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유전자
톰 녹스 지음, 이유정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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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년 이맘때쯤일 거예요. 톰 녹스를 처음 만났습니다. 터키의 쿠르드 지역에서 발견된 고고학 유적지 괴베클리 테페에서 인류의 기원의 비밀을 담고 있는 것들이 드러나면서 끔찍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는 <창세기 비밀>. 고대인의 인신공희 풍습을 비롯해, 헬파이어 클럽, 검은책...등 소설 속 이야기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책을 보는 중간 ‘괴베클리 테페’를 검색해보기도 했던 책이었습니다. ‘톰 녹스’란 저자의 이름을 기억하는 계기가 되고 그의 다음 작품 <카인의 유전자>를 기다리게 했는데요.




얼마전 반가운 소식이 들리더군요. 바로 톰 녹스의 <카인의 유전자>가 출간되었다는 겁니다. 얼마나 기다리던 건데, 놓칠 수야 있나요? 이런 책은 따끈한 기운이 가시기 전에 얼른 봐야 한다는 게 저의 지론이라면 지론입니다. ‘젊은 남자가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어떻게 잘랐는지 설명했다’로 소설은 시작하는데요. 이 짧은 문장을 보면서 언뜻 떠오른 생각, ‘오~, 충격적인 시작! 예사롭지 않아. 전작을 봤을 때 이번에도 분명 뭔가 큰 건을 하나 터뜨릴 것 같은걸?’이었습니다.




소설은 두 명의 시선으로 진행됩니다. 프리랜서 기자인 사이먼은 마약중독자의 모임에 나가서 자신의 숨기고 싶은 과거를 털어놓습니다. 똑똑하고 전도유망하던 형이 언제부턴가 갑자기 변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어머니를 칼로 찌르고 맙니다. 다행히 어머니는 목숨을 구했지만 그의 가족은 그 날을 기점으로 해체의 위기를 맞고 말았다는 건데요. 피를 나눈 형제가 정신질환을 앓는다는 건 그의 내면에 자신에게도 정신질환의 유전자가 흐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그는 샌더슨 경감에게서 해괴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살해방법이 다름아닌 ‘매듭’. ‘매듭살인’이란 건데요. 순간 매듭으로 어떻게 살인할 수 있는지 상상이 되지 않았는데, 잠시후 그게 어떤 걸 뜻하는지 알고서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 바로 데이비드입니다. 어렸을 때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할아버지와 함께 지낸 그는 임종을 앞둔 할아버지를 찾아오는데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른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그의 할아버지도 데이비드에게 뭔가를 털어놓으려 합니다. 그의 부모님에게 일어난 사고를 비롯해 그의 출생에 관한 의문, 그리고 한 장의 낡은 지도. 할아버지는 그에게 말합니다. 스페인의 빌바오로 가라고. 그 곳에서 호세 가로비요를 찾으라고. 뭔가 의문스러운, 알 수 없는 말만 늘어놓는 할아버지는 다음날 돌아가시는데요. 이후 데이비드는 할아버지의 변호사로부터 놀라운 얘기를 듣습니다. 할아버지가 그에게 현금 200만 달러를 유산으로 남겼다고.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건 바로 데이비드가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레사카 마을로 가서 호세 가로비요를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200만 달러! 이얏호!하고 함성을 질러야 할 대목이지만 데이비드는 의문을 갖습니다. 그토록 가난하게 살던 할아버지에게 엄청난 돈이 있었다고? 이해할 수 없어. 분명 뭔가가 있다고 여긴 데이비드는 길을 떠납니다. 스페인의 빌바오로.




