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PD의 파리와 연애하기 - 파리를 홀린 20가지 연애 스캔들
김영섭 지음 / 레드박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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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주 방문하는 블로거 중에 신혼여행으로 파리를 다녀온 이가 있다.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신혼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조금씩 올렸다. 신혼부부 단 둘만의 여행이었는지 사진 속 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자유로웠다. 간편한 복장에 쑥스러운 듯 어색하면서도 자연스런 포즈,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파리의 정경. 신선했다. 새로웠다. 사실 에펠탑과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 노틀담 성당, 퐁네프다리는 파리!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파리의 명소지만 텔레비전 브라운관을 통해 봤던 모습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화려하지만 요란하지 않고 소박하고 수수하면서도 전통의 멋을 그대로 살린 도시, 파리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김영섭 PD의 파리와 연애하기> 이 책은 여행기이면서도 여행기가 아니다. 뭐 그런 말이 다 있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게 가장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를 제작한 방송국 PD인 저자가 한 달간의 휴가를 ‘러브 스토리 인 파리’를 화두로 파리여행에 나선다. 사랑을 부르는 도시 파리를 배경으로 한 20가지의 사랑이야기를 에펠탑이나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 베르사이유 궁전, 오페라 하우스, 노틀담 성당, 퐁네프다리와 같은 파리의 명소들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러브 스토리 인 파리’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샤갈과 벨라,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 나폴레옹과 조세핀, 다이애나와 도디 파예트,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의 미셸과 알렉스, <노트르담 파리>의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페르젠, 에디트 피아프와 이브 몽땅...등 우리가 익히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이야기라니? 왠지 새롭지 않은가. 귀가 솔깃해진다.




책은 20가지의 사랑이야기를 얘기하고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해피엔딩이 아닌 안타깝고 슬픈 결말을 보여주고 있었다. 열정적인 사랑이 사랑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거나 목숨을 잃기도 했다. 또 각각의 이야기들이 조금씩 비슷한 일면을 보이기도 했다. 샤갈과 벨라, 빅토르 위고와 줄리에르 드루에, 이 두 커플의 사랑은 사랑하는 여인 벨라와 드루에로 인해 샤갈과 위고의 예술혼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케이스다.  하지만 그들은 여인의 죽음에 절망하다 못해 샤갈은 한동안 붓을 잡지 못했고 위고 역시 창작의욕을 상실했다고 한다.




다이애나와 도디, 마리 앙투아네트와 페르젠의 사랑도 닮아있었다. 어느 누구도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신분의 여인, 화려한 궁전에서 보석으로 온몸을 치장하며 사치를 일삼을 거라 여겼던 그녀들은 사실 평범함을 꿈꿨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소박하게 살아가는 현모양처를 바라지만 그들의 사랑은 모두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특히 세기의 결혼식이라 할만큼 전세계의 주목을 끌었던 다이애나는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 뒤엔 남편인 찰스의 계속된 불륜에 지친 나머지 어둠속으로 침잠해드는 불행한 결혼생활이 숨어있었다. 그렇기에 사랑의 절정에 이른 그들의 갑작스런 죽음은 너무나 안타까웠다.




‘파리’란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도시이자 자유와 열정, 낭만이 살아숨쉬는 도시다. 그 파리의 곳곳에 숨어있는 사랑이야기를 매일 조금씩 읽으면서 그들의 열정과 낭만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들의 사랑이 비록 애절하고 속절없이 끝나버렸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늘 사랑을 꿈꾸며 살아가는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라도 언제든 꼭 파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그 곳에 전해지는 수많은 사랑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사랑과 낭만의 도시 파리는 시간이 흘러도 내 가슴에서 온전히 살아있지 않을까.




천년이 흘러도 죽지 않은 불멸의 사랑. 사람은 가도 사랑의 사연은 남았으니, 누구든 일생 그런 사랑 하나를 가졌다면 그의 인생을 결코 헛되지 않은 것이리라. - 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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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그리스 로마인 이야기 - 서양문명을 탄생시킨 12인의 영웅들
칼 J. 리차드 지음, 박태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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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면 종류나 분야를 가리지 않는 편이다. 아무리 읽어도 이해할 수 없어서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싶은 책도 간혹 있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어야 속이 후련하다. 그런 내게 유독 어려워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그리스로마신화와 세계사이다. 틈나는대로 부족한 지식을 보충하려고 눈에 띄는 책은 꼭 읽으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이윤기님의 그리스로마신화 시리즈는 중간에서 읽다 말았고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는 읽으려는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왜?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왠지 어려울 거 같으니까.




