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하루 종일 요새 <레몬 트리>를 부르고 다닌다. 원 히트 원더인 풀스 가든의 95년 곡으로 국내에서 박혜경이 번안해 불렀다. 경쾌한 곡조에 비해 가사 내용은 한없이 우울한 그런 것들이다. 기분 부전 문제를 겪고 있는 환자의 일상 같기도 한데 영어 가사도 쉽다보니 입에 붙나보다.

 

아이들 선생님들이 이제 대개 30대 말 40대 초이다 보니 옛날에 어릴 때 들었던 노래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치시고 그래서 그 노래들이 가끔씩 나에게 찾아오는 게 흥미롭다.

 

나도 아는 노래라고 하면 아이들이 늘 놀란다.

애들은 엄마도 아이였고 초등학교(물론 당시에는 국민학교지만)를 다녔다는 것을 가끔씩 잊곤 한다. 아이들에게 2부제 수업이나 한 반 인원이나 배운 걸 얘기해주면 다시 더 놀란다.

 

엄마도 그때는 어렸고 힘들었고 

지금도 사실 그렇고

별로 강하지 않아.

 

그래서 가끔은 힘이 되는 이야기들이 필요해.

 

요 며칠은 팔라시오의 <원더>와 그 후속작을 읽으며 보냈다.  

 

아이들에게 같이 읽자고 했는데 <원더> 양장본 두께 보더니 거부.

꼼수로 <아름다운 아이>를 들이밀어야지.

그것도 힘들어하면 같이 영화를 봐야겠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신문 광고나 포털 배너에 후원을 바란다고 실릴 안면 이형(안면 기형)을 가진 아이 어기의 이야기가 어기네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와 같이 펼쳐진다.

 

남과 다르기 때문에 역시 남과 다르게 살 수밖에 없다.

 

어기가 편안한 때는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때와 남들과 같이 평범한 일, 예를 들면 아이스크림을 편히 먹을 때 정도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별뜻 없는 행동, 뻔히 바라보거나 아니면 대개는 일부러 고개를 돌리고 피하는 일에 익숙해진 어기지만 홈스쿨과 학교생활은 천지 차이다.

 

나는 아이들이 나쁜 뜻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대놓고 비웃거나 요란을 떠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저 어리석기 그지없는 평범한 아이들일 뿐.   107쪽

 

평범한 아이들이 무지하기 때문에 벌이는 일들 혹은 알지만 미숙해서 벌이는 일들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3년 후 나온 폭력 가해자 줄리안의 이야기도 좋았다. 누구나 분노할 만한 요즘 애들 말로 인성 쓰레기 짓을 하는 줄리안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고 어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줄리안네 부모는 개차반이나 다행히 여기에서 할머니가 제대로 된 어른 노릇을 해준다.

 

원더의 요약은 금언이 다한다.

 

브라운 선생님의 9월 금언 :

만약 옳음과 친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을 택하라. - 86쪽

 

 

 

브라운 선생님의 10월의 금언은 이랬다.

우리가 행한 행동이 곧 우리의 묘비이다.

수천 년 전에 죽은 어떤 이집트인의 묘비에 적힌 말이라고 했다. - 112쪽

 

 

나도 이를 응용해서 아이들에게 써보게 하고 싶은데

 

아들은 박명수 어록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은 무시뿐이다, 이런 소리나 하고 있다.

 

 

 

 

 

 

 

 

 

 

 

 

 

 

딸아이가 열심히 보고 있는 수상한 시리즈

 

아직 난 못 읽어봐서 일단 아파트부터 보고 있다.

읽다보니 딸이 왜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어릴 적 그 책>은 나의 경험과도 겹친다.

 

여기서 소개한 것 중에 사서 본 전집도 있지만 대개는 빌려 읽었다.

 

디즈니 그림 명작이나 계몽사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 계몽사 어린이 세계의 명작, 에이브 전집

등등

 

내가 보고 싶은 이런 책들은 꼭 왜 친척집이나 아랫집 책장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는가.

 

 

빌려 읽을 반죽도 없던 나는 5, 6학년 즈음엔 충정로 2번 출구?(이제 광주에 오래 살다보니 충장로라고 먼저 적음) 쪽으로 오던 이동도서관을 친구랑 마냥 기다렸다. 매연과 차 특유의  냄새 그리고 땀냄새가 곧 풍겨올 것에 긴장하면서도 작은 마을버스가 책을 싣고 오면 친구보다 먼저 올라 책을 찜하는 것이 신나서 열심히 달려갔었다.