역사와 고고학,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현장감 있는 장면 묘사와 스릴 넘치는 이야기, 역사와 종교의 이면에 감춰진 인간의 추악한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카인의 유전자>는 저자 톰 녹스의 저력을 여실히 드러낸 작품이었습니다. 2차 대전이 일어나게 된 원인인 인간 유전자의 비밀, 나치의 우생학 연구, 홀로코스트, 피레네 산맥의 버림받은 민족 카고...등 저자가 펼쳐놓은 이야기에 빠져 6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두툼한 책장이 숨 가쁘게 넘어갈 정도였으니까요. 거기다 실존하는 인물과 장소가 등장해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부터가 저자의 상상일까...궁금했습니다. 방대한 자료조사와 역사를 바탕으로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톰 녹스.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볼 수 있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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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풍경과 함께 한 스케치 여행
이장희 글.그림 / 지식노마드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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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대학 졸업 후 직장 때문에 3년 조금 넘게 서울에서 지냈습니다. 눈 뜨고도 코 베어간다는 서울에 나 혼자 가겠노라 했다면 부모님께서 반대하셨겠지만 다행히 언니가 서울에 있었어요. 부모님과 떨어져 언니의 자취방에 얹혀살게 된 첫 날, 제일 먼저 한 일은...서울시의 전체와 중심가 부분을 상세하게 그려놓은 지도와 지하철 정액권을 구입하는 거였습니다. 그런 다음 언니는 절 데리고 대학로에 갔습니다. 거리의 분위기며 말투가 제가 살던 곳과 어딘지 모르게 낯설었지만 그곳을 가득 메운 젊음과 활기는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이후로 우리 자매는 경복궁을 비롯해 연인이 걸으면 헤어진다는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고 졸린 눈을 부비며 새벽시장을 찾기도 했는데요. 그런 서울 나들이도 언니가 유학을 떠나면서 중단되고 말아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릅니다. 




그래선지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가 출간되었을 때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 들었어요. 오래전 제가 서울에 머물 때와 지금의 모습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언니와 함께 다녔던 곳을 스케치 그림으로 만나면 어떤 기분일까. 느낌이 어떻게 다를까. 정말 가보고 싶었지만 끝내 찾지 못했던 그 곳도 책에 있을까...?




‘한반도 중앙부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수도’. ‘정치·경제·산업·사회·문화·교통의 중심지’. ‘아시아경기대회, 서울올림픽경기대회가 개최된 국제적인 대도시’. ‘경제발전과 함께 도시화가 진행되어 거대도시(Megalopolis)가 되고 있다’. 인터넷으로 ‘서울’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문구들입니다. 한마디로 서울은 모든 분야에  걸쳐 ‘최첨단으로 발달한 거대도시’라는 의미인데요. 저자는 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합니다. 서울의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보다 서울의 역사를 간직한 곳, 때론 아픔과 슬픔마저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 그곳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책은 서울, 하면 떠오르는 곳 ‘광화문’을 시작으로 ‘경복궁’ ‘명동’, ‘수진궁’ ‘효자동’ ‘광화문 광장’ ‘종로’ ‘청계천’ ‘우정총국’ ‘정동’ ‘혜화동’ ‘숭례문’ ‘경교장’ ‘딜쿠샤’ ‘인사동’에 이르기까지 모두 열 네 곳의 서울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요. 각각의 장소마다 역사와 유래 같은 것들을 스케치 그림과 함께 보여줍니다. 이를테면 경복궁에서 각 건물의 이름과 목적, 의미를 설명한 다음엔 경복궁 내부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마치 스냅사진 찍는 것처럼 부분 부분의 그림을 그린 다음 설명글을 덧붙였는데요. 그 설명글이 정말 절묘합니다. 경복궁 근정전을 수호하는 서수들의 그림에 ‘이런 서수들의 피규어는 왜 나오지 않는 걸까. 모두 다 수집할 용의가 있는데 말이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복원된 광화문을 보면서는 예전의 광화문이 자꾸 떠올라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사는 곳이 지방이어서 서울에 대해 몰랐던 것들도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우체국 중 하나가 우리나라, 그것도 서울에 있는데 개설되어 폐쇄까지, 실제 업무는 불과 20여 일이 안 되는 가장 짧은 기간이라는 '우정총국'을 비롯해서 국내 모빌딩의 디자인이 사실은 일본에 있는 건물의 복사판인데, 그런 건물이 전국에 깔려있다는 것, 1989년 독일이 통일되면서 철거된 베를린 장벽의 일부가 청계천에 설치되어 있으며 광복 이후 안두희에게 암살당하기 전까지 백범 김구 선생이 머물렀던 '경교장'이 그 보존상태에 있어서 너무 초라하다는 대목은 무척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본문에 미처 수록하지 못한 그림들을 책의 후반부에 모아서 ‘미처 다 담지 못한 풍경들’이라고 담아놓았는데요. 북촌의 어느 골목길에 떨어진 꽃잎이며 고궁의 갖가지 아름드리 문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또 제일 마지막에 ‘바퀴, 바퀴, 바퀴’는 탈것(자동차)홀릭인 작은 아이가 어찌나 좋아하던지...버스며 트럭, 굴삭기들을 자꾸만 가위로 오려달라고 해서 말리느라 진땀을 뺐답니다.




