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마이 퓨처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3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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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언뜻 표지만 봤는데도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하늘을 날아오르듯 풀쩍 뛰어오른 소년. 한 손에 철가방, 다른 손은 함성을 지르기라도 하는지 힘껏 휘두르고 있는데요. 이 녀석,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이렇게 신이 난걸까요. 혹시 로또라도 당첨이 된 건가....응?




소년의 이름은 장세풍. 고2, 18살입니다. 이 나이의 아이들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가장 큰 고민이자 걱정거리, 있죠? 여친? 남친? 네, 물론 그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급한 발등의 불. 어느 대학, 어떤 학과를 지망할건지...하는 것들이 세풍에겐 이제 의미가 없습니다. 고3이 되기도 전에 학교를 자퇴해버렸거든요. 세풍이 문제아냐구요? 전혀, 아닙니다. 사춘기 아이들이 겪는 방황이나 부모에 대한 반항? 그것도 아니에요. 어쩌면 세풍에게 그런 것들은 모두 사치에 불과합니다. 세풍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오로지 오늘에서 내일로 이어갈 수 있는 힘과 여력, 희망이거든요.




이쯤 되면 세풍의 집이 어떤 상황인지 대충 짐작이 되시죠? 아버지는 고된 일을 하시다 직업병을 앓다 돌아가신 후로 어머니가 세 남매를 키우며 살아가는 편모가정인데요. 의아한 것은 세풍은 그 세 남매 중 장남이 아니라 막내라는 겁니다. 이상하죠?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세풍의 형이나 누나가 모두 지적장애가 있기 때문에 집안 살림에 큰 보탬이 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세풍이가 틈틈이 이삿짐을 나르고 구슬을 꿰는 부업도 하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합니다. 이렇게 불우하고 힘겨운 환경 속에서도 세풍은 엄마를 위해 작은 가게를 장만하는 꿈을 갖고 언제나 밝게 살아가려고 애쓰는데요.




하지만 이런 이에게 세상은 언제나 야속한 법. 착하고 씩씩한 세풍에게 오히려 안 좋은 일들만 겹쳐서 일어납니다. 학교의 주먹들과의 싸움이 벌어져서 어쩔 수 없이 자퇴를 하고 식당 배달원 일을 시작하지만 그것도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세풍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일은 자꾸 얽히고. [완득이]에서 완득이를 도와주는 선생님처럼 세풍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이용해 먹으려는 어른들을 보니 어찌나 화가 나던지...그럼에도 용기를 잃지 않고 앞으로 한 발 내딛으려는 세풍. 정말 대견하지요? 세풍이가 표지에서 외치려고 했던 말이 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험난한 세상아, 덤빌테면 덤벼! 나 장세풍이가 나간다!”가 아닐까요?




