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 - 내 마음속 가장 아름다운 그곳
림헹쉬 지음, 백은영 옮김 / 가야북스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시집은 왜 이렇게 얇어? 좀 두꺼우면 어디가 덧나나?”




학창시절 넉넉하지 않은 용돈으로 책 한 권을 사려면 서점에서 한참 망설여야 했다. 소설은 몰입하는 재미가 있지만 금방 읽히고 시집이나 에세이는 곱씹는 맛은 있지만 선택에 따라 감흥의 차이는 엄청났다. 때문에 기왕이면 두툼...하면서도 감동과 재미를 가져다줄 수 있는 책을 찾느라 고심했었다.




책의 두께와 감동은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 한번에 몰입해서 읽어야 제격인 책이 있는가하면 오랫동안 곁에 두고서 조금씩 읽을 때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책이 있다. 음식으로 말하자면 장이나 김치, 젓갈...같은 일종의 저장음식....같다고나 할까.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도 바로 그런 책이었다. 표지에서 우표크기로 나눠진 여덟 개의 칸 속엔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이 책은 시집처럼 두께가 얄팍해서 단번에 휘리릭...읽혀진다. 하지만 그러면 이 책의 제대로 된 맛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장을 넘길 때마다 한 쪽엔 짧막한 글, 한 쪽엔 빨간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꿈에 그리던 것을 마침내 품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소유한 동시에

잃어버리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잊고 말았다. <소유라는 것/ 36쪽>




책 속에서 빨간 원피스의 소녀는 대부분 표정이 없다. 하지만 마치 콕, 하고 점을 찍어놓은 듯한 소녀의 두 눈...이 오히려 더 많은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때론 찔끔...한방울 눈물을 흘리지만 소녀는 왠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을 것 같은 느낌....




결국 조금 다쳤지만,

괜찮아.

이게 바로 성장이거든. <괜찮아/ 76쪽>




‘내 마음속 가장 아름다운 그 곳’이란 부제가 붙은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 이 책 속의 빨간 원피스 소녀를 지켜보며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면서 나는 내가 잃어버린 게 뭘까...생각했다. 나의 낙원은 어떤 것이었을까.




예전의 나는 전쟁이나 기아, 질병이 없는 곳, 언제나 평화가 가득한 곳이 낙원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나의 낙원은 아이들의 환한 미소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 우리의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것...그게 바로 낙원이고 행복이란 생각이 든다.




나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요즘처럼 아파트가 아닌 일반 주택이 대부분이던 때...골목이나 공터에서 친구들과 말방놀이, 고무줄 뛰기, 술래잡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같은 놀이를 하다보면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저녁 먹으러 들어오라는 언니의 재촉이 두어번 있고 나서야 겨우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못내 아쉬운듯 말했다. “안녕, 내일 또 놀자!”




그 시절이 바로 잃어버린 나의 낙원이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 동심을 잃어갈수록 낙원으로부터 점점 멀어져갔다.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내 마음속 가장 아름다운 그 곳으로...




나는 내 유년과 다시 만나지 못할 줄 알았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을 때, 난 비로소 깨달았다.

내 마음 깊은 곳이 굳게 잠겨 있었음을.

어린 시절의 친구들이 내게 손을 흔든다.

난 어느새, 게임의 규칙을 잊어버렸다. <마음의 문/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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