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에 우리 아파트 앞동에서 불이 났다.

새벽 2시경인가 남자 고함치는 소리와 여자 우는 소리가 들려서 어인 일인가 봤더니 소방차가 네다섯 댄가 오고 앞동 10층 창문에 불길과 연기가 보였다.

 

우리 베란다에도 탄 냄새 가득하고 나가보니 월드컵 열기 때와 같이 다들 진짜 불구경 중

 

강건너 불구경이라는 속담을 몸소 체험했다.

누군가에게 큰 사고이지만 멀리 떨어져서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소방관 아저씨가 위험하고 작업에 방해가 된다 방송해도 계속 동마다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잠깐 보고 애들이 깰까보니 딸이 창문 밖으로 번쩍거리는 경광등 불빛에 깨서 다독여 다시 재웠다.

 

오가며 얼굴만 보는 젊은 아빠가 말갛게 잠든 아이를 안고 나와 왜 불이 났는지 설명해 주는 아줌마의 말을 경청하고는 궁금증을 해소하고 돌아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빙그레.

 

이십몇 개월의 아가로 추정되는데 저런 아이를 안아재우는 아빠라면 평소에도 육아에 많이 참여하는 게 분명하다.

 

남자는 잠시만 시간을 쪼개 육아에 참여해도 훌륭한 아빠라 칭송받지만 엄마는 잠시라도 육아에 소홀해 보이면 비난받는다.

 

부부가 함께 리조트에 놀러가 아이가 사고를 당해도 엄마는 아이 안 보고 뭐했냐는 비난이 쏟아진다. (비난 전에 사고를 당한 데에 대한 위로가 앞서야 하는데도 리조트에서 지 애를 안 보고 리조트에 소송거는 민폐 부부충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비난하기 바쁘다)

 

중년에서 젊은 층이 이용하는 다양한 커뮤니티를 최근에 눈팅하면서 한숨 나오고 화나는 것도 많았는데 별 도리가 없었다.

 

현실세계에서 바삐 일하고 애들 건사하며 사는데 일일이 싸울 수도 없었다. 시간적 여유도 없고 육아에 에너지를 더 쓰다보니 맘충이란 용어와 싸우는 걸 점차 포기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초등 고학년 정도 되어서야 겨우 책 제대로 볼 여가가 생긴 듯하다.

요즘은 평일에도 각자 놀고, 주말에 같이 도서관에 가기도 하니 특히 각자의 서가로 향할 수 있어 큰 축복이다.

 

최승범의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와 <며느라기>를 주말에 보았다.

 

최승범 책은 큰 기대는 없었는데 대중서로 잘 읽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남자이기 때문에 가부장제 하에서는 더 누릴 수 있는 위치인데도 엄마나 부인의 위치를 살피고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할 부분이 없는지 고민하는 모습에 일단 안심이 된다. 남자들의 페미니즘은 그 지점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IMF를 전후해서 태어나 저성장-양극화 사회에서 줄곧 살아왔다. 신자유주의 경향을 고스란히 받아 일찍부터 경쟁을 내면화했다. 불투명한 미래와 곳곳에 도사린 위험은 실용주의자를 양산했다. 청소년기에 일베 문화를 접했고, 혐오코드가 점령한 채팅창과 댓글밭에서 놀았다. '코알라' '슨상님' 같은 일베 용어에 친숙하고 전라도 비하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조롱은 또래 사회의 친목 활동이었다. 10년 전보다 10년 늙었다. (중략)

 미디어는 '알파걸' 열풍을 다뤘고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치인다'고 했다. 한창 게임할 나이에 셧다운제가 시행됐다. 여성가족부는 없어져야 한다는 원초적 소명 의식을 정착했다. (중략) 성장 과정 내내 눈에 담아온 세상에는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이 없다. 남동생 공부시키려고 누나가 공장에 간 서사는 신분제도만큼 낯설고 조선시대만큼 먼 이야기이다.

