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꽝 멸종 프로젝트 - Dr.심의 몸 개그, 그것이 알고 싶다
심현도.이형진 지음, 성낙진 그림 / 청춘스타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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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시절 때 사진을 크게 인화해서 붙여뒀어요. 그거 보고 자극 받으려고요”

독서모임 뒤풀이 때 누군가 말했다. 리즈시절이라. 난 어땠더라? 앨범을 보려 해도 그 앞에 쌓인 몇 겹의 책탑을 치우지 않는 한 불가능. 두어 장의 사진이 휴대폰에 파일로 남아있긴 하지만 도저히 지금의 나와 동일인물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다. 고집 부릴 걸 부려야지 참으로 민망한 일이다. 불가능한 일을 위해 애쓰기 보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과거와 현재의 나 사이에 분명히 선을 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나’ 대신 다른 것을 목표로 세웠다. 바로 지하철 계단 한 번에 오르기. 지하에서 지상에 도달하기까지 칸칸이 이어지는 계단(2호선은 특히 계단이 많다)을 다리통증이나 숨을 헐떡이지 않고 거뜬히 오르고 싶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12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려도 녹초가 되지 않는 체력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약간의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걷기를 하고 있을 때 이 책 <몸꽝멸종 프로젝트>가 출간됐다.

 

 

<몸꽝멸종 프로젝트>는 만화형식으로 되어 있다. 책은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나뚱뚱’과 매일 운동해도 근육이 안 생기는 ‘고갈비’, 두 사람이 닥터 심의 조언을 받아 몸꽝을 탈출하는 과정이다. 닥터 심은 가장 먼저 체계적인 식이요법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할 영양소에 대해 짚어준다. 탄수화물을 먹어서 살이 찐다고 하는 이유가 뭔지, 지방이라고 모두 나쁜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필수영양소라는 것, 하루 단백질 섭취 필요량을 알려주는데 성인과 성장기의 아이에게 필요한 단백질량(비율)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산수식단’이란 것도 처음 접한다. 다이어트를 할 때 항상 신경이 쓰였던 게 칼로리였는데 닥터 심은 칼로리에 연연하지 마라고 한다. 성인 개인마다 섭취할 영양소를 숫자로 정해두고 필요에 따라 더하고 빼는 방식인데 그림과 표로 되어 있어서 쉽게 이해가 된다. 난 평소에 고기를 안 먹는데 그 대신 대체할 음식은 무엇이고 양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수월하다. 48시간(혹은 24시간)동안 금식한 다음 13일간 서서히 식이조절을 하는 ‘리버스 다이어트’도 신선했다. 수행자나 맹수들이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금식하는 것처럼 금식하는 동안 내장기관이 독성을 배출하고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운동에 대한 부분도 쉽게 설명이 되어 있다. 사람은 일단 에너지를 먼저 소비한 다음 지방이 가장 마지막에 연소되기 때문에 체지방을 날리려면 어떻게 운동하는 것이 좋은지,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을 비교하면서 짚어준다. 효과적인 운동하는 방법으로 ‘산수 트레이닝’을 알려준다. 이를테면 윗몸 일으키기나 스쿼트 같은 운동을 일정한 양으로 하는 것보다 매일 횟수를 늘려가는 것이 몸을 더 잘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한다.

 

 

<몸꽝멸종 프로젝트>는 다른 책에 비해 크기가 작다. 한 손으로 들고 읽기에 부담이 없는 크기라 휴대하기엔 좋지만 본문 글의 양이 많은 경우 글자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졌다. 하지만 책에 담겨있는 내용을 따져보면 그 정도의 불편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숙달이 될 때까지 한동안 갖고 다니면서 틈틈이 보면 좋을 것 같다.

 

 