며칠 전 큰 아이가 불쑥 이런 말을 하더군요. “고등학교 꼭 가야돼?” “....?!” “안 가면 안되나?” “아니, 왜~?” “그냥 좀, 쉬고 싶어서.” 세상에 이제 겨우 초등학교 5학년, 12살밖에 안된 녀석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마디 해줬습니다. “그럼 고등학교 안가고 뭐할건데? 일해서 돈 벌래?” “....” “고등학교를 가고 안 가고가 중요한 게 아니야. 남들과 다른 길을 가려면 그만큼 몇 배로 힘든데. 할 수 있겠니?” “....” 큰아이는 별 말이 없었습니다. 나름대로 이해를 한 건지, 아니면 대꾸할 자신이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이후로 또 무언가 얘기를 꺼내겠지요. 그때 뭐라고 대답해주면 좋을까,..큰 아이에겐 세풍이만큼의 활달함과 배짱이 없는데...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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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숲에올빼미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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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가 유리구두 한 짝을 떨어뜨리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그래도 왕자는 신데렐라를 찾을 수 있었을까? 제 아무리 왕자라 해도 지난밤 무도회에서 만난 소녀 한 명을 찾는 건 불가능하겠지. 신데렐라는 어쩔 수 없이 재투성이 소녀로 평생 살아가게 될 거야. 못된 계모와 심술궂은 두 언니의 등살을 받으면서.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를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신데렐라가 잃어버린 유리구두 한 짝이 그녀에게 행복의 씨앗이었다고.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클라인-라이플림 우체국에서 일하는 크리스티네. 한창 젊은 나이이지만 그녀의 삶은 꿈과 거리가 멀었다. 전쟁으로 아버지와 오빠를 잃은데다 엄마마저 병으로 앓아누워서 우체국과 집을 오가는 가난하고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행복이란 걸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지내던 어느 날 크리스티네는 한 장의 전보를 받는다. 젊은 시절 아름다운 모델이었던 이모는 불륜 상대남자의 이혼을 부추기다 도리어 사고를 당해 미국으로 떠났는데 바로 그 클레르 이모가 남편과 스위스로 여행을 왔다면서 언니인 크리스티네의 엄마를 초대를 한 것. 하지만 크리스티네의 엄마는 오랜 병 때문에 여행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크리스티네가 대신 여행을 떠나게 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것도 아픈 엄마를 두고 혼자 떠날 수 없지만 오랜만에 쉬면서 바깥세상 구경도 하라는 엄마의 설득에 마지못해서.




이모의 초청으로 스위스의 휴양지 엥가딘에 도착한 크리스티네는 오스트리아 시골과 전혀 다른 모습, 그야말로 휘황찬란한 별친지에 들어서자마자 주눅이 든다. 멋지고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에 비해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 자신감을 잃는다. 그런 조카의 모습이 가엾고 마음에 걸린 이모는 크리스티네에게 자신의 옷을 빌려주고 미용실에 데려가 머리를 손질하는 등 한껏 단장을 시킨다. 이후 몰라보게 달라진 크리스티네. 그녀는 더 이상 우스꽝스럽고 촌스러운 시골 처녀가 아니었다. 완벽하고 아름다운 아가씨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예전과 다르다는 걸 느낀 크리스티네는 조금씩 자신감을 갖는다. 조용하고 세련된 분위기에 맞게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게 되고 그런 자신을 ‘폰 볼렌양’이라 부르며 다가오는 이들과의 만남을 즐기게 되었다. 어느새 호텔 사교계의 스타로 떠오른 크리스티네. 그러나 그녀의 화려한 변신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크리스티네를 못 마땅하게 여겼던 이에 의해 그녀의 신분이 탄로가 나면서 어쩔 수 없이 고향인 오스트리아의 시골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짧지만 다른 이들의 주목을 받고 화려한 변신을 경험했던 크리스티네. 그녀에게 고향은 더 이상 정겨운 곳이 아니었다. 이렇게 누추한 곳에서, 볼품없는 사람들과 어떻게 살았을까 의아할 뿐이다. 오랜 병을 앓던 엄마마저 세상을 떠나고 나자 크리스티네는 모든 것이 지겹기만 했다. 그러다 한 명의 남자를 만난다. 형부의 전우였던 페르디난트. 크리스티네는 가난하지만 어딘지 반항적인 기질의 페르디난트에게 이끌리면서 그와 함께 삶을 마감하려고 하는데...