  이십대의 보수성은 이념이나 지향보다는 생존전략에 가깝다. 잃은 것이 없으면 변혁적인 사고를 할 것 같지만, 현실이 조금만 달라져도 생존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변화를 거부한다. 140-142쪽

 

10대를 가르치는 저자는 남학생들의 싸늘한 눈초리와 비웃음을 감수하면서  꿋꿋하게 양성평등 교육을 실천하고 계신다. 이미 머리가 굳은 20대 남성보다는 유연한 사고를 할 가능성이 더 보이는 아이들에게 집중하려 하신다.

 

온라인에서 우월한 위치를 점유한 일부 세력들(직업, 가사노동에서 자유롭고 커뮤니티에 대한 충성도가 강함)이 온라인 여론을 이끈다. 끝없이 새로운 용어 김치녀, 맘충, 개념녀 등을 생산하며 다른 이들을 통제하려고 한다.

 

종합해보면 '개념녀'는 모든 방면에서 가부장적이고 전근대적인 태도를 지녔지만 경제관념만은 현대적이고 평등을 지향하는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개념녀'는 남성이 유리한 지점은 그대로 유지하고 불리한 부분까지 유리하게 바꾸겠다는, 남성들의 무지한 욕망이 그대로 묻어나는 정치적인 용어다. 127쪽

 

예를 들면 <며느라기>의 민사린같이 외국 출장을 수시로 갈 정도로 능력 있는 여성이지만 시부모 생일이면 손수 상을 차리고 하다못해 시부모님 그들끼리 챙겨야 하는 시부모의 결혼기념일도 챙기고 각종 대소사에 참여해 다소 무뚝뚝한 자신을 대신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이런 개념녀에 부합하는 것이다.

 

연애시절에는 내 호주머니 사정을 걱정해 더치페이하기를 원하면서도(기계적으로 절반이 아닌 서로의 형편에 따른 합의에 맞게 당사자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본다. 여자가 먼저 취직해 더 많이 부담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반대도 있을 수 있다)  가끔은 떡 벌어지게 피크닉 도시락 정도는 뚝딱 만들어내야 개념녀이자 자랑스런 여자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동안 나도 페미니즘 공부하는 걸 멈추었는데

이제 다시 출산, 경력단절, 양육, 저임금이라는 현실 위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해보아야겠다.

 

결정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느낀 것이 성당을 아이들과 다시 다니면서이다.

 

성당 첫영성체 부모 교리반에는 직장 다니는 엄마, 그렇지 않은 엄마들(다양한 사정이 있음)이 섞여 있고 선생님은 공무원으로 퇴직하신 분이다. 늘 선생님은 직장 나가면 할 수 없지만 집에만 있는 엄마들은 평일미사도 자주 나오고 평소에도 이런 말씀을 하셔서 가끔 불편하기는 했었다. 평일에 전업 엄마라고 해도 어느때고 시간이 날 수 있는 게 아니고, 평일 미사 참여 문제는 각자의 신앙, 모종의 결단에 따른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간단한 다과 준비를 직장에 다니지 않는 엄마들에게 부탁하셨는데 처음엔 기쁜 마음으로 동의해서 하다가 어느 순간 기쁘지 않았다.

 

8-9시라는 늦은 저녁시간에 이루어지는데 모임에서 나온 식기류를 설거지하고 자리 정돈하다보면 9시 반이 넘어가버린다. 아이들이 초등고학년이지만 남편이 집에 없을 때가 많아 늘 마음이 불편했다.

 

컵이 인원 수만큼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몇 개가 되든 치우고는 가야 한다. 대개 남이 설거지할 것이 불편해 안 드시는 분이 상당수 있어 나온 현상이다.

 

이런 문제가 마음에 걸려 선생님께 각자 개인컵을 가져와 마시는 게 어떻겠냐고 건의했는데 엄마들(특히 직장다니는 엄마들)은 동의하셨는데 졸지에 나만 공동체의 나눔 정신을 모르는 사람으로 선생님께 말씀 좀 들었다.  

 

이렇게 한순간 눈총은 받았지만 그래도 일단 말하고 나니 내가 덜 불편하다. 

 

학교 녹색어머니 봉사 문제와도 비슷하다.

이건 언제 따로 써봐야겠다.

 

직장 다니는 엄마는 워킹맘이지만 그렇지 않은 엄마는?

