)
허핑턴에 따르면 웰빙과 지혜와 경이가 개인적인 부름에 대한 응답이라면, 베풂은 인류를 향한 부름에 대한 응답이다. 베풂과 사랑, 배려와 공감, 동정심 등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 자신과 안락함을 포기하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만이 세계에 닥친 복잡다단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라는 것이다. 또한 내면 세계를 강하게 유지해 주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베풂을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는 주말에 봉사 활동을 해 보라고 권한다. 꼭 금전이 아니어도 우리가 지닌 능력이나 재능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도 있다. 가족과 함께라면 금상첨화!

 

부모가 아이에게 공감과 연민이 무엇인지 봉사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말을 가르치듯 보여줄 수 있다면 우리 아이도 이를 배워서 지속적으로 실천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가 지역 사회와 지구촌이 직면한 다양한 위기들을 이겨내기 위한 지혜를 모으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 리더가 되다보면 놀라운 경이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베풂과 봉사는 우리가 홀로 떨어져 있는 이방인이 아니라 인류라는 방대하지만 끈끈한 가족의 일부임을 깨닫게 해 주는 통로라는 것이다. 일찍이 네루다는 “익명의 사람들로부터 전해지는 사랑의 감정은 우리 존재의 경계를 넓혀주고 모든 생명체를 하나로 결합시키기 때문에 무엇보다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찬양했다. 이렇듯 베풂과 봉사는 지역 공동체와 지구촌에 더 큰 웰빙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너무 늦기 전에 읽어야 할 인생지침서
책을 다 읽고 나니 문득 스쳐 지나가는 깨달음이 있었다. 아! 허핑턴이 제안한 제3의 성공 기준들, 즉 웰빙-지혜-경이-베풂이 서로 맞물려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아닌가! 결국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 주고 이끌어주면서 더 큰 혜택과 축복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다.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겠다!

 

여기서 나는 그녀가 말로만 공언하는 실언가(失言家)가 결코 아님을 언급하고 싶다. 가령 직원들이 일하는 근처에 수면실을 두는가 하면, “영혼을 위한 GPS” 앱을 운영하면서 마음을 평온하고 균형잡힌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지원한다. 또한 허핑턴포스트와 스콜 재단이 공동으로 베풂을 확산시킬 수 있는 모델들을 개발하여 꾸준히 봉사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허핑턴이 던지는 메시지는 내게 참으로 강렬했다. ‘성공을 꿈꾸는 사람’에서 ‘아낌없이 베푸는 사람’으로 변하고, 세상과 다시 교감하며, 삶의 풍요로움을 맛보라는 것이다.

 

옮긴이 강주헌은 이 책을 한 마디로 “자신의 내면과 주변을 돌아보며 여유롭고 느긋한 삶을 살자”로 요약하면서 ‘너무 늦기 전에 읽어야 할 인생 지침서’로 평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마치 눈앞에 ‘세렌디피티’를 찾은 듯한 가슴벅찬 감동을 느꼈다. 이제 나도 새로운 하프 타임을 바라봐야할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와 있다. 이건 아닌데 싶으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을 못 잡고 있던 차에, 허핑턴의 조언은 참으로 반갑고도 고맙기 그지없다.

 

당분간은 그녀가 던져준 ‘번뜩임’을 내 삶에 적용해 보기 위해 바빠지려 한다. 그리고는 오후의 홍차 한 잔 놓고 내 삶과 사람들에 온전히 몰입해 보련다. 다시는 이런 ‘세렌디피티’를 놓치고 싶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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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모비 딕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맷 키시 지음, 강수정 옮김 / 미메시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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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 맷 키시(Matt Kish)는 다양한 이력을 지녔다. 카페테리아 요리사, 전문의 수련의, 서점 매니저, 영어 선생님, 도서관 사서 등. 정민 선생의 말처럼 "미쳐야 미친다!"에 딱 들어맞지 않나 싶다.

미국의 영화배우 윌 스미스가 자신의 아들과 함께 주연한 영화〈
애프터 어스를 보면, 재미난 장면이 나온다.