기억해! 몸짱이 되는 건 한 번 정상에 도달하면 되는 등산이 아닌, 평생 오르는 등산이라는 것을 - 3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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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1년차 - 초보도 따라 하기 쉬운 즐거운 달리기 프로젝트
다카기 나오코 지음, 윤지은 옮김 / 살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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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경주에 다녀왔습니다. 밤에 출발해서 다음날 새벽이나 낮까지 경주시내 일대를 걷는 <신라의 달밤 걷기 대회>가 있었거든요. 66km 풀코스와 30km 단축코스가 있는데 전 단축코스에 도전했어요. 걷기 대회 전에 체력과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 그렇게 좋아하던 밀가루 음식과 절연하고 대신 계란이나 두부 같은 단백질 음식을 꼭 챙겨 먹었구요. 동네 여기저기를 걷고 갈맷길도 다녔습니다. 이 정도면 30km는 무난하게 걸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생기더군요. 바로 날씨! 행사날 비가 오고 바람도 세게 불거라는 일기예보에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제대로 된 운동복(등산복)도 장비도 없는데 비라니! '30km 완보'라는 제 목표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다음날 하늘의 표정은 밝았고 저와 일행은 순조롭게 출발해서 목표한대로 30km를 완보할 수 있었는데요. 사실 코스 막바지에 이르러 발과 몸의 이곳저곳이 비명을 질러댔지만 꾹 참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더군요. 완보한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완보증과 메달을 받아야겠다는 생각, 따끈한 사발면과 시원한 막걸리를 들이킬 욕심에 힘들지만 부지런히 발을 놀렸답니다. <마라톤 1년차>의 다카기 나오코처럼 말이죠.

 

‘초보도 따라 하기 쉬운 즐거운 달리기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달린 <마라톤 1년차>는 만화입니다. 책의 출간시기가 걷기 대회를 준비하고 있을 무렵이었는데요. 마라톤과 걷기라 다른 점이 있긴 하지만 만화라서 부담이 없을테고 약간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읽었는데요. 저자인 다카기 나오코가 직접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직접 겪었던 체험들로 이뤄진 책이어서 생각보다 크게 도움이 됐어요. 일단 운동과 그리 가깝지 않은 일상을 살았다는 것에서부터 무작정 시작하고 마는 무대뽀(?)적인 성격, 때마침 함께 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지인들까지. 어쩜 이리도 비슷한 부분이 많은지... 사실 제가 무작정 30km 야밤걷기를 하겠다고 선포하고 나섰을 때 남편은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어요. 발이 아파서(제가 족저근막염이거든요. ㅠㅠ) 등산도 못하면서, 등산복도 없으면서 아무리 걷기지만 30km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복장부터 제대로 갖추라고 했는데요. 전 오히려 듣는둥 마는둥했습니다. 기본적인 것만 있으면 복장에 힘을 줄 필요가 없다고 <마라톤 1년차>에서 그랬거든요.

 

풀 마라톤을 목표로 저자는 우선 5Km 마라톤에 참가하는데요. 코스 도중 급수소에서 물을 마시는 거나 페이스를 조절하는 부분이 서툰 모습을 보이지만 완주에 성공하면서 달리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프로 러닝 코치에게 달리는 자세에 대해 직접적인 조언을 듣기도 하는데요. ‘맥주가 맛있어지도록 달리는 방법’으로 달리는 대목은 정말 코믹 그 자체였습니다. 인상적이고 독특한 부분도 많았어요. 샤워할 수 있는 시설이 완비된 만화까페도 그렇고 참가자에게 거봉을 서비스로 주는 대회, 자신의 한계를 넘어 힘겹게 달리는 참가자에게 먹을거리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 참가자와 구경하는 사람 모두 마라톤이라는 행사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정말 좋아보이더군요.

 

그리고 드디어 목표했던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달리기 위해 저자는 하와이의 호놀룰루 마라톤에 참가하는데요. 무사히 완주했을까요? 궁금하신 분은 책으로 확인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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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하다 - 톤도, 가장 낮은 곳에서 발견한 가장 큰 행복
김종원 지음 / 넥서스BOOKS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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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인 것 같습니다. 내전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 남수단의 톤즈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다 운명한 이태석 신부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촉망받는 의사로서의 명예와 부를 누릴 수 있었지만 그는 성직자의 신분으로 톤즈로 향했습니다. 어둡고 낮은 곳에서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을 택한 그를 사람들은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불렀는데요. 우연히 알게 되었지만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톤도를 알게 됐어요. 마을 이름이 톤즈와 비슷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필리핀에서 봉사하고 있는 분에 관한 기사였는데요. 톤도라는 마을이 쓰레기 더미 위에 지어졌다는 것과 전기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열악한 곳이라는 대목이 충격적이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행복보다는 남의 행복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봉사자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하다>의 첫 느낌은 솔직히 그닥 별로...였습니다. 아이들이 수줍게 미소 짓고 있는 표지사진을 보니 지구변방의 개발도상국 혹은 빈민국을 다녀온 이의 체험담을 사진과 함께 엮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비슷한 유형의 책은 이미 여러 차례 만난 터라 굳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읽어야 할 책, 읽고 싶은 책이 얼마나 많은데요. ‘이어령...추천도서’라는 문구도 눈길을 끌지 못했구요. 하지만 어쩌다, 정말 우연히 표지 귀퉁이에 적힌 글을 보게 됐습니다. ‘톤도, 가장 늦은 곳에서 발견한 가장 큰 행복’. 그렇습니다. ‘톤도’. 두 글자로 된 이 마을의 이야기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쓰레기 더미 위에 지어졌다지만 설마 그럴까! 서울의 난지도처럼 쓰레기를 매립한 곳 위에 마을이 형성되었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표지를 넘기고 처음 맞닥뜨린 사진은 정말 쓰레기 천지였습니다. 무언지 형체조차 알 수 없는 쓰레기가 바닥에 넓게 평평하게 깔려있는 그 위에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어딘가를 향해 분주히 움직이는 듯한 아이들의 모습. 뒤를 이어 성인 두 명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골목길에서 활짝 웃고 있는 아이들. 충격이었습니다. 두 장의 사진에서 드러난 마을의 열악하고 처참함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밝은 모습. 이 두 가지가 매치가 되지 않더군요. 전혀 다른 곳의 모습을 담았다고 할만큼...

