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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닉
아니 에르노 지음, 조용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니 에르노처럼 정신적, 육체적으로 해보지는 못했지만 나 역시도 한 사람에 대한 갈망으로 소름끼치게 떨어 본 적이 있다. 지금은 생각도 잘 나지 않고, 사랑했던가, 믿었던가, 과연 그런 일들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였는가를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할만큼 오래전의 일들이 말이다. 행간에 숨겨있는 그 절박함..그것을 알았기에 실망스러우면서도, 내가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책을 놓을수가 없었다.
나는 끝을 알고 싶었다. 아니 행여나 그 끝이 나와 같이 절대로 만날 수 없는 부딪힐 수 없는 현실이 아니라 불현듯 어느 날 불었던 바람에 시원함을 느꼈듯이 그녀 곁에 와 있어 주길 바랬다. 그러나 없었다. 나는 사랑이 정신적으로만 가능하다고 혹은 육체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다른 이름이 탐닉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한없이 동화처럼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 모든 면들을 다 가지고 있는 것이 또 사랑의 한 이름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녀의 사랑이 부러웠다. 다 부어 바닥이 보이고, 그 바닥까지도 긁어서 아예 그 그릇조차 다 주어 버리고 마는 그 사랑이 말이다. 나는 사실 나 자신을 지키며 사랑하고 싶었다. 그랬기 때문에 시간이 흐른 지금도 탐닉도, 동화도 아닌 그 어중간쯤에서 상처받은 나 자신을 추스리는데 급급한지도 모른다.
한 사람을 온 몸으로 사랑한다. 라는 그 짧은 명제로 그 긴 소설을 써낼 수 있는 그 집요함과 자신의 감정을 송두리째 꺼낼 수 있는 용기..나는 그것이 그녀가 가진 사랑의 모습이라 믿는다.
책을 덮고 나면 몰려드는 피곤함과 지리함..그러나 읽는 그 순간에는 나도 아니가 되고 s가 될 수 밖에 없는 묘한 매력..그것이 이 책이 가진 맛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
나는 절대 이렇게 사랑할 수 없어 그렇게 보냈던 것일꺼라고..그러나 나 역시도 그녀처럼 그렇게 사랑하고 있었노라고..이제 그녀도 나도 이제 자신들을 위해 그 질긴 끈을 놓아야 한다. 끝은 그것밖에 없다. 다른 것은 바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