우주선이 지구에 불시착하는 장면에서 아들이 아빠에게 소리친다
. "아빠 저 모비 딕 읽고 있어요!" 헐~ 그 찰나의 순간에 이런 대사가 흘러나오다니. 윌의 제안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발상을 했을까.

윌의 어머니는 도서관 사서였다고 한다
. 그 영향으로 윌은 어릴 적부터 고전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한다 이제 영원한 고전 '모비 딕'을 광인(狂人) 맷 키시의 작품으로 다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을 펼치니 독특한 비주얼이 눈앞에 달려든다. 또 헐~

▲자신과 작품 앞에 선 맷 키시, 이 작품은 책 578쪽에서 볼 수 있다.


맷 키시는 1년 반 동안《모비 딕》의 원작에서 페이지당 한 구절씩 따 와서 폐지에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원작이 552페이지 분량이었다고 하니 거의 매일 그림 한 점씩 그렸다고 보면 되겠다. 아마 책에 실린 그림도 실제로 헤아려보진 않았어도 족히 그 만큼 될 것이다.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왜 굳이 빼겠는가?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 책은 같은 출판사에서 강수정 선생의 옮김으로 나온《모비 딕》과 함께 읽으면 좋다. 아니 그렇게 해야 한다. 가령 본문에 나오는 빨강과 파랑으로 표시된 숫자는 《모비 딕》(열린책들)의 쪽수와 일치한다. 상권의 경우 빨강, 하권은 파랑(298쪽부터)으로 구분해 놓았다. 이 책의 번역도 강수정 선생이 맡았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저자의 열정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신기하게도 페이지마다 한 구절씩 뽑아낸 것을 그대로 이어놓아도 나름 멋진 이야기 한 편이 되는 게 아닌가. 더욱이 저자의 영감 속에 탄생한 번뜩임의 이미지가 제대로 살아 분수공처럼 뿜어져 나오지 않는가. 별 희한한 일도 다 있지 싶다. 오프라 윈프리가 선정한〈당신이 읽을 줄 몰랐던 하지만 읽자마자 바로 사랑에 빠질 11권의 책〉 중 1위를 차지했다고 하는데, 결코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보기 전에 먼저모비 딕을 보시라. 이 때 누구 편을 드는 게 아니지만, 강수정 선생의 판이어야 한다. 그래야 원작과 그림이 매칭된다. 원작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해 보는 맛이 참 재미롭다. 가령 에이해브 선장의 광기, 이슈마엘(작품속 화자), 타슈테고, 다구, 퀴퀘그, 스타벅, 스터브 등등 작살잡이들의 분투, 바다와 파도의 다양한 이미지, 피쿼드호와 레이첼호의 모습 등등.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압권은 고래의 다양하고 이채로운 이미지를 맘껏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 난 키시의 독창성이 여기에 강렬하게 잘 드러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특히 177쪽과 280쪽에 실린 고래 그림이 좋았다. 한편 475쪽 이미지는 원작 표지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로 솜씨가 능준하다. 이제 여러분도 모비 딕의 팬이라면 자신만의 이미지를 찾아보자. 아니면 직접 그려보는 것도 좋겠지만, 당분간 어렵다면 이 책 권해 드린다. 고전은 매번 새로운 번역 혹은 새롭게 읽기도 훌륭하지만, 맷 키시 식의 독특한 표현이랄까 이미지를 통한 해석도 반갑기 그지 없다.

 

뮤지컬 '모비 딕'은 고래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피쿼드 호 선원들의 심층적 내면세계를 파고 드는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11년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씨가 제작한 창작뮤지컬 '모비 딕'이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된 바 있다. 고전모비 딕을 놓고 여러 장르에서 융합적 교점을 찾는 이런 시도는 원작 속에 인간의 본성(가령 에이해브 선장과 스터브 일등항해사의 갈등, 자연과 인간의 대결 등)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끊임없이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예술적 기법을 통해 오늘과 교감하는 것은 동시대를 사는 우리에겐 넉넉한 복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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