 

겉으로는 전업이어도 속내는 다양하다.

 

프리랜서도 있고 계약직도 있고 시댁 가업을 돕는 분도 있고 미취학아이, 아픈 아이나 노인을 돌보아야는 분도 있어 온전하게 쉬고 일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전업'이라는 이름으로 싸잡아 집에서 놀고 쉬는 부류로 낙인 찍는다.

 

요새는 주부만 많이 모인 사이트에서도 전업 엄마들은 전업인데 어린이집 보내도 될까요? 전업인데 가사도우미 써도 되나요? 같은 질문을 자꾸 올린다.

 

자신과 가정이 결정할 문제를 자꾸 사회의 용인을 받으려 든다.

 

결정적으로는 자신이 결정할 문제를 남에게 맡기려 든다.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이제는 자아 실현?이라는 걸 해보려 하지만

이미 실현할 자아를 잃어버린 상태다.

 

아니, 아이들이 커갈수록 자아 실현이 아니라 생계 혹은 가족의 더 나은 삶?(치솟는 물가와 가중한 사교육비)을 위해 저임금  단순노동에 내몰려야 하는 것이  전업주부의 현실이다.

 

(경력 단절 없이 쭉 일해온 여성이나 남편은 그간 자아 실현이 아니라 단지 생계를 위해 쭉 일해왔다고 엄살 떨지 말라고 하기도 한다. 여성들의 결혼 전후 취업 현실과 출산과 보육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경력 단절이 잦아지는 것에 대해 논의할 문제이지 한쪽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나중에 따로 남편이나, 직장 다니는 이웃엄마에게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 정리해보려 한다. 개인적인 불편함만은 아닐 것이라 여겨져서) 

 

또한 인스타에 보이는 브런치를 즐기며 문화센터나 전전하는 팔자 좋아 ? 보이는 부류에게도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 함부로 말할 문제는 아니다.

 

뭐라뭐라고들 하는데 사실 부러워서이다. 그런데 또 속내를 알고 보면 크게 부러워할 것도 없다.

 

카스 프로필에 남편 병원 전경을 올리는 분들을 몇 분 아는데 하루 지내는 거 보니 별다를 것도 없더라. 미취학 아이 육아, 노부모 간병 등

 

물론 가는 여행지, 식당 정도가 차이가 난다. 이 차이는 계급 차이, 훗. 이게 크다.

팔자 좋은 부류? 이건 계급에 여성 문제가 얽힌 사례이다.

공부를 더 해서 정제된 말로 풀어보고 싶다.

 

 

이렇게 정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

 

20년도 전에 배운 모토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실감나는 요즘이다.

 

내가 덜 불편해지는 지점

여기서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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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제 비 오는 오전에 책 반납하러 갔다가 <사양합니다....>를 우연히 읽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웃자고 하는 말들이 관련 있는 당사자들에게는 비수가 된다.

 

특히나 육아카페 일명 무슨무슨 맘카페에서 자주 보이는 '결정장애'니 요리 고자니 동네 바보형같이 위트도 센스도 없는 표현들이 그렇다.

 

결정장애라고 올리는 글 볼 때마다 지적도 해보았으나,

나도 알지만 꼰대질은 사절, 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런 사람들이 학교에서 -애자, 야 라고 부르는 아이들을 만든다.

 

저자는 종교는 없지만 김수환 추기경과 관련한 특별한 태몽을 꾸고 귀한 쌍둥이를 잉태한다. 딸아이는 비장애인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아들은 출산시 이상으로 후에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는다.

 

각종 재활과 치료 과정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이 들었으며 얼마나 힘들었는지 서술된다.

그렇지만 '힘이 든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엄마아빠에게 돈쓰는 맛을 알려준'이나 치료실에서 짜증이 나서 누워 있다 나오니 '오구오구 우리아들 오늘도 치료실 전기세 내주고 왔어요.' 같은 표현.

 

장애 아동 엄마들도 다르지 않구나, 마냥 희생정신으로 무장한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무겁게 여길까봐 의도적으로 가볍게 쓰려고 하신 것도 같고. 

