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학술총서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신현준.이기웅 엮음 / 푸른숲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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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흡한 도시 재개발 정책은 젠트리피케이션을 악화시킨다' 얼마전 은행에 들렀다가 본 기사내용입니다. 잠깐 휘리릭 훑어본 거라 구체적인 것은 기억나지 않는데요. 서울시의 도시계획 패러다임이 ‘개발’과 ‘재개발’에서 ‘재생’으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서울시가 현재보다 삶의 질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확충하고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거였습니다. 그냥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기사였지만 ‘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대목이 눈길을 끌더군요,

 

‘젠트리피케이션’의 사전적 의미는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비교적 빈곤 계층이 많이 사는 정체 지역에 진입해 낙후된 구도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을 몰아내는 현상’입니다.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처음 사용한 말로 ‘신사 계급, 상류 사회, 신사 사회의 사람들’을 뜻하는 ‘gentry’와 화(化)를 의미하는 ‘fication’의 합성어라고 하는군요. 즉 어느 지역에 상업화가 진행되면서 임대료가 오르자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기존 상권이나 거주민들이 밀려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문제는 이로 인해 그 지역 본연의 전통이나 정체성을 잃어버리기도 한다는 겁니다. 생활하는 곳이 서울이나 수도권과 먼 지역이지만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젠트리피케이션’이란 것에.

 

‘어찌하다 보니 젠트리피케이션 연구에 휘말려 들어갔다’는 아리송한 말로 서두를 시작한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은 여덟 명의 연구자가 공동저자로 집필한 책인데요. 우리나라 인구 중 천만 명이 산다는 서울에서 이른바 한국형 도시개발이 진행된 8곳을 6개월에서 3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해당 지역의 여러 직업과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와 현장조사한 것을 토대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정리해놓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소개된 서촌의 경우 20세기 말부터 언론인과 문인, 예술가 등 문화예술인들이 이사 와서 거주하거나 작업실로 쓰면서 여러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서촌만의 정체성을 쌓아나갔는데요. 최근 몇 년 전부터 새로운 가게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서면서 서촌의 특색이 사라지고 ‘뜨내기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홍대는 재개발과 구별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는데 있어 가장 적합하다는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지요. 젊은 화가들의 작업실과 인디밴드들의 거점 무대로 통했던 홍대는 한때 ‘자유’라는 말이 잘 어울렸던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도심처럼 이곳 역시 점차 사람들이 몰리게 되고 ‘홍대상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상업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책에는 이 외에도 종로3가, 홍대, 가로수길과 사이길, 한남동, 구로공단, 창신동, 해방촌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는지 하나하나 짚어줍니다.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의 첫인상은 ‘정갈함’이었습니다. 하얀색 표지에서 깨끗하고 정갈한 이미지로 다가왔지만 막상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처음과 다르게 ‘묵직함’이었습니다. 책은 우리나라 인구 중 천만 명이 산다는 서울에서 이른바 한국형 도시개발이 진행된 8곳, 서촌을 비롯한 종로3가, 홍대, 가로수길과 사이길, 한남동, 구로공단, 창신동, 해방촌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오랫동안 현장조사를 거쳐서 정리해놓고 있는데요. 사진과 지도가 더해져 500페이지(참고문헌도 상당)가 넘는 분량의 책을 보고 나니 ‘젠트리피케이션’이 비단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란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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