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이가 읽은 책이라 무조건 읽어 보았다. 우리 반 아이 중 독특하면서도 왠지 매력있는 방송반 홍민이. 작가의 서정적인 문체가 눈길을 끈다. 한동안 "마르야레나 렘프케"의 이름을 외우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글의 느낌이 좋아서...

 주인공인 레나. 그리고 아빠. 아빠도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레나.

"돌이 새였을 때"를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난 이 책이 더 느낌이 좋다. 먼저 읽어서 그런가?

 

 이 책에도 레나가 나온다. 그리고 주인공인 페카가 나온다. 항상 사물의 본질을 볼 줄 아는, 하지만 육체의 장애를 가진 페카.

페카의 순수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비룡소 독후감대회 때문에 2번 읽은 책. 

  준호, 정아, 승주. 그리고 할아버지.

 정아. 작년에 유예시켰던 그 아이와 이름이 같아서 많은 생각들이 더 났던 책.

 느낌이 남달랐다.

 

  "행복한 아침독서" 측으로부터 기증받은 책.

 이혼으로 인한 가정에서 살아가는 초등학생 주인공의 삶이 무겁지 않게 그러면서도 현실감있게 나타나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리 달갑지 않다는 걸 알게된 초등학교 5학년의 삶의 모습. 이혼한 아빠와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라는 예감이 드는 그 부분. 비를 맞고 뒤돌아서 가는 아빠에게 우산을 드리고 싶지만 아빠는 거절하고 만다. 왜냐... "우산을 받으면 다시 돌려주려 와야할 것 같기 때문..."

 

 관우와 소영이가 다 읽었다고 한 책. 500쪽이 넘는 책.

 아직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한 10여쪽 남았다.

 학년말 업무가 폭주하는 기간에 읽은 책이라 좀 정신없이 읽었다.

 그루웰 선생님이 무조건 존경스럽다. 우리의 학교 상황은 문제아의 담임을 맡을까봐 서로들 전전긍긍하는데... 학생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 정말로 닮고 싶은 점이다.

 

  좀 더 읽은 것 같은데 왜 이리 기억이 안 나는지...

  사람의 망각력은 정말 대단하다... 방학 때 몇 권 더 읽어야 하는데...

  생각 뿐이다. 윤재 책하고 내 책하고 화장품... 90000원 정도 질러 버렸다.

  스트레스 해소용인듯... 그래도 다른 것 사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런지...

  스스로 위안을 해 볼 뿐이다. ^^

  2008년 새해 첫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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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에 글을 올린다는 것이 이제야 글을 올립니다.
바쁘신 가운데 목요일에 구리까지 오셔서 강연해 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요즘 기말고사 시험문제 출제와 수행평가 등 잡다한 업무로 인해
많은 선생님들께서 참석을 못해서 안타까웠지만
참석하신 선생님들께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한상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일부 선생님들께서는 책 읽는 것을 싫어하시기도 합니다.
몇 달 전에는 아침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 더 관리가 힘들다고 하면서
"아침 독서"를 하자고 나섰던 사람들을 책망하는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일부 선생님들께서는 차라리 아이들에게 칠판에 씌어진 몇 문제를 쓰고 풀게 하는 것이
더 낫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는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속이 많이 상했죠. ^^;;

저도 해수로 3년째 아침독서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잘 안 될 때도 많고,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한상수 선생님의 말씀처럼 뭔가 "희생"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올해 부터는 저 자신부터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교실에 들어가면 되도록 다른 잔소리(!)를 하지 않고
재미있는 책 읽기에 빠져들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보니 100%의 학생이 다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년보다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확신이 듭니다.

요즘 수업 시간에 목이 터져라 수업을 해도
묵묵부답 지겨운 눈빛을 보내며
졸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너무 많이 듭니다.
차라리 저 아이들에게 정말로 재미있는 책 한 권을 쥐어주면
더욱 의미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요즘들어 더욱 많이 들고요.

