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심리학 / 꿈꾸는 20대, 史記에 길을 묻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꿈꾸는 20대, 사기史記에 길을 묻다
사마천 지음, 이수광 엮음, 이도헌 그림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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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는 천 년의 역사, 중국 고대 5황제 시대를 시작으로 한무제 시대까지,를 아우르는 역사서다. '본기'와 '세가' 그리고 '사기열전'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내용을 훑어보면, <사기>를 역사책으로만 간주하기에는 그 쓰임이 무궁무진해 보인다. 특히,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사기열전'의 경우, [처세술]이나 [심리학], 혹은 그런 분류가 있다면 [잘난척학]으로 분류해도 무방할 듯 싶다.  

이 책 <꿈꾸는 20대, 사기史記에 길을 묻다>는 <사기>에 출몰한 영웅호걸 중 서른 명을 추려 [열전]의 형식으로 그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의 주인공으로 간택된 A특공대들은, 다시 여섯 개의 소주제에 따라 분류되는데, 각 인물들의 소개는 쉽고 흥미로운 읽을 거리들로 채워져 있다. 이런 구성은, 원전을 향한 선입견, 지루하거나 어려울 것이다,라는 예단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또한, 곁다리이지만 일러스트레이터의 취향이 훤히 드러나는 경국지색의 여인들과 영웅호걸들의 삽화는, 텍스트 읽기를 화보 감상으로 자연스레 연결해 주었다. 나긋나긋한 여인들의 자태와 쌍커풀 없는 뭇 사내들의 모습을 감상하는 일은 더운 여름 소나기처럼 후련하였으니, 참으로 칭찬할 일이었다.  

권력, 명예, 돈, 여하간 빛나고 탐나는 그 무엇을 쟁취하고 스러져간 그들의 삶을 엿보며, 누군가는 옮긴 이의 의도대로 교훈을 얻었겠지만, 뭐를 해도 해찰이 심한 나는 두 가지 궁금증을 얻었다. 참, 이렇게 쓰기도 민망하지만, 하나는 [경국지색]이다. 어찌 그리 여인네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는 분들이 많은 건지, 도대체 어떻게 생기면 나라를 망하게 하는 미색이란 말인지 진정으로 궁금했다. 요즘으로 치면 유럽 어느 나라의 영부인쯤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또 하나는 [의심]이다. 동네 이장도 만만한 자리가 아닐진데, 중원의 패권을 거머쥔 분들 중 왜 그렇게 귀가 얇고, 의심이 많은 분들이 수두룩 한 지 안타까웠다.  

첫 번째 궁금증은 더 두고 알아 볼 일이고, 두 번째 궁금증은 절대 권력자가 갖는 고립감과 두려움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내 짧은 생각으로는, 본인이 판단하건데 사리분별이 안된다 싶으면, 이제 그만,하고 작별을 고하면 될 일인데, 그걸 아는 게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또한, 2010년의 현실도 별 반 다를 게 없는 것으로 보아, 인간의 욕심과 아둔함이 파국을 부른다는 것은 변치 않는 교훈인 듯 싶다.

여하간, <사기>를 완독하지 않은, 나와 같은 처지의 독자들이라면, 무난하거나 혹은 재미있게 읽힐 책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편저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목적 의식과 성과라는 부분이 조금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내심 아쉬웠다. 교훈을 전달하려는 의도 자체를 문제 삼거나, 어떤 일에 매진하는 자세 그리고 성과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소개된 어떤 인물들의 경우 이 시대 청춘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인물인지, 부러 일러주지 않아도 이미 치열함, 냉철함, 목적 지향적인 삶이 강요되는 시절인데, 혹여 더 숨통을 죄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물론, 기우일 수 있다. 아니 기우일 것이다. 그것도 알아서 읽을 청춘들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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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流男兒 2010-06-10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국지색의 여인들이 그려져 있는 거로군요 사야겠어요 ㅎㅎㅎ

굿바이 2010-06-11 11:51   좋아요 0 | URL
ㅋㅋㅋ 경국지색의 여인이라면, 그런 화보가 보고 싶다면 다른 책을 추천해 드리는 것이 좋을 듯 싶소! 혹시 [산타페]라는 고전을 아시는가? ㅎㅎㅎ

Tomek 2010-06-1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전에 대한 집착이 있어서 그런지, 처음엔 좀 거부감이 들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책인 것 같아요. 아마도 이야기의 힘이 커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적하신대로 저자의 교훈은 좀 뜨악하지만요. :)

굿바이 2010-06-11 11:53   좋아요 0 | URL
참말로, 이번 기회에 원전을 다 읽어보려고 해요. 중국 고대 형벌제도 이런 것도 궁금했거든요. 어찌되었건 즐거운 독서였어요^^

동우 2010-06-18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옛날(을유문화사던가) 사기를 힙들여 읽은적 있습니다.
의외로 재미있었어요. (원전이라면 감히 접근이야 했겠습니까)

하하, 굿바이님.
제국 권력의 황실이나, 필부필부의 가정이나.
제황의 심장을 노리는 자객이나, 아비를 증오하는 자식이나.
인간의 실존이 만드는 형태는 대략 비슷비슷한듯.