 

<어릴 적 그 책>

저자의 기억력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난 저렇게 세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하는데 아마도 그 시절 그 책을 직접 소장하기 시작하면서 온전히 그 기억이 소환되었나보다.

 

특히 <추위를 싫어했던 펭귄> 에피소드에 공감한다.

 

나도 한동안 애들 보여주려고 디즈니 그림명작 중고나라에 엄청 검색하다가 포기했다. 우리 애들이 본다고 해도 내가 어릴 때 보던 것과 다를 것임을 잘 알기에.

 

 

<책으로 가는 문> 미야자키 하야오가 고른 어린 시절 책들인데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꽤 된다라고 적으려니 찔린다.

 

아예 읽지 못한 책들이 많아 꼼꼼하게 적어두어야겠다.

중간에 아이가 누워서 책 읽는 삽화를 보니 우리 아들 같다.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얼마나 다양한 자세를 취하는지 보지 않고는 모른다.

 

어린이도서관에서 남에게 피해주는 자세만 아니면 그냥 적당히 모른 척해주면 좋겠다.

아이 자세나 눈 건강 생각해서겠지만 한참 빠져 있는데 너무 자주 지적하는 곳도 있다.

 

지역도서관 어린이실에 눕거나 기대서 보게 되어 있는 공간에서도 일일이 아이들 앉게 하시는 분이 있어서 그곳은 잘 가지 않게 된다. 

 

명사들이 고른 어릴 적 책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도 술술 잘 읽힌다.

 

요즘 아이들은 여기 나온 책을 얼마나 기억할지.

전집은 사지 않고 골라서 같이 봤는데 그때 좋았으면 좋은 거지.

 

 

 

 

 

 

 

 

 

 

 

 

 

 

 

 

 

이 <잘못>시리즈도 딸이 잘 보고 있다. 학교생활과 밀착되어 그런지 잘 본다.

 

오카다 준의 <밤의 초등학교에서>를 잘 읽어서 <스티커별>도 주문했는데 이건 그럭저럭이라는 평.

 

딸의 독서를 아들이 따라가지 못한다.

 

뜬금없이 팽이와 유튜브에 빠져서 가끔 학습만화나 본다.

아들은 또 가끔 설민석 유튜브 강의도 본다. 중간에 역사채널 e 도 애정하며 본다.

 

학계에서는 설민석 님이 깊이가 없고 오류가 많다고는 하지만

어머니의 원수를 갚자, 갑자 사화,

무오 뭐 증조할아버지를 욕하다니 무오사화.

나뭇잎에 조광조가 왕이 된다니 기묘하군 기묘사화 이런 식이니

학생들이 좋아할 수밖에.

 

연기를 전공하셔서 그런지 표정이 풍부하고 액션이 커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나도 보다보니 빠져든다. 특히 영화랑 그 영화속 역사를 함께 설명하는 시도가 좋았다.

국제시장이나 인천상륙작전 같은 영화를 볼 생각은 없지만 설민석 선생님 해설은 좋았다.

 

진짜 역사적 고증에 맞는지는 역사를 잘 모르니 아직 확인해보지는 않았다.

 

유시민 님 신간이라도 사서 보고 제대로 역사 공부 좀 할까 하다가

역시 나는 손수건이 더 탐나는게다, 자각하고 바로 포기.

 

중고나라에서 본인 소설을 사들인 작가님에게 죄송하지만

휴대용 선풍기 때문에 애들 책사다 추가한 신작이에요.

그래도 잘 읽고 있어요.  

 

불쌍한 숙희 씨. 정재미니 네 이놈.

아깝고 아까운 한정희

 

 

 

 

 

 

 

 

 

 

 

 

 

 

 

 

초등역사 책은 차고 넘쳐서 이젠 고만 사고 싶은데 시리즈물은 나오는 대로 사야 하니.

 

 

 

 

 

 

 

 

 

 

 

 

 

 

 

 

 

솔직히 안 사주고 싶은 책이지만 동네서점 가면 딸이 고르는 책들

 

 

 

 

 

 

 

 

 

 

 

 

 

 

 

 

엄마 눈에는 안 차지만

훗날 딸아이가 중고나라에서 사들이고 싶을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 딱 감고 사준다.

 

나도 사실 명작보다는 그 시절에 지경사 책들 무지 아껴 읽어서.

 

 

*

생각보다 길어진 포스팅이지만 하나 더.

 

알라딘 19년 기록보다가

생각보다 (수입 대비) 책을 많이 샀고 또 그만큼 많이 읽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딸아이가 19년 기록에 놀라면서

그래두 엄마

잘 본 것도 있으면 된 거야,

라고 말해주어 그나마 위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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