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세상을 움직이다
기획회의 편집부 엮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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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뒤늦게 알게 된 것이 있다. 아니,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줄곧 알았던 사실을 이제야 인정하게 됐다. 내가 유혹에 약하다는 사실...그런데 문제는 내가 유혹을 느끼는 대상이다. 대한민국 원조 꽃미남 장동건이나 달콤한 미소와 조각같은 외모로 모든 여성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다니엘 헤니, 터프하면서 다정다감한 공유...가 아니라 평균무게 1킬로그램 정도의 사각형 물체...책이다.




책의 유혹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거기다 지름신이 거들기라도 하면 가계부엔 커다란 구멍이 뚫리기 일쑤다. 책 읽는 속도가 구입하는 속도를 도무지 따라잡을 기색이 없음에도 나는 부지런히 인터넷 서점을 들락거리고 마우스를 클릭한다.




내게 있어 책이란 무엇인가. 잠깐의 외출에도 책을 챙기고 아무리 피곤해도 잠자기 전엔 책을 읽어야 직성이 풀리면서도 책이란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된 책이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북페뎀 - 어린이책>이었고 이번에 <책으로 세상을 움직이다>를 읽었다.




<책으로 세상을 움직이다> 이 책은 현재 우리나라의 출판사에서 기획이나 편집, 영업을 담당한 30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인데 예전에 읽었던 <북페뎀>과 함께 지금까지 몰랐던 책의 세계를 구경할 수 있었다. 책을 좋아하고 될 수 있으면 많이, 속에 담긴 깊은 의미까지 읽어내길 언제나 원하면서도 그 책이 출간되기까지의 과정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수도꼭지를 돌리면 물이 콸콸 나오는 게 당연하듯 책 역시 그러하리라...여겼던 게 아닐까.




이 땅의 모든 어머니가 산고의 고통을 치르듯 이 땅의 모든 출판인들이 한 권의 책을 출간하기까지 산고의 고통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30명의 출판인이 풀어놓은 30가지 얘기들...그 속엔 숱한 회의와 매일같이 반복되는 밤샘작업, 지방출장, 책 판매량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한 홍보와 영업전략...을 거치는 일련의 과정이 직접 담당했던 이가 들려주는 것이어선지 흥미진진하고 생생하게 담겨있다. 마치 직장선배나 동료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면서 서로 어려움을 털어놓고 격려해주는 자리에 초대를 받은 듯한 느낌이었다.




행복한 중독에 빠진, 책 만드는 사람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사람들. 가장 인간적인 향기가 나는 사람들. 그러고보면 난 아직 덜 미쳤다. 아직 미완의 광기에 놓여 있지만, 사뭇 변하는 나 자신을 실감한다. 그리고 아주 조금은 알 듯하다. 책이 얼마나 지독한 중독성이 있는지를. - 282쪽.




그들의 얘기 속에 내게 특별한 책이 나오면 뛸듯이 반가웠고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 책, 심혈을 기울여 만든 책이 독자들로 하여금 외면을 받은 것이 속상했으며 몇 년 전 논란이 됐었던 베스트셀러 조작사건은 우리 출판계의 현실이 이 정도인가....싶어 안타까웠다.




돈을 벌려면 출판계를 떠나라....는 충고 아닌 충고를 들으면서도 책을 사랑하고 책 만드는 일이 즐거우며 무엇보다 책으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기에 출판계를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들...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빛나는 외모도 독특한 개성도 특별한 재능도 없는, 그다지 내세울 것 없는 나지만 그래도 오늘의 나를 키워준 건 8할이 책이었다고.