해설을 읽으면 궁형을 당한 치욕 속에서도 역사서를 저술한 사가의 그 치열한 기록의지같은건.
젊은 적에도 치지도외하고서는 재미로만 읽었으니.
게다가 아아, 갈수록 재미없는 책은 읽지를 못하겠으니, 권컨대 모쪼록 우리 굿바이님은 젊어서 많은 책들 섭렵하시구려.

굿바이님의 독서력은 지금도 놀랍지만......
그냥 늙은이다운 췌언이라오. ㅎㅎㅎ

굿바이 2010-06-18 12:29   좋아요 0 | URL
사기를 읽으셨을거라 생각했어요. 제가 월드컵 승부는 못맞춰도 헤헤^^

이런 말씀 드리면 혼나겠지만, 저도 좀 늦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집중력도 떨어지고, 기억도 가물가물하고ㅋㅋㅋ 이십대에 피해다닌 책들 다시 읽어보려고 하는데, 만만하지가 않아요.

아~ 기회되시면, 추천해 주실 책 알려주세요. 기대 만발!!!
 
소피의 선택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7
윌리엄 스타이런 지음, 한정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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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d tantum dic verbo et sanabitur anima mea "  

 

여주인공 소피의 독백은 참혹했다. 폴란드인이었던 그녀가, 제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의 광기에 휩쓸려 아우슈비츠로 흘러들어간 경위와 그곳에서 겪은 일들은 이미 세상에 드러난 일들이지만, 드러난 것들의 이면은 여전히 부패하고 있는 오물처럼 조금만 들쑤셔도 참기 힘들 만큼 역겨운 것들이었다. 그 역겨움은 소피의 선택이 부도덕했다고 느꼈기에 올라온 욕지기가 결코 아니다. 인간의 나약함과 욕망. 나약함과 욕망을 따라다니는 사악함이 가져다 주는 구토다.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하지만 인정하기 싫기에, 동감하지만 외면하고 싶기에 치받히는 메스꺼움.  

결국 브루클린에도, 소피를 위한 마지막 비상구는 없었다. 그녀가 자리잡은 바다 건너 브루클린의 분홍방도 아우슈비츠의 기억들을 치유하지 못했고, 그녀가 기적처럼 만난 네이선은 미치광이자 약물중독자였기 때문에, 심지어 소피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녀를 간신히 도망친 기억 속으로 개처럼 다시 끌고 들어간다. 미국이라는 땅에서 안전하게(?) 살아남은 유대인인 네이선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소피를 향해, 네가 어떻게 생지옥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었는지, "운트 디...에스에스 매트헨....슈프라흐트...더티 위딘슈바인!(그리고...친위대 계집년....말해....더러운 유대인 돼지!)" 라고 소리치며,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경위에 대해 끊임없이 추궁하고, 욕하고, 구타를 가한다. 소피는 홀로코스트의 희생자이자인 동시에 나치의 정책에 동조했고, 반유대자주의자임을 증명하려 애썼다는 의미에서 가해자이기도 하기에, 더군다나 네이선을 사랑한다고 믿었기에, 네이선의 오줌 세례까지도 참아내며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그리고는 때로는 거짓을 때로는 진실을 고백한다. 과연 네이선은 소피의 살아남음을, 살아남고자 했던 욕망을, 살기위해 포기해야 했던 윤리나 정의를, 발가벗겨진 자의 나약함을 향해 발길질을 할 수 있는 무슨 권리같은 것이 주어진 사람이었을까. 인간에게 프로그래밍 된 생존의 욕구에 침 뱉을 수 있는 자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나는 모를 일이다.    

1,000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의외로 쉽게 읽힌다. 이유를 들자면 첫째는 주인공들의 설정에 있다. 소피는 아우슈비츠에 끌려가 학살은 면했지만, 죽음과 맞바꾼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네이선은 총명하고 매력적이지만 미치광이며, 소피를 사랑하면서도 소피를 지독히 학대하는 유대인이다. 스팅고는 노예제도를 부당하게 여기지만 할아버지가 노예를 판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작가 지망생이다. 작가는 이렇듯 등장 인물들의 상황을 통해 이상으로서의 삶과 실존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비웃고(?) 있다. 둘째는 나치의 인종 청소와 관련한 역사적 지식과 다양한 문학 작품들의 소개가 소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 경우 이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지만, 다른 독자들의 평가는 어떨지 모르겠다. 셋째는 1940~50년대 미국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넷째는 인간의 욕망을 쓸데없는 기준으로 제단하지도 평가하지도 않는 작가의 자세에 있었다. 어쩌면 마지막 대목이 이 책을, 심지어 병원에 누워서, 그것도 뇌수막염을 앓으면서도 단숨에 읽게 한 동력이었을 것이다.

