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사 산책
쓰지 유미 지음, 이희재 옮김 / 궁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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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 쬐금 관심이 있었다. 그래도 뭐 심각하게 가진 것은 아니고 처음 이 책을 읽어 보려 했을 때는 과연 끝까지 읽을 수나 있으려나 하는 마음으로 집어 들었었다. 그러나 이 책은 번역의 번자를 몰라도 그저 쉽게 읽을 수 있는 거기에 재미와 문화의 선두주자들이라 불릴 수 있는 위대한 번역가들에 대한 삶이 고스란히 닮겨져 있다. 나도 모르게 내가 누리는 문명의 모든 좋은 점들을 위해 번역가를 칭찬해 줘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을 들게 했다. 번역이란 쉽지 않는 일일것 같다. 그러나 그들 또한 작가이며 그들의 삶도 위인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고 그 안에 번역의 역사를 넣어 두었다. 번역에 대해 잘 몰라도 재미 삼아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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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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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한 농담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밀란쿤데라의 글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그 책을 다 읽은 후에야 그러니까 인내심을 발휘해서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각각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하나의 입체적 원을 만들어야만 알 수 있었다. 그저 던진 하나의 농담에 상처받고 살인을 꿈꿀 만큼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되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심각하지 않은 것들로 느껴지게 되는 것. 그것들이 모두 모여 농담이 된다. 어쩌면 이 전체 소설은 농담으로 가득차 있는지도 모른다. 너무나 심각해서 농담으로 치부해 버리고 싶은 농담말이다.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프라하를 꿈꾸었던 나는 그 동네가 말 한마디에 삶 전체를 바꿀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곳이란 생각을 했다. 그럴 수 밖에 그 동네는 우리가 익히 배운데로 빨간 동네이지 않은가. 쿤데라는 그 심각한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으로 바꾸어 버린다. 그럴 수 있는 묘미가 이 책을 읽게 하는 맛이기도 할 것이다.

가끔은 밀란 쿤데라가 왜 베스트셀러의 작가일까? 생각한다. 그것은 아마도 익숙한 이야기들을 낯설게 한걸음 뒤로 물러나 볼 수 있는 그 시선이 지독히도 부럽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정수에 '농담'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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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산
파울로 코엘로 지음, 황보석 옮김 / 예문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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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작품들을 찾아 읽는 중에 우연히 읽게 된 이 책은 종교적인 신념뿐만 아니라 살면서 한번쯤은 질문했던 것에 선지자 엘리야의 삶을 통해 답을 해주었다.

나는 늘 물었다. 왜 나이냐고? 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느냐고? 하느님을 믿는 나는 가끔은 사랑해서 일꺼라고 생각하면서 대부분의 마음에서는 그 질문에 답을 하지 않으시는 하느님을 향해 엘리야처럼 반항을 해본 경험이 있다.

사랑하는 과부를 위해 엘리야는 하느님께 처음으로 간청했다. 그 여자와 행복하게 해달라고...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그의 간청을 들어주지 않았고 무참하게 그가 안주하고 싶어하던 악바르를 무참히 짓밟히도록 하신다. 그때 나는 부르르 떨었다. 엘리야의 그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나도 빌고 빌었다. 그리고 엘리야가 남은 사람들과 도시를 재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인간의 거대한 힘을 느꼈다. 어쩌면 그것은 시련이라는 것을 겪었기에 가능한 모습이였겠지만...

이 책은 내게 용기도 되고 응답도 되었다. 시련이든 아픔이든 이겨내야 넘어갈 수 있다는 용기. 내가 힘들고 어렵게 살아야 하는 이유들에 대한 응답. 그러나 나는 아직 두렵다. 산다는 것은 늘 그렇게 만만하지 않기 때문에.

왜 다섯번째 산인가? 책에서는 신들의 시기심을 막기위해 누구의 산이라 하지 않고 평범하게 다섯번째 산이라 부른다고 했다. 다섯번째. 시련도 셀수 없이 그렇게 이겨낼 때 나에게 의미가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일지도.

