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지도 지리 이야기
디딤 지음, 서영철 그림 / 삼양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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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뉴스나 기사를 검색하다보면 뜻하지 않게 독특한 기사를 발견하게 된다. ‘천차만별 세계의 국경선’이 바로 그런 경우다. 우리나라가 북한과 38선을 경계로 분단되어 있어서 다른 나라의 국경선도 그와 비슷한 형태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처럼 아스팔트에 그어진 경계선이나 미국과 멕시코, 스페인과 모로코의 높은 펜스, 파키스탄과 중국, 인도와 네팔,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비석과 같은 형태의 국경선은 그야말로 흔한 경우였다. 그것 외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독특한 형태의 국경선이 정말 많았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연결된 돌을 잘라 나라를 구별하는가 하면 터키와 그리스는 다리 난간의 색깔이 국경선 대용이었으며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바닥에 깔린 블록이 곧 국경선이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국경선은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였다. 하나의 아파트에서 페인트 색상을 경계로 나라를 구별했는데 보스니아 쪽 아파트 벽면이 총탄에 맞은 것처럼 온통 구멍이 나 있었다. 육지로 연결되어 있든, 강이나 해협이 흐르든지 간에 첨단장비까지 동원해서 서로의 왕래를 막고 차단하는 형태가 있는가하면 화살표처럼 표시만 해놓아서 언제든지 손쉽게 다른 나라로 건너갈 수 있는 국경선을 보면서 세계의 땅, 그 모습을 보여주는 지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었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시리즈 중의 하나인 <세계 지도 지리 이야기>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알래스카부터 아프리카까지’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책에는 지도에 관한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일 먼저 지도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세계지도는 과연 정확한지, 세계의 중심은 어디인지, 세계 최초의 지도는 누가 그렸는지 등 지도에 관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상식을 비롯해 지도 제작의 역사 등을 알려준다. 특히 우리나라의 지도에 관해서도 짚어놓았는데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관해서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것들, 일제 식민지를 거치면서 어느 것이 왜곡되었고 무엇이 진실인지 할 수 있었다. 또 독도에 관해 미국과 영국, 심지어 일본의 지도에까지도 독도가 우리의 땅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을 통해 지도에 대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만날 수 있었다. 땅의 생김새에 따라 복잡한 국경선이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왜 직선인가? 그건 바로 유럽의 열강들에 의해 그들 편의에 따라 땅의 국경, 경계가 나누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도 때문에 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서구 열강들이 식민지 쟁탈전을 벌일 때 북아메리카 대륙도 그들에 의해 산산조각 나기도 했는데 그때 영국과 프랑스는 ‘지도전쟁’이란 분쟁이 일어났고 도미니카와 아이티에서는 지도우표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서로 자기네 영토라며 분쟁이 일어났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섬으로 불리는 남태평양의 투발루는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갈수록 높아져서 전 국토가 바닷물에 잠길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저자는 말한다. 지도는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발전해왔다고. 하나의 지도를 통해 지도가 만들어진 당시의 역사와 종교, 정치를 이해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상식을 무한대로 넓힐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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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의 생물들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모든 문제 라루스 세계지식사전 시리즈 1
이브 시아마 지음, 심영섭 옮김 / 현실문화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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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날 아침. “딩~동!”하고 벨이 울린다. 배달된 커다란 상자를 열어보니 펭귄 한 마리. ‘저는 펭귄 1호입니다. 끼니때가 되면 먹이를 주세요’란 쪽지가 있을 뿐 누가 보낸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다음날 아침, “딩동!” 두 번째 펭귄이 배달되고, 다음날 또 한 마리...




우리 집의 두 아이가 모두 좋아하는 그림책 <펭귄 365>은 이렇게 황당하게 시작한다. 매일 아침 펭귄이 배달되고 불어나는 펭귄을 관리하기 위해 가족들은 골머리를 싸맨다. 그러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펭귄이 모두 365마리 배달되는데...‘도대체 누가 왜 펭귄을 보내는 걸까?’에 대한 의문은 마지막 순간에 해결된다. 바로 지구온난화 때문에 남극의 빙하가 녹아들고 그러면서 펭귄의 서식지가 줄어들어서라고...‘아하, 바로 그래서였군’하고 수긍할 즈음 책은 깜짝 놀란 반전으로 끝을 맺는데 깜찍한 유머와 함께 환경보호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책이다.