책의 마지막은 가혹했지만 다행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불행이 돌연히 관대해져, 불행이 어둠을 인정해버리거나, 상념으로만 존재하는 세상의 찬란한 빛을 은근슬쩍 끼워주려 하면 안된다. 고통의 근원은 내 안에 있고, 그로 인해 힘을 얻는 불행도 내 안에 있다. 은폐되 있는 그것들을 형이상학적인 무엇으로 환원하려는 것 보다, 고통과 불행을 통해 나를 그리고 삶을 깨닫는 것이 살아있는 것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게 되고, 이런 대답을 들을 수 밖에 없다.  

질문 : "아우슈비츠에서, 신은 어디 있었는가?"  

대답 : "인간은 어디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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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피의 선택-죽음을 부르는 선택
    from 바느질하는 오후 2010-05-07 13:10 
    책부족의 독후감 쟁님: http://blog.daum.net/zanygenie/48 도치님:http://blog.daum.net/shave4ever/17145205 약자! 여자, 엄마, 여인의 생명의 근원 동우님 :http://blog.daum.net/hun0207/13291028 http://b..
 
 
웽스북스 2010-05-07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칙이에요. 정굿바이씨. 저보고는 병원에서 책 읽지 말라그래놓고. 네네?
그나저나 이 시간까지 왜 안자고 있는 거에요.
어여어여 자요. 퇴원한지도 얼마 안됐는데, 떽!!!

굿바이 2010-05-0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가오때문에....

멜라니아 2010-05-07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니까 지금은 퇴원을 하신 건가요?
뇌수막염이라고 해서 뇌병변, 뇌암, 뇌수종... 뇌씨 성을 가진 이들을 모두 떠올렸답니다
아기들이나 면역력 없다는 노인들이 걸리는 병을 삼십대 굿바이님이 걸리신 거 보고
굿바이님은 사방에 향균 커텐을 치고, 무균 옷을 입고서나 대중 속으로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봤을 때 허리며 다리며 손이 가늘가늘 하던 게 다 그렇게 약해서.. 그 이유가... 이렇게 약한 아줌마는 내 생전 처음 보는 일, 소망하오니 어서 우리 일반 아줌마의 상태로 몸을 바꾸시압. 많이 먹고 잘 자고, 책은 보지 말고 생각은 쉬고..

그리 될 일이 매우 어렵지요?
병원에서 읽어냈으니, 환자가 되어서도 책을 잡는 분이니 뭐.. 아줌마 되긴 글렀고요.
마스크 하고 다니고 외출하고 돌아오면 손발 깨끗이 씻는 아이의 생활 규칙은 지키시옵.
여기까지 잔소리.

남의 불행을 가지고 책을 만드는 이가 소설가라고 했던 작가의 말이 생각나는데요,
굿바이님이 책이 쉽게 읽힌 것은 어쨌거나 이 소설가의 이야기 방식에 있지 않았나 싶어요
자기 생각 쓰고, 소피의 독백을 얹기도 하다가, 폴란드와 독일 등 전쟁시기의 유럽에 관해서는 역사서를 읽고 있는 것 같고,
자기 집안 이야기, 자기 경험 이야기 양념으로 버무리는 이야기 방식.

게다가 섹스 이야기는 눈을 떼지 못하겠던걸요.
저는 그 부분은 일부러 남편에게 낭독을 해 주었어요
소설 책을 낭독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도. 이 소설의 재미는 그 부분도 있었음을 고백.

굿바이 2010-05-07 15:16   좋아요 0 | URL
넵!!! 쌩쌩합니다. 별것도 아닌데, 괜히 엄살입니다.

그런데, 멜라니아님! 도대체 저를 어찌 보신건가요? 어디가 가늘가늘하다는 말씀이신가요? 지나가던 날벌레도 웃습니다. 에잇! 몸무게를 공개하던지, 수영복 사진을 공개하던지, 다음에는 아주 각오하십시오!^^

타인의 불행이든, 자신의 불행이든, 상처를 먹이로 하지 않는 예술가가 있을까 싶습니다. 이 사실 또한 고통스럽지만, 예술가의 자양분은 불행이 아닐까 합니다. 쓸쓸하고 던접스러운 직업이지요. 먹잇감이 떨어지면, 다 아문 상처라도 다시 뜯어야 하니까요.

책의 성적 묘사들은, 제게는 전혀 현실감이 없어서, 이것이 문화의 차이인지, 아니면 나도 나를 속이고, 넘도 나를 속이는 세상에서 살아온 결과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제게 있어 육신은, 장기를 둘러싼 엉성한 골조와 내구력 떨어지는 가죽에 불과한가 봅니다. 속았는지, 속인건지, 처참합니다.

