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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섹스 - 일하는 뇌와 사랑하는 뇌의 남녀 차이
앤 무어.데이비드 제슬 지음, 곽윤정 옮김 / 북스넛 / 2009년 4월
평점 :
‘장거리 여행시 앞좌석 금지!’ 남편이 내게 금지한 것 중의 하나다. 도와준답시고 앞자리에 앉아 지도를 보는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바로 그 다음. 위치나 방향을 미리미리 알려줘야 하는데 “앗, 여기야!” “바로 지금! 여기서 우회전!!!” “아~악, 그냥 지나치면 어떡해!!” 이렇게 난리법석을 떨었더니 남편은 “야, 담부터는 조용히 뒤에 있어라. 이러다 사고나지. 무슨 여자가...사람 정신을 빼놓냐?”한다. 나도 나름 노력했는데 그걸 몰라주다니 너무하잖아.
그뿐이 아니다. 마트에 가선 내가 늑장부린다거나 구입한 물건들 박스에 포장도 할 줄 모른다며 타박한다. 집안청소 할 땐 제대로 정리정돈 못하고 오히려 쌓아놓기만 한다고 투덜댄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한마디. “이래서 여자는...차암, 편하겠어” 뭐야뭐! 불만 있음 똑바로 말을 하라고!!
남자와 여자. 왜 이럴까. 어디가 어떻게 다르길래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알고 싶어서 ‘화성남자, 금성여자’란 책을 읽고 싶었지만 아직 구입도 하지 않았다. 그런 차에 반가운 책을 만났다. <브레인 섹스>.
‘일하는 뇌와 사랑하는 뇌의 남녀 차이’란 부제의 <브레인 섹스>는 한마디로 남자와 여자는 같을 수가 없으니 다르다는 걸 인정하라는 거다. 그렇다면 왜 같은 수가 없는가. 그 이유는 바로 ‘뇌’에 있다고 한다. 부모에 의해서 남자나 여자로 길러지는 게 아니라 태어난다는 것. 어떻게? 유전자적인 성별은 수정시 결정되지만 뇌의 구조는 임신 6주 정도에 판가름난다. 자궁 속의 태아가 남성호르몬의 노출여부에 따라 남자의 뇌를 갖거나 여자의 뇌를 갖게 된다고 한다.
책에서 내가 가장 관심있게 본 것은 4장과 5장이었다. 선천적인 뇌 구조의 차이로 인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어떤 성장과정을 거치는지 알고 싶었다. 말하는 시기가 여자 아이가 남자 아이보다 빠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이유를 몰랐는데, 저자는 그것 역시 여자 아이들의 뇌 구조 때문인데 여자 아이는 남자 아이보다 청각이 상대적으로 발달되어 있어서 읽기 능력도 앞선다는 것이다. 반면에 남자아이는 청각보다 시각 기능이 발달되어 있어서 공간이나 사물을 탐색하는 걸 좋아하며 호기심이 많아 직접 탐험하면서 스스로 알아내는 걸 즐긴다고 한다.
흔히 초등 저학년때 여자 아이들의 성적이 월등하다가 나중엔 남자아이들이 앞서는 이유도 남녀의 뇌 구조의 차이에서 오는 거였다. 그런데도 여자아이보다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수많은 ‘정상적인’ 남자 아이들을 ‘질병’으로 오인하여 약이 처방되었다는 대목에서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마음이 아팠다. 또 사춘기를 맞은 남녀의 뇌가 급격한 변화를 일으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갑자기 증가한 호르몬으로 인해 공격성이 나타난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저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호르몬에 의해 남자의 행동을 보이는 여자, 혹은 그 반대의 경우가 있다는 것과 터너증후군을 앓거나 뇌가 발달하는 시기에 필요한 자극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언어능력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한다는 것,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임산부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동성애자로 성장할 위험이 높다는 대목은 충격적이었다.
이제 인정하자. 남자와 여자. 결코 같을 수가 없다. 같아서도 안된다. 뇌의 구조가 나와 같은 남편과 산다고 생각해보라. 이것보다 더한 악몽이 있을까. 이것 하나만 기억하자. 서로 다르기에 더욱 매력적인 존재다. 남자와 여자는.
참, 책에는 자신의 뇌성별을 알아보는 검사가 있어서 남편과 해봤다.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말 할 수 없지만 끝난 후 서로 마구 놀려줬다는 것만 밝힌다. “세상에 빵점이 뭐야? 빵점이” “얼씨구, 그럼 너는? 그런 점수도 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