뛰어난 소설가로 알려진 슈테판 츠바이크. 그의 소설은 1차 대전을 전후로 한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책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시대만 다를 뿐 지금 우리의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다. 시골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순박한 소녀가 화려한 도시의 불빛에 빠져 본래의 자기 모습을 잃어버리고 전혀 다른 이가 되어버리거나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한 나머지 목숨을 끊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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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란1 2011-12-04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요즘 체스에 빠져사는데요. 하루에 한판 이상은 두고 있어요. 재미있습니다.한번 해 보세요. 나무로 된 체스판 사서 두 아들이랑 즐겨보세요. 가끔 남편과도 ^.^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 오가와 요코 컬렉션
오가와 요코 지음, 권영주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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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수학자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기억이 80분밖에 지속되지 않았던 사람이 생각납니다. 자신의 한계를 알기에 그는 자신이 입는 옷과 집안 여기저기에 메모지로 도배를 하듯 했지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더 이상 만날 일이 없어 속이 후련하던 수학, 수식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 평범하지 않은 박사와 그의 주변 인물들의 일상을 바라보며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저자 오가와 요코의 새로운 이야기가 출간되었습니다.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인데요. 왼손으로 고양이를 안고 오른손에 코끼리의 꼬리를 쥔 소년이 깊은 바다 속을 잠수하는 듯한 모습은 호기심과 함께 이번엔 과연 어떤 이야기일지 기대를 불러 왔습니다.




소년은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붙은 채 태어났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났음을 알리는 첫 울음마저 터뜨리지 못한 아기에게 수술이 행해졌습니다. 원래 붙은 것 마냥 꼭 맞물린 입술은 절개한 다음 정강이 피부를 이식해서 붙였는데요. 그 때문에 소년의 입술에선 솜털이 자랐고 자연히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었습니다. 소년에겐 부모도 친구도 없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남동생이 유일한 가족이었는데요. 그런 소년에게 어느 날 운명적인 만남이 다가왔습니다.




학교 풀장에서 죽은 남자에 대해 알고 싶어 찾아간 버스 회사의 독신자 기숙사. 소년은 그곳 마당에서 ‘회송’버스를 개조해서 살아가는 거구의 남자를 만나는데요. “서두르지 마라. 꼬마야”하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남자를 통해 소년은 나무로 만든 왕을 쓰러뜨리는 게임, 체스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체스 테이블 아래로 기어들어가 체스말 중 하나인 ‘폰’이란 이름을 한 흑백점박이 고양이를 안고서. 하지만 단 것을 좋아하던 마스터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면서 소년은 큰 상처를 입습니다. 몸집이 커지는 것에 두려움과 공포를 품은 나머지 스스로 성장을 멈추게 된 거지요. 입술은 원래 맞붙어서 태어났던 때처럼 여간해선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어느 날 한 남자가 소년을 찾아옵니다. 그는 소년에게 퍼스픽 해저 체스클럽에서 나무 인형을 조종하며 체스를 해달라고 제안합니다. 누구에게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도 없고 자신의 체스 실력을 뽐낼 수 없는 일이지만 소년은 받아들입니다. 그것이 바로 소년이 체스의 바다에 잠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지요. ‘반상의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알렉산드르 알레힌 인형, ‘리틀 알레힌’이 되어 소년은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수보다 많은 10의 123제곱수에 이르는 고 8X8 모눈의 바다를 깊이, 자유롭게 유영하기에 이릅니다. 상대를 제압하고 이기기 위한 체스가 아니라 시를 짓듯 아름다운 체스를 펼치는 ‘반하의 시인’으로 불리게 됩니다.




운명처럼 만난 마스터와 체스를 통해 자신만의 인생과 삶을 펼쳐나간 소년의 이야기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이름’이 없습니다. ‘리틀 알레힌’ ‘마스터’ ‘미라’ ‘늙은 영양’처럼 그저 그를 상징하는 것이 주어졌을 뿐인데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데 전혀 어려움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각각의 인물과 본문에 수시로 등장하는 체스경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작지만 결코 후퇴하지 않는 용사 ‘폰’을 좋아한 소년. ‘비숍의 기적’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기보를 남긴 리틀 알레힌. 그의 이야기를 만나고 돌아서면서 가슴 한 켠이  따뜻한 온기로 가득차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체스는 모르지만, 킹, 퀸, 비숍, 나이트, 룩, 폰의 역할도 규칙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의 체스 테이블 앞에 앉고 싶어집니다. 오늘밤 폰의 목에는 낡은 은색 방울이 달려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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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 KBS 사이언스 대기획 인간탐구
김윤환.기억 제작팀 지음 / 예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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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미치겠어요. 내가 한 기억이 없는데 어느새 씽크대에 설거지가 다 되어 있는 거 있죠. 남편이 얼마나 황당해 하던지(이 말을 한 지인은 벌써 이와 같은 일을 두 번째 겪었다는군요)...