라루스의 세계지식사전 시리즈의 하나인 <멸종 위기의 생물들>을 보는 내내 <펭귄 365>라는 그림책이 떠올랐다. <멸종 위기의 생물들>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모든 문제]라는 수식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지구상에서 사라져가는, 멸종 위협에 놓였거나 멸종이 임박한 생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크게 ‘종은 어떻게 탄생하고 사라지는가’ ‘멸종 위기에 놓인 생물들이 사는 곳’ ‘인간이 생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할 때’ ‘쫓기거나 옮겨진 종’ ‘어떤 종들이 멸종 위기에 놓여 있나?’ ‘행동하고 끊임없이 보호하기’ 이렇게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일 먼저 종(種)이 무엇인지, 종의 탄생과 성장, 소멸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멸종은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면서 공룡 DNA를 발견해 공룡을 복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런 다음 지구상에서 어느 곳의 생태계, 생물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였는지 짚어주는데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열대림은 물론이고 깊은 바다속까지, 어느 한 곳도 안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우리 인간이 지구의 생물들에게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하고 잔혹한 짓을 일삼는다는 거였다. ‘지구에서 생물들이 멸종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인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란 것이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숲의 나무를 무작위로 자르는가하면 남과 다른 특별한 애완동물이나 실내장식을 위해, 치료약을 만들기 위해 희생되는 생물의 수도 어마어마했다. 




얼마전에는 이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돌고래의 놀라운 자기 치유 능력’에 관한 거였는데 돌고래는 상어한테 물려서 심각한 부상을 입어도 상처가 금방 아무는데 그것은 돌고래의 피부가 자체적인 항생능력을 갖고 있다는 증거라며 외상으로 고통받는 인류를 위한 연구가 진행될 계획이라고 했다. 그걸 보는 순간 앞으로 얼마나 많은 돌고래가 희생될 것인지 강한 의문이 들었다.




저자는 말한다. 언제부턴가 멸종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고. 이런 속도로 가다가는 제 6의 멸종이라는 ‘대멸종’이 일어날 거라며 경고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금도 환경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미래엔 더욱 심각할 지경에 놓이게 되다니. 그래선 안 될 일이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었다 해도 한 사람이 지구에 머무는 시간은 겨우 백 년 정도. 그런 인간이 얼마나 지금 얼마나 오만한 행동을 일삼는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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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통으로 읽는 중국사
김인현.이항규 지음 / 삼양미디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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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도서관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강좌에 곧잘 참가하고 있는데요. 학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몇 몇 강좌는 인기가 너무 많은 나머지 인터넷 신청접수 시작하고 나서 2분도 채 되지 않아서 마감되곤 합니다. ‘역사 논술’이 바로 그런 경우인데요. 정규 교육과정을 오래전에 마친 학부모들에게 ‘역사’는 사실 쉽지 않은, 오히려 지겹고 고리타분한 학문입니다. 거기다 결코 만만치 않은 ‘논술’까지 더해졌으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역사 논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꺼리는 강좌일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천만의 말씀. 그 강좌는 언제나 미처 신청하지 못해 청강하는 사람들로 강의실이 북적입니다. 그 이유가 대체 뭘까요? 무엇이 학부모들로 하여금 그 어려운 강좌를 듣게 하는 걸까요? 그건 바로 선생님께서 역사를 알기 쉽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시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방대한 역사를 굳이 세밀하게 알지 않아도 역사적으로 큰 사건, 굵직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인물에 대해 알아보고 통으로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역사를 얼마든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됐습니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시리즈의 하나인 <통으로 읽는 중국사>를 만났을 때 그래서 반가웠습니다. 21세기 들어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호기심이 일더군요.




