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 아워 - 우리가 언젠가 마주할 삶의 마지막 순간
케이티 로이프 지음, 강주헌 옮김 / 갤리온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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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선]이란 영화가 생각납니다. 제법 오래된 영화인데요. 죽음 이후, 사후세계에 강한 의혹을 품고 있는 의대생들이 직접 죽음을 경험하기 위해 비밀스런 실험을 감행하기에 이릅니다. 몇 대의 기계와 약으로 뇌와 심장이 멈추면 이내 모니터에 평행선이 이어지면서 비로소 죽음으로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자신들의 경험이 의학계에 혁명을 가져오게 될 거란 기대를 가지고. 제한 시간 약 1분. 어둠 속에서 한 명 한 명...그들은 차례로 죽음의 세계를 경험하게 되는데요. 현실로 돌아온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성취감이나 명성이 아니었습니다. 그들 각자의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던 과거의 일들이 현실에서도 환상처럼 나타나면서 오히려 지독한 고통을 겪게 되는데요. 호기심에 본 영화지만 삶과 죽음, 그 사이에는 결코 넘볼 수 없는 확실한 경계, 선이 있을거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인생, 인간의 삶이라고 하지요. 그래선지 죽음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의문을 갖는 주제인데요. <바이올렛 아워>의 저자 케이티 로이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잔병치레가 잦았고 급기야 한쪽 폐의 절반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으면서 그녀는 죽음에 바짝 다가가게 되는데요. 거기다 의사였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그녀는 더욱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까? 두렵지 않을까? 나는 어떨까? 내게 마지막 순간은 어떻게 다가올까? 언제든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면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끊임없이 계속 이어지는 의문을 풀기 위해 저자는 남다른 자신만의 삶을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 인물들, 지그문트 프로이트, 수전 손택, 존 업다이크, 딜런 토머스, 모리스 샌닥의 죽음을 역추적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들이 생전에 남긴 작품이나 인터뷰, 일기나 편지, 노트를 비롯해서 주변 인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바이올렛 아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알아보기 시작하는데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위대한 인물들의 마지막 순간은 어땠을까... 궁금한 마음이 컸는데요. 전 두 사람의 마지막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최면술을 통해 인간의 마음에는 무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린 정신분석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그는 구강암으로 인해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으나 “맑은 정신으로 생각할 수 없다면 고통이 없는 것보다 차라리 고통을 받으며 생각하는 쪽을 선택하겠다”면서 진통제를 거부하고 마지막도 자신이 선택한 방법으로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삶을 마쳤다고 하는군요.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동화작가 모리스 샌닥은 늘 자신이 갑자기 죽을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속에 살았다고 합니다. 그래선지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이나 질병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죽음과 관련된 물건을 수집하기도 했다는데요. 독특한 상상력으로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빚어내는 그를 저는 막연히 재기발랄한 삶을 살았을거라 생각했는데 평생토록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니 정말 의외였습니다.

 

 

죽음, 마지막 순간. 남은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많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생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저 잠결에 가게 해달라’고 되뇌는 팔순의 친정엄마처럼 마지막 순간에 고통이 없기를, 평온하기를. 한낮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하늘에 서서히 보랏빛 어둠이 내려앉으면 자연스레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꼭 그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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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라의 조건 - OECD 선정 '가장 행복한 13개국'에게 배운다
마이케 반 덴 붐 지음, 장혜경 옮김 / 푸른숲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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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주민세를 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고지서의 금액이 이전보다 두 배 이상 인상된 거예요. 혹시 연체를 했나 싶어 살펴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제가 사는 지역의 주민세가 인상이 된 거였어요. 그것도 작년부터. 인상된 금액에 한 번, 작년엔 미처 모르고 지나쳤다는 점에서 또 한 번. 연이은 충격에서 정신을 차릴 즈음 의문이 들었습니다. 세금은 이렇게 해마다 늘어나는데, 그럼 살기가 좋아져야 하는 거 아냐? 왜 오히려 힘들고 팍팍해지지? 왜 행복하지 않은 거야? 내가 내는 세금, 다 어디로 가는 거냐고!