엘리야가 승천 한 뒤 남아 있는 사람들은 또 자신에게 맡겨진 일들을 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전쟁을 하고, 또 누군가는 글을 배우고, 도시를 세웠을 것이다.

진작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오는 시련이나 아픔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내기 위해 견디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였을지. 견디기 위해 이기는 것이고, 포기할 수 없기에 가는 것이라고. 그래서 이 책이 희망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게는.

나는 그저 지켜보고 살아간다.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살아야 하는 것이라서. 그리고 살면서 왜 사는지 가끔 생각할 뿐이였다. 그것이 극복이라면 극복이라며 나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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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을 읽는 노인
루이스 세뿔베다 지음 / 예하 / 199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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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멋져서 였던 것인지 모른다. 그냥 이 책을 읽는 순간부터 마음 한 구석이 아렸다. 원시의 숲을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양키와 읍장으로 상징되는 백인들, 자연 그대로 되려 그것이 너무나 철학적이고 진보된 민족처럼 보여지는 수아르 족..그리고 그 중간쯤 그러나 너무나 백인적이면서 수아르 족과 같은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이 노인의 유일한 취미이자 삶의 최대치가 연애소설을 읽는 것이였다. 삶은 너무나 치열하게 살아내야 하는 정글속에 있고, 바스라질듯 고독한 그의 삶에 그 취미의 의미는 그의 전부였다. 아마도 작가는 원시의 삶과 사랑이면 충분하다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거대한 자연의 힘으로 보여지는 살쾡이와의 승부. 그는 이겼다는 마음보다 승자로서의 수치심으로 지금껏 가장 큰 몸짓으로 그 살쾡이를 강으로 수장시켜 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자신도 그렇게 수장시키는 것은 아닐런지..

자연과 인간 그 중간은 존재할 수 없을지 모른다. 너무나 자연적이라서 되려 그것이 너무 인간적인 것으로 다가와 온 마음을 헤집어 아프게 했다. 자연의 두려움을 잘 아는 인간이라는 것이 그러나 그래서 더 모질게 자연을 향해 칼을 갈고 총을 거누어야 하는 인간의 모습. 어쩌면 지금의 내모습은 그 부도덕하고 이기적인 읍장의 모습과 자연이고 싶지 않지만 너무나 자연적인 호세와 닮았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 하나 하나가 다 같은 모습일지도.

슬프다. 그저 살아내야 하는 인간이라는 것이. 그 땅은 자연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인간의 희생에 의해서가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경외하는 마음에서 지켜져야 한다. 자신과의 싸움을 끝내고, 인간에게 손톱을 세운 살쾡이의 분노로 대변되는 자연을 가라앉히고 자연으로 돌아가 너무나 인간적인 연애소설을 읽기 위해 돌아서는 그이 모습은 애처롭다. 그러나 그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시 자연과 인간의 싸움이 시작되는 그 때까지는.. 짧지만 그래서 더 심오하지만 뒤집어 보면 너무나 단순한 이야기였다. 인간은 늘 이기적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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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3 동문선 현대신서 119
피에르 쌍소 지음, 김주경 옮김 / 동문선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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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좀 정신없이 바쁘다 싶었다.. 문득 이 책을 알리는 것을 잊었구나 싶어서... 너무 행복해 하며 이 글을 쓴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란 책은 처음 제목이 좋아서 사들었다. 내용도 물론 좋기는 하지만... 워낙 느림의 미학이 좋아서 그런지 좀 문장이 길지만 그래도 여러번 곱씹어 읽어야 좋은 책 같다. 가끔은 행복하다는 사실, 행복했었다는 것을 잊어 버릴때가 있다. 그러나 구렁텅이에 빠져 사방이 어둠인것들 알았을 때 그때 행복했었다고 느끼게 되는 것같다. 요즈음 나는 행복할까..얼마나 행복해 지려고 애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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