세상에 사람을 가르는 수만 가지 기준이 있듯이 책을 나누는 기준도 수천 가지다. 잘 팔려서 회사에 서점에 도움을 주는 책과 안 팔려서 폐기목록에 오르는 책도 있고, 꼭 출판해야 하는 책과 내지 않아도 될 책이 있다. 사람에게 양심이 되는 책과 독이 되는 책. 영업인이기에 앞서 출판계 종사자로서 혹시 불량과자를 과대포장해서 팔지는 않은지, 정말 좋은 양식을 무능과 게으름 때문에 팔지 못하고 유통기한을 넘기지는 않은지, 판매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는 마음이다. - 3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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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 - 내 마음속 가장 아름다운 그곳
림헹쉬 지음, 백은영 옮김 / 가야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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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은 왜 이렇게 얇어? 좀 두꺼우면 어디가 덧나나?”




학창시절 넉넉하지 않은 용돈으로 책 한 권을 사려면 서점에서 한참 망설여야 했다. 소설은 몰입하는 재미가 있지만 금방 읽히고 시집이나 에세이는 곱씹는 맛은 있지만 선택에 따라 감흥의 차이는 엄청났다. 때문에 기왕이면 두툼...하면서도 감동과 재미를 가져다줄 수 있는 책을 찾느라 고심했었다.




책의 두께와 감동은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 한번에 몰입해서 읽어야 제격인 책이 있는가하면 오랫동안 곁에 두고서 조금씩 읽을 때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책이 있다. 음식으로 말하자면 장이나 김치, 젓갈...같은 일종의 저장음식....같다고나 할까.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도 바로 그런 책이었다. 표지에서 우표크기로 나눠진 여덟 개의 칸 속엔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이 책은 시집처럼 두께가 얄팍해서 단번에 휘리릭...읽혀진다. 하지만 그러면 이 책의 제대로 된 맛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장을 넘길 때마다 한 쪽엔 짧막한 글, 한 쪽엔 빨간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꿈에 그리던 것을 마침내 품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소유한 동시에

잃어버리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잊고 말았다. <소유라는 것/ 36쪽>




책 속에서 빨간 원피스의 소녀는 대부분 표정이 없다. 하지만 마치 콕, 하고 점을 찍어놓은 듯한 소녀의 두 눈...이 오히려 더 많은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때론 찔끔...한방울 눈물을 흘리지만 소녀는 왠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을 것 같은 느낌....




결국 조금 다쳤지만,

괜찮아.

이게 바로 성장이거든. <괜찮아/ 76쪽>




‘내 마음속 가장 아름다운 그 곳’이란 부제가 붙은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 이 책 속의 빨간 원피스 소녀를 지켜보며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면서 나는 내가 잃어버린 게 뭘까...생각했다. 나의 낙원은 어떤 것이었을까.




예전의 나는 전쟁이나 기아, 질병이 없는 곳, 언제나 평화가 가득한 곳이 낙원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나의 낙원은 아이들의 환한 미소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 우리의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것...그게 바로 낙원이고 행복이란 생각이 든다.




나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요즘처럼 아파트가 아닌 일반 주택이 대부분이던 때...골목이나 공터에서 친구들과 말방놀이, 고무줄 뛰기, 술래잡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같은 놀이를 하다보면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저녁 먹으러 들어오라는 언니의 재촉이 두어번 있고 나서야 겨우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못내 아쉬운듯 말했다. “안녕, 내일 또 놀자!”




그 시절이 바로 잃어버린 나의 낙원이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 동심을 잃어갈수록 낙원으로부터 점점 멀어져갔다.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내 마음속 가장 아름다운 그 곳으로...




나는 내 유년과 다시 만나지 못할 줄 알았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을 때, 난 비로소 깨달았다.

내 마음 깊은 곳이 굳게 잠겨 있었음을.

어린 시절의 친구들이 내게 손을 흔든다.

