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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저자의 유머와 사유는 통쾌했다. 물론, 이 책에 언급된 과학적 지식들을 새롭다, 혹은 독창적이다,라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지식이라 할지라도 시의 적절히 가족사 안으로 끌여들여 재배치하는 방법은 신선했고. 작가 특유의 어깃장은 충분히 유쾌했다. 또한, [죽음]이라는, 실제적이든 상념으로든, 무거울 수 밖에 없는, 덧씌워진 이미지들 때문에도 이미 과장된 주제를, 상식을 뛰어넘는 친절함으로 접근했다는 점이 나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책을 보면, 이 책『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은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로 시작해 유년기와 아동기, 청년기, 중년기, 그리고 노년기와 죽음이라는, 한 생명이 출생과 동시에 부여받는 유한한 시간을 일정한 단위로 묶어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분류된 단위에 해당되는 저자의 에피소드들과 읽을거리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물론, 어느 면에서는 책의 구성이 다소 어수선하게 느껴져 책으로의 몰입이 방해받을 수도 있지만, 조금 더 텍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어색함은 사라지고 명민한 작가의 [죽음]에 대한 사유가 무리없이 읽힌다.
저자는 자연스러운 [죽음]의 전조라 할 수 있는 [노화]라는, 신체적.정신적 활동의 쇠퇴를 과학적으로 통찰하는 중간중간 저자의 아버지가 보여주는 끈질긴 생명 욕구 에피소드들을 배치함으로써, 희극과 비극을 넘나들고 있다. 이런 의뭉스러운 기지가 독자를 끊임없이 웃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자연은 실로 모욕적인 방식으로 우리에게 암시하고 경고한다.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는 게 아니라, 이빨을 뽑아놓고, 머리카락을 뭉텅뭉텅 뜯어놓고, 시력을 훔치고, 얼굴을 추악한 가면으로 바꿔놓고, 요컨데 온갖 모멸을 다 가한다. 게다가 좋은 용모를 유지하고자 하는 열망을 없애주지도 않고, 우리 주변에서 계속 눈부시고 아름다운 형상들을 빚어냄으로써 우리의 고통을 한층 격화시킨다"라는 전혀 감상적이지 않은 인용구로 모순적인 삶을 가감없이 드러내면서도 "아버지는 내 입과 내 타자기에서 흘러나오는 단어들을 사랑하라고 알려주었고, 내가 내 몸에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사랑하라고, 다른 누구의 거죽이 아니라 내 거죽에 담겨 있는 사실을 사랑하라고 알려주었다."라는 문장을 통해, 그럼에도 살아있는 한 삶을 사랑하라는 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렇듯 누구에게나 결코 유쾌할 수는 없는[죽음]이라는 주제를 지나치게 과학적이고 미시적인 증거들을 나열하면서까지 드러내는 저자의 속내는 추측하건데, 두렵고 우울하기 때문에 인간 생명의 유한함을 슬짝 망각하는 것 보다, 유한하기에 치열하고 뜨겁게 살아내야 함을 일깨우려는 것은 아닐까 싶다.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Carpe Diem"이라고.
책의 서두에 저자 자신의 그리고 저자 아버지의 이야기,라고 밝혔지만, 몇 가지 에피소드를 내 것으로 그리고 내 어머니의 것으로 대체하면, 나와 내 어머니의 이야기라 해도 될 만큼, [죽음]을 대하는 내 사유는 저자의 사유를 닮아 있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을 칭찬하는 어떤 말 보다 저자와 내 사유의 닮음이 내가 이 책에 보내는 호의의 속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죽기에 우리는 그 짧은 시간 소통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면 이렇듯 반갑고 애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