멜라니아 2010-05-09 18:3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책의 성적 묘사가 현실감이 없다는 굿바이님은 묘야요?
나는 솔직히 야길 했는데
나는 이런 거 관심 없어! 하면 진짜 미운 여자라^^


제 블로그 책부족 광장에 오셔서 댓글 하나 남겨주시압!

도치 2010-05-0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4월에 눈내리고 그러더니만 이제는 덥네요. 이미 미쳐버린 날씨에 적응하기 힘드네요.

저는 그동안 모임에서 읽었던 책들중에서 가장 쉽게 읽혔던 책입니다. 추장님의 말씀처럼 소설의 이야기 전개방식의 멋진 기교에서 발한다 생각해요. 책을 읽을때마다 어느때는 그런 기교에 감탄할때도 있고 내용에 감탄할때도 있고 자신의 부족함이 화가나 책을... 작가를 미워할때도 있네요. ^^

소피의 선택에 대해서 시간을 두고 토론을 하라면 참 길고도 길게 토론이 이어질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도 생각이 정리가 덜 됐어요. 연민도 느껴지고... 화도 나고 그러네요.

건강은 어떠신지요?

굿바이 2010-05-10 11:38   좋아요 0 | URL
건강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러게요, 언제 토론을 해도 참 좋을 것 같네요.
주말에 목포에 다녀왔는데, 남녘은 초여름같은 날씨였습니다. 왠지, 봄을 도둑맞은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하고 그랬지만, 어찌되었건 추운 것 보다는 좋네요.


웽스북스 2010-05-10 20:06   좋아요 0 | URL
토론 하지 마요!!! (안읽은 자의 심통)

굿바이 2010-05-10 20:41   좋아요 0 | URL
네!(뺏어 읽은 자의 미안함)

2010-05-08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작가는 이렇듯 등장 인물들의 상황을 통해 이상으로서의 삶과 실존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비웃고 있다. 요문장 공감 한 트럭이요.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가 나는 인간 관계들의 설정을 뭔가 정리해주는 문장이 제 머릿 속에서는 못 나오고 굿바이님 글 보니 또 무릎'탁'했네요.

이 작가가 소설배경이 되는 당시 미국을 참 잘 버무려 낸거 같아요. 과거를 배경으로 할때 사실 그냥 짚고 넘어가듯 이렇게 있지롱 해버리고 말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전 소피가 피임약 예찬론을 펼치때가 참 인상적이더군요.
뉴욕시는 지금도 방세가 살인적이라서, 아파트에 방 몇개가 있으면 대개 당연하다는 듯이 룸메이트를 두고 살아요. 아니면 그 방값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거든요. 그때나 지금이나 뉴욕시는 별로 다를 것이 없을꺼 같기도 하네요.

상대적 약자인 여자에게 남자의 폭력은 정당하지 않지만, 그나마 네이선의 폭력을 눈 뜨고 바라 볼 수 있게 해준 건 그 사람이 유대인이라는 거. 그리고 소피도 유대인의 탄압하던 가해자쪽에 줄이 닿아 있다는 것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분홍궁전 안에서 그 폭력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질 않아요. 인간 속의 무관심이 또 한번 드러난 것이죠.

아프셨군요. 그 와중에도 책들고 병원가셨다니, 대단하셔요. 저는 오늘 애들하고 분수대 가서 놀까 했더니 둘째는 "엄마도 수영복 가지고 갈꺼야?" 하니 큰 애가 "아니야, 엄마는 앉아서 책읽을꺼야."하네요 ㅋㅋㅋ 아직 이번달의 숙제 압박이 없는 관계로 저도 오늘 애들하고 분수대에서 같이 뛰어 놀았어요 홍홍

남편이 닉네임을 옆에서 흘깃보더니 "누가 굿바이야?"하고 물어봐요. 나도 못 본 굿바이님을 어찌 설명하라는 질문이신지..ㅡㅡ;;

멜라니아 2010-05-09 18:4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소피가 피임약 예찬론을 펼치때가 참 인상적이더군요.


소피가 피임약 예찬을 했었군요. 책을 덮은 지 며칠 지나고 나니까
점점 가물가물 해지는 것이... 이래서 이상과 현실은 다르죠
ㅎㅎ
아우슈비츠며 전쟁 반대, 폭력을 증오하는 절실하던 기분도
오늘 평화로운 오후, 김밥 말아 동치미 국물에 먹는 이 오후엔
희미한 이미지일 뿐이네요.

쟁님, 남편분은 누가 멜라니아야? 이런 말도 하시겠네요!
제 블에 사진 있어요 ㅎㅎㅎ


굿바이 2010-05-10 11:4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한국 집값에만 거품물고 욕을 해댔지, 뉴욕도 그렇군요. 어딘들 인구가 밀집된 지역의 집값이 싸겠어요. 경제적 부담이 룸메이트를 당연한 문화로 만들 수도 있겠네요.