 

 

예뻐서, 황홀할 정도로 예뻐서, 너의 모습이 가슴 아프구나.

가난은 그저 그들의 풍경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삶이다.

아이들의 행복은 결코 풍경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가난과 행복은 전혀 상관이 없다.

풍경은 행복의 조건이나 불행의 조건이 아니다. - 50쪽.

 

 

세계 3대 빈민 도시 톤도. 시선을 어디로 향하더라도 쓰레기 무더기가 보이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낡은 넝마로 가득한 곳이지만, 갓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서 먹을 것을 찾아서 주린 배를 채우기 일쑤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이 불행하다고 여기지 않았습니다. 찌들린 가난 속에 꿈이나 희망, 동심이 자랄 수 있을까 싶지만 아이들은 카메라를 향해 너무나 밝게 웃었고 락커의 심볼을 손으로 만들어 보이면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빵을 가족에게 내밀었고 친구들과 나눠먹을 줄 알았으며 거리에 돈과 쓰레기가 떨어져 있을 때 모두의 행복을 위해 쓰레기를 주워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하고 밝은 표정을 보면 순간순간 잊게 됩니다. 톤도, 그곳이 필리핀의 최빈곤층이 사는 마을이라는 것도 온갖 벌레와 거대한 쥐가 들끓고 흉악범들이 넘쳐나서 총을 휴대하지 않으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로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요. 하지만 이내 알게 되죠. 일상의 모든 것이 위태로운 처참한 곳에서 태어나서 줄곧,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의 삶을 떠올리면 수시로 코끝이 시큰해지곤 했답니다.

 

 

가난하지만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삶을 통해 체득한 아이들을 만나고 있을 무렵 이런 기사를 봤어요. 우리나라 아이들의 삶의 만족도가 OECD 국가들 중에서 최하위를 차지했다는 기사인데요. 문제는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처음이 아니라는 거지요. 수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점수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숙제와 각종 시험, 성적 스트레스가 아이들의 삶을 점점 우울하게 만들고 있었는데요. 아이들에게 행복을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을 괴롭히는 요인들을 줄이거나 없애면 될까요? 그것으로 행복해질까요? 전 아닌 거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 아이들에게 행복을 느끼게 하려면 가장 먼저 자신이 행복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난 지금 행복한가? 여러분은요? 행복하십니까?

 

 

톤도에서 지내면서 많은 아이와 친구가 되었다.

그러다 문득, 행복에도 특유의 향기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톤도의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면 행복 냄새가 물씬 풍겼다.

동남아 특유의 뜨거운 햇살이 나를 힘들게 했지만,

아이들 덕분에 내 가슴은 봄날처럼 향기로웠다. - 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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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진로설계 - 부모가 먼저 세상을 읽어라
오호영 지음 / 바로세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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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을 아십니까?

