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 우울한 현대인이 되찾아야 할 행복의 조건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지음, 윤미나 옮김, 황상민 감수 / 흐름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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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내가 속한 두 단체 A, B의 송년회가 하필이면 같은 날 하게 됐다. 그것도 남편이 출장 때문에 늦게 귀가하는 날! 아니, 어찌 이런 일이...싶지만 평소 두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지칠대로 지친 난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남편이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간단하게 아이들 인수인계를 하고 달려갔다. 내가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A의 사람들은 막 2차를 가기 위해 나오고 있었는데 2차 장소가 다름아닌 노래방이었다. 나 자신이 음주는 되지만 도무지 가무가 안 따라주기 때문에 노래방에 들락거릴 일이 전혀 없었는데 당황스러웠다. 고역이었다. 신나게 노는 사람들 곁에서 열심히 박수만 치다가 “또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B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부리나케 달렸다. 그런데 오 마이 갓!! 거기도 좀전과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1차 접고 2차 노래방...이거 정말 너무 한 거 아냐? 송년회는 꼭 노래방에서 마무리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는 거야, 뭐야? 소리라도 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다. 잘 놀지 못하는 내가 바보인 거지.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이란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데는 그런 이유가 숨어있었다. 어디서든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려 놀지 못하는, 재미없는 나 자신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정신과 의사이자 미국놀이연구소 설립자, 미국 최고의 놀이 행동 전문가로 알려진 저자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바로 ‘놀이’이며 행복과 성공의 열쇠 역시 ‘놀이’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인간은 누구에게나 ‘놀이 본성’ 있다면서 그 ‘본성’을 즐기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완전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전한다.




책은 크게 두 개의 파트 ‘왜 놀이인가?’ ‘놀이에서 해답을 찾아내다’와 8개의 장(챕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저자는 우리 인간은 물론 동물에게 있어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려준다. 우리를 활기차고 생기 있게 해주는 동시에 때론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고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준다고 한다. 또 사람을 기억하는데 있어 놀이를 통한 추억이 가장 크고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면서 일상 속에서도 일과 놀이를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두 아이의 엄마여서인지 4장 ‘아이의 미래, 놀이에서 시작된다’의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어린 동물들이 놀이를 통해 앞으로 살아나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들을 배워나가듯이 인간 역시 마찬가지라고 한다. 아이가 한 사람의 성인으로 자립하기 위해선 몸 놀이, 사물 놀이, 상상 놀이, 사회적 놀이 등을 통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기술을 학습. 습득해야 하는데 만약 어린 시절에 그런 놀이를 하지 못했을 경우, 때로 극단적인 측면을 보여주기도 한다면서 2007년 버지니아 공과대학의 총기난사 사건을 들어 설명한다. 부모의 과도하지 않은 적당한 보호 속에 자유롭게 놀이하는 순간이 그렇게 중요한 의미가 숨어있는지 미처 몰랐다. 어른 자신이 어렸을 때 어떤 놀이를 했는지 더듬어보고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놀이하는 가정을 만드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우울한 현대인이 되찾아야 할 행복의 조건’이란 부제의 책은 사진으로 시작된다. 굶주린 흰 곰과 썰매 개들이 만나 처음엔 서로 대립하다가 곧 눈 위를 뒹굴며 놀이를 즐기는 장면이 있다. 또 놀이에 몰입한 사람과 동물의 사진을 통해 놀이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임과 동시에 식욕이나 생존욕구까지 능가할 만큼 강력하다는 걸 보여주는데 왠지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빙긋 웃음이 나왔다. 바삐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언제나 즐겁고 행복할 수만은 없다. 때로 슬프고 우울하기도 할 터. 그럴 때면 그 사진들을 떠올려봐야겠다. 그리고 내 내면에 숨어 있는 놀이 본성을 일깨워야지. 행복은 바로 거기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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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으로 슬라이딩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지음, 김선희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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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겨보는 만화 중에 아다치 미츠루의 <크로스 게임>이 있다. 매사에 무심한 듯 무뚝뚝하지만 따스한 마음을 지닌 ‘코우’는 어릴 적부터 와카바라는 착하고 예쁜 여자친구와 늘 함께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와카바’가 갑작스런 사고로 목숨을 잃자 코우는 그녀의 소망이자 꿈이었던 갑자원을 목표로 야구를 시작한다. 한편 와카바에게는 야구를 사랑하는 동생 ‘아오바’가 있는데 코우는 그런 아오바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야구에 대한 열정을 조금씩 키워간다.