책은 시간흐름에 따라 크게 ‘고대 왕조에서 진.한 통일까지’ ‘삼국시대에서 남북조시대’ ‘수나라와 당나라’ ‘송나라와 원나라’ ‘명의 멸망과 청 제국’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 이렇게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중요한 것은 각각의 장이 따로, 단절되어 있지 않다는 겁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핵심적인 사건들을 중점적으로 서술하되 그 사건이 다음 시대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고 어떤 관계에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1장 후반부에 한나라를 세운 유방, 한고조와 이후 제위에 오른 한무제가 펼쳤던 여러 제도와 정책들을 설명하면서 한무제가 흉노족을 북방 깊숙한 곳으로 밀어내어 영토를 확장했다고 하는데요. 이것이 2장으로 이어집니다. 초원의 기마민족인 흉노족이 한무제에 의해 쫓겨난 이후 어떻게 살아가는지 짚어줍니다. 시대가 다르고 왕조가 다르다 해도 역사는 유기적인 흐름을 갖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중국의 방대한 역사를 알기엔 책의 분량이 너무 적지 않나 싶었지만 자세히 파고들자면 한도 끝도 없는 게 역사란 점을 보면 전제적으로 한번 쓰윽 훑어보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본문에 수록된 사진과 지도를 비롯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사성어가 어떤 역사적 배경과 인물과 관련이 있는지 알려줍니다. 또 각각의 장이 끝날 때마다 [중국사 상식]이란 코너를 마련해서 ‘중국의 고전’을 비롯해서 ‘중국의 대표 역사서’ ‘중국의 역대 왕조’ 등 여러 관련 자료들에 대해 소개해놓아서 중국사를 공부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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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 2011년 제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강희진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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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상 수상작을 처음 만난 것은 <내 심장을 쏴라>를 통해서였다. 정유정이라는 작가도 궁금했지만 그보다 ‘나’도 아닌 ‘내 심장’을 쏘라는 음울하고 묵직한 느낌의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대체 어떤 이야기일까.




제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유령>을 처음 만났을 때도 비슷했다. 저마다 다른 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유령처럼 보이지는 않은데 왜 제목이 ‘유령’인 걸까? 상징적 의미의 ‘유령’일까, 아니면....?




2010년 2월, 백석공원에서 엽기적 사체 훼손사건이 일어났다는 뉴스(?)로 책은 시작된다. 이어진 장소는 피시방. 밖에서 엽기적 사건이 일어나건 말건 아무런 상관없는 분위기다. 그곳 사람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컴퓨터 화면 속에 있으니까. 주인공 하림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 그는 리니지라는 컴퓨터 게임의 가상현실 공간에서 독재자에 맞서 바츠 해방전쟁을 일으킨 영웅 쿠사나기였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할 일 없이 피시방에 죽치고 있는 폐인이 되어서 고도리에 빠져있다. 돈이 필요했던 그는 한 달이 넘게 게임에 몰두했고 결국 쓰러지고 만다.




병원에서 도망치듯 나온 그는 이내 형사에게 이끌려 경찰서로 향한다. 며칠 전 백석공원에서 발견된 안구가 주인공과 함께 사는 회령 아저씨라고 생각한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하림을 지목하고 조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었던 그는 경찰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한다. 게다가 하림이 회령 아저씨와 문자를 주고받는 걸 보여주자 일단 경찰은 그를 보내준다.




경찰서에서 나온 하림은 자신이 얼마 전 백석공원의 나무에 목을 매고 자살한 사람을 발견했던 걸 떠올린다. 자살한 이는 탈북자였는데 우연인지 의도인지 두 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같은데다가 공교롭게도 또 다시 사건이 벌어진다. 바로 그 백석공원의 나무 밑에서 손가락 둘이 잘려나간 손목이 발견된 것이다. 그 뉴스를 보는 순간 하림에게서 언뜻 무언가가 떠올랐다. 하지만 더 이상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에게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백석공원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의 숨겨진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리니지는 커녕 컴퓨터 게임에 문외한이어서일까. 소설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탈북자에겐 살벌하기 그지없는 현실과 컴퓨터 게임 속 가상현실이 교차하는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조차 자신이 누군지 몰라 혼돈에 빠진 것처럼 나 역시 그랬다. 너무 답답한 나머지 책 읽는 도중에 ‘바츠 해방전쟁’이 무엇인지 검색해서 찾아보기까지 했다. 그 과정에서 ‘게임과 현실을 착각하지 말라 하지만 그건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며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한 글도 보았고 내복단이 어떤 부대며 그들이 어떻게 해서 바츠 해방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게임을 잘 모르지만 정말 굉장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온라인 게임 상에서 전설로 통하는 ‘바츠 해방전쟁’을 소설로 끌어와 탈북자들의 현실과 접목시켰다니. 역시 문학상 수상작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는 느낌이다. 하루하루 삶을 이어가기조차 힘겨워 탈북을 한 이들.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현실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북한에서와 다를 바 없는, 실체가 없는 유령과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컴퓨터 게임 리니지과 살인사건으로 연결시킨 것 같은데, 그것이 오히려 소설의 짜임새를 느슨하게 만든 건 아닐까 싶다.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그건 어쩌면 나의 욕심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유령>을 통해 강희진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저자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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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을 훔치다
몽우 조셉킴(Joseph Kim)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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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에 대해 아는 게 뭐지? 우리 미술사에서 찬란한 빛과 같은 작가. 타계한 이후에도 작품은 끊임없이 위작소동에 휘말린다는 이중섭. 그에 대해 암만 곰곰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것은 요절한 천재화가이며 뼈와 근육이 하얗게 도드라진 모습의 [흰 소]와 벌거숭이 아이들을 그린 그림뿐. 그것조차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봤던 게 전부이니 참담하다. 그렇다고 여기서 예술에 관한 우리의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백 날 떠들어봐야 소용없는 노릇. “관심 있으면, 궁금하면 찾아보면 되지, 뭐했냐?”고 묻는다면 한마디로 ‘할 말 없음’이다.