‘중국 당나라의 시인 이백. 술에 취해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가 익사했다는 말이 있다’ 음...맞긴 하지만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셨으므로 땡~!! ‘이태백’ 바로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말인데요. 사실 이 말이 생긴 건 십 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모르면 구석기 시대라고 취급 받으셔요. 그럼 ‘이퇴백’은 뭘까요? ‘20대에 퇴직한 백수’라고 합니다.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 보니까 일단 아무 회사에 들어가지만 막상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서 결국 퇴직해 백수가 된다는 뜻이라고 하네요. 헐~. 하십니까? 하나만 더. '인구론‘은 뭘까요? ’인구론‘, 이 말은 취업시장에서의 인문계 홀대현상이 낳은 신조어에요. ’인문계 90%가 논다‘는 말인데요. 그냥 웃고 넘기기엔 씁쓸함이 남습니다. 

 

20세기말 IMF를 겪으면서 실업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사람들은 좌절과 불안감에 빠져들었죠.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란 말이 생겨날 정도였으니까요. 사람들의 직업에 대한 생각, 가치관도 조금씩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전의 인기 직업이 수그러들고 새로운 직종들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는데요. 그 변화의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지 않으면 그 흐름을 놓쳐버리고 마는데요. 문제는 그런 변화의 영향이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겁니다. IMF때 고용불안을 온몸으로 체득한 이들이 부모가 되어 자식들은 자신의 아픔을 겪지 않게, 반듯하고 안정된 직업을 갖게 하기 위해 너도나도 무조건 교육에 올인하는데요. 현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지금 청소년이 성인이 되었을 때. 그때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존재할까요?

 

<내 아이 진로설계>는 ‘목표’에 대해 말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가장 먼저 흐름을 파악하라고 합니다. 지금의 흐름을 알아야 앞으로의 흐름이나 다가올 미래에는 어떤 직업이 유망한지 예측할 수 있다는 건데요.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현재의 취업난이 어느 정도인지 적나라하게 짚어줍니다. 죽을 둥 살 둥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하지만 대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점, 5학년으로 차고 넘치는 대학에 의존하려고 하지 말고 생존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대학보다는 전공이, 전공보다는 직업을 최종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거지요.

 

저자는 세계의 초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나라, 중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유망한 직업도 중국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 목표로 삼으라고 하네요. ‘달리는 말과 경주하려고 하기보다 그 등에 올라타는 지혜를 발휘하라’는 건데요. 이처럼 세계적인 사회변화의 10가지 흐름, 경향을 짚어주면서 어떤 직업의 전망이 밝은지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아이의 장래희망을 설계할 때도 어떻게 하면 좋은지 사례를 들어 구체적인 방법들을 설명하고 있어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취업시장에 떠도는 신조어,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해볼까요? ‘페이스팩’, 뭘까요? 힌트는 얼굴의 ‘페이스’와 ‘스펙’의 합성어인데요. 한번 생각해보시길. 우리 사회의 변화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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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와 드골 - 위대한 우정의 역사
알렉상드르 뒤발 스탈라 지음, 변광배.김웅권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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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양복을 입은 초로의 두 신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소파나 의자가 아닌 건물의 계단 같은 곳에 앉아 열심히 얘기를 하는 사람과 그를 바라보며 경청하는 사람. 그림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표정이나 모습은 생기가 넘친다. 무슨 얘길 저리도 재미나게 하는 걸까. 곰곰이 귀를 기울이면 들리지 않을까 착각이라도 할만큼. 자, 그렇다면 문제를 풀어보자. 책의 제목은 <말로와 드골>. 표지에 그려진 두 사람. 누가 말로이고 누가 드골인가? 두 사람의 모습을 알지 못하는 나로선 ‘찍어볼까?’ 하다가 금방 알아차렸다. 붉은색 글자의 말로와 초록의 드골. 빨강과 초록색 글자로 된 제목과 짝짓기라도 하듯 손에 불붙은 담배를 들고 있는 이는 말로이고 손에 초록색 안경을 들고 있는 사람이 드골이 분명하다. 거기에 ‘위대한 우정의 역사’라는 짧은 문구. 간단하지만 가장 명확하게 주인공과 책 내용을 소개하는 표지가 아닌가. 절묘하다. 멋지다.

