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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으로 슬라이딩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지음, 김선희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5월
평점 :
내가 즐겨보는 만화 중에 아다치 미츠루의 <크로스 게임>이 있다. 매사에 무심한 듯 무뚝뚝하지만 따스한 마음을 지닌 ‘코우’는 어릴 적부터 와카바라는 착하고 예쁜 여자친구와 늘 함께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와카바’가 갑작스런 사고로 목숨을 잃자 코우는 그녀의 소망이자 꿈이었던 갑자원을 목표로 야구를 시작한다. 한편 와카바에게는 야구를 사랑하는 동생 ‘아오바’가 있는데 코우는 그런 아오바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야구에 대한 열정을 조금씩 키워간다.
<홈으로 슬라이딩>이란 책을 보고 제일 먼저 <크로스 게임>의 아오바를 떠올렸다. 포지션이 투수인 코우가 평소 투구자세를 연습할 때 아오바를 표본으로 삼는다고 할 만큼 어느 누구보다 야구를 좋아하고 재능도 갖췄지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정식 시합에 나가지 못하고 팀에서 다른 선수들을 도와주는 역할에 그쳐야 했던 아오바가 무척 안타까웠다. 코우를 통해 자신과 언니의 꿈을 대신 이루기보다 아오바 자신이 직접 꿈을 향해 나아가려 하지 않는 모습이 아쉬웠다.
여기 한 명의 소녀가 있다. 이름은 조엘 커닝햄. 야구를 너무나 사랑하고 좋아하는 열혈야구소녀다. 미니애폴리스에 살던 조엘은 부모님과 함께 아이오와의 작은 마을로 이사 오게 된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 야구선수로 활동하던 조엘은 전학 온 후버중학교에서도 당연히 야구를 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후버중학교는 물론 하려고 한다. 하지만 후버중학교는 물론 그 지역에서 야구는 남자만 할 수 있고 여자는 야구 대신 소프트볼을 할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자신에게 기회만 주어진다면 자신이 얼마나 야구를 좋아하고 실력도 갖추고 있는지 증명해보일 수 있건만 그 입단테스트조차 여자라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조엘은 교장과 교육감을 찾아가 야구와 소프트볼은 엄연히 다른 스포츠라며 구체적인 차이점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규정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말만 반복되자 조엘은 방법을 달리한다. 신문사의 독자투고란에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보내기에 이른다. 신문에 실린 글을 보고 조엘처럼 야구를 하고 싶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금지당한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관심과 의견을 모으고 그로 인해 잘못된 규정을 바꿀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리고 얼마 후 드디어 신문에 조엘의 글이 실리자 그걸 본 사람들은 그에 대한 의견들을 보내기 시작하는데....
평소 스포츠를 좋아하거나 특별히 관심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조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 건 만약 어느 누군가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여자라서 안된다’며 금지시켰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생각해보고 싶어서였다. 아마 나라면 조엘처럼 하지 못했을 것 같다. 여자라서 못한다는 이야기에 화를 내면서도 어쩔 수 없이 포기하지 않았을까. 그리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후회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못하게 막았더라도 그것이 바른 길이었다면 뜻을 굽히지 말고 지켜나갔어야 했는데...하면서. 야구를 좋아하는 조엘이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아이들을 찾아 그들과 함께 앞으로 걸어나가는 모습이 그래서 무척 대견했다. 고난과 위기가 닥쳤을 때 굴복하기보다 힘겹더라도 한걸음씩 내 딛는 용기와 굳은 의지를 아이들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