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심리학 / 꿈꾸는 20대, 史記에 길을 묻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꿈꾸는 20대, 사기史記에 길을 묻다
사마천 지음, 이수광 엮음, 이도헌 그림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기>는 천 년의 역사, 중국 고대 5황제 시대를 시작으로 한무제 시대까지,를 아우르는 역사서다. '본기'와 '세가' 그리고 '사기열전'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내용을 훑어보면, <사기>를 역사책으로만 간주하기에는 그 쓰임이 무궁무진해 보인다. 특히,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사기열전'의 경우, [처세술]이나 [심리학], 혹은 그런 분류가 있다면 [잘난척학]으로 분류해도 무방할 듯 싶다.  

이 책 <꿈꾸는 20대, 사기史記에 길을 묻다>는 <사기>에 출몰한 영웅호걸 중 서른 명을 추려 [열전]의 형식으로 그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의 주인공으로 간택된 A특공대들은, 다시 여섯 개의 소주제에 따라 분류되는데, 각 인물들의 소개는 쉽고 흥미로운 읽을 거리들로 채워져 있다. 이런 구성은, 원전을 향한 선입견, 지루하거나 어려울 것이다,라는 예단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또한, 곁다리이지만 일러스트레이터의 취향이 훤히 드러나는 경국지색의 여인들과 영웅호걸들의 삽화는, 텍스트 읽기를 화보 감상으로 자연스레 연결해 주었다. 나긋나긋한 여인들의 자태와 쌍커풀 없는 뭇 사내들의 모습을 감상하는 일은 더운 여름 소나기처럼 후련하였으니, 참으로 칭찬할 일이었다.  

권력, 명예, 돈, 여하간 빛나고 탐나는 그 무엇을 쟁취하고 스러져간 그들의 삶을 엿보며, 누군가는 옮긴 이의 의도대로 교훈을 얻었겠지만, 뭐를 해도 해찰이 심한 나는 두 가지 궁금증을 얻었다. 참, 이렇게 쓰기도 민망하지만, 하나는 [경국지색]이다. 어찌 그리 여인네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는 분들이 많은 건지, 도대체 어떻게 생기면 나라를 망하게 하는 미색이란 말인지 진정으로 궁금했다. 요즘으로 치면 유럽 어느 나라의 영부인쯤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또 하나는 [의심]이다. 동네 이장도 만만한 자리가 아닐진데, 중원의 패권을 거머쥔 분들 중 왜 그렇게 귀가 얇고, 의심이 많은 분들이 수두룩 한 지 안타까웠다.  

첫 번째 궁금증은 더 두고 알아 볼 일이고, 두 번째 궁금증은 절대 권력자가 갖는 고립감과 두려움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내 짧은 생각으로는, 본인이 판단하건데 사리분별이 안된다 싶으면, 이제 그만,하고 작별을 고하면 될 일인데, 그걸 아는 게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또한, 2010년의 현실도 별 반 다를 게 없는 것으로 보아, 인간의 욕심과 아둔함이 파국을 부른다는 것은 변치 않는 교훈인 듯 싶다.

여하간, <사기>를 완독하지 않은, 나와 같은 처지의 독자들이라면, 무난하거나 혹은 재미있게 읽힐 책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편저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목적 의식과 성과라는 부분이 조금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내심 아쉬웠다. 교훈을 전달하려는 의도 자체를 문제 삼거나, 어떤 일에 매진하는 자세 그리고 성과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소개된 어떤 인물들의 경우 이 시대 청춘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인물인지, 부러 일러주지 않아도 이미 치열함, 냉철함, 목적 지향적인 삶이 강요되는 시절인데, 혹여 더 숨통을 죄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물론, 기우일 수 있다. 아니 기우일 것이다. 그것도 알아서 읽을 청춘들인데 말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風流男兒 2010-06-10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국지색의 여인들이 그려져 있는 거로군요 사야겠어요 ㅎㅎㅎ

굿바이 2010-06-11 11:51   좋아요 0 | URL
ㅋㅋㅋ 경국지색의 여인이라면, 그런 화보가 보고 싶다면 다른 책을 추천해 드리는 것이 좋을 듯 싶소! 혹시 [산타페]라는 고전을 아시는가? ㅎㅎㅎ

Tomek 2010-06-1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전에 대한 집착이 있어서 그런지, 처음엔 좀 거부감이 들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책인 것 같아요. 아마도 이야기의 힘이 커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적하신대로 저자의 교훈은 좀 뜨악하지만요. :)

굿바이 2010-06-11 11:53   좋아요 0 | URL
참말로, 이번 기회에 원전을 다 읽어보려고 해요. 중국 고대 형벌제도 이런 것도 궁금했거든요. 어찌되었건 즐거운 독서였어요^^

동우 2010-06-18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옛날(을유문화사던가) 사기를 힙들여 읽은적 있습니다.
의외로 재미있었어요. (원전이라면 감히 접근이야 했겠습니까)

하하, 굿바이님.
제국 권력의 황실이나, 필부필부의 가정이나.
제황의 심장을 노리는 자객이나, 아비를 증오하는 자식이나.
인간의 실존이 만드는 형태는 대략 비슷비슷한듯.

해설을 읽으면 궁형을 당한 치욕 속에서도 역사서를 저술한 사가의 그 치열한 기록의지같은건.
젊은 적에도 치지도외하고서는 재미로만 읽었으니.
게다가 아아, 갈수록 재미없는 책은 읽지를 못하겠으니, 권컨대 모쪼록 우리 굿바이님은 젊어서 많은 책들 섭렵하시구려.

굿바이님의 독서력은 지금도 놀랍지만......
그냥 늙은이다운 췌언이라오. ㅎㅎㅎ

굿바이 2010-06-18 12:29   좋아요 0 | URL
사기를 읽으셨을거라 생각했어요. 제가 월드컵 승부는 못맞춰도 헤헤^^

이런 말씀 드리면 혼나겠지만, 저도 좀 늦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집중력도 떨어지고, 기억도 가물가물하고ㅋㅋㅋ 이십대에 피해다닌 책들 다시 읽어보려고 하는데, 만만하지가 않아요.

아~ 기회되시면, 추천해 주실 책 알려주세요. 기대 만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