제가 사는 곳의 박물관에서는 해마다 ‘문화제 그리기 대회’를 엽니다. 탑이든, 도자기든, 어떤 것이든 박물관에 전시된 문화재 중에서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을 택해서 그 앞에 자리를 펴고(작은 공부상을 들고 오는 사람도 있어요) 몇 시간이고 그림을 그리는데요. 중요한 것은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가 아닌 것 같습니다. 한 장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하나의 문화재를 그렇게 오랫동안 집중해서 바라봤다는 것. 그런 자세, 과정들이 중요한 게 아닐까요? 그리고 바로 그런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문화재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대하는 마음도 달라지겠지요. 오랫동안 바라본 대상일수록 사랑도 싹트는 법이니까 말입니다. 그러고보면 서울의 여러 곳을 수많은 그림으로 남기는 동안 저자는 분명 서울과 사랑에 빠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이지 호사스런 시간이었습니다. 미처 가보지 못했던, 그렇게나 가보고 싶었던 서울을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 그리 흔치 않거든요. 다만 본문의 글자가 너무 작아서 보기가 좀 어려웠어요. 편집상 글의 크기를 조절할 수 없다면 책의 판형을 조금 크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 외엔...즐거운 책읽기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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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풍경 -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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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아직도 읽지 못한 작품들이 있는데요. 그 대표주자가 바로 조정래의 대하소설 3부작입니다. 대하소설이다 보니 분량이 총 32권으로 너무 방대하다는 것, 혹시나 어렵진 않을까 싶어서 매번 시도하지 못하지만 실제로는 <태백산맥>에서 시작해 <아리랑>, <한강>으로 이어지는 우리 민족의 파란만장한 근현대사, 그 거대하고 유구한 이야기를 온전히 몰입하고 가슴에 담아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요. 얼마전부터 조정래의 작품들이 속속 개정판으로 출간되면서 <불놀이>를 시작으로 <대장경>을 만났고 이번엔 <상실의 풍경>까지, 새로운 마음으로 만날 수 있어 무척이나 즐겁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불놀이>와 <대장경>이 장편소설이었는데 비해 <상실의 풍경>은 조정래의 데뷔작인 [누명]을 비롯해 총 10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발표 시기는 1970년부터 1973년까지로 조정래의 작품 중에서도 초기에 해당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왜냐면 1970년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새벽종이 울렸네~”란 노래로 대표되는 새마을운동이지요. 농촌의 현대화를 시작으로 우리나라를 대대적으로 개발하자는 운동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의 어둠이 깊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기 시작하면서 권력이나 불합리, 폭력에 저항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마악 싹트고 있을 때였는데요. 바로 그런 때에 청년 조정래가 있었습니다. 불의를 보면 주먹을 불끈 쥐고 부당한 폭력 앞에 울분을 토하는 뜨거움을 간직한 청년 조정래는 작품을 통해 당시의 사회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삶이 어떠했는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카투사로 복무하는 태준은 신병동기인 서점동이 어느 날 발에 심한 부상을 입자 그의 치료를 돕기 위해 약품을 챙겨오다가 물건을 절취하려 했다는 누명을 쓰고 만다는 [누명], 아버지가 여수사건에 가담했다는 것 때문에 가난에 허덕이다가 끝내 교도소에 갇히고 마는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북에 납치된 줄 알았던 아버지가 실제로는 자진 월북했다는 것 때문에 학군단 후보생에서 탈락하고 마는 [어떤 전설], 초등학교의 반장선거를 통해 당시의 비틀린 정치행태를 꼬집는 [이런 식(式)이더이다], 6.25와 베트남전이란 전쟁으로 인해 남편과 아들을 모두 잃는 비극을 겪는 어미의 한맺힌 삶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청산댁], 도시의 바쁜 업무에 매달려 살아가는 사이 신경과민으로 인한 신경쇠약이란 병을 얻어 17년 만에 고향을 찾았지만 고향 역시 그동안 많이 변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상실감만 안고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는 표제작 [상실의 풍경] 등 각각의 단편은 모두 당시의 불안한 사회적 분위기가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습니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을 다시 읽으며 저자는 20년 후에는 우리가 통일을 이루게 될거라 기대했는데 그 두 곱, 40년이 다 되었는데도 아직 통일을 이루지 못했다...는 건데요. 처음 그 대목을 읽을 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글이 10개의 단편을 모두 읽고 나서 다시 보니 순간 커다란 안타까움이 밀려왔습니다. 40여 년 전 청년 조정래가 어떤 마음으로 소설을 썼을 거라는 것이 떠올라서 그랬고, 지금의 우리 모습이 40여  년 전의 모습과 그리 달라지지 않아서 그랬습니다. 모쪼록 20년, 아니 40년 후에는 이런 아픔, 억울함, 부당함, 커다란 상실감을 다시 겪지 않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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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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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그녀와의 첫 만남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기이하면서도 스릴 있고 유머가 넘치는 분위기에 빠져 넋을 놓고 있으면 마치 정신 차리라는 듯 정곡을 쿡 찌르는 말을 한 마디 날렸지요. “가끔 궁금했어. 진짜 네가 누군지. 숨는 놈 말고, 견디는 놈 말고, 네 인생을 상대하는 놈. 있기는 하냐?”