<한권으로 읽는 그리스로마인 이야기>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기대반 걱정반의 심정이었다. 얼마전에 세계사의 흐름과 윤곽을 크게 아우르는 책을 읽었기에  기대가 됐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그리스로마인’이라는 대목이 역시나 만만치 않을 듯했다. 책에서 말하는 12명 중에 절반, 아니 삼분의 일이라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면 성공한 책읽기라 여기고 읽기 시작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물러서지 말자고 굳은 결심을 하고 책장을 펼쳐 서양문명에 기여한 공로가 큰 그리스로마인이 누구인지부터 살폈다. 호메로스, 탈레스, 테미스토클레스, 페리클레스, 플라톤, 알렉산더 대왕, 스키피오, 카이사르, 키케로, 아우구스투스, 바울, 아우구스티누스. 모두 12명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헉, 인물의 자세한 업적은커녕 이름조차 모르는 이가 수두룩...절반을 넘어선다. 순간 살짝 위축됐지만 무조건 고! 볼펜이랑 형광펜을 들고 고고!!




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장가라 일컬어지는 호메로스부터 다루고 있다. 그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현대의 작가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으며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얘기하고 있다. 그중에 특히 인상에 남는 대목은 호메로스가 그의 작품에서 여성을 호의적인 관점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것과 그가 장님 시인이라는 사실(이번에 처음 알았다!)이었다.  서스펜스와 생동감 넘치는 문장으로 서양문학의 시조라 불리는 호메로스의 작품.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철학의 창시자라는 탈레스는 정말 놀라운 인물이었다. 우주를 물리적인 개념으로 인식한 그는 1년을 365일로 나누는 방법을 생각해냈고 일식을 예측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음악도 수학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걸 증명했으며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의 원조도 바로 탈레스였다고 한다.




그리고 페리클레스!! 민주주의의 싹을 틔운 개혁자라고 일컫는 그는 엄격하면서도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 공정한 태도를 보여줬다고 한다. 반면에 아테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뇌물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그 증거로 페리클레스가 민회에 보고한 결산보고서에 ‘불가피한 목적에 10탈렌트’란 항목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페리클레스가 스파르타와의 전쟁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상대편 왕의 고문에게 뇌물을 쓴 거였다. 어찌나 웃기던지 한참 웃었다.




서양철학의 시조인 플라톤 편에서는 그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서도 함께 다루고 있었다. 플라톤의 이름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게 있다. 플라톤의 원래 이름은 ‘아리스토텔레스’이라는 것. 즉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와 이름이 같은 레슬링 선수였던 플라톤에게 어깨가 넓은 이란 뜻인 ‘플라톤’을 이름으로 한 게 아닐까.




이외에도 옥타비아누스가 알렉산드리아에 입성하여 내란을 종식시킨 달을 기념하기 위해 8월을 ‘August'라 했다는 걸 알게 됐다. 또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임종직전에 “가장 힘센 자에게” 제국을 물려주겠다고 말하면서 몇 몇 장군들이 제국을 차지하기 위한 유혈투쟁을 벌였다는 대목이나 영화 속에서 포악하고 광기어린 인물로 묘사됐던 칼리굴라와 네로의 악행에 대한 부분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서양문명을 탄생시킨 12명의 영웅들’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책으로 만난 12명의 인물들은 문학과 철학, 과학, 정치 등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큰 공로를 세웠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인물 개개인의 업적이나 일대기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알기엔 부족했다. 아니 한 권의 책에 담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이나 흐름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표지에 그려진 12명의 인물 캐리커처를 처음엔 한 명도 알지 못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선 호메로스, 페리클레스, 플라톤, 알렉산드로스 대왕, 카이사르. 5명을 알 수 있었다. 실로 엄청난 발전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로마는 그리스의 문화를 사랑했다. 서양의 문명과 문학,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리스로마의 문명과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데 이 책이 알기 쉬운 예비지식, 좋은 길잡이가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읽을 즈음 막 <로마인 이야기>를 읽기 시작한 신랑은 이 책을 자꾸 기웃거렸다. 혹시나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신랑의 독서계획을 담당한 나로선 절호의 기회다. 신랑의 <로마인 이야기> 다음 작품은 바로 이 <한권으로 읽는 그리스 로마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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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들의 전쟁 2 - 제1부 늑대족의 피
마이떼 까란사 지음, 권미선 옮김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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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옛날, 대마녀 오의 딸인 오드와 옴, 그녀들에게서 시작된 대립은 그 후손인 오디시와 오마르에게로 이어졌다. 대마녀 오는 언젠가 붉은 머리를 한 선지자가 나타나 오랜 대립을 종식시킬 것이란 예언을 하고 최후를 맞는다. 그 예언 때문인지 아나이드의 엄마인 셀레네가 어느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아나이드는 엄마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자신을 찾아 공항으로 나온 끄리셀다 이모할머니와 함께 아나이드가 시칠리아로 향하는 것으로 2권은 시작된다. 시칠리아에서 만난 발레리아와 끌로디아에게서 그동안 자신이 알지 못했던 마녀들의 세계에 대해 얘기를 듣고 아나이드는 무척 놀란다. 아나이드의 출연으로 여러 부족의 부족장 마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그들은 셀레네가 예언 속의 선지자가 틀림없다고 여기고 아나이드가 셀레네를 무사히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신들의 부족에게만 전해지는 마법이나 전투술, 분신술들을 하나하나 아나이드에게 전수해준다. 자신의 엄마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관심이 아나이드에게 쏠려있자 끌로디아는 질투를 하고 아나이드에게 심통을 부린다. 밤에 몰래 집을 빠져나가는 끌로디아에게 아나이드가 오디시를 조심하라며 충고하지만 그걸 흘려들었던 끌로디아는 급기야 오디시의 마수에 걸려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자 아나이드가 나타나 구해준다.