 

그나저나 월 200만원을 들이느냐 100만원을 들이느냐에 따라 앞으로 생활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고 하니 부모님들 부담이 상당하다.

 

지방에는 병원이나 치료실도 적으니 가급적 서울 중심가에 살아야 하고 참 모든 것이 쉽지 않다.  

 

저자는 여러 치료를 전전하다 아이가 바이킹을 타며 생애 최초로 짓는 표정을 보고 사회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시도해보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주변의 동정이나 시선은 힘들지만 항상 자기 감정에 솔직한 순수한 아이를 보며 저자와 저자의 가족은 웃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장애인, 장애인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이 한국에서는 정말 더 특별히 더 괴로운 일이라는 걸 동생을 통해 전에 들어 대강 알고는 있다.

 

치료실은 안정된 환경과 이해심 많은 어른들, 숙련된 인력이 있는 곳이고 사회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 (물론 나도 그렇다.)

 

동생은 소설 <선릉 산책>과 비슷한 일을 겪었고 장애어린이집 근무를 거쳐 지금은 일반 ? 그냥 ? 어린이집 근무를 하고 있다. 보통의 ? 미취학 아동들도 그 시기에는 힘든데 장애 아동이라면 그 힘듦은 배가 된다고 한다.

 

때로는 감정이 얽히고 쌓인 가족보다는 좀 더 합리적으로 상황을 관망할 수 있는 타인(물론 제대로 된 직업의식이 있는)이 더 양질의 돌봄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읽다가 장애인 관련 제도와 인력이 부족하다는 게 한스러웠다.

 

 

2.

정신건강 관련 책들

제목도 센스 있다.

 

 

 

 

 

 

 

 

 

 

 

 

 

 

 

 

 

<정신 차리라는 말은...>은 작년에 보았는데 청소년들에게 정신 관련 질환을 알기 쉽게 해설한 책이다.

 

어느 페이지에 헹그리라는 단어가 소개된다.

배고파서 화난 상태.

 

찍어둔 사진이 안 보인다. ㅋ

 

 

<정신병동에도...>는 맛보기 용으로 만화본 적이 있는데 전문가의 시선으로 환자를 보고 있어 읽어보고 싶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어느 순간의 내 마음과 같다.

 

평생 나도 정서가 안정되어 있다.

다만

우울하게 안정되어 있다. ㅋ

 

애착도 별로 없다.

 

인간에게라면 딸아이(+몇몇 그것도 현실인물이 아닌)

그리고 사물은 책, 그리고 몇몇 장소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있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는 제목에 끌려 봤다가 오호호 하고 잘 읽었다.

퇴폐미, 허무의 극치

 

<친절은 넣어둬..>는 어느날 추천마법사에 떠서 그냥 책소개만 보았다.

 

알라딘

민간인 사찰은 고만 ㅋ

 

어느 순간부터 책읽기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커뮤니티 게시판을 너무 보았더니

문체가 점점 구려진다.

 

잠이 안 와 보다가 아예 못 자기도 하고 ㅜ.ㅠ

안구건조증에

 

 

고전이나 사회과학도 읽기도 힘들어진다.

언어가 다르니

 

제목에만 낚이지 말고 좀더 진중하게 읽기 시작해야겠다.

 

그래도 가끔 정말 잘 지은 제목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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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하루 종일 요새 <레몬 트리>를 부르고 다닌다. 원 히트 원더인 풀스 가든의 95년 곡으로 국내에서 박혜경이 번안해 불렀다. 경쾌한 곡조에 비해 가사 내용은 한없이 우울한 그런 것들이다. 기분 부전 문제를 겪고 있는 환자의 일상 같기도 한데 영어 가사도 쉽다보니 입에 붙나보다.

 

아이들 선생님들이 이제 대개 30대 말 40대 초이다 보니 옛날에 어릴 때 들었던 노래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치시고 그래서 그 노래들이 가끔씩 나에게 찾아오는 게 흥미롭다.

 

나도 아는 노래라고 하면 아이들이 늘 놀란다.

애들은 엄마도 아이였고 초등학교(물론 당시에는 국민학교지만)를 다녔다는 것을 가끔씩 잊곤 한다. 아이들에게 2부제 수업이나 한 반 인원이나 배운 걸 얘기해주면 다시 더 놀란다.

