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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을 읽는 노인
루이스 세뿔베다 지음 / 예하 / 1993년 4월
평점 :
품절
제목이 멋져서 였던 것인지 모른다. 그냥 이 책을 읽는 순간부터 마음 한 구석이 아렸다. 원시의 숲을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양키와 읍장으로 상징되는 백인들, 자연 그대로 되려 그것이 너무나 철학적이고 진보된 민족처럼 보여지는 수아르 족..그리고 그 중간쯤 그러나 너무나 백인적이면서 수아르 족과 같은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이 노인의 유일한 취미이자 삶의 최대치가 연애소설을 읽는 것이였다. 삶은 너무나 치열하게 살아내야 하는 정글속에 있고, 바스라질듯 고독한 그의 삶에 그 취미의 의미는 그의 전부였다. 아마도 작가는 원시의 삶과 사랑이면 충분하다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거대한 자연의 힘으로 보여지는 살쾡이와의 승부. 그는 이겼다는 마음보다 승자로서의 수치심으로 지금껏 가장 큰 몸짓으로 그 살쾡이를 강으로 수장시켜 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자신도 그렇게 수장시키는 것은 아닐런지..
자연과 인간 그 중간은 존재할 수 없을지 모른다. 너무나 자연적이라서 되려 그것이 너무 인간적인 것으로 다가와 온 마음을 헤집어 아프게 했다. 자연의 두려움을 잘 아는 인간이라는 것이 그러나 그래서 더 모질게 자연을 향해 칼을 갈고 총을 거누어야 하는 인간의 모습. 어쩌면 지금의 내모습은 그 부도덕하고 이기적인 읍장의 모습과 자연이고 싶지 않지만 너무나 자연적인 호세와 닮았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 하나 하나가 다 같은 모습일지도.
슬프다. 그저 살아내야 하는 인간이라는 것이. 그 땅은 자연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인간의 희생에 의해서가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경외하는 마음에서 지켜져야 한다. 자신과의 싸움을 끝내고, 인간에게 손톱을 세운 살쾡이의 분노로 대변되는 자연을 가라앉히고 자연으로 돌아가 너무나 인간적인 연애소설을 읽기 위해 돌아서는 그이 모습은 애처롭다. 그러나 그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시 자연과 인간의 싸움이 시작되는 그 때까지는.. 짧지만 그래서 더 심오하지만 뒤집어 보면 너무나 단순한 이야기였다. 인간은 늘 이기적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