피임약이 잦은 임신과 출산, 그리고 가사노동으로 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장려되었다는 이야기를 어느 책에서 본 것 같은데, 소피가 신기해하며 피임약을 설명하는 대목, 저도 인상깊었습니다.

어~ 굿바이는....뭐 그냥 저냥 잘 늙어가려도 애쓰려는 그냥 저냥 그런 한국의 중년여성이라고 설명해 주세요^^

노이에자이트 2010-05-10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번역본은 한때 절판되었는데 민음사에서 다시 나왔군요.미국남부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은 노예문제를 다룬 내용이 나오는 게 많더군요.스타이론의 <네트 터너의 고백>도 흑백문제를 다뤘는데 역시 요즘은 절판된 것 같아요.

굿바이 2010-05-10 20:47   좋아요 0 | URL
<네트 터너의 고백>이 안그래도 궁금했었는데, 절판이군요. 노예는 표면상으로 혹은 제도적으로는 사라진 것 같지만, 노예가 아닌 자유인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자본가의 노예이고 말이죠.

동우 2010-05-13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수막염을 앓는 병실에서 읽으신 굿바이님.
인간의 나약함에 대하여, 그에 대비되는 사악함에 대하여 메스꺼움은 한결 더 하셨을듯.

네이선.
제 따위의 정신분열증의 병든 관념이 무엇이관대 소피의 저 위대한 리얼리즘에 침을 뱉는가.
굿바이님 모를일이라 하지 마시고, 나와 더불어 네이선에게 침을 뱉읍시다. 하하

이상으로서의 삶과 실존으로서의 삶.
논리도 없고 드라마도 없는 삶의 실존이라는 것.
이상과 현실, 관념과 실존, 선과 악, 행복과 불행, 정의와 부정의...
문제는, 그 배리함이 동전의 앙면처럼 늘 공존한다는 것이겠지요.
동전을 던져 올려 어느 면이 나오는가는 신도 알수 없는걸 어찌 인간으로서는 알수가 있겠는지요?

하하,
굿바이님의 독후감 내 생각과 맥락을 함께 하며 잘 읽었습니다.

굿바이 2010-05-13 14:53   좋아요 0 | URL
동우님과 더불어 침을 뱉고 나니까, 한결 시원한데요!^^

요즘 선택이라는 문제와,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운명이라는 것이 이미 존재하는 것인지, 그저 내가 순간순간 선택한 것들이 기겁할 인생의 궤적을 만들어내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뭔가, 원망하고 싶고 핑계대고 싶은 마음이 자꾸 운명,을 기웃거리게 하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진짜, 신을 한 번 뵙고 싶어요~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권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 진시황과 이사 - 고독한 권력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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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 작가의 <한나라 이야기>는 책 제목과 달리 [고독한 권력, 진시황과 이사]로 책의 첫 물꼬를 텄다. 그가 머리말의 형식을 빌려, 2010년, 이 시절에 굳이 한나라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속내는 밝혔지만, 어찌하여 그 처음을 진시황에게 내주었는지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부러 쓰지 않아도 될 만한 구도임은 짐작하지만, 중국 역사, 특히 너무 많은 사건과 등장 인물 그래서 방대할 수 밖에 없는 고대사에 까막눈인 나로서는 그래도 뭐라도 한 줄 써주지 싶었다. 어찌되었건 들은 풍월로 어림잡아 보면, 무소불위의 권력자, 진시황의 통치제도인 군현제를 먼저 짚고, 진나라의 흥망을 미리 보여주어 앞으로 전개될 한나라의 통치제도인 군국제와 한나라의 흥망을 비교.설명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설명이 부족한 아쉬움은 있지만 적절한 배치임에는 틀림없다.

책을 펼치면 공감하겠지만, 큼직큼직한 삽화 덕분에 전개도 빠르고, 이해도 쉽다. 또한 중요한 사건들의 실체를 잽싸게 포획하여 담백하게 가공하는 능력은 글의 흐름에 에너지를 보태고 있다. 거기에 여기저기 포진한 작가의 날선 글과 능청이 이 재미난 책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을 보게하는 뒷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만화라는 매체가 갖는 장점들을 잘 살리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결도 놓치지 않는 작가의 능력이 이번 시리즈에서도 잘 드러나길 바라고 또 그리 되리라 믿는다.  