 

엄마도 그때는 어렸고 힘들었고 

지금도 사실 그렇고

별로 강하지 않아.

 

그래서 가끔은 힘이 되는 이야기들이 필요해.

 

요 며칠은 팔라시오의 <원더>와 그 후속작을 읽으며 보냈다.  

 

아이들에게 같이 읽자고 했는데 <원더> 양장본 두께 보더니 거부.

꼼수로 <아름다운 아이>를 들이밀어야지.

그것도 힘들어하면 같이 영화를 봐야겠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신문 광고나 포털 배너에 후원을 바란다고 실릴 안면 이형(안면 기형)을 가진 아이 어기의 이야기가 어기네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와 같이 펼쳐진다.

 

남과 다르기 때문에 역시 남과 다르게 살 수밖에 없다.

 

어기가 편안한 때는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때와 남들과 같이 평범한 일, 예를 들면 아이스크림을 편히 먹을 때 정도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별뜻 없는 행동, 뻔히 바라보거나 아니면 대개는 일부러 고개를 돌리고 피하는 일에 익숙해진 어기지만 홈스쿨과 학교생활은 천지 차이다.

 

나는 아이들이 나쁜 뜻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대놓고 비웃거나 요란을 떠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저 어리석기 그지없는 평범한 아이들일 뿐.   107쪽

 

평범한 아이들이 무지하기 때문에 벌이는 일들 혹은 알지만 미숙해서 벌이는 일들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3년 후 나온 폭력 가해자 줄리안의 이야기도 좋았다. 누구나 분노할 만한 요즘 애들 말로 인성 쓰레기 짓을 하는 줄리안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고 어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줄리안네 부모는 개차반이나 다행히 여기에서 할머니가 제대로 된 어른 노릇을 해준다.

 

원더의 요약은 금언이 다한다.

 

브라운 선생님의 9월 금언 :

만약 옳음과 친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을 택하라. - 86쪽

 

 

 

브라운 선생님의 10월의 금언은 이랬다.

우리가 행한 행동이 곧 우리의 묘비이다.

수천 년 전에 죽은 어떤 이집트인의 묘비에 적힌 말이라고 했다. - 112쪽

 

 

나도 이를 응용해서 아이들에게 써보게 하고 싶은데

 

아들은 박명수 어록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은 무시뿐이다, 이런 소리나 하고 있다.

 

 

 

 

 

 

 

 

 

 

 

 

 

 

딸아이가 열심히 보고 있는 수상한 시리즈

 

아직 난 못 읽어봐서 일단 아파트부터 보고 있다.

읽다보니 딸이 왜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어릴 적 그 책>은 나의 경험과도 겹친다.

 

여기서 소개한 것 중에 사서 본 전집도 있지만 대개는 빌려 읽었다.

 

디즈니 그림 명작이나 계몽사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 계몽사 어린이 세계의 명작, 에이브 전집

등등

 

내가 보고 싶은 이런 책들은 꼭 왜 친척집이나 아랫집 책장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는가.

 

 

빌려 읽을 반죽도 없던 나는 5, 6학년 즈음엔 충정로 2번 출구?(이제 광주에 오래 살다보니 충장로라고 먼저 적음) 쪽으로 오던 이동도서관을 친구랑 마냥 기다렸다. 매연과 차 특유의  냄새 그리고 땀냄새가 곧 풍겨올 것에 긴장하면서도 작은 마을버스가 책을 싣고 오면 친구보다 먼저 올라 책을 찜하는 것이 신나서 열심히 달려갔었다.

 

<어릴 적 그 책>

저자의 기억력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난 저렇게 세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하는데 아마도 그 시절 그 책을 직접 소장하기 시작하면서 온전히 그 기억이 소환되었나보다.

 

특히 <추위를 싫어했던 펭귄> 에피소드에 공감한다.

 

나도 한동안 애들 보여주려고 디즈니 그림명작 중고나라에 엄청 검색하다가 포기했다. 우리 애들이 본다고 해도 내가 어릴 때 보던 것과 다를 것임을 잘 알기에.

