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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수호자 1
오기노 마코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공작왕]으로 퇴마 만화의 거장으로 떠오른 작가라고 하는데 모르고 이 작품부터 읽게 되었다. 1권, 그리고 아마 3권까지도 秘敎와 주술에 바탕을 둔 평범한 일본적 퇴마 만화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죽은자의 문이 열리고 야차가라스가 지옥 六도에 돌입하게 되면서부터 10권에 가까워질수록 이 작품의 스케일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커져버리게 된다. 그래도 너무나 일본적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3권까지는 분명 간간히 등장하는 노출과 유머들이 그다지 부담없이 다가오며, '앞으로도 이런 식의 에피소드들로 권수만 채우는 만화가 되겠군'이라고 생각되지만 그 뒤로 정신없이 전개되는 스토리는 가히 혼란스러움의 수준이 보통 독자의 이해 수준을 능가해버리게 된다. 그 가운데 '결국 주인공이 세상을 구하겠지'라는 소년만화를 읽을 때 쉽게 생기는 독자의 믿음조차 흔들리게 되며, 결말이 다가올수록 독자는 안도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조마조마해지고 작품에 몰입하게 된다.
그렇다고 엔딩을 말해버리는건 독자의 즐거움을 뺏는 행위이므로 밝히지 않기로 한다. 다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이 만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의 고대 설화나 종교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밝힌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한계이지만 적어도 그 분야에 대해서 작가가 치밀한 연구와 고증을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전혀 봉건적, 국수주의적이지 않다. 그리고 '어찌됐든 주인공이 이겨서 히로인과 해피엔딩'식의 소년만화의 공식을 피한 것 또한 찬사를 보낼만한 점이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는데, [견신]에서도 소개된바 있는('나라는 현상은…'으로 시작되는 시: [봄과 수라]의 序) 미야자와 겐지의 문학 - 그리고 겐지 본인까지도! - 이 후반부에 걸쳐 매우 신선한 해석을 통해 재조명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작가 혼자만의 상상력인지 다른 학자의 것을 빌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겐지 같은 순수한 사람의 문학을 퇴마 만화에 차용해 중대한 요소로 발전시킨 것은 정말로 신선하고 충격적이기까지 한 시도였다.
작화 솜씨가 우수한 것은 아니지만 치밀한 구성에 의한 후반부에 이를수록 배가되는 몰입감이 정말 일품인 작품이다. 또한 전형적인 퇴마 만화적 요소들 예컨대 그로테스크한 괴물(요괴), 미녀, 전투, gore, 강간 혹은 주술적 섹스 같은 볼거리뿐만 아니라 고증된 지명, 인명 등을 통한 전문성까지 갖추고 있어서 더욱 훌륭한 작품이다. 다만 후반부에서 좀더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완급을 주어 진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0권이라는 분량이 오히려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의 스케일을 담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by f.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