 

솔직히 말로와 드골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아는 것이라고는 앙드레 말로가 중국혁명을 다룬 <인간의 조건>을 썼다는 것과 샤를 드골이 프랑스의 대통령이었으며 최근 스캔들로 전세계인의 주목을 끌고 있는 그 누군가와는 정반대의 인물이라는 것 정도? 때문에 ‘위대한 우정의 역사’라는 부제가 금방 와닿지 않았다. 이 두 인물이 생전에 어떤 계기로 만났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고나 할까? 의문은 곧 호기심을 불러왔다. 이 둘의 접점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다. 그래. 만나보자고. 까짓 거. 작가고 대통령이었다 해도 어차피 할배들 아냐? 모 방송국의 여행 프로그램에서 최고의 짐꾼으로 활약했던 배우만큼은 아니지만 할배들 얘기야 얼마든지 들어주지. 말해보라고. 당신들 우정의 역사를.

 

말로와 드골. 그들은 서로를 가리켜 “그 파시스트!” “그 공산주의자!”라고 했다. 11년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차이만 봐도 그렇지만 예술가와 정치가는 특성상 좋은 조합이 아니다. 허나 그들은 1945년 7월 18일, 첫 만남을 가졌다. 만나자마자 드골 장군은 말로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이에 말로는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자신의 정치에 참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스페인 내전과 레지스탕스 운동에 대해, 더 나아가 자신은 프랑스와 결혼했노라고 말하는 말로. 한 시간 정도의 만남에 불과했지만 서로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엔 충분했다.

 

드골 장군과 앙드레 말로는 서로 첫눈에 반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25년 이상 동안 그 강도 면에서 한결 같았던 그들 사이의 우정이 시작된 것이다. - 19쪽.

 

이후 책은 샤를 드골과 앙드레 말로의 성장과정을 전하는데 둘은 여러 면에서 대조가 된다. 화목한 집안에서 태어나 엄격하면서도 소양을 갖춘 지도자로서의 어린 시절을 보낸 드골은 열다섯 살 무렵, 군인이 될 것을 결심하고 프랑스의 명문학교인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간다. 말로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스스로가 ‘나는 어린 시절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환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했던 할아버지와 열정을 지닌 아버지가 말로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지만 그에 비해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결코 좋지 않았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도 두 사람에게 완전히 상반되는 삶의 궤적을 남겼다.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포화를 뒤집어쓰며 참혹함을 겪은 드골과 전쟁에 참전한 아버지를 통해 영웅적인 이야기에 젖어있던 젊은 청년 말로. 이후로도 둘은 장교와 모험가의 모습으로 평행선 위를 걷는다. 그러다 1930년대가 되면서 커다란 변화가 시작된다. 파시즘과 나치즘이 유럽을 잠식하려 하자 말로는 탐험가에서 투사로 탈바꿈한다. <인간의 조건>을 출간하여 공쿠르상을 수상을 시작으로 나치의 비리를 고발하는 작품을 발표한다. 당시 드골은 프랑스의 군대를 걱정이 깊어져 <미래의 군대>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전문 장갑부대를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강연도 다녔다. 그러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이때 말로가 37세, 드골이 48세였다. 이전까지 줄곧 상반되는 삶의 궤적을 그리던 두 사람이 드디어 접점을 향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 두 사람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었다. 인간의 조건에 대한 날카로운 의식, 즉, 인간의 자유, 존엄성, 그리고 환원 불가능성에 대한 의식이 그것이다. - 148쪽.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고 두 사람은 처음으로 만난다. 서로가 다른 성향과 기질을 지녔고 삶의 경험도 상반되지만 추구하는 가치가 같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후 1959년 드골은 대통령이 되었고 말로를 문화부장관에 임명하기에 이른다. 조국 프랑스를 위대한 나라로 만들고 유럽에 민주주의를 다시 꽃피우고 프랑스의 문화와 예술을 빛내는데 함께 손을 잡은 것이다.

 

드골 장군은 앙드레 말로에게서 자신과 같은 높이에 있고 자신에 상응하는 또 다른 자아, 그러니까 그를 포기의 유혹에 대해 경계하게 해준 그런 존재를 만났던 것이다. 그의 앞에서는 드골 장군은 드골 장군으로만 존재할 수 있었고 행동할 수 있었다. -351쪽.

 

1970년 11월 9일 저녁 무렵, 짧은 산택을 마친 드골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곧 그의 심장도 멈추고 만다. 오래전 처음 만난 이후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고 신념을 더욱 굳건히 다지는 계기가 되었던 드골의 죽음 이후로도 말로는 자신의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지병과 건강악화로 1976년 11월 23일 새벽, 말로는 숨을 거둔다. 태어난 순간도, 생을 마감하는 순간도 달랐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영혼을 서로 통한다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말로와 드골, 그들의 우정은 참으로 위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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