혹시 아시나요? 어떤 작품인지? 네...동갑내기 두 청년의 정신병원 탈출기를 그린 <내 심장을 쏴라>였는데요. 이 소설이 그녀와의 첫 만남인데도 불구하고 전 완전히 그녀의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그녀는 저의 완소작가가 되었습니다. 언제끔 그녀의 차기작이 나오려나...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어요.  <7년의 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을 손에 잡았을 때 당장 달려들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무릎 위에 책을 올려놓고 한참 고민했습니다. ‘7년의 밤’....대체 어떤 의미일까? 전작에서 작품을 위해 정신병원 폐쇄병동에서 환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열정을 보여줬던 저자이기에 이번엔 어떨까...그녀라면 분명 평범을 넘어서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일텐데...두근두근 기대가 됐습니다.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소설은 시작, 첫 문장부터 충격이었습니다. 뭔가 육중한 것으로 머리를 세게 맞은 느낌이랄까요? 이 한 문장에 또 한참동안 고민했습니다. 뭣, 사형집행인? 그것도 아버지의? 아니 왜? 무엇 때문에? 깊이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의문들로 인해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정유정, 이 작가 대체 무슨 얘길 하려는거야?




열 두 살의 소년이 있었습니다. 소년의 이름은 최서원. 밤사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서원과 독자는) 전혀 알지 못하건만 저자는 (서원과 독자는) 더욱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갑니다. 갑자기 ‘미치광이 살인마’가 되버린 아버지, 엄마는 죽음. 서원은 그 날 밤 이후로 가족을 한꺼번에 잃었건만 누구 하나 서원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습니다. 안개가 짙게 깔린 새벽공기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서원을 감싸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서원에게 달려들어 그간의 사정을 캐내기 바쁩니다. 다 불어! 호수에서 2주 전에 죽은 여자 아이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했다고 말해도 형사들은 어이없는 반응만 보일 뿐입니다.




도대체 밤사이 어떤 일이 있었길래 수많은 취재진이 열두 살 소년을 둘러싸게 되었을까요? 여기를 봐! 소년이 걸음을 뗄 때마다 일제히 플래시가 터졌습니다. 아빠를 만났니? 빛의 바다에서 소년은 홀로 섬이 되었습니다. 울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정유정. 그녀는 정말 대단합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물이 있어 언제나 음산하고 스산한 동네, 세령호와 등대마을을 탄생시킨 저자는 그곳에 한 무더기의 사람들을 풀어놓았습니다.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도록 유도했습니다. 이 소설을 위해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놓은 줄도 모르고 등장인물들은 저자가 예상했던 수순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밟아나갑니다. 우발적 살인, 그로 인한 파멸, 공포, 혼란....그 속에서 사람들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의문을 갖습니다.




