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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평점 :
2016년
콩쿠르상 수상작은 레일라 슬리마니(Leïla
Slimani)의
《달콤한
노래》(원제
Chanson
Douce)가
차지했다.
이
작품은 2012년
10월
뉴욕에서 보모가 두 아이를 살해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작가는 모로코
라바트 태생으로 어릴 때 보모 손에 길러졌다.
실제
사건과 자신의 경험을 살려 몽환적 분위기의 스토리를 그려냈다.
뉴욕
사건에서 보모는 2년
동안 아이들 셋을 맡아 돌보다 전화로 그녀의 어머니와 심하게 말다툼한 뒤 옆에 있던 두 아이를 칼로 살해했다.
희생된
아이는 첫째 룰루(6)와
막내 레오(2)였다.
보모
자신도 칼로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둘째
네시(3)는
마침 어머니와 함께 밖에 있었던 덕분에 무사했다.
하지만
모녀는 보모가 전화를 받지 않자 집으로 찾아갔다 사건 현장을 목격했다.
그
트라우마가 얼마나 심했을까.
2012년 보모의 손에 희생된 룰루(왼쪽)와 레오
이야기의 무대는
파리 10구
오트빌 가의 근사한 아파트다.
폴과
미리암 부부는 5층에
산다.
그들은 밀라와 아당을 키운다.
폴은
유명한 스튜디오에서 아티스트들의 어시스턴트로 일하고,
미리암은
변호사 일을 잠시 휴직했다 다시 시작했다.
폴과 미리암은
유모 면접을 보고 루이즈를 채용한다.
루이즈는
기대 이상이었다.
루이즈가
오고 몇 주 뒤 뒤죽박죽이었던 아파트는 완벽한 실내 공간으로 바뀐다.
부부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다.
루이즈가
환상적인 솜씨를 발휘하는 곳은 부엌이다.
요리에
서툰 미리암 탓에 그간 없다시피 했던 친구들 초대도 다시 가능해졌다.
루이즈는
아이들을 몹시 사랑한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하루 종일 노래를 불러 주거나,
말놀이나
쿠션 던지기,
숨바꼭질
같은 놀이도 곧잘 했다.
작가가 비극적인
사건을 묘사하면서 ‘달콤한
노래’로
명명한 이유는 뉴욕의 보모가 평소 아이들에게 메리 포핀스에 관한 노래를 들려줬기 때문이다.
메리
포핀스는 두 아이를 키우는 뱅크스 씨네 유모다.
그녀는
우산을 쓰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재미있는
노래와 유쾌한 놀이로 아이들과 환상적인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아이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수호천사 처럼 맞선다.
런던
올림픽 개막식 때 메리 포핀스가 하늘에서 내려와 어린이 병원에 침입한 병균을 퇴치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지기도 했다.
루이즈는
아이들에게 메리 포핀스와 같은 존재였다.
미리암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우리
보모는 요정이에요.”
그녀는
루이즈가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거실 선반 위에 놓으며 “당신은
우리 가족이에요.”라고
말했다.
폴은
루이즈에게 미소 지으며 “꼭
메리 포핀스 같다”고
칭찬했다.
폴은
행복했다.
“자기
삶이 이제야 마음속 욕망과 폭발하는 에너지,
삶의
즐거움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 같”았다.
하지만 미리암은
일과 가정 속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보지 못하는 것이 괴롭다고,
아무
칭찬도 듣지 못하면서 이렇게 질주하는 삶이 고통스럽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시어머니의
비난 탓에 미리암은 “바닥에
쓰러뜨려져 수없이 칼에 찔리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 우연히
벌어진 사건으로 폴과 미리암은 루이즈에게서 불길한 기운을 느끼기 시작한다.
작가는 이야기의
초점을 루이즈에게 맞춘다.
그녀에게는
다 자란 딸 스테파니가 있다.
두
사람은 서로 소통이 안 된다.
루이즈의
남자 자크는 무기력한 방관자에 불과하다.
루이즈가
전에 돌봤던 엑토르는 가까이에서 몇 년을 보냈는데도 “그녀의
이미지는 흐릿하고 형체가 없다”고
기억한다.
루이즈가 아이들을
해친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비록
루이즈가 망상성 우울증을 앓았다고 하지만,
이
때문만은 아니다.
루이즈의
행복을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어쩌면
『이방인』에서
뫼르소가 자신의 죽음이야말로 진실 되고,
그것이
자신의 삶을 증명한다고 말했던 것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결국
아이들이 죽어야 했던 이유는 아이들의 삶과 행복을 위해서일지 모른다.
이
지독한 역설이란.
그녀(루이즈)는
언제까지고 그들의 천진무구함,
그들의
열정을 마음에 담고 싶다.
그녀는
아이들이 처음으로 무언가를 바라볼 때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
어떤
기계의 원리를 깨달을 때,
곧
지겨워질 거라는 사실은 절대 미리 생각하지 않고 무한 반복을 희망할 때,
그런
때의 그들의 눈으로.
(271쪽)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도 하고,
불행하게도
하는 것들의 정체는 꼭 안개 같다.
알
것 같은데 모르겠고,
뭔가
떠오르지만 콕 짚어서 말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루이즈는
그런 존재와도 같다.
이
작품은 달콤한 노래 뒤에 감춰진 인간의 본성에 관한 탐구다.
한편
작품은 수상 후 영화 판권이 팔려 영화로도 제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