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 전2권 세트
에쿠니 가오리.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난주.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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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쥰세이와 아오이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읽은 것은 얼마전의 일입니다. 일본의 두 작가, 에쿠리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한 제목아래 남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여자의 입장에서 써내려간 소설은 아름다운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자기의 뿌리를 잃은 일본인 두 사람을 그리고 있습니다. 미술 복원가 쥰세이와 그저 독서와 목욕만을 즐기는 아오이. 그 두 사람은 사소한 오해로 헤어져 서로를 그리워 합니다.

쥰세이 아버지의 모진 행동으로 어이없이 헤어진 두 사람은 10년 후 서른 살의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자고 약속합니다. 할아버지의 장례식도 포기하고 밝고 명랑한 애인의 사랑도 버리고 두오모로 달려가 아오이를 만나 지난 세월 속에 묻어 두었던 사랑을 확인하지만 두려움과 회한에 사로잡힙니다. 오랜 기다림은 사흘간의 재회로 다시 두 사람은 헤어져 자기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아오이를 밀라노 행 열차를 태워 보낸 후 쥰세이는 역구내에서 밀라노 행 급행을 타고 그 뒤를 따릅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제목처럼 냉정과 열정사이..사랑하는 두 사람은 그 사이에서 끝임없이 애달퍼하고 절망하며 우울하게 자신을 죽입니다. 과거의 그 시간들 속에서 다시 태어나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지.. 아마도 다시 만나 사랑하지 않을지... 아오이란 말은 靑이라는 뜻입니다. 푸르다. 쥰세이는 서른 살에 그 삶의 푸르름을 찾았습니다. 남자쪽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는 작가의 말에서 이런 말을 남겼더군요.

냉정과 열정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랑과 고독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독자 여러분께서 이 작품을 통하여 제각기 감정사이로 흘러가는 작지만 결코 끊임이 없는 강을 발견하시길 바라면서...

아오이의 이야기를 만들었던 에쿠니 가오리는 어떤 사랑도 한 사람의 몫은 2분의 1이란 것을, 어떤 사랑을 하는 것보다 절실하게 느끼면서 2년 남짓을 써내려갔습니다. 이것은 아오이의 이야기입니다. 아오이와 아오이의 인생의, 그리고 사랑에 관한 한, 모든 것의 절반인 이야기입니다. 인생이란 그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성립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사실과, 마음이란 늘 그 사람이 있고 싶어하는 장소에 있는 법이라는 또 하나의 단순한 사실이 이 소설을 낳게 하였습니다.

까닭모르는 슬픔이 몰려올 때, 사람사이의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면 사랑의 열병을 앓을 때 읽으면 더 마음에 와 닿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이탈리아에 가고 싶어 졌습니다. 그곳에 가면 사랑하는 두 사람이 머리를 맡대고 편안하게 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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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tree 2005-06-16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를 오르며 그 긴 기다림을 생각했었습니다. 어쩌면 쥰세이와 아오이는 약속이라는 것이 있었기에 버티고 살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말입니다.그 계단들은 그 기다림의 하루 하루처럼 묵직하고 길었습니다.
 
누더기 - 바깥의 소설 22
샤를르 쥘리에 지음, 이기언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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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르 쥘리에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현대문학에 실린 관련 이야기를 읽은 다음이였다. 프랑스에서 글을 꾀 절제해서 쓰기로 유명한 이 아저씨는 사진으로 보기에도 꼬장 꼬장 그 자체처럼 보였다. 우리 나라에 번역되어 나와 있는 소설은 <누더기>와 <가을 기다림>이라는 책이다.

<누더기>는 1, 2부로 나누어 있는데 1부는 정신병으로 굶어 죽어간 지난 날 자신의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주고 있으며, 2부는 자신의 내면적인 경험과 자신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작품이다. 철저하게 관찰자의 시점으로 '당신'으로 보여지는 한 여자의 삶은 너무나 슬프도록 찢겨져 있다. 그렇다고 '그렇게 만드는 것이 무엇이다'라고 말해지거나 그에 대한 언급이 없이도 그 실체의 아픔에 너무나 공감할 수 있도록 쓰여진 점이 마음에 와 닿았다. 글에 군더기가 없이도 그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였다. 그러나 2부는 좀 그 긴장감을 잃어간다. 아마도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니 만큼 1부만큼의 긴장감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제목이 <누더기>이다. 그렇다. 당신의 삶은 누더기 였다. 그저 여기 저기 기워져 그저 버티는 일밖에 할 수 없는 누더기...더럽게 취급되고 아무렇지도 않고 다루어지는 누더기..그러나 진작 당신의 삶은 너무나 고귀했다. 그 마음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용돌이는 그 어떤 누구보다 거세고 경쾌하다. 그러기에 더 슬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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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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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마술사 같은 책. 다양한 생각과 해박한 지식과 삶의 진리를 섞어서 금쪽같이 소중한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듯... 나도 따라 가며 한 사람의 연금술사가 되는 듯.. 힘이 되었다. 멜기세덱 왕이 산티아고에게 했던말. '네가 무엇을 얻고자 한다면 온 세상이 힘을 합쳐 그것을 얻도록 도와줄 것이니라.'

나는 요즈음도 나의 꿈을 나의 희망을 작게 작게 접어 가슴 깊이 묻어두는 나를 본다. 그래서 였을것이다. 이 책을 읽고 무엇인가 불현듯 일어나 나를 향해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잃었던 혹은 애써 부인했던 것을 생각나게 해 준 책. 그러나 끝이 좀 너무 허무한 듯...그러나 한편으로는 삶의 여행이란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라는 것일지도...

양치기 소년의 그 끊임없는 자신을 들여다보기가 실로 어려운 것이지만 그러나 꼭 해내야 하는 것임을 생각하며... 나도 내 운명을 기꺼이 받아 들이고 그것들을 이루는데 필요한 교훈 하나를 마음속에 다시 새겨본다. 마음속의 소리를 듣고 꼭 해내야 한다고. 그것이 내 운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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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장수 야곱 - 복잡한 세상을 사는 소박한 지혜
노아 벤샤 지음, 공경희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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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책표지만 쓸어보다가 사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의 페이지 수가 줄어드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 아껴가며 읽었습니다. 빵장수 야곱이 가르쳐 준것은 나는 이미 내 마음속에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것을 내가 보기 싫어서 혹은 내가 가진 어리석은 벽때문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였습니다. 그래서 일순간 시야가 맑아지고 책을 덮고 난 지금은 조금은 지혜로워지고 나아진 인간이 된 듯한 착각이 듭니다. 다 갈아 마셔버리고 좀 나은 인간이 되고 싶은 책입니다.

한순간에 다 읽어버리고 책장에 꽂아두기 보다는 색깔펜으로 칠해가며 곁에 두고 틈날 때마다 다시 읽어야 할 듯한 책이라고. 번역하신 분의 글도 참 인상적이였습니다. 번역하시며 빵장수 야곱을 닮아가신 듯한... 누구나 야곱을 닮아 가야 할 듯. 그런 따뜻한 전염성이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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