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유전자
톰 녹스 지음, 이유정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작년 이맘때쯤일 거예요. 톰 녹스를 처음 만났습니다. 터키의 쿠르드 지역에서 발견된 고고학 유적지 괴베클리 테페에서 인류의 기원의 비밀을 담고 있는 것들이 드러나면서 끔찍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는 <창세기 비밀>. 고대인의 인신공희 풍습을 비롯해, 헬파이어 클럽, 검은책...등 소설 속 이야기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책을 보는 중간 ‘괴베클리 테페’를 검색해보기도 했던 책이었습니다. ‘톰 녹스’란 저자의 이름을 기억하는 계기가 되고 그의 다음 작품 <카인의 유전자>를 기다리게 했는데요.




얼마전 반가운 소식이 들리더군요. 바로 톰 녹스의 <카인의 유전자>가 출간되었다는 겁니다. 얼마나 기다리던 건데, 놓칠 수야 있나요? 이런 책은 따끈한 기운이 가시기 전에 얼른 봐야 한다는 게 저의 지론이라면 지론입니다. ‘젊은 남자가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어떻게 잘랐는지 설명했다’로 소설은 시작하는데요. 이 짧은 문장을 보면서 언뜻 떠오른 생각, ‘오~, 충격적인 시작! 예사롭지 않아. 전작을 봤을 때 이번에도 분명 뭔가 큰 건을 하나 터뜨릴 것 같은걸?’이었습니다.




소설은 두 명의 시선으로 진행됩니다. 프리랜서 기자인 사이먼은 마약중독자의 모임에 나가서 자신의 숨기고 싶은 과거를 털어놓습니다. 똑똑하고 전도유망하던 형이 언제부턴가 갑자기 변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어머니를 칼로 찌르고 맙니다. 다행히 어머니는 목숨을 구했지만 그의 가족은 그 날을 기점으로 해체의 위기를 맞고 말았다는 건데요. 피를 나눈 형제가 정신질환을 앓는다는 건 그의 내면에 자신에게도 정신질환의 유전자가 흐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그는 샌더슨 경감에게서 해괴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살해방법이 다름아닌 ‘매듭’. ‘매듭살인’이란 건데요. 순간 매듭으로 어떻게 살인할 수 있는지 상상이 되지 않았는데, 잠시후 그게 어떤 걸 뜻하는지 알고서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 바로 데이비드입니다. 어렸을 때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할아버지와 함께 지낸 그는 임종을 앞둔 할아버지를 찾아오는데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른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그의 할아버지도 데이비드에게 뭔가를 털어놓으려 합니다. 그의 부모님에게 일어난 사고를 비롯해 그의 출생에 관한 의문, 그리고 한 장의 낡은 지도. 할아버지는 그에게 말합니다. 스페인의 빌바오로 가라고. 그 곳에서 호세 가로비요를 찾으라고. 뭔가 의문스러운, 알 수 없는 말만 늘어놓는 할아버지는 다음날 돌아가시는데요. 이후 데이비드는 할아버지의 변호사로부터 놀라운 얘기를 듣습니다. 할아버지가 그에게 현금 200만 달러를 유산으로 남겼다고.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건 바로 데이비드가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레사카 마을로 가서 호세 가로비요를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200만 달러! 이얏호!하고 함성을 질러야 할 대목이지만 데이비드는 의문을 갖습니다. 그토록 가난하게 살던 할아버지에게 엄청난 돈이 있었다고? 이해할 수 없어. 분명 뭔가가 있다고 여긴 데이비드는 길을 떠납니다. 스페인의 빌바오로.




역사와 고고학,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현장감 있는 장면 묘사와 스릴 넘치는 이야기, 역사와 종교의 이면에 감춰진 인간의 추악한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카인의 유전자>는 저자 톰 녹스의 저력을 여실히 드러낸 작품이었습니다. 2차 대전이 일어나게 된 원인인 인간 유전자의 비밀, 나치의 우생학 연구, 홀로코스트, 피레네 산맥의 버림받은 민족 카고...등 저자가 펼쳐놓은 이야기에 빠져 6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두툼한 책장이 숨 가쁘게 넘어갈 정도였으니까요. 거기다 실존하는 인물과 장소가 등장해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부터가 저자의 상상일까...궁금했습니다. 방대한 자료조사와 역사를 바탕으로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톰 녹스.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볼 수 있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