<홈으로 슬라이딩>이란 책을 보고 제일 먼저 <크로스 게임>의 아오바를 떠올렸다. 포지션이 투수인 코우가 평소 투구자세를 연습할 때 아오바를 표본으로 삼는다고 할 만큼 어느 누구보다 야구를 좋아하고 재능도 갖췄지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정식 시합에 나가지 못하고 팀에서 다른 선수들을 도와주는 역할에 그쳐야 했던 아오바가 무척 안타까웠다. 코우를 통해 자신과 언니의 꿈을 대신 이루기보다 아오바 자신이 직접 꿈을 향해 나아가려 하지 않는 모습이 아쉬웠다.




여기 한 명의 소녀가 있다. 이름은 조엘 커닝햄. 야구를 너무나 사랑하고 좋아하는 열혈야구소녀다. 미니애폴리스에 살던 조엘은 부모님과 함께 아이오와의 작은 마을로 이사 오게 된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 야구선수로 활동하던 조엘은 전학 온 후버중학교에서도 당연히 야구를 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후버중학교는 물론 하려고 한다. 하지만 후버중학교는 물론 그 지역에서 야구는 남자만 할 수 있고 여자는 야구 대신 소프트볼을 할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자신에게 기회만 주어진다면 자신이 얼마나 야구를 좋아하고 실력도 갖추고 있는지 증명해보일 수 있건만 그 입단테스트조차 여자라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조엘은 교장과 교육감을 찾아가 야구와 소프트볼은 엄연히 다른 스포츠라며 구체적인 차이점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규정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말만 반복되자 조엘은 방법을 달리한다. 신문사의 독자투고란에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보내기에 이른다. 신문에 실린 글을 보고 조엘처럼 야구를 하고 싶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금지당한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관심과 의견을 모으고 그로 인해 잘못된 규정을 바꿀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리고 얼마 후 드디어 신문에 조엘의 글이 실리자 그걸 본 사람들은 그에 대한 의견들을 보내기 시작하는데....




평소 스포츠를 좋아하거나 특별히 관심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조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 건 만약 어느 누군가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여자라서 안된다’며 금지시켰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생각해보고 싶어서였다. 아마 나라면 조엘처럼 하지 못했을 것 같다. 여자라서 못한다는 이야기에 화를 내면서도 어쩔 수 없이 포기하지 않았을까. 그리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후회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못하게 막았더라도 그것이 바른 길이었다면 뜻을 굽히지 말고 지켜나갔어야 했는데...하면서. 야구를 좋아하는 조엘이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아이들을 찾아 그들과 함께 앞으로 걸어나가는 모습이 그래서 무척 대견했다. 고난과 위기가 닥쳤을 때 굴복하기보다 힘겹더라도 한걸음씩 내 딛는 용기와 굳은 의지를 아이들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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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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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은. 언제부턴가 잊고 지냈지만 결코 낯설지 않았다. 그녀의 몇 몇 작품 제목이 그걸 증명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틀림없었다. 결혼 전 출간된 지 오래된 예전 작품집을 하나씩 모았는데 분명 그때, 83년의 수상작품집 <먼 그대>도 구입했었다. 굴곡진 삶 앞에 힘겹게 한 발 한 발 걸음을 내딛는 듯하던 주인공들도 떠올랐다. 주인공 이름이 뭐였더라? 외로움과 고독이 뚝뚝 묻어나던 작품이었는데...작품 제목과 주인공을 연결시켜보려고 곰곰 생각해도 지금처럼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으니 도무지 알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집 안 여기저기에 쌓여있는 책 무더기를 일일이 헤집을 수도 없고...