저도 아침독서를 통해 아이들과의 관계에 있어 많이 너그러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어제는 저희 반 아이 두 명에게 너무나도 실망한 나머지
저의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말았답니다. -.-;;
여태까지 개인적으로 꽤나 공들인 아이들인데
왜 내 맘을 몰라주는 건지, 아니면 제가 그 아이들의 마음을 아직 모르는 건지...
"2학기 때는 잘 하려고 했는데 마음만큼 잘 되지가 않아요."라고 말하는
한 아이의 말이 많이 남네요.
그 만큼 사람이 바뀐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그 아이도 조금씩 깨달아가야 하겠죠.
그 아이도... 저도...

강연에 대해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는 것이
저의 넋두리도 채워진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하네요.

다음에 다시 한상수 선생님을 뜻깊은 자리에서 뵐 수 있기를 바랄게요.
그 동안 아침독서를 위해서 애써주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2007. 9. 15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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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읽는데 좀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던 책. 어른이 되서 읽는 것보다는 청소년기에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

 

 

 

 

 

 

 

 

 

 

 

 

 

 

 

 

 

 

 

 

 

 

 진광이와 요한이가 읽은 책. 이 책의 주인공의 상황을 떠올리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던 책. 학교와 교사가 더없이 작게만 느껴졌던, 그래서 너무나 속상했던 책. 교사로서 생각할 거리가 무척 많다고 생각한다.

 

 

푸른숲 출판사 청소년팀에서 보내주는 신간들 중에서 읽어본 책. "엄마가 사라졌다"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두 사촌의 이야기가 경쾌하게 나와 있다.

 

 

창비 출판사로부터 기증받은 책. 쉽게 잘 읽히는 책. 10대들의 인터넷 문화 및 또래 문화를 새로 알게 되었다. 개인 블로그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이 조금은 섬뜩했다.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자기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블로그에는 너무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아 서글픈데... ^^;; 그래서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ㅋㅋ 조용히 사는 것이 최고인 듯 ㅋㅋ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를 지은 작가라고 해서 더욱 눈길이 갔던 책.

 영국까지 발레 유학을 떠난 주인공의 자잘한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그 와중에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그것을 이겨내는 주인공의 심리가 잘 읽힌다. 여름에 읽은 책.

 

 

  '발끝으로 서다'를 사면서 같이 산 책. "발끝으로 서다"의 느낌이 너무 선명해서 조금은 희미해진 책. 느티나무를 벗 삼아 살아가는 보잘것 없는 서민들의 삶이 주인공인 중학생 남자 아이의 시선으로 나타나 있다.

  늘 노름만 일삼는 아버지를 부정하고 돈만을 추구하는 어머니에게도 마음 줄 곳은 없고, 어렸을 적 농약을 잘못 마셔 정신연령이 5살밖에 안 되는 누나. 이 상황에서 희망을 찾기란 너무나 어렵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런 상황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어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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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중 3 아이들 연합고사 본 다음 아이들이 무한정의 수다에 빠져있는 교실의 한 켠에서 짬짬이 이시다 유스케의 "가보기 전엔 죽지 마라"를 읽었다. 이시다 유스케의 글은 그야말로 뚝뚝 조금씩 시간이 주어지는 학교 생활에 적당한 책이지 않았나 싶다. 거의 2주 가까이 읽은 책이다. -.- 그러다보니 여정을 잘 따라가지 못 할 때도 있어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책이었다. 남미의 티칼을 꼭 가봐야겠다는 소망이 생겼다는 것이 작은 수확이다. ^^;;

  그다음 겨울 방학 내내 문집을 갖고 끙끙 대다가 무조건 손 가는 대로 잡은 것이 김중미의 "거대한 뿌리"이다.  우리 사회의 그늘진 부분인 혼혈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그려놓았다. 이성적으로는 모두 평등한 사람이라는 생각 이면에 강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혼혈인에 대한 이질적인 생각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김중미라는 작가가 동두천에서 성장했다는 것도 관심이 많이 갔다. 처음에 의정부에 발령을 받고, 아무렇지도 않게 버스를 타고 그 수많은 미군 부대를 지나쳤던 나의 무심함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효순이 미선이가 죽었을 때도 무덤덤했던 나의 일상들... 일상은 그래서 무서운가 보다. 이렇게 잘도 잊혀지니...