B : 난 집에 없는 책이라고 샀는데 알고 보니 예전에 그 책을 샀더라구. 

C : 말도 마. 난 엊그제 전기밥솥에 밥을 안치면서 쌀을 밥통에 안 넣고 밥솥에 그냥 붓고 취사버튼을 눌렀다니까.

A : 어머, 나도 그런 적 있는데...그치만 전 취사버튼까지는 안 눌렀는데...

C : 하~!, 이렇게 가다보면 전화기를 냉장고에 넣는 날도 금방이지 싶어...




중년을 넘긴 지인들과 만나다보면 때론 기인열전이 따로 없습니다. 며느리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시댁이나 남편 흉을 비롯해서 차마 남에게 말하기 어려운 실수담들이 연이어서 나오는데요. 아이 문제를 제외하고 요즘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바로 ‘건망증’입니다. 자신의 증상이 건망증인건지, 치매인지 구분하는 것부터 어렵다는 거지요. 그럴 때마다 약속시간을 깜빡하면 건망증이고 약속이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면 치매로 봐야한다며 간단하게 설명하지만 아리송한 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인간을 인간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면 무언가를 잊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건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하는 걸까요?




한 방송국에서 기획 다큐멘터리로 기억의 실체와 비밀을 파헤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서 인간의 뇌 구조와 기억의 원리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었는데요. 바로 그 프로그램의 내용이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인간탐구, 기억>입니다.




책은 크게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먼저 ‘1장. 오래된 미래, 기억’에서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 <첫 키스만 50번째>라는 책과 영화를 통해 언급된 단기기억상실증 환자를 통해 뇌의 어느 부분이 기억을 담당하고 있는지 추적하는데요. 우리 뇌의 ‘해마’라는 부위에서 기억이 저장된다는 것을 밝혀냅니다. 하지만 기억은 완전한 것이 아니어서 때론 기억이 왜곡되기도 한다면서 기억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짚어줍니다. ‘2장. 봄날은 온다’에서는 저를 비롯한 중년의 지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바로 건망증이나 치매처럼 기억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는데요. 알콜과 스트레스가 기억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습니다. 다행히 책에는 기억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훈련과 운동법을 소개해놓아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살다보면 기억하는 것만큼 잊는 것도 중요하지요. 바로 그 잊는 것에 대해서 ‘3장. 두 번째 선물, 망각’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너무 괴롭고 힘겨워서 차라리 잊고 싶을 때. 무언가를 기억하느냐 혹은 잊어버리느냐는 그때의 감정이 어떠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합니다. 즉, 어떤 상황이든 감정이 개입된 것은 쉽게 잊혀지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봤습니다. 뇌의 노화는 고유명사를 잊는 것부터 시작되는데 그건 바로 중년의 뇌가 가장자리부터 닳기 시작하기 때문이라는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억하려고 애쓰는 한 치매가 아니라고 합니다. 왜냐면 치매는 아예 기억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는데요.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억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책에서 하루 일과의 기록이 언급되었된 것처럼 ‘이틀 전 일기를 쓰라’는 겁니다. 그 이유는 인간이 나이 들수록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키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일이 아닌 이틀 전 일기를 쓰는 습관을 들이면 기억력이 약화되는 걸 늦출 수 있다고 하네요. 저도 꾸준히 해봐야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뇌에 관한 책을 연이어 읽었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변화를 다룬 책과 기억의 실체, 비밀을 밝히는 <기억>까지 우리 인간의 뇌를 다각도로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알면 알수록 인간의 뇌는 참 신비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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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사생활 - 부모가 놓치고 있는 사춘기 자녀의 비밀
데이비드 월시 지음, 곽윤정 옮김 / 시공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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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5학년이 시한폭탄인 것 같아...”

