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 KBS 사이언스 대기획 인간탐구
김윤환.기억 제작팀 지음 / 예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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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미치겠어요. 내가 한 기억이 없는데 어느새 씽크대에 설거지가 다 되어 있는 거 있죠. 남편이 얼마나 황당해 하던지(이 말을 한 지인은 벌써 이와 같은 일을 두 번째 겪었다는군요)...

B : 난 집에 없는 책이라고 샀는데 알고 보니 예전에 그 책을 샀더라구. 

C : 말도 마. 난 엊그제 전기밥솥에 밥을 안치면서 쌀을 밥통에 안 넣고 밥솥에 그냥 붓고 취사버튼을 눌렀다니까.

A : 어머, 나도 그런 적 있는데...그치만 전 취사버튼까지는 안 눌렀는데...

C : 하~!, 이렇게 가다보면 전화기를 냉장고에 넣는 날도 금방이지 싶어...




중년을 넘긴 지인들과 만나다보면 때론 기인열전이 따로 없습니다. 며느리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시댁이나 남편 흉을 비롯해서 차마 남에게 말하기 어려운 실수담들이 연이어서 나오는데요. 아이 문제를 제외하고 요즘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바로 ‘건망증’입니다. 자신의 증상이 건망증인건지, 치매인지 구분하는 것부터 어렵다는 거지요. 그럴 때마다 약속시간을 깜빡하면 건망증이고 약속이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면 치매로 봐야한다며 간단하게 설명하지만 아리송한 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인간을 인간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면 무언가를 잊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건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하는 걸까요?




한 방송국에서 기획 다큐멘터리로 기억의 실체와 비밀을 파헤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서 인간의 뇌 구조와 기억의 원리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었는데요. 바로 그 프로그램의 내용이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인간탐구, 기억>입니다.




책은 크게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먼저 ‘1장. 오래된 미래, 기억’에서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 <첫 키스만 50번째>라는 책과 영화를 통해 언급된 단기기억상실증 환자를 통해 뇌의 어느 부분이 기억을 담당하고 있는지 추적하는데요. 우리 뇌의 ‘해마’라는 부위에서 기억이 저장된다는 것을 밝혀냅니다. 하지만 기억은 완전한 것이 아니어서 때론 기억이 왜곡되기도 한다면서 기억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짚어줍니다. ‘2장. 봄날은 온다’에서는 저를 비롯한 중년의 지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바로 건망증이나 치매처럼 기억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는데요. 알콜과 스트레스가 기억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습니다. 다행히 책에는 기억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훈련과 운동법을 소개해놓아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살다보면 기억하는 것만큼 잊는 것도 중요하지요. 바로 그 잊는 것에 대해서 ‘3장. 두 번째 선물, 망각’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너무 괴롭고 힘겨워서 차라리 잊고 싶을 때. 무언가를 기억하느냐 혹은 잊어버리느냐는 그때의 감정이 어떠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합니다. 즉, 어떤 상황이든 감정이 개입된 것은 쉽게 잊혀지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봤습니다. 뇌의 노화는 고유명사를 잊는 것부터 시작되는데 그건 바로 중년의 뇌가 가장자리부터 닳기 시작하기 때문이라는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억하려고 애쓰는 한 치매가 아니라고 합니다. 왜냐면 치매는 아예 기억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는데요.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억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책에서 하루 일과의 기록이 언급되었된 것처럼 ‘이틀 전 일기를 쓰라’는 겁니다. 그 이유는 인간이 나이 들수록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키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일이 아닌 이틀 전 일기를 쓰는 습관을 들이면 기억력이 약화되는 걸 늦출 수 있다고 하네요. 저도 꾸준히 해봐야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뇌에 관한 책을 연이어 읽었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변화를 다룬 책과 기억의 실체, 비밀을 밝히는 <기억>까지 우리 인간의 뇌를 다각도로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알면 알수록 인간의 뇌는 참 신비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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