도대체 얼마만인지 알 수 없는 시간이 흐른 후 내 앞에 선 저자의 책 한 권을 앞에 두고 한동안 그 앞에서 서성댔다. 그동안 저자는 어찌 지냈을까. 세월의 흐름이 그녀의 글에도 변화를 가져왔을까. 얼마나 달라졌을까.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라는 부제의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저자는 문학이 지닌 의미와 현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고심한다. 올 것이 왔다, 인생의 중요한 결단을 내리는 순간이라고 여긴 저자는 지금 자신을 옥죄고 있는 현실을 벗어나 몸도 영혼도 자유로와지길 염원했다. 그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산티아고에 함께 가자는 지인의 제안에 저자는 자신과 세상을 연결해주는 줄을 잠시 끊어야겠다고 결심한다. 삭발에 가까울 정도로 머리를 손질하고 유언장까지 쓴 저자는 배낭 하나를 등에 매고 길을 나선다. 2부에서 저자는 자신이 산티아고로 향하는 이유가 무언지, 왜 이 길을 가려했는지 낯설고 고된 길에 들어선 이의 고통과 아픔을 전한다. 하지만 3부에서 저자는 좀 더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목적지인 산티아고에 가까워지는 동안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돌아보면서 안으로 다듬어간다. 물론 산티아고가 여느 유명 여행지처럼 소란스러움에 들뜬 모습을 보고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처음엔 궁금했다. 무얼 타나내는 건지, 아니면 노년에 접어든 저자가 삶의 변화, 혹은 갈림길에 들어선다는 상징적인 의미는 아닐까 했는데 노란 화살표는 말 그대로 ‘노란 화살표’. 스페인의 이룬에서 출발해 산세바스티안...산탄테르...오비에도를 거쳐 피니스테라에 이르는 순례길의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였다. 뭔가 깊고 거창한 의미가 숨어있지 않을까 했는데 단순히 순례자들에게 어디로 가야 하는지 표시를 해주는 표시에 불과했다니 처음엔 다소 의아했다.




하지만 책을 통해서나마 저자의 여정을, 순례길을 함께 하다 보니 ‘노란 화살표’는 그저 화살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표지판처럼 정해진 소재와 규격으로 모두의 눈에 띄기 쉽도록 배려된 것이 아니었다. 노란화살표를 쉽게 찾을 때도 있었지만 때론 보물찾기를 하듯 돌이나 나무, 기둥이나 담벼락에 숨어있는 이정표를 찾아야했고 아차하다 길을 잃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저자는 당황하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이것도 고행의 하나일 뿐이라고. 어쩌면 이런 과정 역시 자신의 삶에 예정되어 있었을 거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저자와 다른 종교이기에 책 곳곳에 종교와 관련된 대목이 쉽게 와닿지 않았고 낯설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나이에, 현재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힘든 길을 가야겠다는 저자의 삶의 방식은 내게 많은 걸 돌아보게 했다. 지금의 나 자신에 만족하는지, 앞으로는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지 물음을 던지는 듯했다. 안타깝게도 난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나도 나만의 노란화살표를 찾아야할까. 어디 있을까. 나의 노란 화살표는...

  




영혼의 부름을 따라 걷는 모든 이는 순례자다. 일상 속에서 자기만의 노란 화살표를 찾아 걷고 있는 세상 모든 성스러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 401쪽.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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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다큐 여행 - 국어교사 한상우의
한상우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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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큰아이만 할 때 자전거를 배웠습니다. 두 개의 바퀴로 달리는 자전거. 처음엔 중심 잡기가 힘들어 이리 비틀 저리 비틀하다 넘어져서 무릎이나 팔꿈치가 깨지고 다치기도 한다는데, 전 정말 쉽게,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배웠습니다. 두 다리를 열심히 놀리는 만큼 앞으로 달려가는 자전거를 타면서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이마와 두 뺨과 귀, 온 몸을 스쳐가는 바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스무 살을 고비로 서서히 자전거와 멀어졌답니다. 마당의 한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붉은 녹이 내려앉은 자전거를 보면서도 무심히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기억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큰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걸 가르쳐주면서 갑자기 자전거가 그리워졌습니다. 그냥 우두커니 앉지 말고 몸을 약간 앞으로 숙여봐...페달을 마구잡이로 돌리지 말고 리듬을 타야지...커브를 돌 때는 도는 방향으로 몸을 살짝 기울여봐...아니, 그럼 안돼!...서둘지 말고...결국 큰아이는 자전거 타는 법을 깨우치지 못했습니다. 큰아이와 함께 하는 자전거 여행을 꿈꿨는데...아이의 자전거는 옛날의 제 자전거처럼 베란다에 우두커니 서 있답니다.