동굴에서 수련하던 아나이드는 그곳에 머무는 혼령을 만나고 그에게서 셀레네를 구하려면 ‘그녀가 사라진 곳으로 돌아가 태양의 길을 따라가야’ 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까마귀족의 족장인 꼬르넬리아에게서 비행술을 배운 아나이드는 즉시 피레네 산맥으로 날아간다. 집으로 돌아간 아나이드는 엄마의 친구이자 주치의였던 까렌에게서 뜻밖의 얘길 듣는다. 자신이 어릴때부터 줄곧 먹었던 약이 아나이드의 능력과 성장을 억제하고 있었다는 거였다. 엄마의 의도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아나이드는 어둠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 호숫가에서 드디어 엄마를 만나는데...




솔직히 처음 이 책을 봤을 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판타지동화치고는 표지가 왠지 칙칙하고 어두워서 마음에 걸렸다. 알록달록 예쁘고 멋진 표지가 요즘 얼마나 많은가. 근데 막상 읽고 보니 정말 재밌었다. 사춘기에 막 접어든 아나이드가 늑대족의 마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혼란과 홀로서기는 인상적이었다. 특히 2권은 마지막 부분에서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누가 오디시고 오마르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나이드를 비롯한 셀레네와 살마, 끄리셀다 이모할머니가 모두 한꺼번에 등장하면서 잠깐 혼란에 빠지지만 결국 실마리를 풀어간다. 아나이드를 위해 희생한 끄리셀다 이모할머니와 자신을 놓아준 올라브 부인은 뭔가 비밀을 감춘듯한 기분이 들었다. 책날개를 보니 <마녀들의 전쟁>은 2부 ‘얼음사막’과 3부 ‘오디의 저주’란 책으로 이어지던데 후속편에선 이야기와 모험이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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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 나의 뱀파이어 연인 트와일라잇 1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변용란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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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하이틴 로맨스란 책이 있었다. 미남에 엄청난 부자, 자상한 성격의 남자와 평범한 집안의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한다는 단순한 구성의 책이었다. 난 뻔한 등장인물에 틀에 박힌 스토리란 생각에 그 책을 읽지 않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선 엄청 인기였다. 책으로 만나는 달콤한 로맨스에 중독이 된 친구들은 수업시간에 몰래 읽다가 들켜서 선생님께 야단맞거나 반성문 쓰기도 했다. 나로선 그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소설 때문에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다. 그런데....이제 좀 알 것 같다. 뱀파이어와의 사랑을 다룬 소설 <트와일라잇>을 만나고 나서부터.




책은 이사벨라 스완, 벨라가 피닉스를 떠나 아빠 찰리가 있는 도시인 포크스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된다. 언제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피닉스에 비해 포크스는 강우량이 가장 많은 도시답게 늘 축축하고 우울했다. 자기 스스로 포크스에 유배왔다고 여기던 벨라는 전학 간 학교에서 에드워드를 만난다. 마치 패션 잡지 화보에서 튀어나온 듯 빼어난 외모의 에드워드를 보는 순간 벨라는 그에게 매료되어 버린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만난 자신을 에드워드가 화가 난 듯 노골적으로 차갑게 대하자 벨라는 당황해한다. 그 날 이후로 한동안 학교에서 보이지 않던 에드워드가 눈이 내린 날 매혹적은 목소리로 벨라에게 말을 건넨다. “안녕”하고.




그러던 어느날 눈이 쌓인 학교 주차장에서 차에 치일뻔한 벨라를 에드워드가 구해준다. 에드워드의 불가사의할 정도의 괴력과 빠른 동작에 벨라는 의문을 갖는다 하지만 첫 만남에서 벨라가 위축될 정도였던 에드워드의 싸늘한 검은 눈동자가 황금빛을 띄면서 벨라는 어느새 그의 매력에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다 제이콥이란 소년을 통해 에드워드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에드워드를 비롯한 그의 가족이 모두 냉혈족, 다시말해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라는 에드워드를 향한 마음을 멈추지 못하고 에드워드 역시 벨라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자신 때문에 그녀가 위험해질까봐 걱정한다. 그런 가운데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낮에 거리를 활보하고 관에서 잠을 자는 건 아니지만 밤새 잠들지 못하며 인간이 아닌 동물의 피를 통해 갈증을 해소하는 에드워드. 그는 백 년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오면서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다. 언제나 홀로 외로이 있던 그를 안타까워했던 가족들은 에드워드와 벨라의 사랑을 응원해주고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뜻밖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벨라는 위기에 처하는데....