  2월 개학을 하고도 여전히 수다에 빠져있는 곧 고등학생이 될 나의 제자들... 그런 가운데 그동안 책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한 번은 읽고 싶었던 강미의 "길 위의 책"을 잡는다. 아이들이 떠드는 통에 정신이 없어 읽을 때 약간 힘들기도 했지만 나리와 필남의 은근하면서도 두터운 우정, 집안 환경으로 인한 내면의 갈등, 책과 독서 동아리를 통한 인물들의 내적 성숙 등이 잘 나타나 있었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이 책을 만났다면 좀더 도움을 많이 받지 않았을까 싶다. 여고생들의 내면 묘사가 세세한 부분까지 잘 되어 있다. 입시로 얼룩진 우리의 고등학교 현장에서 이런 토론이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이런 수업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작가가 한없이 부러워지는 그런 책이었다.  근데 왜 정작 할 일 없는 아이들한테 같이 책을 읽자고 말 하지도 못한 건지... 이럴 때 보면 참 소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이유 없는 야유와 반대에 맞서 나갈 수 있는 좀더 용기있는 교사가 되어야 하는데...  오랜 과제일 뿐이다. 그런 자책이 들 때면 내 안으로 침잠할 뿐이다. 이것도 병인가?

  그리고 2월의 마지막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이 순간, 3월의 정신없는 시간 앞에 잠깐 주어지는 이 시간에 발레리 제나티의 "가자에 띄운 편지"를 읽는다. 아직 첫 부분이지만 3월이 시작되기 전에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같은 느낌일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통일 관련 드라마였는데 남한의 예쁜 소녀가 하얀 원피스를 입고 휴전선을 넘어 비무장지대(아마 상상 속의 공간이겠지만...)에서 북한의 소년(멜빵 반바지를 입었던 듯...)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서로 헤어지는 그 내용이 생각이 났다. 중학생 때 쯤에 본 것 같은데 그 당시 북한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 적대감을 갖고 있었을 텐데도 그 드라마를 통해 막연하게나마 북한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 영상이 아름다웠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큰 문제이겠지만... 가자에 띄운 편지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모습을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청소년 소설 위주로만 손이 가니 좀 불안하기도 하다. 근데 이상하게 자꾸 마음이 이쪽으로 가고, 읽다보면 편안해진다. 이를 어쩌리!!! 그냥 읽을 수밖에. ㅋㅋㅋ

 새로 만나는 아이들하고는 몇 명이라도 같이 독서 모임을 가져보고 싶은데...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이번에 읽은 이 책을 빌려주면서 몇 명 마음을 좀 떠봐야할 것 같다. 좀 의욕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걱정은 그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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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과의 만남] 작가 조정래

 

“민족주의 매도는 정신무장 해체 의도”

입력: 2006년 06월 26일 18:46:24 : 1 : 0
 
소설가 조정래씨(왼쪽)와 문학평론가 한만수 교수가 지난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맞은편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상훈기자

 

“인간처럼 교활하고도 슬기로운 짐승은 없다.”

문학으로 한국현대사를 재구성한 작가 조정래씨(64)는 세상사에 대해 대체로 낙관적이다. 인간은 지옥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 지옥에서 스스로를 구출할 수 있는 숨통을 찾아왔다고 믿는다.

과거사 문제의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인간에겐 본래 잔혹성이 있고 게다가 전쟁 땐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면서 “가해자는 사과하고 피해자는 용서해야 하는데, 사과와 용서 없이는 인류가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일대에서 한만수 교수가 묻고 조씨가 답했다. 한교수는 ‘태백산맥 문학기행’(2003) 등을 낸 바 있다.

