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사사키 아츠코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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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좋아하는 나는 맨처음 이 책을 읽는 순간에는 황당함과 이해할 수 없음과 허무함을 느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나는 가끔 이 작품을 떠올린다.

오이, 숫자2, 모자....이 세사람이 모여사는 호텔선인장이라는 곳...

나는 숫자2를 많이 닮았다. 꼼꼼하고, 치밀하고...내 생각에 보통의 사람 같은...그러나 숫자2는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오이와 모자의 모습을 잘 받아들인다.

이들의 모습이 두고 두고 남는 이유는 아마도 살다보면 모두 이 세사람의 특성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세상 살다보면 다 만나지는 그 모습들..그러나 그 셋은 참 묘하게도 얽혀있다. 나는 그 점이 부러웠다. 살면서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고 산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그 셋이 얽혀 있지만 자신들의 영역을 고집하고 그 고집의 비례하여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그저 받아주기 때문일것이다.

사실 이해한다는 명목하에 얼마나 상대방의 삶들을 내 방식대로 바꾸려고 했는지 모른다. 나는...

그래서 세 사람의 모습은 속은 자신만의 물로 가득차 부드럽고 겉은 딱딱하고 가시를 세우고 선 선인장을 닮았는지 모른다. 겉 보기에는 개성이 너무 강한 세 사람이지만 서로를 보듬어 안아버리는 모습. 뿌리로 빨아들인 나름의 수분을 저장하는 선인장의 모습과 말이다.

그렇다면 선인장처럼 이 세사람들처럼 살아간다면 다른 사람과 부딪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그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호텔 선인장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그 모든 것이 용납되고 이해되고 실행되는 그 공간 호텔 선인장...

나는 그곳에는 그 세사람과 산다면....좀 미쳐버릴 지도 모른다. 왜냐면 나는 다른 사람의 삶을 내 나름으로 이해하고 바꾸어야 하는 숫자2의 전형이니까...

그러므로 나는 부러움과 나의 파라다이스로 호텔 선인장을 남겨두려 한다.

아~~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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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문학사상 세계문학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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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랄하지 않고 고양이처럼 나른하고 게으지만 뜨금한 인간에 대한 비판 이론서....

당연하다. 고양이가 했으니까..

그 고양이의 눈에 비친 인간이라면 나는 고양이가 되고 싶다.

너무나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아니면서 겉으로는 모든 것이 완벽한척 하는 그 인간들의 군상.

그것이 고양이가 한 것이기에 어쩌면 더 우스운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이라는 자체가 동물이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언제가 읽었던 말이 생각난다.

인간이 가진 냉장고를 보고 했던 말....인간만이 자신을 위해 음식을 저장해 둔다고 말이다.

그렇게 인간은 자신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한다.

나는 아예 고양이고 싶다.

그러나..실상 나는 고양이보다는 다른 동물이 좋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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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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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범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나는 보통의 윤리라는 것과 사람들의 눈을 적당히 의식하고, 아니 상당히 의식하고 튀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나에게 비친 당신은 인간입니다.

단지 너무나 솔직히 말하는 당신이 두려웠습니다.

나는 그냥 넘기는 내 모습을 하나 하나 끄집어 그런 이유들도 인간임을 거부하는 당신이 몹시도 껄끄러웠습니다.

 그러나 책을 덮는 순간 어쩌면 당신은 인간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지만 나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를 감싸안았습니다.

당신을 그래서 나는 더 두려워 하며 결국 미워하려 애썼습니다.

그러나 결국 당신이 못내 너무나 안쓰러워 옆에 있다면 꼭 끌어안고 괜찮다고 괜찮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인간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인간이란 이렇게 두 주먹을 꽉 움켜쥐고서 웃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나도 당신도 인간입니다.

되려 가끔은 너무나 인간적인 우리는 인간입니다.

나보다 당신은 더 인간적인 인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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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계절, 청춘 - 근현대일본 거장단편집 1
다자이 오사무.오에 겐자부로 지음, 이유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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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달동안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나는 아직 그곳의 잔상을 기억한다.

내 삶의 청춘이란 그렇게 무한히 자유를 꿈꾸고, 비상을 원하며, 무엇인가를 갈구했다.

그러나 실상 삶이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다.

여행 내내 치열하게 살아야 했고, 그 값을 톡톡히 치루어야 했다. 몸도 마음도...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진 각자의 청춘에 대한 정의. 그것은 실로 아름답고 약동감 넘치는 것이 청춘이기는 하나 그것에는 응당 그것에 상응하는 그 값어치를 해야 한다는 묘한 아픔도 수반한다.

철저하리 만치 비정하고, 미숙하고, 그러하기에 되려 중년의 나이를 먹으면 그 때의 청춘을 아름답게 그려볼 수 있는 것일까...

나의 잔혹한 계절의 청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몸과 마음의 저 밑바닥까지 끌어모아 선택했던 한달간의 여행으로 나는 많이 지쳤지만 조금 쉬고 나면 또다른 비상을 꿈꿀것이다.

청춘도 그러하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그저 다만 조금씩 주춤거릴 뿐이지.

나는 잔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청춘이라는 것이. 왜냐면 청춘이란 나를 늘 새롭게 이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잔혹만 한것이 아니라 무지막지하다. 그러나 그것은 꼭 필요하다. 삶의 활기를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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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닉
아니 에르노 지음, 조용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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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에르노처럼 정신적, 육체적으로 해보지는 못했지만 나 역시도 한 사람에 대한 갈망으로 소름끼치게 떨어 본 적이 있다. 지금은 생각도 잘 나지 않고, 사랑했던가, 믿었던가, 과연 그런 일들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였는가를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할만큼 오래전의 일들이 말이다. 행간에 숨겨있는 그 절박함..그것을 알았기에 실망스러우면서도, 내가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책을 놓을수가 없었다.

  나는 끝을 알고 싶었다. 아니 행여나 그 끝이 나와 같이 절대로 만날 수 없는 부딪힐 수 없는 현실이 아니라 불현듯 어느 날 불었던 바람에 시원함을 느꼈듯이 그녀 곁에 와 있어 주길 바랬다. 그러나 없었다. 나는 사랑이 정신적으로만 가능하다고 혹은 육체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다른 이름이 탐닉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한없이 동화처럼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 모든 면들을 다 가지고 있는 것이 또 사랑의 한 이름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녀의 사랑이 부러웠다. 다 부어 바닥이 보이고, 그 바닥까지도 긁어서 아예 그 그릇조차 다 주어 버리고 마는 그 사랑이 말이다. 나는 사실 나 자신을 지키며 사랑하고 싶었다. 그랬기 때문에 시간이 흐른 지금도 탐닉도, 동화도 아닌 그 어중간쯤에서 상처받은 나 자신을 추스리는데 급급한지도 모른다.

  한 사람을 온 몸으로 사랑한다. 라는 그 짧은 명제로 그 긴 소설을 써낼 수 있는 그 집요함과 자신의 감정을 송두리째 꺼낼 수 있는 용기..나는 그것이 그녀가 가진 사랑의 모습이라 믿는다.

  책을 덮고 나면 몰려드는 피곤함과 지리함..그러나 읽는 그 순간에는 나도 아니가 되고 s가 될 수 밖에 없는 묘한 매력..그것이 이 책이 가진 맛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

  나는 절대 이렇게 사랑할 수 없어 그렇게 보냈던 것일꺼라고..그러나 나 역시도 그녀처럼 그렇게 사랑하고 있었노라고..이제 그녀도 나도 이제 자신들을 위해 그 질긴 끈을 놓아야 한다.  끝은 그것밖에 없다. 다른 것은 바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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