난 어느새, 게임의 규칙을 잊어버렸다. <마음의 문/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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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가르치는 우리 아이 처음 국어
이은미 지음 / GenBook(젠북)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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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난 여름, 처음으로 아이의 성적표를 받았다. <자라는 모습>이란 수행평가서를 보니 아이가 유일하게 ‘중’을 받은 교과가 있었으니... 바로 ‘쓰기’ 였다. 대부분의 아이가 대부분의 과목에서 ‘상’이란 평가를 받는 1학년 1학기에 ‘중’을 받았다?...충격이었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몇 달 앞두고 뒤늦게 배운 한글이니 ‘쓰기’ 과목에 있어 ‘중’ 평가는 어떻게 보면 예견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설마....했었다. 이제 입학한 아이들의 한글쓰기는 비슷한 수준일거라고... 다른 건 몰라도 그림책 하나만큼은 아이에게 꾸준히 읽어줬으니 엄마로서의 내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천만의 말씀, 나의 착각이었다.




요즘 아이의 국어 공부....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로 영역이 나뉜 아이의 국어교과서는 전자제품 사용설명서처럼 아무리 읽어도 도무지 이해되지 않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는 생소한 것이었다. “엇, 이게 뭐야?” “이걸로 뭘 어떻게 공부한다고?”...이러다가 한 학기를 그냥 보내버렸으니...한숨만 나올 뿐이다.




‘동화 읽는 교사 모임 추천도서’란 대목이 눈길을 끄는 <우리 아이 처음 국어> 이 책은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에게 엄마가 직접 국어 과목을 가르칠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해놓은 책이다.




내용도 ‘말하기.듣기’ ‘읽기’ ‘쓰기’의 교과 영역에 맞춰서 각각의 교과에선 어떤 것을 어떻게 배우는지 예를 들어 상세하게 설명해놓고 있다. 특히 ‘말하기.듣기’ 영역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점이 돋보였다. 우리말의 장단음 문제를 비롯해서 다섯고개. 열고개 놀이, 수수께끼 놀이와 같이 언제든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제시해놓아 많은 참고가 되었다.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말소리를 구별할 줄 알고, 낱말의 소리와 뜻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국어 실력을 쌓기 위한 가장 밑바탕이 된답니다. -  21쪽.




‘읽기’와 ‘쓰기’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아이의 일기와 독후감 을 지도할 때는 어떤 점에 주의를 해야하는지 아이들의 글과 그림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놓고 있다. 권장도서목록에 얽메이기보다 내 아이의 수준에 맞는 그림책을 직접 찾아서 읽혀야한다는 신간보다는 고전,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를 읽혀야 한다는 원칙에서부터 받아쓰기 연습할 때 띄어쓰는 부분에는 띄어쓰는 표시를 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덧붙여 아이에게 절대 강요해선 안된다는 것과 함께...




중요한 것은 책을 좋아하고 즐기면서 읽는 것인데 그 원래의 목적을 잃어버린 채 숙제를 하기 위해서, 다른 아이들도 하니까, 혹은 독후감상을 받기 위해서 독후감 쓰기를 하다 보면 책읽기도 독후감 쓰기도 괴로운 일이 되어 버리고 말지요. -212쪽.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둔 엄마를 위해, 내 아이에게 ‘엄마표’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엄마를 위해 출간된 책, <엄마가 가르치는 우리 아이 처음 국어>. 이 책이면 집에서 아이와 함께 국어공부하는 것도 훨씬 수월해질 것만 같았는데...왠지 자꾸 마음에 걸린다.




산만한 아이를 만드는 것도, 집중하는 아이를 만드는 것도, 말귀를 잘 알아듣는 아이를 만드는 것도, 말귀가 어두운 아이를 만드는 것도 모두 엄마입니다. - 81쪽.




처음에 먹었던 마음이 끝까지 유지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진다고나 할까...숨이 막힌다고 할까...? 마치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엄마가 이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한다고 주장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이 공부를 집에서 엄마가 가르치기 힘들어서 학원에 보낸다는 심정이 이해가 된달까....? 아이 낳아 키우고 공부시키기가 정말 고난의 연속이라는 것...엄청 복잡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다. 나는 과연 아이에게 친근한 안내자가 될 수 있을까...