 

 

“행복한 나라에 조건이란 게 있을까?”하는 의문에 펼쳐든 책 <행복한 나라의 조건>. 네덜란드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와 멕시코에서 살았던 이력을 지닌 저자에겐 이런 고민이 있었다고 합니다. 세계 2차 대전의 패전국에서 부유한 나라로 탈바꿈한 나라, 독일. 경제적인 기반이나 여건에서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데도 행복도 지수 조사에서는 항상 독일이 밑바닥 수준이라는 거지요. 독일 사람들은 왜 행복하지 않은 걸까?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마침내 결심합니다.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곳에 직접 찾아가서 그 나라 사람들에게 행복의 비결이 뭔지 물어봐야겠다고.

 

 

저자는 OECD에서 선정한 ‘가장 행복한 13개국’을 9개월에 걸쳐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행복한 삶의 비결’에 대해 일일이 취재하기에 이릅니다. 각자 경제적 수준이나 교육 수준이 다르고 삶의 방식도 달랐는데요. 한 가지 공통되는 부분을 찾자면 자신만의 것을 고집하기보다는 ‘조화’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이를테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부자나라로 통하는 노르웨이에서는 ‘얀테 법칙’이란 게 있다고 합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절대 자랑하지 않는 것이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하구요. 사람들간의 신뢰도도 높아서 자동차의 시동을 켠 채 세워둔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수입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덴마크 사람들이 엄청난 세금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살면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에서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을 행복의 비결로 꼽았구요. 캐나다 사람들은 크고 거장한 꿈이나 이상보다 단순하면서도 서로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사람들간에 서로 배려하는 것이 일상에 녹아들어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코스타리카,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 핀란드,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파나마, 룩셈부르크, 멕시코, 콜롬비아. 자긴 이 중에 어느 나라가 궁금해? 어디서 살고 싶어?” 휴일날, 늦은 아침을 먹고 한가로울 때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난데없는 질문에 남편은 황당해했지만 이내 북유럽의 몇몇 나라를 대더군요. 이유가 뭐냐고 재차 물어보니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고 사회전반에서 기회가 고르게 주어지는 것 같다는 대답을 했는데요. 사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는요.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조금 달려졌어요. 어떤 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콕 짚을 순 없지만 좀 더 고민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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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학술총서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신현준.이기웅 엮음 / 푸른숲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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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흡한 도시 재개발 정책은 젠트리피케이션을 악화시킨다' 얼마전 은행에 들렀다가 본 기사내용입니다. 잠깐 휘리릭 훑어본 거라 구체적인 것은 기억나지 않는데요. 서울시의 도시계획 패러다임이 ‘개발’과 ‘재개발’에서 ‘재생’으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서울시가 현재보다 삶의 질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확충하고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거였습니다. 그냥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기사였지만 ‘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대목이 눈길을 끌더군요,

 

‘젠트리피케이션’의 사전적 의미는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비교적 빈곤 계층이 많이 사는 정체 지역에 진입해 낙후된 구도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을 몰아내는 현상’입니다.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처음 사용한 말로 ‘신사 계급, 상류 사회, 신사 사회의 사람들’을 뜻하는 ‘gentry’와 화(化)를 의미하는 ‘fication’의 합성어라고 하는군요. 즉 어느 지역에 상업화가 진행되면서 임대료가 오르자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기존 상권이나 거주민들이 밀려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문제는 이로 인해 그 지역 본연의 전통이나 정체성을 잃어버리기도 한다는 겁니다. 생활하는 곳이 서울이나 수도권과 먼 지역이지만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젠트리피케이션’이란 것에.