-‘또’ 50권 분량의 글을 쓰신다는데.

“대하소설은 손 놨다. 부처님이 ‘탐욕이 너를 망칠 것’이라고 경고하셨던가. 그래도 하루에 원고지 25장씩 쓴다. 최근 장편 두 종을 탈고했다. 그리고 일기에 ‘나는 아직 늙지 않았다’라고 썼다. 50권짜리는 아동·청소년 대상의 전기문학이다. 한평생 글만 써온 작가의 언어와 감각으로 손자 세대를 위해 서비스 하는 거다. 마지막으로 통일 이전에는 말하기 힘든 문제들에 대해 본격적인 질문을 던지는 통일문학작품들을 유고로 남긴 다음, 통일 후 공개토록 할 생각이다.”

-선생의 작품들도 다양한 장르의 문화상품으로 만들어졌다. 문자 텍스트의 지배적 우월성을 주장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이 모든 문화장르의 작품을 주문생산하는 미국식 문화카르텔 속에서 문학과 독서의 가치가 빛을 잃는 듯하다.

“문명의 이기는 다 장단점, 공헌과 폐해를 지니고 있다. 국제적 자본이 인간 삶에 대해 중세적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명백한 폐해다. 하지만 창조성에의 사명감을 지닌 작가라면 자본에 끝내 동원되지 않을 것이다. 문화산업의 융성은 시대와 감각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수용해야 한다.”

-축구의 민족주의 경향이 강조·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월드컵 때만 외국인 노동자·약자·빈자도 ‘우리’가 됐다가 자본의 배분에서는 다시 ‘내남’으로 갈라진다는 점이다.

“나도 한국전은 새벽 4시 경기까지 봤다. 애국주의 차원은 아니고 공동체의식의 발현이다. 하지만 돈이 스포츠를 지배한다든가, 스포츠 행사가 상업화 일변도로 가는 것은 반대한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의 경우 양심적 지식인들의 본격적인 문제제기로 시정단계에 들어섰다.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한 징표다. 강대국은 그런 문제를 시정하는 데 월등히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민족과 민족주의를 ‘만악(萬惡)의 근원’이라 여기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월드컵이 민족주의의 내부적 차별을 4년 주기로 뭉크러뜨리는 대목은 께름칙하다.

“히틀러식 민족주의가 공격적·파괴적이었다면 약소국의 민족주의는 방어적·건설적이다. 제국주의의 영토침략보다 더욱 악랄해진 제국적 자본의 지구적 지배에 대해 약소국이 스스로를 보존하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방어적 민족주의밖에는 없어 보인다. 또 우리의 민족주의는 분단 극복과 통일 지향의 매개라는 점에서도 다른 나라의 민족주의와는 문화적 맥락과 성격이 다르다.”

-민족이 상상의 공동체라는 주장은 서구의 논리에 불과한가.

“현재 민족주의를 매도하는 것 자체가 약소국을 정신적으로 무장해제시키려는 강대국의 논리다. 유고 연방의 해체과정에서 벌어진 민족·종교간 내전 등 비극도 원래 딴 살림을 하던 것을 한 국가 안에 몰아넣었던 옛 소련에 원죄가 있는 것이다. 예컨대 베트남은 수천년간 중국 침략을 받고도 고유의 언어·풍습을 지켜냈다. 거기엔 중국과 떨어져 살 수밖에 없는 역사적 필연성이 있는 것이다.”

-지난달 말 서울대 강연에서 학생들의 사회참여의식의 퇴조를 비판했다. 사회정의 실현의 실패가 누적되는 바람에 젊은이들이 냉소적·개인주의적 성향을 지니게 된 것은 아닐지.

“모든 사람이 역사·사회의식을 갖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혁명도 사회구성원의 1%가 행동하고 10%가 침묵으로 동의하면 성공한다. 일제시대 약 2천5백만명 인구 중 무기 들고 싸운 사람은 10만명 미만이다. 한국에 와 있던 일본인은 80만명이었고, 친일파는 1백50만명이었다. 그 결과는 36년간 징용·징병 등으로 4백만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비겁이 국가와 민족을 망쳤고 더 많은 사람을 죽게 했다. 지식인이라면 역사와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지녀야 한다. 그게 그를 키워준 사회에 대한 봉사다.”