엄마는 눈에 힘을 주고 아이를 지켜보면서 어서 공부하라고 재촉하는 감독관이 아니라, 아이의 옆에서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이끌어주는 친근한 안내자가 되어야 합니다. -  조회시간,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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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10-1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아이도 읽기는 좋아하는 데 쓰기로 연결이 되지 않아 고민입니다. 아 힘들어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엄마가 읽으면 큰 도움이 될 책이군요.
 
위대한 왕
니콜라이 바이코프 지음, 김소라 옮김, 서경식 발문 / 아모르문디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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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초등학생 무렵이었던 것 같다. 어린이용으로 출간된 <위대한 왕>을 봤었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빨간머리 앤>을 비롯해 <소공자><소공녀><정글북><십오소년표류기>..등과 함께 이뤄진 전집이었는데 그 책의 원래 주인은 4살 위인 언니였다. 워낙 책을 안 읽는 언니에게 엄마가 제발 책 좀 읽으라고 사 줬는데 언니는 책꽂이에 꽂아두기만 할뿐 표지도 넘겨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내가 보려고 하면 그때마다 언니는 생색을 냈다. 심부름이나 숙제를 대신 해달라거나 몇 백원 달라는 식이었다. 정말 치사한 방법이지만 언니 소유의 책이 탐나는걸 어쩌겠는가...몰래라도 봐야지.




그렇게 고생고생 읽은 책 중에서 <위대한 왕>은 특별했다.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동물, 호랑이라니...그것도 왕!! 대부분의 의인동화가 재미를 위해서 주인공을 단편적이고 코믹하게 묘사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묵직한 무게만큼이나 왕의 존재감도 엄청났다.




하지만 막상 동물원에 본 호랑이의 모습이란...우리에 갖혀 맹수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멍...한 표정을 한 호랑이에게선 어떤 카리스마도 느껴지지 않았다. 덩치 큰 고양이?....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 날 이후로 위대한 왕은 내게서 서서히 잊혀졌다.




그리고 30년이 지나 아이의 엄마가 되어 만주의 밀림을 호령한 한국 호랑이의 일생이란 소제목의 <위대한 왕>을 다시 읽으면서 무척 기뻤다. 잊고 있었던 옛친구를 다시 만난듯... 감개무량하다고 해야할까. 더욱이 이번엔 축약본이 아닌 완역본, 터럭 하나하나까지 생생하게 업그레이드된 완벽한 <위대한 왕>이다.




표지를 보면 저자인 니콜라이 바이코프는 30여년을 만주의 자연 속에서 생활했다고 하는데 그때의 경험이 이 책을 빛내주고 있다. 타이가 지역의 풍경이 시간과 날씨, 장소, 계절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또 그곳에 서식하는 동물들의 모습이나 습성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어미호랑이가 새끼호랑이를 키우는 모습 중에서 새끼호랑이들이 오소리를 사냥하는 광경이 무척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어미 호랑이가 입구를 틀어막고 있는 동굴 속에서 끝까지 저항하는 오소리와 어떻게든 사냥에 성공하려는 새끼 호랑이들의 공방전은 숨막힐 정도로 실감났다.




책 속에는 저자가 직접 그렸다는 삽화가 있는데 요즘의 전문 삽화가에 비해 잘 그린 아니지만 무척 볼만하다. 한 장면을 포착해 그림으로 옮기기까지 오랜 시간동안 반복된 세심한 관찰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테니 말이다.




또 짧고 쉽게 풀어쓴 문장은 읽기에도 수월할 뿐 아니라 속도감도 더했다. 그 중에서 무척 인상적인 문장이 있었다.




호랑이는 멧돼지 무리가 장소를 옮길 때 쫓아다닌다. 하지만 무리의 구성원 전부를 없애버리는 일은 없다. 이곳의 중국인들은 호랑이가 멧돼지 떼를 ‘방목한다’고 말한다. 사실 이 무시무시한 ‘목동’은 인정사정없는 전제군주처럼 피의 조공을 징수하는 셈이다. - 79쪽.




어찌보면 섬뜩한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순간 “쿡!...”하고 웃음이 나왔다. 호랑이의 먹이 사냥 습성을 어쩜 이리도 꼭 들어맞게 표현했을까...싶었다.