진시황과 이사, 부소와 몽염, 이렇게 짝지어진 인물을 들여다 보며, 사마천도 그리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독한 [고독과 공포] 그리고 [무력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고독과 공포]가 둔갑한 [명분]이라는 것이 전쟁을 일으키고, 산자를 땅에 묻고, 책을 불태우고, 누구도 곁에 남아있지 못하게 하는 가시로 바뀌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 그 [무력함]이 둔갑한 [분노]가 끝도 없는 추락을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 고독한 권력, 스스로를 고립시킨 권력이 취하는 과잉방어를 견뎌야 했던 사람들의 비명이 먼 나라, 아득한 시절의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 까닭은, 아마 작가가 이 시절에 이 책을 내놓는 속내와 닿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권력이 제시하는 희망이 좀처럼 대중의 이해와 섞이지 못하는 시절에 대중의 한 명으로 사는 일도, 절대권력자가 느꼈을 고독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어째서 우리는 이렇게 부대끼면서도 외로울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진시황의 시니컬한 표정에서, 고독한 권력의 뜨거운 안녕을 보며, 나는 잠시 서성였다.

<사기>와 <한서>의 원전 텍스트를 접하지 못한 까닭에, 솔직히 접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피해다닌 까닭에, 매번 2차 문서와 인용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번 독서에서도 적잖이 속상했다. 부족한 지식으로 말미암아 재미가 반감되었던 경험이 한 두 번은 아니지만, 언제나 후회는 짧고 망각은 빨랐다.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 일을 반복할 수 있는지, 나는 태엽인형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이 번 시리즈의 발간 속도에 맞춰, 인용된 부분이라도 원전에서 찾아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 것은 이 책이 선사한 또 다른 선물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한 명의 무지한 독자를 구원하기 위해서라도 <한나라 이야기>는 막힘없이 완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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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 2010-04-24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 장사해도 되겠습니다. 모임전 제가 굿바이님 블로그에 발을 끊었던일이 있었는데
서평을 읽고 있으면 장바구니에 담고 있는 제 손목을 수차례 눈으로 확인해서 였습니다.
역시나 굿바이님의 뽐뿌질 후에 찾아오시는 지름신과 그분 후에 줄어드는 통장잔고는 반비례하더군요.

봄이 가려고 합니다. 남은 봄이랑 잘 놀아주세요.

굿바이 2010-04-26 11:44   좋아요 0 | URL
정말 책 장사 할까요?^^
그런데, 아마 제가 만든 책은, 족족 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전부터, 누가 일러주었는지 모르겠지만, 돈은 써야 또 벌린다고 들었습니다.정말 남의 말을 이렇게 잘 듣고 실천하기도 힘들지 싶습니다^^ 저는 그냥 막 삽니다. 책값이 뭐 집값만 하겠어요? ㅋㅋㅋ

멜라니아 2010-04-30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독후감 올렸나 안 올렸나
감시하러 왔지요!

긴급 요청

글씨를 키워 주실 순 없는지요?
저는 노안이에요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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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유머와 사유는 통쾌했다. 물론, 이 책에 언급된 과학적 지식들을 새롭다, 혹은 독창적이다,라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지식이라 할지라도 시의 적절히 가족사 안으로 끌여들여 재배치하는 방법은 신선했고. 작가 특유의 어깃장은 충분히 유쾌했다. 또한, [죽음]이라는, 실제적이든 상념으로든, 무거울 수 밖에 없는, 덧씌워진 이미지들 때문에도 이미 과장된 주제를, 상식을 뛰어넘는 친절함으로 접근했다는 점이 나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책을 보면, 이 책『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은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로 시작해 유년기와 아동기, 청년기, 중년기, 그리고 노년기와 죽음이라는, 한 생명이 출생과 동시에 부여받는 유한한 시간을 일정한 단위로 묶어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분류된 단위에 해당되는 저자의 에피소드들과 읽을거리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물론, 어느 면에서는 책의 구성이 다소 어수선하게 느껴져 책으로의 몰입이 방해받을 수도 있지만, 조금 더 텍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어색함은 사라지고 명민한 작가의 [죽음]에 대한 사유가 무리없이 읽힌다.  

저자는 자연스러운 [죽음]의 전조라 할 수 있는 [노화]라는, 신체적.정신적 활동의 쇠퇴를 과학적으로 통찰하는 중간중간 저자의 아버지가 보여주는 끈질긴 생명 욕구 에피소드들을 배치함으로써, 희극과 비극을 넘나들고 있다. 이런 의뭉스러운 기지가 독자를 끊임없이 웃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자연은 실로 모욕적인 방식으로 우리에게 암시하고 경고한다.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는 게 아니라, 이빨을 뽑아놓고, 머리카락을 뭉텅뭉텅 뜯어놓고, 시력을 훔치고, 얼굴을 추악한 가면으로 바꿔놓고, 요컨데 온갖 모멸을 다 가한다. 게다가 좋은 용모를 유지하고자 하는 열망을 없애주지도 않고, 우리 주변에서 계속 눈부시고 아름다운 형상들을 빚어냄으로써 우리의 고통을 한층 격화시킨다"라는 전혀 감상적이지 않은 인용구로 모순적인 삶을 가감없이 드러내면서도 "아버지는 내 입과 내 타자기에서 흘러나오는 단어들을 사랑하라고 알려주었고, 내가 내 몸에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사랑하라고, 다른 누구의 거죽이 아니라 내 거죽에 담겨 있는 사실을 사랑하라고 알려주었다."라는 문장을 통해, 그럼에도 살아있는 한 삶을 사랑하라는 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렇듯 누구에게나 결코 유쾌할 수는 없는[죽음]이라는 주제를 지나치게 과학적이고 미시적인 증거들을 나열하면서까지 드러내는 저자의 속내는 추측하건데, 두렵고 우울하기 때문에 인간 생명의 유한함을 슬짝 망각하는 것 보다, 유한하기에 치열하고 뜨겁게 살아내야 함을 일깨우려는 것은 아닐까 싶다.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Carpe Diem"이라고.  

