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숲에올빼미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신데렐라가 유리구두 한 짝을 떨어뜨리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그래도 왕자는 신데렐라를 찾을 수 있었을까? 제 아무리 왕자라 해도 지난밤 무도회에서 만난 소녀 한 명을 찾는 건 불가능하겠지. 신데렐라는 어쩔 수 없이 재투성이 소녀로 평생 살아가게 될 거야. 못된 계모와 심술궂은 두 언니의 등살을 받으면서.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를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신데렐라가 잃어버린 유리구두 한 짝이 그녀에게 행복의 씨앗이었다고.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클라인-라이플림 우체국에서 일하는 크리스티네. 한창 젊은 나이이지만 그녀의 삶은 꿈과 거리가 멀었다. 전쟁으로 아버지와 오빠를 잃은데다 엄마마저 병으로 앓아누워서 우체국과 집을 오가는 가난하고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행복이란 걸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지내던 어느 날 크리스티네는 한 장의 전보를 받는다. 젊은 시절 아름다운 모델이었던 이모는 불륜 상대남자의 이혼을 부추기다 도리어 사고를 당해 미국으로 떠났는데 바로 그 클레르 이모가 남편과 스위스로 여행을 왔다면서 언니인 크리스티네의 엄마를 초대를 한 것. 하지만 크리스티네의 엄마는 오랜 병 때문에 여행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크리스티네가 대신 여행을 떠나게 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것도 아픈 엄마를 두고 혼자 떠날 수 없지만 오랜만에 쉬면서 바깥세상 구경도 하라는 엄마의 설득에 마지못해서.




이모의 초청으로 스위스의 휴양지 엥가딘에 도착한 크리스티네는 오스트리아 시골과 전혀 다른 모습, 그야말로 휘황찬란한 별친지에 들어서자마자 주눅이 든다. 멋지고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에 비해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 자신감을 잃는다. 그런 조카의 모습이 가엾고 마음에 걸린 이모는 크리스티네에게 자신의 옷을 빌려주고 미용실에 데려가 머리를 손질하는 등 한껏 단장을 시킨다. 이후 몰라보게 달라진 크리스티네. 그녀는 더 이상 우스꽝스럽고 촌스러운 시골 처녀가 아니었다. 완벽하고 아름다운 아가씨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예전과 다르다는 걸 느낀 크리스티네는 조금씩 자신감을 갖는다. 조용하고 세련된 분위기에 맞게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게 되고 그런 자신을 ‘폰 볼렌양’이라 부르며 다가오는 이들과의 만남을 즐기게 되었다. 어느새 호텔 사교계의 스타로 떠오른 크리스티네. 그러나 그녀의 화려한 변신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크리스티네를 못 마땅하게 여겼던 이에 의해 그녀의 신분이 탄로가 나면서 어쩔 수 없이 고향인 오스트리아의 시골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짧지만 다른 이들의 주목을 받고 화려한 변신을 경험했던 크리스티네. 그녀에게 고향은 더 이상 정겨운 곳이 아니었다. 이렇게 누추한 곳에서, 볼품없는 사람들과 어떻게 살았을까 의아할 뿐이다. 오랜 병을 앓던 엄마마저 세상을 떠나고 나자 크리스티네는 모든 것이 지겹기만 했다. 그러다 한 명의 남자를 만난다. 형부의 전우였던 페르디난트. 크리스티네는 가난하지만 어딘지 반항적인 기질의 페르디난트에게 이끌리면서 그와 함께 삶을 마감하려고 하는데...




뛰어난 소설가로 알려진 슈테판 츠바이크. 그의 소설은 1차 대전을 전후로 한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책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시대만 다를 뿐 지금 우리의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다. 시골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순박한 소녀가 화려한 도시의 불빛에 빠져 본래의 자기 모습을 잃어버리고 전혀 다른 이가 되어버리거나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한 나머지 목숨을 끊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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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란1 2011-12-04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요즘 체스에 빠져사는데요. 하루에 한판 이상은 두고 있어요. 재미있습니다.한번 해 보세요. 나무로 된 체스판 사서 두 아들이랑 즐겨보세요. 가끔 남편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