<이중섭을 훔치다>를 처음 본 느낌은 ‘아니, 이렇게 도발적인 제목이 다 있나?’였다. ‘훔치다’에는 분명 옳지 않은 나쁜 의미가 담겨있다. 그런데도 그걸 제목으로? 만약 훔치는 것이 누군가의 재산이었다면 틀림없이 문제가 된다. 하지만 그것이 다름아닌 사람, ‘이중섭’이다. 이쯤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실 나도 할 수만 있다면 누군가의 얼굴과 누군가의 몸매를 훔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만큼 부러우니까. 저자도 그런 게 아닐까? 이중섭을 너무 사랑하고 존경하고 그의 작품을 아끼는 나머지 그의 모든 것을 훔치고 싶었던 게....




역시 그랬다. 저자는 이중섭에 빠져있었다. 요즘말로 하자면 이중섭 골수팬이라고나 할까? <이중섭을 훔치다> 이 책은 이중섭의 그림만 보면 심장이 뛰고 기분이 좋아져서 울컥한다는 저자 몽우가 알려주는 이중섭에 관한 모든 것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이중섭의 타는 듯한 붉은 색에 매료됐다고 한다.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색채를 따라 그렸지만 그의 뇌리에 박힌 붉은 색이 나오지 않았던 것. 그런데 그 순간 그의 눈에 띈 것이 석유곤로였다. 타는 듯한 아름다운 붉은 색을 보기 위해 그는 성냥을 그었다. 화르륵~! 그에게는 자신의 가슴 속에 자리한 이중섭, 그의 붉은 색, 오묘한 색깔을 표현해보고 싶은 마음이 전부였던 것이다.




이중섭의 그림을 훔치고 싶을 정도로 그에게 빠져있던 이후 저자는 이중섭의 그림을 복원하는 작업에 참여하게 된다. 자신이 매료된 이의 그림과 직접적으로 대면한 저자는 그 과정에서 이중섭이 무엇에, 어떻게 영감을 받아서 그림을 그리는지부터 시작해서 묘사하는 방법이나 기법에 이르기까지 이중섭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광기어린 천재화가라는 그가 실제로는 얼마나 다정하고 인간적인 사람이었는지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중섭의 작품에 남겨진 ‘중섭’과 ‘둥섭’이라는 서명에 관한 것을 비롯해서 그의 그림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소를 그리고 닭은 그린 이유가 무엇인지까지도.




일제식민치하에서 광복의 기쁨을 맞이한 것도 잠시, 연이어 벌어진 한국전쟁을 겪으며 많은 이가 가난 속에서 힘겨운 삶을 살았듯 이중섭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그는 달랐다. 어둡고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화가는 화가 개인의 삶이 그래도 그림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을 소금과 같은 정결함과 고귀함을 지녀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썩지 않는다. 세상은 부패하고 있는데 이때 예술가가 해야 할 사명은 자신의 삶과 작품을 통해 세상을 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통해 좌절한 이에게 용기를 주고 방황하는 영혼에게 길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ㅡ 222쪽.




‘꿈친구’ 몽우(夢友)를 통해 이중섭을 만났다. 글과 붓으로 이중섭을 훔쳤다. 가난하고 힘겨웠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지녔던 이중섭. 그를 이제라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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