책의 서두에 저자 자신의 그리고 저자 아버지의 이야기,라고 밝혔지만, 몇 가지 에피소드를 내 것으로 그리고 내 어머니의 것으로 대체하면, 나와 내 어머니의 이야기라 해도 될 만큼, [죽음]을 대하는 내 사유는 저자의 사유를 닮아 있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을 칭찬하는 어떤 말 보다 저자와 내 사유의 닮음이 내가 이 책에 보내는 호의의 속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죽기에 우리는 그 짧은 시간 소통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면 이렇듯 반갑고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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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4-12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의 사유와 비슷하다는 마지막 말 때문에라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귀연이의 감상도 궁금하고요.

굿바이 2010-04-13 10:51   좋아요 0 | URL
신기했어. 읽는 동안. 어찌 이리 비슷할까 싶어서 ㅋㅋ
귀연이에게는 다른 책을 권해줄까 싶어. 인용된 지식들이 좀 어렵겠다 싶기도 하고, 제목 때문에 또 놀랠까 싶기도 하고~

도치 2010-04-13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방명록 사용법을 몰라서 이곳에 안부인사를 겸해서 납깁니다.

병원에서 환자로 생활을 6개월간 하면서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의외의 병앞에서도 흔들리는 생명의 나약함을 보고 느끼고, 또 내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죽음이라는 단어의 무게는 결코 가볍거나 건조함과는 거리감이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이 죽음을 대하는 자세가 일본이라는 곳에서는 좀 다르게 다루어지는 것인지 제가 읽은 일본 소설이나 일본영화에서는 엄숙함의 정도가 덜해서 늘 일본문화에 대해서 생각하는 부분이 그들이 대하는 죽음의 자세입니다. (조금 개방적일듯한 그들이 성이 아니고..) 부족민들의 서평을 읽다 보면 그 책에 대한 욕심이 생겨 읽어봐야겠다 펌프질이 TV홈쇼핑에서 '1분 남았습니다 고객님' 소리보다더 크게 울리는건 무슨 이유인가요?

이번 모임이 저나 굿바이님에게 큰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 용기에 대한 기대 이상의 보상을 저는 얻고 왔습니다. 굿바이님은 어떠셨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반가웠습니다. 아!! 커피숍에서 날리려드린건 의도했던 바 아니었던거 아시죠? ^^;;

굿바이 2010-04-13 10:54   좋아요 0 | URL
방명록 사용법을 모른다니, 완전 좋아요!!!! 저도 그런거 잘 모르거든요^^

그렇죠? 다들 어찌나 글들이 맛갈스러운지, 거기에 비하면 저는 참..한심하죠. 그나저나, 도치님이 커피숍에서 저를 훅~ 밀었던건 그거 의도가 있다고 마구 오해할 예정입니다. 뭐, 그 오해를 빌미로 계속 괘롭힐까 생각중이구요. 저 완전 뒤끝있어요 ㅋㅋㅋㅋ

Tomek 2010-04-13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감성적인 책이었다고나 할까... 쉽지 않은 주제를 편하게 풀어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굿바이 2010-04-14 12:35   좋아요 0 | URL
그렇죠, 쉽게 술술 이야기를 풀고 나가는 것 같았어요. 저는 데이비드 쉴즈 책이 처음이라서 다른 책들은 어떨지 궁금해서 좀 찾아보려고 합니다.

동우 2010-04-16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파란 글씨로 쓴 부분.
가슴을 칩니다.

"자연은 실로 모욕적인 방식으로 우리에게 암시하고 경고한다.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는 게 아니라, 이빨을 뽑아놓고, 머리카락을 뭉텅뭉텅 뜯어놓고, 시력을 훔치고, 얼굴을 추악한 가면으로 바꿔놓고, 요컨데 온갖 모멸을 다 가한다. 게다가 좋은 용모를 유지하고자 하는 열망을 없애주지도 않고, 우리 주변에서 계속 눈부시고 아름다운 형상들을 빚어냄으로써 우리의 고통을 한층 격화시킨다"

필립 로슨도 에브리 맨에서 부르짖었지요.
아, 전투가 아니다. 대학살이다.