<자전거 다큐 여행>을 보게 된 건 이루지 못한, 어쩌면 몇 년이 지난 후에야 가능할지도 모르는 저의 꿈 때문이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시작으로 조금 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 그건 분명 자동차나 기차로 하는 여행과 다를 겁니다.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는 좁고 깊숙한 길을 묵묵히 페달을 밟아 이르는 길...거기엔 무엇이 있을까요. 어떤 사람과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알고 싶었습니다.




‘전선이 끊기자 전신주는 금세 늙었다’로 시작되는 대목을 보자마자 가슴 한 구석에서 쿵!하고 소리가 났습니다. 도시화로 인해 달동네의 판자촌이 밀려나는 광경을 직접 눈으로 보지 못했는데...그곳이 바로 내가 사는 도시, 부산의 용호동. 그것도 나병환자들이 모여 있는 동네였다니 안타까움이 밀려왔습니다. 지금껏 살면서 유일하게 찾아간 모델하우스가 바로 그 곳에 지어질 아파트였다는 걸 알고 나니 왠지 부끄러웠습니다. 혼자 사셔서 빨래도 적었던 할머니, 그 분의 뒷모습에서 홀로 지내는 친정엄마가 떠올라 한없이 죄송했습니다.




<자전거 다큐 여행>은 중학교 국어 교사인 저자가 자전거로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느꼈던 감상을 짧은 글과 사진으로 엮은 책입니다. 부산 용호동을 비롯해 저자는 강화도의 전등사,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 상원사, 기장의 대변항, 경주 안강의 옥산서원, 구례의 화엄사, 영주의 부석사, 청도의 운문사, 담양 소쇄원, 양산 통도사, 순천의 송광사 등지로 우리를 이끌어 가는데요. 경북 안동의 권정생님의 생가를 담은 사진이 또 한 번 제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답니다. 평생 아이들만을 위해, 아이들에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애쓰시다 무너진 몸을 결국 일으켜 세우지 못하신 권정생님을 저자의 글 속에 만날 수 있을 줄이야...미처 생각지 못한 만남이었지만 그만큼 더욱 의미가 깊었답니다.




한 권의 책에 담을 만큼의 사진과 글을 모으기까지 저자는 얼마나 달렸을까 생각해봅니다. 부지런히 다리를 놀려야 움직이는 자전거로 하는 여행은 분명 고단하고 힘겨웠을 겁니다. 이마와 등으로는 땀이 흐르고 다리는 비명을 질러댔겠지요. 하지만 저자의 글 속에선 그런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힘든 순간을 이겨내고 만난 풍경이기에 그에겐 더욱 아름답게, 더욱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왔나 봅니다. 저자의 글 속엔 감사의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문득 저도 떠나고 싶어집니다. 자전거를 타고 이 땅을, 이 산하를 오롯이 느껴보고 싶습니다. 언제쯤이면 떠날 수 있을까요. 그때 땅은, 길은 제게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줄까요...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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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쇼핑 - 아무것도 사지 않은 1년, 그 생생한 기록
주디스 러바인 지음, 곽미경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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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로롱~ 휴대폰 문자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벨이 울린다. 누구의 문자일까?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문자를 확인하고, 이내 사색이 되 버린다. 그건 바로 신용카드 결제금액을 알리는 문자. 헉, 이렇게나 많아? 어쩐대냐, 정말...큰일이네. 옛날 친정엄마가 그러셨지. 아빠 월급을 받아 여기저기 나갈 돈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고. 그때 엄마의 심정이 어떠셨을지 알 것 같다. 이 난관을 어찌 헤쳐 나가야 할지 알 수 없어 막막하고. 똑같은 월급 받고도 다른 사람들은 저축하고 여행하고 잘만 살던데, 난 왜 이렇게밖에 못 살까 나의 무능함을 실감하곤 한다.