 

 

<책으로 가는 문> 미야자키 하야오가 고른 어린 시절 책들인데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꽤 된다라고 적으려니 찔린다.

 

아예 읽지 못한 책들이 많아 꼼꼼하게 적어두어야겠다.

중간에 아이가 누워서 책 읽는 삽화를 보니 우리 아들 같다.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얼마나 다양한 자세를 취하는지 보지 않고는 모른다.

 

어린이도서관에서 남에게 피해주는 자세만 아니면 그냥 적당히 모른 척해주면 좋겠다.

아이 자세나 눈 건강 생각해서겠지만 한참 빠져 있는데 너무 자주 지적하는 곳도 있다.

 

지역도서관 어린이실에 눕거나 기대서 보게 되어 있는 공간에서도 일일이 아이들 앉게 하시는 분이 있어서 그곳은 잘 가지 않게 된다. 

 

명사들이 고른 어릴 적 책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도 술술 잘 읽힌다.

 

요즘 아이들은 여기 나온 책을 얼마나 기억할지.

전집은 사지 않고 골라서 같이 봤는데 그때 좋았으면 좋은 거지.

 

 

 

 

 

 

 

 

 

 

 

 

 

 

 

 

 

이 <잘못>시리즈도 딸이 잘 보고 있다. 학교생활과 밀착되어 그런지 잘 본다.

 

오카다 준의 <밤의 초등학교에서>를 잘 읽어서 <스티커별>도 주문했는데 이건 그럭저럭이라는 평.

 

딸의 독서를 아들이 따라가지 못한다.

 

뜬금없이 팽이와 유튜브에 빠져서 가끔 학습만화나 본다.

아들은 또 가끔 설민석 유튜브 강의도 본다. 중간에 역사채널 e 도 애정하며 본다.

 

학계에서는 설민석 님이 깊이가 없고 오류가 많다고는 하지만

어머니의 원수를 갚자, 갑자 사화,

무오 뭐 증조할아버지를 욕하다니 무오사화.

나뭇잎에 조광조가 왕이 된다니 기묘하군 기묘사화 이런 식이니

학생들이 좋아할 수밖에.

 

연기를 전공하셔서 그런지 표정이 풍부하고 액션이 커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나도 보다보니 빠져든다. 특히 영화랑 그 영화속 역사를 함께 설명하는 시도가 좋았다.

국제시장이나 인천상륙작전 같은 영화를 볼 생각은 없지만 설민석 선생님 해설은 좋았다.

 

진짜 역사적 고증에 맞는지는 역사를 잘 모르니 아직 확인해보지는 않았다.

 

유시민 님 신간이라도 사서 보고 제대로 역사 공부 좀 할까 하다가

역시 나는 손수건이 더 탐나는게다, 자각하고 바로 포기.

 

중고나라에서 본인 소설을 사들인 작가님에게 죄송하지만

휴대용 선풍기 때문에 애들 책사다 추가한 신작이에요.

그래도 잘 읽고 있어요.  

 

불쌍한 숙희 씨. 정재미니 네 이놈.

아깝고 아까운 한정희

 

 

 

 

 

 

 

 

 

 

 

 

 

 

 

 

초등역사 책은 차고 넘쳐서 이젠 고만 사고 싶은데 시리즈물은 나오는 대로 사야 하니.

 

 

 

 

 

 

 

 

 

 

 

 

 

 

 

 

 

솔직히 안 사주고 싶은 책이지만 동네서점 가면 딸이 고르는 책들

 

 

 

 

 

 

 

 

 

 

 

 

 

 

 

 

엄마 눈에는 안 차지만

훗날 딸아이가 중고나라에서 사들이고 싶을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 딱 감고 사준다.

 

나도 사실 명작보다는 그 시절에 지경사 책들 무지 아껴 읽어서.

 

 

*

생각보다 길어진 포스팅이지만 하나 더.

 

알라딘 19년 기록보다가

생각보다 (수입 대비) 책을 많이 샀고 또 그만큼 많이 읽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딸아이가 19년 기록에 놀라면서

그래두 엄마

잘 본 것도 있으면 된 거야,

라고 말해주어 그나마 위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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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역시장 인생가게.