뿐만 아니라 산업화로 인해 자연이 어떻게 파괴되고 훼손되는지...숲의 오랜 터줏대감이었던 수많은 동물들이 그들의 서식지로부터 쫓겨나는 모습은 무척 안타까웠다.




예전에 이 자유로운 황무지의 초록 언덕에는 순록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수많은 야생 동물들이 살았지만, 이제는 금속으로 만든 번쩍이는 날쌘 용이 끊임없는 굉음을 내며 굴러다녔다. - 170쪽.




위대한 왕은 정복할 수 없는 새로운 힘이 전진하고 있으며 과거의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 234쪽.




숲의 모든 동물의 의지를 대변하듯 위대한 왕과 동물들의 낙원이었던 숲을 야금야금 파먹어가는 인간은 마지막 대결을 펼친다. 그리고 위대한 왕은 그의 유일하게 인정한 인간, 위대한 모피 사냥꾼인 퉁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숨을 거둔다.




서경식의 발문에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근대 문명’으로 말미암아 파괴되는 대자연과 멸절의 위기로 내몰리는 야생동물들은 구미열강의 침략 앞에 내던져진 아시아 피압박 민족의 암유로 읽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위대한 왕>을 읽는다면, 조선호랑이 자손들의 비극적인 최후는 더더욱 조선민족의 운명에 대한 암유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 13쪽.




이 책이 쓰여진 것으로 추측되는 1930년대 우리나라는 서구열강으로 무장한 일본에 의해 온 나라가 피를 흘리던 때였다. 당시 우리 민족의 모습이 러시아인인 니콜라이 바이코프에겐 전설 속 위대한 왕과 겹쳐보였던 게 아닐까.




위대한 왕, 조선 호랑이가 만주를 비롯해 중국, 백두산을 호령했듯 그 조선호랑이의 후손인 우리도 그러할 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깨어나라, 위대한 왕이여!!




타이가의 전설에 따르면, 산의 정령인 위대한 왕은 아주 오래된 노야령 산맥 꼭대기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언젠가 위대한 왕은 깨어날 것이다. 그 우렁찬 목소리가 산과 숲을 가로질러 쩌렁쩌렁 울리고 끝없는 메아리가 되어 퍼져나갈 것이다. - 에필로그, 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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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시리 짜증이 난다.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데...

그 녀석은 내가 뭘 하든 상관없이 

사사건건 간섭에 트집...것도 안되면 울음으로 밀어붙이기 일쑤다 

잠깐 짬이 나서 컴퓨터를 켜면

 득달같이 달려오는 무서븐 녀석...

 내 손보다 더 빨리 놀린다.



 
"야~아, 엄마, 잠깐 좀 하자~응?"

 사정을 해도 막무가내다.

 
어른보다 더 설치는 요녀석땜에

 신랑이 회사에서 안 쓰는 작은 키보드를 가져왔다.

 
그런데...

 눈치를 챈걸까.

 지껀 휙 던져버리고 다시 덤빈다.


이 녀석은 무법자다.

 엄마의 유일한 취미생활을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방해하는 무.법.자....

 
이쯤되면 나도 오기가 생긴다.

 "그래, 그럼 너 거기 계~속 있어~. 벌이야!!"

 지가 붙어있어봤자 얼마나 있겠어?

 
하지만 내가 몇 발짝 떨어지기도 전에 울어버린다.

 "뭐? 이젠 안아달라고?"

 나 좀 봐주라....ㅠㅠ

 
해결책이 없다.

 요녀석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나죽었네...할 수 밖에...


그나저나 요즘 책읽는 폼이 볼만하다.

 지가 알고 먹을 수 있는 과일, 포도나 바나나가 나오면

 책에 입을 가져가는 게... 무지 웃긴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싶은데...

 영....포착이 안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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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10-19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뻐라~~ 넘 귀여워요. 책 읽는 폼이 예사롭지 않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