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투박하지만 순수한 그들처럼

우리 반 아이들에게 권하는 책


『안녕, 싱싱』
차오원쉬엔 지음 / 전수정 옮김 /

 
194쪽 / 8,800원 / 사계절

너희들에게 글쓰기를 시켜놓고 창가에 기대어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듣는 순간, 잠시 동안이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구나.
새 학년 첫날부터 시작된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면서 점점 지쳐갈 무렵, 몇몇 선생님들로부터 ‘우리 반에서 수업하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가 떨어진 것처럼 답답하고 막막하기만 했단다.

작년까지 잘 자리 잡혔다고 생각했던 아침독서시간이 흐지부지되고 있는 모습은 너무나 안타까웠단다. 아무리 조용히 시켜도 떠들거나 일어나서 움직이는 너희들을 바라볼 때나, 간신히 조용히 책을 읽으려는 순간 쉬는 시간 종이 쳐버리는 상황은 나를 점점 자신 없게 만들곤 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과학 선생님께서 “7반 애들이 이상해요. 논술시험을 보고 시간이 남으니까 다들 책을 읽는 거예요. 그런 모습 처음이에요” 하시더라. 그 순간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를 거야. 그 뒤로 생각을 바꾸기로 했어. 너희들이 쉽게 변하지는 않지만 변하려고 노력하는 것조차 놓쳐서는 안 된다고, 너희들을 끝까지 믿어줘야 한다고 다짐했단다.

요즘 들어 학교 생활을 힘들어하는 너희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안녕, 싱싱』이야. 맑고 순수한 주인공들의 열정과 집념,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잔잔히 펼쳐놓은 네 편의 이야기가 나온단다. 말라 죽어가는 새싹을 살리기 위해 물을 대주던 풍차를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려는 ‘얼바옌즈’의 순수한 의지. 죽어가는 아이를 반드시 살려놓고야 말겠다는 집념으로 결국 자신은 죽음에 이르게 되지만 죽어가던 어린 생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곰보 할아버지의 곧은 마음. 자신의 예술성을 인정해주었던 ‘야 누나’를 위해 새파랗게 얼어붙은 입술을 깨물며 꽁꽁 얼어서 곱은 손으로 결국 황금 잉어를 잡았던, 야성 그대로의 순수함이 가득한 ‘싱싱’. 새하얀 사슴을 찾아 나섰다가 눈 속에 파묻힌 오두막 속에서 추위와 배고픔, 두려움에 떨면서도 끝내 이겨낸 아이들. 이들은 삶의 희망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힘만으로 찬란한 태양이 비치는 눈 더미 밖으로 빠져나온단다.


 
힘겨운 삶을 살고 있지만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고, 힘차게 헤쳐 나가는 소설 속 인물들 모습이 꽤 오랫동안 잊히지 않았단다. 책을 다 읽고 났을 때는 얼음물을 마시고 난 것처럼 시리도록 차가운 느낌이었단다. 잘 다듬어지지 않아 거칠고 어설프지만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모든 것을 걸 줄 아는, 순수한 그들의 모습을 너희들이 닮았으면 한다.

너희들도 불완전한 존재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잘하려고 몇 번씩 마음을 먹어도 잘 안 될 때도 많을 거야. 그렇다고 쉽게 포기하거나 남을 탓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너희들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온 열정을 다 바쳐서 한번 열심히 해보라는 말을 하고 싶구나. 수업 시간에 습관처럼 엎드려 있거나 의미 없는 게임을 하며 거친 말들을 쏟아붓는 우리 반 몇몇 아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란다.

너희들이 가끔씩 내 속을 왈칵 뒤집어놓을 때도 있지만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교사인 나도 항상 잘하는 것도 아니고,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것도 많으니까. 하지만 잘할 수 있다고 믿어보자. 너희들이 잘 못하는 것은 내가 채워주면 될 것이고 내가 못 하는 것은 너희들이 채워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송수진_남양주 호평중 교사, 명예기자 / 2011년 06월01일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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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6-06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 싱싱, 출판사 리뷰 이벤트 선물로 받고도 여직 안 읽었는데~
수진샘이 추천하시니 곧 읽어봐야겠네요.^^
독서신문에 실린 것 축하드리고, 좋은 글 잘 읽었어요.

수진샘 2011-06-08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 급하게 쓰느라 최근에 읽은 책들 중에서 못 고른 것이 못내 아쉬웠어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명인 차오원쉬엔의 작품은 대체로 다 좋았어요. 빨간 기와, 검은 기와도 다 읽어 보았는데 잔잔하면서도 애뜻한 뭔가가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늘 댓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