 

‘어찌하다 보니 젠트리피케이션 연구에 휘말려 들어갔다’는 아리송한 말로 서두를 시작한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은 여덟 명의 연구자가 공동저자로 집필한 책인데요. 우리나라 인구 중 천만 명이 산다는 서울에서 이른바 한국형 도시개발이 진행된 8곳을 6개월에서 3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해당 지역의 여러 직업과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와 현장조사한 것을 토대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정리해놓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소개된 서촌의 경우 20세기 말부터 언론인과 문인, 예술가 등 문화예술인들이 이사 와서 거주하거나 작업실로 쓰면서 여러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서촌만의 정체성을 쌓아나갔는데요. 최근 몇 년 전부터 새로운 가게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서면서 서촌의 특색이 사라지고 ‘뜨내기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홍대는 재개발과 구별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는데 있어 가장 적합하다는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지요. 젊은 화가들의 작업실과 인디밴드들의 거점 무대로 통했던 홍대는 한때 ‘자유’라는 말이 잘 어울렸던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도심처럼 이곳 역시 점차 사람들이 몰리게 되고 ‘홍대상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상업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책에는 이 외에도 종로3가, 홍대, 가로수길과 사이길, 한남동, 구로공단, 창신동, 해방촌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는지 하나하나 짚어줍니다.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의 첫인상은 ‘정갈함’이었습니다. 하얀색 표지에서 깨끗하고 정갈한 이미지로 다가왔지만 막상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처음과 다르게 ‘묵직함’이었습니다. 책은 우리나라 인구 중 천만 명이 산다는 서울에서 이른바 한국형 도시개발이 진행된 8곳, 서촌을 비롯한 종로3가, 홍대, 가로수길과 사이길, 한남동, 구로공단, 창신동, 해방촌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오랫동안 현장조사를 거쳐서 정리해놓고 있는데요. 사진과 지도가 더해져 500페이지(참고문헌도 상당)가 넘는 분량의 책을 보고 나니 ‘젠트리피케이션’이 비단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란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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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살 빠지는 이상한 책
지태주 지음, 이주용 그림 / 스노우폭스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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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옷이 얇아지고 노출이 많아지는 계절이 돌아왔지요. 사는 동네가 여름휴양지로 손꼽히는 지역이라 그런지 요즘 거리에선 팔다리는 기본이고 배와 등까지 시원하게 드러내고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데요. 노출의 정도가 심해서 때론 눈살이 찌푸리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있게 차려입은 사람을 보면 왠지 부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구요. ‘나도 미리 좀 준비하고 관리했어야 했나?’싶어서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읽으면 살 빠지는 이상한 책>은 일단 제목에서 물음표를 갖게 한 책이에요. 현대에 와서 ‘비만’은 질병으로 분류되어 개별적으로 치료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만큼 ‘비만’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지요. 다이어트에 관한 정보는 또 어떤가요. 한 가지 음식만 먹는 원푸드 다이어트, 독소를 뺀다는 디톡스 다이어트 등 갖가지 다이어트 비법과 다이어트 식품을 비롯해서 요가, 필라테스, 복싱 등 그야말로 1년 365일 내내 다이어트 열풍이 불고 있는데요. 이 수많은 다이어트 비법 중에 어느 하나라도 완전한 방법이 없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죠. 그런데, 단지, 읽는 것만으로, 살이, 빠진다고?

 

책의 저자는 지태주. 지방태워주식회사의 줄임말인데요. 여성들이 살이 찌는 근본원인을 분석해서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해서 요요없이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합니다. 지태주 다이어트 프로그램, 과연 어떻게 진행되는 걸까요?

 

이 책에서 ‘여우’는 날씬한 몸을 유지하며 자기관리에 뛰어난 사람을 말한다, - 12쪽.

 

