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종말시계>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석유 종말시계 - '포브스' 수석기자가 전격 공개하는 21세기 충격 리포트
크리스토퍼 스타이너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칭찬부터 해야지,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기획의도도 내용도 모두 흡족했다. 물론 제 깜냥으로 판단한 것이니, 기획의도나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잘못 간파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간 화석연료의 고갈과 폐해를 다룬 여느 책과 비교해도, 특히 독자를 붙드는 흡입력이 뛰어난 책이었다. 책을 읽어보면 느낄 수 있겠지만, 찬찬히, 쉽게, 심지어 유쾌하게 이 엄중한(?) 시절을 풀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책을 읽고 있는 내내, 숨통을 죄는 책들이 과연 누구하나 바꿔 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었는데, 이 책은 그런 의문들에 약간의 팁을 제공한 책이 아니었나 싶다.  

책 『석유 종말시계』는 석유가격의 가파른 상승을 전제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현대인, 특히 미국인들의 삶이 어떤 식으로 변화될 것인가, 그리고 변화라를 불편을 극복 또는 감당하기 위해 어떤 기술적 진보(?)와 내키지 않는 생활의 변화가 이루어 질 것인지를 예측한, 그것도 매우 긍정적으로 예측한 결과들을 담고 있다. 여기서 긍정적이라는 표현을 감히 붙인 것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만큼, 손쉽게 그리고 펑펑 쓸 수 있는 에너지라는 것이 현재 예측되는 바로는 없다고는 하지만, 사용가능한 에너지를 발굴하고 그것을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과거의 휘황찬란한 삶은 아니더라도 석유 종말이 지구 종말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매우 희망적인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효율과 능률을 따지는 것이 또 다른 포드주의일 수도 있고, 그 결과는 화석연료의 고갈처럼 과정만 다를 뿐 뻔한 답으로 귀결될 수도 있지만, 어찌하겠는가, 어느 날 짜잔,하고 몽땅 끝장이다,라고 선언하는 것 보다 앞으로 세상은 이렇게 험악해질 것이니, 정신을 차리고, 하루라도 빨리 에너지 사용에 변화를 가져오자는 주장이, 다음 세대에게, 그리고 인간 아닌 생물체들에게 조금이라도 사죄하고 면피하는 행동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과연 인류가 지구라는 별에서, 지금의 위상을 유지하며, 영겁을 산다는 것이 희망적인가, 갑자기 그건 또 잘 모르겠고. 

과연, 그렇다면, 유가가 인상되면 뭐가 그렇게 심각하게 변화하는 것이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저 쉽게 예측하면 자동차 이용 정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싶겠지만, 물론, 두 말 할 것 없이 석유를 기반으로한 모든 운송 수단에 문제가 생긴다, 석유를 기반으로한 산업은 생각보다 많고, 석유를 기반으로 진화한 인류의 삶이라는 것도, 예측하는 것 보다 광범위하다. 이 책은 미국인들의 삶을 예로 들어 현실을 설명하고 있지만, 지금 우리의 상황을 대입해 봐도 별만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일과를 가능하게 하는 모든 상황과 물질과 환경에 석유 한 방울 튀지 않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의심가면 이 책을 읽어보거나, 제인 포인터가 쓴『바이오 스피어2 인간실험』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여튼,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폭발한 욕망과 자본이 가져온 결과는 매우 당연하지만, 참혹하다. 그런데 나는 참혹하다는 표현을 쓰면서 왜 이리 고소한지 모르겠다. 또한 참혹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다시 시도해야 할 삶이라는 것이, 이 책에서 언급된 원자력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삶 또는 여타의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삶이라기 보다는, 어떤 자본이 그리고 어떤 시스템이 조장하는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삶이 아닐까 싶다. 근본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공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현실세계를 비롯해 정신세계 마저 조작하는 힘이 무엇인지 숙고하지 않는 한, 대안은 그저 대안이고, 대안이 가져다 주는 결과물 역시 임시변통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아쉬움이 전혀 없었다면 과장이지만, 어찌하여 철도 주식을 사라,는 문구가 책띠에 있어야 했단 말이더냐, 그렇게 접근하지 않으면 정녕 안될까나,하는 아쉬움이 컸지만, 그런 사소한 아쉬움만이 거슬렸던 것을 보면 책의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어찌되었건 개인적인 취향과 무관하게 매우 재미있고 설득력 있게, 화석 연료의 고갈이 인류에게 가져다 주는 마지막 기회를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석유 1갤런당 4달러에서 시작한 상황이 1갤런당 20달러로 마감하는 이 책은 다시 한 번 칭찬하지만, 공포를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물론 그것이 더 공포스러울 수도 있지만 말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4-05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5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