아, 생각컨대
종교가 아무리 치장하더라도, 우리의 실존이란.
실로 우리는 누구나 비참하게 살해 당하는 것입니다.

 
<석유종말시계>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석유 종말시계 - '포브스' 수석기자가 전격 공개하는 21세기 충격 리포트
크리스토퍼 스타이너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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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부터 해야지,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기획의도도 내용도 모두 흡족했다. 물론 제 깜냥으로 판단한 것이니, 기획의도나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잘못 간파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간 화석연료의 고갈과 폐해를 다룬 여느 책과 비교해도, 특히 독자를 붙드는 흡입력이 뛰어난 책이었다. 책을 읽어보면 느낄 수 있겠지만, 찬찬히, 쉽게, 심지어 유쾌하게 이 엄중한(?) 시절을 풀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책을 읽고 있는 내내, 숨통을 죄는 책들이 과연 누구하나 바꿔 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었는데, 이 책은 그런 의문들에 약간의 팁을 제공한 책이 아니었나 싶다.  

책 『석유 종말시계』는 석유가격의 가파른 상승을 전제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현대인, 특히 미국인들의 삶이 어떤 식으로 변화될 것인가, 그리고 변화라를 불편을 극복 또는 감당하기 위해 어떤 기술적 진보(?)와 내키지 않는 생활의 변화가 이루어 질 것인지를 예측한, 그것도 매우 긍정적으로 예측한 결과들을 담고 있다. 여기서 긍정적이라는 표현을 감히 붙인 것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만큼, 손쉽게 그리고 펑펑 쓸 수 있는 에너지라는 것이 현재 예측되는 바로는 없다고는 하지만, 사용가능한 에너지를 발굴하고 그것을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과거의 휘황찬란한 삶은 아니더라도 석유 종말이 지구 종말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매우 희망적인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효율과 능률을 따지는 것이 또 다른 포드주의일 수도 있고, 그 결과는 화석연료의 고갈처럼 과정만 다를 뿐 뻔한 답으로 귀결될 수도 있지만, 어찌하겠는가, 어느 날 짜잔,하고 몽땅 끝장이다,라고 선언하는 것 보다 앞으로 세상은 이렇게 험악해질 것이니, 정신을 차리고, 하루라도 빨리 에너지 사용에 변화를 가져오자는 주장이, 다음 세대에게, 그리고 인간 아닌 생물체들에게 조금이라도 사죄하고 면피하는 행동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과연 인류가 지구라는 별에서, 지금의 위상을 유지하며, 영겁을 산다는 것이 희망적인가, 갑자기 그건 또 잘 모르겠고. 

과연, 그렇다면, 유가가 인상되면 뭐가 그렇게 심각하게 변화하는 것이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저 쉽게 예측하면 자동차 이용 정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싶겠지만, 물론, 두 말 할 것 없이 석유를 기반으로한 모든 운송 수단에 문제가 생긴다, 석유를 기반으로한 산업은 생각보다 많고, 석유를 기반으로 진화한 인류의 삶이라는 것도, 예측하는 것 보다 광범위하다. 이 책은 미국인들의 삶을 예로 들어 현실을 설명하고 있지만, 지금 우리의 상황을 대입해 봐도 별만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일과를 가능하게 하는 모든 상황과 물질과 환경에 석유 한 방울 튀지 않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의심가면 이 책을 읽어보거나, 제인 포인터가 쓴『바이오 스피어2 인간실험』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여튼,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폭발한 욕망과 자본이 가져온 결과는 매우 당연하지만, 참혹하다. 그런데 나는 참혹하다는 표현을 쓰면서 왜 이리 고소한지 모르겠다. 또한 참혹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다시 시도해야 할 삶이라는 것이, 이 책에서 언급된 원자력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삶 또는 여타의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삶이라기 보다는, 어떤 자본이 그리고 어떤 시스템이 조장하는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삶이 아닐까 싶다. 근본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공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현실세계를 비롯해 정신세계 마저 조작하는 힘이 무엇인지 숙고하지 않는 한, 대안은 그저 대안이고, 대안이 가져다 주는 결과물 역시 임시변통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아쉬움이 전혀 없었다면 과장이지만, 어찌하여 철도 주식을 사라,는 문구가 책띠에 있어야 했단 말이더냐, 그렇게 접근하지 않으면 정녕 안될까나,하는 아쉬움이 컸지만, 그런 사소한 아쉬움만이 거슬렸던 것을 보면 책의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어찌되었건 개인적인 취향과 무관하게 매우 재미있고 설득력 있게, 화석 연료의 고갈이 인류에게 가져다 주는 마지막 기회를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석유 1갤런당 4달러에서 시작한 상황이 1갤런당 20달러로 마감하는 이 책은 다시 한 번 칭찬하지만, 공포를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물론 그것이 더 공포스러울 수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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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5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5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