저자는 지태주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핵심은 ‘자존감 프로젝트’라고 말합니다. 단식과 폭식이 반복되고 그로 인한 후회로 다이어트를 시작하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요요현상이 반복되는 패턴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거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여우’들의 습성, 생활습관을 관찰해서 일종의 마인트 컨트롤이라고 할까요? 행동패턴을 그들처럼 수정해보라고 권합니다. 우선 ‘여우’에 대한 생각, 선입관을 바꾼 다음 무엇이 정말 내 몸에 도움이 될지 심사숙고해야 하며 어떤 음식을 먹더라도 소개팅에 나온 것처럼 내숭을 떨어서 예쁘게 먹을 것이며 배부르기 전에 과감히 수저를 놓아야하며 얼굴에 메이크업을 하듯이 몸에도 배에 힘주기, 계단 오르기, 빨리 걷기 같은 바디 메이크업을 하라는 건데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평소에 무심하게 지나치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요. 손에 쥐었던 것을 던지거나 당기면서 실이 바퀴의 축을 감았다 풀었다 하면서 바퀴가 동시에 회전하며 실을 따라 상하로 움직이는 장난감인데요. 다시 돌아온다는 뜻의 필리핀 말이라고 합니다. 다이어트에서는 살을 뺀 뒤 다시 살이 찌는 것을 요요현상이라고 하는데요. 이것이 반복될 경우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네요. 욕심을 부려서 짧은 시일 내에 살을 빼는 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생활습관을 바꿔서 천천히 체중을 감량하고 유지하는 것, 그것이 가장 현명한 다이어트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가 권하는 것들을 하나씩 천천히 실천해보는 것도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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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마지막 그림 - 화가들이 남긴 최후의 걸작으로 읽는 명화 인문학
나카노 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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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달 전인 것 같습니다. <피카소에서 앤디워홀까지>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피카소를 비롯해서 샤갈. 몬드리안, 앤디 워홀 등 서양미술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화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배운 작품부터 여러 책을 통해 알게 된 작품들이 제법 눈에 띄더군요. 작품도 유화, 석판화, 입체조형물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그림에 대해선 문외한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특히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 중에는 고대 그리스 비극작품을 주제로 한 것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서양인문고전을 공부하면서 접하게 된 작품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그림으로 만나니 느낌이 정말 새롭더군요.

 

이 작가가 그림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게 뭐지? 이 작품이 서양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데 이유가 뭘까? 간혹 전시회에 가면 이런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화가가 생의 마지막에 남긴 작품은 무엇일지...는 단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는데요. <내 생애 마지막 그림>은 바로 화가들의 삶을 그가 남긴 그림을 통해 되짚어보는 책입니다.

 

마지막 작품이 최고의 걸작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성공한 예술가가 인생 말기에 이르러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는지 관찰하는 일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그림이란 화가의 삶의 방식 그 자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 7쪽.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부 화가와 신 - 종교·신화를 그리다’에서는 역사와 종교에 관한 그림을 많이 남긴 라파엘로와 티치아노, 루벤스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구요. ‘2부 화가와 왕 - 궁정을 그리다’에서는 왕정의 후원을 받아 그림을 그린 궁정화가는 보장된 삶을 누렸지만 왕정시대가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자 거기에 휩쓸린 궁정화가들 역시 함께 막을 내리게 되었는데요. 거듭된 근친혼으로 인한 왕가된 벨라스케스, 반다이크, 고야와 같은 궁정화가들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어둡고 캄캄한 배경에 등이 굽은 백발노인이 양 손에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데 고야의 자화상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는 그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부 화가와 민중 - 시민사회를 그리다’에서는 일상생활의 순간들이 예술로, 그림으로 표현되기 시작하는데요. 검소하고 단조로우며 고단한 농부의 일상을 담은 밀레, 일생이 수많은 전기와 소설, 연극으로 만들어진 고흐는 태양을 닮은 노란빛에 매료되었지만 정신적으로 늘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까마귀 나는 밀밭>은 다른 작품보다 불길한 기운이 가득한 느낌이 듭니다.

 

인생의 맨 마지막에 왜 밀레는 이 광경을 그린 것일까? 소년이었던 밀레를 들비둘기 사냥에 데려간 사람은 아버지였을까?...... 갖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노동의 상스러움을 줄곧 그려온 화가는 가축을 도축하는 것과는 다른 사냥의 한 측면도 그림으로 남겨두고 싶었던 것일까? 이 또한 농촌생활의 현실이다라고..... - 261쪽.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습니다. 여행을 갈 때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을 목적으로 여행지를 고르기도 하지만 요즘은 ‘남도 음식 기행’ ‘문학기행’ ‘역사탐방’ 등 하나의 독특한 테마를 가지고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요. 그림도 그렇게 접근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내 생애 마지막 그림>이 좋은 출발점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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