뱀파이어와의 사랑이라...처음엔 뻔한 얘기일거라 생각했다. 학창시절의 하이틴 로맨스처럼 그림 같은 주인공들이 나오는 그렇고 그런 러브스토리일거라 여겼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자 나의 짐작이 틀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뱀파이어를 연인으로 둔 벨라의 안타까운 마음,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연인을 한결같이 바라보는 에드워드의 순수한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평범함과 거리가 먼 자신의 생활 때문인지 벨라에게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질문을 하는 에드워드의 모습은 안쓰럽고 애절하기까지 했다. 책을 읽는 동안 줄곧 내 가슴은 두근두근...방망이질했다. 그래서 내가 마치 십대 후반의 소녀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들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야기가 극에 달해 위기감이 고조됐지만 막상 크라이막스가 이르러 대충 얼버무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번역도 매끄럽지 않았다. 대화체의 문장인데도 구어체의 “~다.”라고 끝나는 대목이 너무 많았다. 세심함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쉬웠다.




560쪽이 넘는 두툼한 책을 밤새 읽고 나자 창밖은 어느새 희미하게 밝아지고 있었다. 확실한 ‘트와일라잇’이다. (트와일라잇 : 밤이 오기 전 땅거미가 내리는 시간. 혹은 희미하게 날이 밝아올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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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의 서평을 써주세요
작은 거인 - 고정욱 감동이야기 좋은 그림동화 16
고정욱 지음, 김 담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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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고 열흘쯤(?) 지났을 때 고정욱님의 책을 만났다. 제목은 <작은 거인>. 제목만 보고 한참 생각했다. ‘작은 거인’.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작다’와 ‘거인’은 결코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 비슷한 말도 아닌 오히려 반대되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두 단어를 붙여 ‘작은 거인’이라 한 이유는 무엇일까.




토요일, 버스터미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동을 켜고 막 출발하려는 버스 속에서 운전기사와 대학생 몇 명이 실랑이를 벌인다. ‘더는 못 기다린다. 내려서 다음차를 타라’는 기사에게 학생들은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사정을 한다. 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던 버스가 막 출발하려는 찰라, 남학생 한명이 허둥지둥 달려온다. 아슬아슬하게 버스에 올라탄 학생, 그에게 일행들은 묻는다. 왜 이렇게 늦었냐고.




그 후 책은 한 시간 전의 상황을 보여준다. 야유회 가려고 터미널에 모인 그들에게 한 아이가 다가와 구걸을 한다. 때가 절어 초라한 모양을 한 아이를 일행들은 앵벌이라며 오해하지만 키 작은 학생은 아이에게 무슨 사정이 있을 거라며 얘길 건넨다. 아이에게서 엄마는 도망간데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아빠는 다쳐서 꼼짝없이 누워있다는 얘길 들은 학생은 아이를 도와주기로 마음먹는다. 일행들에게서 돈을 모은 학생은 마트에서 장을 본 다음 아이의 집에 넣어주고 왔다는 것이다. 제2의 IMF라는 요즘이어선지 책에서 전하는 이야기들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우린 이담에 성공하면...돈 많이 벌면....그때 어려운 사람들 도와야지...라는 말을 곧잘 한다. 하지만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마음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바로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 이 책은 바로 그 마음을 얘기하고 있다. 어딘가로 곧 떠나야할 상황임에도 어려움에 처해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내치지 않고 성의껏 도와주는 마음. 그 정성이 무척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왠지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학생들이 기사에게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상황만 봐도 그렇다. 학생들이 타야하는 버스가 터미널에서 행선지로 떠나는 막차라면 이해가 간다. 근데 그렇지도 않다. 차 안에 다른 승객들도 있는 상황에서 일행이 타야 하니까 무조건 기다려달라는 거, 그런 억지가 어디 있는가. 게다가 한 시간 남짓한 시간동안에 아이의 집이며 마트에 다녀왔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고  감동을 주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이 얼마나 깊은 감동을 받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 서평도서의 좋은점 : 아이들이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준다.

* 한핏줄 도서 : 고정욱님의 <괜찮아>  


* 권하고 싶은 대상 : 초등 저학년과 학부모.

* 마음에 남는 구절 : "우리에게는 별거 아닌 게 얘네한테는 지금 이 고비를 넘기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 -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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