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하다 - 톤도, 가장 낮은 곳에서 발견한 가장 큰 행복
김종원 지음 / 넥서스BOOKS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인 것 같습니다. 내전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 남수단의 톤즈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다 운명한 이태석 신부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촉망받는 의사로서의 명예와 부를 누릴 수 있었지만 그는 성직자의 신분으로 톤즈로 향했습니다. 어둡고 낮은 곳에서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을 택한 그를 사람들은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불렀는데요. 우연히 알게 되었지만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톤도를 알게 됐어요. 마을 이름이 톤즈와 비슷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필리핀에서 봉사하고 있는 분에 관한 기사였는데요. 톤도라는 마을이 쓰레기 더미 위에 지어졌다는 것과 전기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열악한 곳이라는 대목이 충격적이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행복보다는 남의 행복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봉사자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하다>의 첫 느낌은 솔직히 그닥 별로...였습니다. 아이들이 수줍게 미소 짓고 있는 표지사진을 보니 지구변방의 개발도상국 혹은 빈민국을 다녀온 이의 체험담을 사진과 함께 엮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비슷한 유형의 책은 이미 여러 차례 만난 터라 굳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읽어야 할 책, 읽고 싶은 책이 얼마나 많은데요. ‘이어령...추천도서’라는 문구도 눈길을 끌지 못했구요. 하지만 어쩌다, 정말 우연히 표지 귀퉁이에 적힌 글을 보게 됐습니다. ‘톤도, 가장 늦은 곳에서 발견한 가장 큰 행복’. 그렇습니다. ‘톤도’. 두 글자로 된 이 마을의 이야기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쓰레기 더미 위에 지어졌다지만 설마 그럴까! 서울의 난지도처럼 쓰레기를 매립한 곳 위에 마을이 형성되었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표지를 넘기고 처음 맞닥뜨린 사진은 정말 쓰레기 천지였습니다. 무언지 형체조차 알 수 없는 쓰레기가 바닥에 넓게 평평하게 깔려있는 그 위에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어딘가를 향해 분주히 움직이는 듯한 아이들의 모습. 뒤를 이어 성인 두 명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골목길에서 활짝 웃고 있는 아이들. 충격이었습니다. 두 장의 사진에서 드러난 마을의 열악하고 처참함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밝은 모습. 이 두 가지가 매치가 되지 않더군요. 전혀 다른 곳의 모습을 담았다고 할만큼...

 

 

예뻐서, 황홀할 정도로 예뻐서, 너의 모습이 가슴 아프구나.

가난은 그저 그들의 풍경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삶이다.

아이들의 행복은 결코 풍경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가난과 행복은 전혀 상관이 없다.

풍경은 행복의 조건이나 불행의 조건이 아니다. - 50쪽.

 

 

세계 3대 빈민 도시 톤도. 시선을 어디로 향하더라도 쓰레기 무더기가 보이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낡은 넝마로 가득한 곳이지만, 갓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서 먹을 것을 찾아서 주린 배를 채우기 일쑤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이 불행하다고 여기지 않았습니다. 찌들린 가난 속에 꿈이나 희망, 동심이 자랄 수 있을까 싶지만 아이들은 카메라를 향해 너무나 밝게 웃었고 락커의 심볼을 손으로 만들어 보이면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빵을 가족에게 내밀었고 친구들과 나눠먹을 줄 알았으며 거리에 돈과 쓰레기가 떨어져 있을 때 모두의 행복을 위해 쓰레기를 주워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하고 밝은 표정을 보면 순간순간 잊게 됩니다. 톤도, 그곳이 필리핀의 최빈곤층이 사는 마을이라는 것도 온갖 벌레와 거대한 쥐가 들끓고 흉악범들이 넘쳐나서 총을 휴대하지 않으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로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요. 하지만 이내 알게 되죠. 일상의 모든 것이 위태로운 처참한 곳에서 태어나서 줄곧,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의 삶을 떠올리면 수시로 코끝이 시큰해지곤 했답니다.

 

 

가난하지만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삶을 통해 체득한 아이들을 만나고 있을 무렵 이런 기사를 봤어요. 우리나라 아이들의 삶의 만족도가 OECD 국가들 중에서 최하위를 차지했다는 기사인데요. 문제는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처음이 아니라는 거지요. 수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점수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숙제와 각종 시험, 성적 스트레스가 아이들의 삶을 점점 우울하게 만들고 있었는데요. 아이들에게 행복을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을 괴롭히는 요인들을 줄이거나 없애면 될까요? 그것으로 행복해질까요? 전 아닌 거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 아이들에게 행복을 느끼게 하려면 가장 먼저 자신이 행복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난 지금 행복한가? 여러분은요? 행복하십니까?

 

 

톤도에서 지내면서 많은 아이와 친구가 되었다.

그러다 문득, 행복에도 특유의 향기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톤도의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면 행복 냄새가 물씬 풍겼다.

동남아 특유의 뜨거운 햇살이 나를 힘들게 했지만,

아이들 덕분에 내 가슴은 봄날처럼 향기로웠다. - 21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