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단순한 농담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밀란쿤데라의 글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그 책을 다 읽은 후에야 그러니까 인내심을 발휘해서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이 소설의 이야기는 각각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하나의 입체적 원을 만들어야만 알 수 있었다. 그저 던진 하나의 농담에 상처받고 살인을 꿈꿀 만큼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되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심각하지 않은 것들로 느껴지게 되는 것. 그것들이 모두 모여 농담이 된다. 어쩌면 이 전체 소설은 농담으로 가득차 있는지도 모른다. 너무나 심각해서 농담으로 치부해 버리고 싶은 농담말이다.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프라하를 꿈꾸었던 나는 그 동네가 말 한마디에 삶 전체를 바꿀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곳이란 생각을 했다. 그럴 수 밖에 그 동네는 우리가 익히 배운데로 빨간 동네이지 않은가. 쿤데라는 그 심각한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으로 바꾸어 버린다. 그럴 수 있는 묘미가 이 책을 읽게 하는 맛이기도 할 것이다.가끔은 밀란 쿤데라가 왜 베스트셀러의 작가일까? 생각한다. 그것은 아마도 익숙한 이야기들을 낯설게 한걸음 뒤로 물러나 볼 수 있는 그 시선이 지독히도 부럽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정수에 '농담'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