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쇼핑 - 아무것도 사지 않은 1년, 그 생생한 기록
주디스 러바인 지음, 곽미경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띠로롱~ 휴대폰 문자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벨이 울린다. 누구의 문자일까?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문자를 확인하고, 이내 사색이 되 버린다. 그건 바로 신용카드 결제금액을 알리는 문자. 헉, 이렇게나 많아? 어쩐대냐, 정말...큰일이네. 옛날 친정엄마가 그러셨지. 아빠 월급을 받아 여기저기 나갈 돈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고. 그때 엄마의 심정이 어떠셨을지 알 것 같다. 이 난관을 어찌 헤쳐 나가야 할지 알 수 없어 막막하고. 똑같은 월급 받고도 다른 사람들은 저축하고 여행하고 잘만 살던데, 난 왜 이렇게밖에 못 살까 나의 무능함을 실감하곤 한다.




그렇다고 내 씀씀이가 다른 사람보다 유달리 크냐! 절대 그렇지 않다. 화장품은 정품이 아닌 샘플을 쓴지 오래됐고 미용실은 1년에 한두 번 커트하는 게 전부이며 5년째 신고 있는 신발에, 옷도 거의 구입하지 않는다. 어쩌다 한번 옷을 사려고 해도 만원이 넘어가면 손이 떨리는 정도로 나 자신의 겉치장에 돈 쓸 때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다만....책을 구입하는 빈도가 잦긴 한데...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어떻게 매달 심장이 덜컥 내려 앉냐고...




하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채 알아차리기도 전에 어느 구멍에서 돈이 술술 새어나가는지도...그래서 선택한 책이 <굿바이 쇼핑>이었다. ‘아무것도 사지 않은 1년, 그 생생한 기록’이라는 부제가 의미하는 것이 궁금했다. 정말 1년 동안 쇼핑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1년 동안 쇼핑하지 않겠어! 저자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데엔 그럴만한 계기가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잔뜩 쇼핑하고 길을 나선 저자가 길에 떨어진 장갑 한 짝을 주우려다가 쇼핑한 물건들이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진창에 와르르 쏟아지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아차 하는 순간에 엉망이 되 버린 물건들을 주워담으며 저자는 분노한다. 그리고 순간 의문을 가진다. 이런 것이 자유야? 이것이 민주주의라고? 저자는 결심한다. 오로지 생계와 건강, 업무에 필요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사지 않을 거라고.




이후 책은 2004년 새해 첫 날부터 아무것도 사지 않기로 한 저자의 일상과 생각을 전한다. 자신의 집에 있는 물건들이 생각보다 정말 엄청나다는 것, 사무용품만 해도 연방정부의 한 부서가 써도 될 만큼 쌓아두고 있었다는 걸 새삼 느끼는 걸 시작으로 물건 하나를 구입할 때마다 사도 되는 물건(필수품)인지 아닌지 수없이 따져봐야 했다. 공연도, 연주회, 책도 마찬가지였다. 돈을 지불하지 않는 방법, 이를테면 자선공연이나 무료공연을 찾았으며 책도 이미 소장한 책을 보거나 도서관을 이용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서, 지갑을 열어 돈을 지불해야 할 때까지 저자는 여러 차례 꼼꼼하게 생각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깨달아간다. 자신이 그동안 소비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는 것을.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신용카드의 사용 한도까지 카드를 그어대면서도 자신의 행동과 그런 생활에 일말의 의심도 갖지 않았는데 그건 단지 자신이 어딘가 결핍되어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것, 순간순간의 욕구를 잠재우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어떻게 1년을 지낼 수 있을까. 나중엔 적당히 타협하며 지내지 않을까....솔직히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서서히 소비에 대한 생각과  본질을 일깨워가면서 저자는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새로운 물건을 보면 사고 싶어 안달하고 사들일 때 볼 수 없었던 마음의 여유를 찾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난 앞으로 6개월 간 책을 구입하지 않겠다.” 얼마전 지인이 이런 결심을 했다. 평소 책에 대한 소유욕이 그다지 크지 않은 사람이라 그런 결심을 할 수도 있겠구나...싶었지만 그럼에도 내게 뭔가 생각거리를 안겨줬다. 아니, 나의 소비행태를 돌아보게 했다고 할까?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넘쳐나는데도 자꾸만 책을 구입하는 난 어쩌면 예전의 저자와 같은지도 모른다. 어딘가 결핍된 부분을 감추기 위해 자꾸만 새로운 물건을 사들이는 건 아닐까. 저자처럼 1년은 무리겠지만 나도 어느 정도는 소비금지선언을 해볼까 싶다. 그럼, 내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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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5-31 0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요즘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까요?
카드값에 노예가 되는 느낌입니다. ㅠㅠ

몽당연필 2010-06-06 23:46   좋아요 0 | URL
매달 신용카드 결제금이 문자로 날라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