요즘 큰아이 친구 엄마들과 만나면 항상 이런 얘기가 나온다. 작년도 그랬지만 그전에도 5학년에서 벌어진 일로 학교가 떠들썩했던 거나 최근 어느 반에서 일어나는 일이 심상치 않다는 것. 담임선생님의 행동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도 있었지만 이번에 우리가 놀랐던 건 그에 대한 반장 아이의 반응이었다. 어디에 내놓아도 무엇 하나 빠질 것 없는, 누구나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하는 모범생이자 우등생인 아이였다. 그런데 바로 그 아이가. 최근 들어 전혀 예상치 못했던 행동을 한다는 거였다. 충격이었다. “세상에, 걔가!” “단순한 사춘기의 반항인 걸까? 아니면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나...?” 나를 비롯해 같은 또래의 아이를 둔 엄마들은 고민에 빠졌다. 매일 아침 학교에 등교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의 표정을 평소와 달리 유심히 살피게 된다. 그리고 별일 아닌듯 던지는 한마디. “오늘 어땠어?” 그에 대한 아이의 반응은 한결같다. “몰라!”




사춘기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를 만큼 무난하고 재미없는(?) 10대 시절을 보낸 나로선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의 행동과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기란 너무나 어렵다. 도움이 될 만한 강좌를 찾아다니고 관련 책도 읽어봤지만 그것들을 내 아이, 상황에 꼭 맞게, 적절하게 활용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이론과 실제가 공존하지 않는 상태라고나 할까?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임시방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좀 더 근원적인 해결책이 절실했다.




그런 차에 만난 <10대들의 사생활>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오랫동안 심리학자이자 상담가로 활동한 저자는 10대 청소년기를 ‘사춘기로 시작해서 사춘기로 끝나는 시기’라고 하면서 요즘 아이들은 예전에 비해 훨씬 긴 청소년기를 보내기 때문에 가정에서 부모와의 관계와 의사소통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문제는 부모들이 10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건데. 저자는 “당연하다”고 말한다. 10대들이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지 안다든 건 차라리 한 손으로 박수를 쳐서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하는 것과 같다는 것. 그렇다면 10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무엇 때문인가? 저자는 한마디로 대답한다. ‘10대의 뇌’라고.




저자는 총 13개의 장에 걸쳐 10대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려준다. 10대의 뇌 발달이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고 충동적인 행동패턴을 보이는 원인이 무엇인지, 그럴때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그 중에서 가장 핵심은 바로 뇌의 전전두엽 피질이다. 앞이마 뼈 바로 뒤에 위치한 전전두엽 피질은 몸이나 뇌의 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미래의 일을 계획하거나 전후 상황을 판단하고 충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뇌의 CEO’라고 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맡은 전전두엽 피질이 10대 아이들은 미완성 상태라는 것. 특히 정서를 관장하는 대뇌 변연계는 청소년기에 발달하는데, 이 발달이 완성되는 성인이 되면 충동적이고 폭발적인 행동은 조금씩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누구보다 사랑스럽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아이로 변하게 된 이유는 한마디로 10대의 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발달과 호르몬에 의한 것이지 결코, 아이들이 성격적으로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는 거였다.




10대의 뇌에서는 리모델링과 재개발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어제까지 있던 건물이 무너지고 어느새 번듯한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것과 같은 일들이 10대의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10대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정서에 공감하고 이해하는데 주력했지 그들의 뇌 발달을 생각지 못했다. 아이도, 어른도 아닌 10대 아이들. 그들의 행동은 낯설지언정 결코 외계인이 아니다. 그들의 뇌가 화려하고 건강하게 탈바꿈하기까지 우리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인내하고 기다려주는 것. 끊임없는 믿음과 사랑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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