 

아마 5월에 간 듯하다.

 

이때는 아이들과 같이 시장구경도 하고 책도 보겠다고 야무지게 계획했으나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아서 일찍 나왔다.

 

 

 

요즘 독립서점에 있는 책들도 있고 베스트셀러도 있고 골고루 있다. 

 

바쁜 일상 휴식이 필요한 당신에게.....

 

이렇게 책을 모아 추천하는 방식으로 서가를 정렬한 것도 인상 깊었다. 

 

자비 없는 아이들

 

저런 테이블에 앉을 기회를 안 주고 ㅜ.ㅠ

 

시장 구경하고 먹거리 먹을 생각에 나가자고만 한다.

 

아들이 하는 말, 

 

영혼의 양식보다는 진짜 식량이 필요해.

 

은근히 나를 닮아 뭔가 일상에서도 문어체로 말을 해서 걱정이다.

 

이 순간

 

당신의 인생은 누구의 것인가요?

 

말해 뭐하겠는가.

 

내 인생을 저당잡고 있는 무시무시한 초등들 손에 이끌려 밤거리로 나서서

 

꼬치랑 호떡이랑 계란밥이랑 사들고 왔었던 어느 초여름 밤이 생각난다.

 

 

공기 중에 이런 습도를 머금고 있던 어느 밤과 같은 오늘 밤

 

이런 가게에서 책맥하려면 아직도 멀었다.

 

이 책이 제일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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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독립영화관에서 <운동회> 보고 나서? 보기 전에? 들른 곳이다.

 

독립서점 장동의 <책과 생활>

 

오래 전에 학부 때 알던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나던 냄새가 난다.

 

눅눅하고 오래된 책 냄새.

 

그분은 늘

"나같이 못생긴 사람은 거울 많은 이 학교(여대)에 다니는 게 힘들어." 라고 하셨고

연구실에 누가 들고 날 때 항상 문을 약간 열어두셨다.

냄새 날 거라고 하시며.

 

갑자기 양복 나프탈렌 냄새도 희미하게 나는듯하다.

 

오감이 동원된 기억은 오래간다고 하는데

연구실 새 소리, 나프탈렌 냄새, 오래된 책 냄새, 빛바랜 책들.

신기하게도 떠오른다.

 

친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분이 개설한 전공, 교양을 우연히 생활의 편의상 함께 신청했더니 굉장히 감동하셔서 카페라떼도 많이 사주셨다.

 

지금은 너무 오래 되어서 그저 건강하시길....

 

추억은 넣어두고 서점을 보면 실용적인 철제책장

 

 

 

내가 좋아하는 유유 책도 거의 구비되어 있었다.

 

 

 

 

사라질 것 같은 세계의 말

김애란 소설이 생각나는 책이다.

 

 

유행하는 에세이 류들도 있었다.

광주에서 다녀본 독립서점 중 공간은 협소한 편이지만 책 종류는 가장 다양했고

최근 트렌드인 책들도 많았다.

 

 

 

그림책도 약간 있었고 아이들 동화도 조금 있었다.

 

정작 구매한 건

 

 

 

 

 

 

 

 

 

 

 

 

 

여전하시구나. 작가님.

 

 

 

 

 

 

 

 

 

 

 

 

 

 

 

 

 

아직 못 읽었다.

서점 전체가 어두워 충동적으로 제목만으로 구매했다.

 

여기서 좀 떨어진 데로 이사간다고 인스타에 나왔는데 아직 소식이 없네.

이전하고 또 가봐야겠다.

 

 

책과 생활 맞은편 아시아 문화전당

문화정보원 라이브러리도  책 읽기 좋은 곳이다.

 

그곳은 천고가 높고 환하고 공기도 좋다.

작년에 자주 가서 사진집도 보고 그랬는데

올해엔 애들 도서관만 다녔다.

 

평일엔 정말 사람이 없는 곳

 

그곳에서 책을 읽다보면

중년 초반에 왠지 벌써부터 은퇴생활자같이 살고 있는듯해

뒤통수가 따갑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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