정말 궁금하지 않나요? 어떤 이야기인지? 말하고 싶어, 털어놓고 싶어서 입이, 손이 간질거리지만 꾸우욱 참을래요.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합니다. 이 하나의 문장에 눈이 번쩍 뜨이셨다면, 그 다음엔 분명 책을 손에 들고 계실거라는 거.... 




세상은 ‘지난밤 일’을 ‘세령호의 재앙’이라고 기록했다. 아버지에게 ‘미치광이 살인마’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를 ‘그의 아들’이라 불렀다. 그때 나는 열두 살이었다.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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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부자들 - 평범한 그들은 어떻게 빌딩부자가 되었나
성선화 지음 / 다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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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뉴욕 같은 번화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볼 때 나는 “나도 저런 데 한 번 가봤으면...”하고 남편은 “나도 저런 빌딩 하나 있었으면...”한다. 그야말로 동상이몽이 따로 없는 상황 속에서 순간 쿡,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신이 내린 직장도,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연봉도, 물려받은 재산도 없다. 그저 정년까지 쭈우욱 회사를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지금의 최대소원인데. 그런데 우리 같은 서민이 도대체 무슨 수로! 뉴욕의 초고층빌딩을? 로또 1등 당첨을 연거푸 맞아도 안된다는 거 알어?




내게 있어 ‘빌딩부자’는 올라가지 못할 나무였고, 그림의 떡이었다. 그러니 빌딩부자, 아니 부동산 재테크로 돈을 벌려다가 풍비박산 맞지 말고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는 속담을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




그런데 봄이 되어 겨우내 언 땅이 녹고 싹이 트듯 작은 희망을 꿈꾸게 됐다. 최근 출간된 <빌딩부자들>이란 책에서 저자는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빌딩부자가 될 수 있단다. 월세 1억, 100억짜리 빌딩부자도 처음엔 10만원짜리 월세부터 시작됐다고. ‘오, 세상에. 그것이 정말인가요?’ ‘대체 비법이 뭐죠?’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자는 ‘빌딩’과 ‘부자’의 개념에 대해 짚어준다. ‘빌딩부자’란 ‘근로소득이 없어도 더 이상 부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금융소득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런 다음 자신이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됐는지, 그 계기에 대해 털어놓는다. 오랫동안 기자로 일하면서 우연히 한 빌딩부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빌딩부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어졌다고. 빌딩부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을 거’라는 생각을 버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후 저자는 본격적으로 빌딩부자들을 찾아 인터뷰하기 시작했고 50여 명의 빌딩부자들과 인터뷰했던 것을 정리한 책이 바로 이 <빌딩부자들>이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 ‘그들은 어떻게 빌딩부자가 되었나’에서는 빌딩부자들 각자의 삶의 지침과 빌딩투자에 있어서의 포인트에 대해 알려주고 두 번째 ‘빌딩부자를 말한다’에서는 구체적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빌딩부자들의 성공비결과 노하우를 비롯해 빌딩부자들의 공통점에 대해 다룬다. 마지막 세 번째 ‘빌딩부자에 도전하라’에서는 빌딩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실천방법과 재테크 기법에 대해 짚어준다.




빌딩부자도 처음엔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대목도 놀라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 바로 세 번째 부분이었다. 빌딩을 소유한 부자가 되려면 우선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그것을 종잣돈으로 시작해 눈덩이처럼 불릴 줄 알아야 하는데 평범한 홀벌이 가정인 우리 집의 형편으로는 아예 시작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책에서는 나와 같은 이에게 도움이 되도록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소개하고 있어서 향후 재테크 전략을 세울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




에필로그에 소개된 ‘재테크 초보 성 기자의 좌충우돌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마치 우리 집의 일상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에서 흠칫 놀라기는 했지만 무언가를 모으고 그것을 차곡차곡 쌓기 위해서는 최대한의 절약과 약간의 희생, 그리고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란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재테크, 특히 ‘수익형 부동산’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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