-대부분 ‘나는 안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아닐까.

“무리 속에서 개인주의의 욕구는 늘 있다. 그래서 1%만 나오면 되는 것이다. 인간은 지옥 속에서도 정의·올바름·인간적인 것을 보존하려는 슬기를 지녔다. 돈이 곧 ‘신’이 된 시대인데, 인간은 세상을 망쳐놓고 재구성해왔다. 시대가 변할 뿐 역사정신은 유전인자처럼 이어진다. 자기존재를 확인하고 억압에 대해 저항하는 게 인간의 아름다운 본성이다. 나는 인간을 신뢰한다.”

-북핵 문제로 시끄럽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공갈협박을 관두고 핵을 포기해야 한다. 미국은 윽박지르기와 ‘악의 축’ 등 국가모독을 삼가야 한다. 북한이 벼랑 끝에서 하는 말들에 대해 나라 전체가 들썩거리는 모습도 아름답지 않다. 남남갈등과 관련, 한나라당이 집권하더라도 6·15선언의 기조는 유지해야 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생명체는 도태된다. 큰 일 하는데 사소한 일로 트집잡지 말아야 한다.”

-‘퍼주기’는 이적행위이고, 그럴 쌀이 있으면 남한의 결식아동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의 논리다. ‘퍼주기’란 남쪽 체제가 더 낫다는 걸 북한인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리는 계기다. 지난 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다. 북측의 ‘미녀응원단’ 단원들은 분단된 사회에서 북한식 교육을 제대로 받은 열성당원들이다. 그런데 사흘만에 남측 사람들과 ‘감정이 통했다.’ 헤어질 땐 울고 즉석 앙코르공연도 했다. 그게 통일의 모태이자 뿌리이다. 5,000년 역사의 동질성이라는 토대 위에서 지금 북한을 돕는 것이다. 반(反)통일은 민족적 범죄이다. 물론 군량미로의 전용을 용납해선 안 된다.”

-통일 비용 때문에 통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도 드세다.

“월남식 무력통일, 독일식 흡수통일, 제3의 평화통일 방안이 있겠다. 앞의 두 가지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난 60년간 갈라진 채 살아왔는데 20년쯤 더 그렇게 못 살겠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은 북측이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진정성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개성공단’을 더 많이 만들어 남북이 윈윈 성장을 하면 북한사람들은 남쪽에 와서 살라 해도 그냥 그쪽에서 살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원치 않는다는 분석도 있는데. 노근리 사건 등에 대해 새로운 사실이 속속 드러나는데도 미국의 태도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미선·효순 촛불시위는 축적된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우리 국민은 대등하게 협력하는 우방 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 저항은 반미가 아니라 비미(批美)다. 양민학살과 관련, 인간에겐 잔혹성이 있다. 게다가 전쟁처럼 인간의 증오심이 폭발할 땐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히틀러는 유대인 다음으로 슬라브민족을 혐오해 소련군 포로에게는 풀로 빵을 만들어 굶겨죽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과와 용서 없이 인류사는 지탱하지 못한다. 미 정부가 양민학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도 진심으로 용서해야 한다.”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이 많았을 텐데.

“우리나라에서는 정치만 엉망이다. 내 역할은 그걸 감시하는 일이다. 그래서 믿을 건 시민단체뿐이다. 시민단체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있지만 서구 시민단체가 50~60년간 해온 일을 우리가 10년 사이에 해내느라 파생된 것이다. 시민단체가 권력에 대한 감시를 통해 성숙한 시민사회를 앞당기는 역할을 잘 해내리라 본다. 나는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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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샘 2006-07-01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훈형 블로그에 갔다가... "나무소녀"를 읽으며 생각해볼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사회의 1%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