그렇다고 내 씀씀이가 다른 사람보다 유달리 크냐! 절대 그렇지 않다. 화장품은 정품이 아닌 샘플을 쓴지 오래됐고 미용실은 1년에 한두 번 커트하는 게 전부이며 5년째 신고 있는 신발에, 옷도 거의 구입하지 않는다. 어쩌다 한번 옷을 사려고 해도 만원이 넘어가면 손이 떨리는 정도로 나 자신의 겉치장에 돈 쓸 때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다만....책을 구입하는 빈도가 잦긴 한데...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어떻게 매달 심장이 덜컥 내려 앉냐고...




하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채 알아차리기도 전에 어느 구멍에서 돈이 술술 새어나가는지도...그래서 선택한 책이 <굿바이 쇼핑>이었다. ‘아무것도 사지 않은 1년, 그 생생한 기록’이라는 부제가 의미하는 것이 궁금했다. 정말 1년 동안 쇼핑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1년 동안 쇼핑하지 않겠어! 저자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데엔 그럴만한 계기가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잔뜩 쇼핑하고 길을 나선 저자가 길에 떨어진 장갑 한 짝을 주우려다가 쇼핑한 물건들이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진창에 와르르 쏟아지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아차 하는 순간에 엉망이 되 버린 물건들을 주워담으며 저자는 분노한다. 그리고 순간 의문을 가진다. 이런 것이 자유야? 이것이 민주주의라고? 저자는 결심한다. 오로지 생계와 건강, 업무에 필요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사지 않을 거라고.




이후 책은 2004년 새해 첫 날부터 아무것도 사지 않기로 한 저자의 일상과 생각을 전한다. 자신의 집에 있는 물건들이 생각보다 정말 엄청나다는 것, 사무용품만 해도 연방정부의 한 부서가 써도 될 만큼 쌓아두고 있었다는 걸 새삼 느끼는 걸 시작으로 물건 하나를 구입할 때마다 사도 되는 물건(필수품)인지 아닌지 수없이 따져봐야 했다. 공연도, 연주회, 책도 마찬가지였다. 돈을 지불하지 않는 방법, 이를테면 자선공연이나 무료공연을 찾았으며 책도 이미 소장한 책을 보거나 도서관을 이용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서, 지갑을 열어 돈을 지불해야 할 때까지 저자는 여러 차례 꼼꼼하게 생각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깨달아간다. 자신이 그동안 소비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는 것을.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신용카드의 사용 한도까지 카드를 그어대면서도 자신의 행동과 그런 생활에 일말의 의심도 갖지 않았는데 그건 단지 자신이 어딘가 결핍되어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것, 순간순간의 욕구를 잠재우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어떻게 1년을 지낼 수 있을까. 나중엔 적당히 타협하며 지내지 않을까....솔직히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서서히 소비에 대한 생각과  본질을 일깨워가면서 저자는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새로운 물건을 보면 사고 싶어 안달하고 사들일 때 볼 수 없었던 마음의 여유를 찾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난 앞으로 6개월 간 책을 구입하지 않겠다.” 얼마전 지인이 이런 결심을 했다. 평소 책에 대한 소유욕이 그다지 크지 않은 사람이라 그런 결심을 할 수도 있겠구나...싶었지만 그럼에도 내게 뭔가 생각거리를 안겨줬다. 아니, 나의 소비행태를 돌아보게 했다고 할까?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넘쳐나는데도 자꾸만 책을 구입하는 난 어쩌면 예전의 저자와 같은지도 모른다. 어딘가 결핍된 부분을 감추기 위해 자꾸만 새로운 물건을 사들이는 건 아닐까. 저자처럼 1년은 무리겠지만 나도 어느 정도는 소비금지선언을 해볼까 싶다. 그럼, 내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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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5-31 0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요즘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까요?
카드값에 노예가 되는 느낌입니다. ㅠㅠ

몽당연필 2010-06-06 23:46   좋아요 0 | URL
매달 신용카드 결제금이 문자로 날라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