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마지막 그림 - 화가들이 남긴 최후의 걸작으로 읽는 명화 인문학
나카노 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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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달 전인 것 같습니다. <피카소에서 앤디워홀까지>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피카소를 비롯해서 샤갈. 몬드리안, 앤디 워홀 등 서양미술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화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배운 작품부터 여러 책을 통해 알게 된 작품들이 제법 눈에 띄더군요. 작품도 유화, 석판화, 입체조형물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그림에 대해선 문외한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특히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 중에는 고대 그리스 비극작품을 주제로 한 것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서양인문고전을 공부하면서 접하게 된 작품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그림으로 만나니 느낌이 정말 새롭더군요.

 

이 작가가 그림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게 뭐지? 이 작품이 서양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데 이유가 뭘까? 간혹 전시회에 가면 이런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화가가 생의 마지막에 남긴 작품은 무엇일지...는 단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는데요. <내 생애 마지막 그림>은 바로 화가들의 삶을 그가 남긴 그림을 통해 되짚어보는 책입니다.

 

마지막 작품이 최고의 걸작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성공한 예술가가 인생 말기에 이르러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는지 관찰하는 일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그림이란 화가의 삶의 방식 그 자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 7쪽.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부 화가와 신 - 종교·신화를 그리다’에서는 역사와 종교에 관한 그림을 많이 남긴 라파엘로와 티치아노, 루벤스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구요. ‘2부 화가와 왕 - 궁정을 그리다’에서는 왕정의 후원을 받아 그림을 그린 궁정화가는 보장된 삶을 누렸지만 왕정시대가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자 거기에 휩쓸린 궁정화가들 역시 함께 막을 내리게 되었는데요. 거듭된 근친혼으로 인한 왕가된 벨라스케스, 반다이크, 고야와 같은 궁정화가들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어둡고 캄캄한 배경에 등이 굽은 백발노인이 양 손에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데 고야의 자화상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는 그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부 화가와 민중 - 시민사회를 그리다’에서는 일상생활의 순간들이 예술로, 그림으로 표현되기 시작하는데요. 검소하고 단조로우며 고단한 농부의 일상을 담은 밀레, 일생이 수많은 전기와 소설, 연극으로 만들어진 고흐는 태양을 닮은 노란빛에 매료되었지만 정신적으로 늘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까마귀 나는 밀밭>은 다른 작품보다 불길한 기운이 가득한 느낌이 듭니다.

 

인생의 맨 마지막에 왜 밀레는 이 광경을 그린 것일까? 소년이었던 밀레를 들비둘기 사냥에 데려간 사람은 아버지였을까?...... 갖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노동의 상스러움을 줄곧 그려온 화가는 가축을 도축하는 것과는 다른 사냥의 한 측면도 그림으로 남겨두고 싶었던 것일까? 이 또한 농촌생활의 현실이다라고..... - 261쪽.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습니다. 여행을 갈 때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을 목적으로 여행지를 고르기도 하지만 요즘은 ‘남도 음식 기행’ ‘문학기행’ ‘역사탐방’ 등 하나의 독특한 테마를 가지고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요. 그림도 그렇게 접근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내 생애 마지막 그림>이 좋은 출발점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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