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회귀선
헨리 밀러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세계사 / 1991년 6월
평점 :
절판


나쁜 소설이다. 혹은 나쁜 책이다. 어쨌든 나쁜 무엇인가다. 그래서 끌리는지도 모른다. 잘 썼다고도 말하기 곤란하다. 번역의 문제 같지는 않다. 원체 이해를 목적으로 씌여지지조차 않는 문장이다. 현학적이라기보다 비속하고 몽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루하지는 않다. 사실은 굉장히 사치스러운 소설이다. 역시 그래서 끌리는지도 모르겠다. 문장이 사치스럽고 이미지가 사치스럽고 사고가 사치스럽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비유 중 사치스럽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 사치스러움을 비속한 언어와 생활로 포장하고 있는게 정말 패러독스다.

이 소설을 읽고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 있다면 '파리에 가봐야 한다'라는 강박 관념 정도. 그리고 그보다도 인상깊은 것은 한 끼 식사를 위해 돈도 품위도 지성도 인격도 섹스도 자존심도 모두 내던질 수 있는 주인공의 식사지상주의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는 고프되 자신을 버릴 수 없는 나는 한참 내공이 아래인 셈이다. 이 소설을 읽고 한 장면이라도 섹스 장면이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존경을 표하겠다. 그전에 이 소설을 끝까지 읽기만 해도 존경을 표하겠다. 그러나 물론 읽지 않는게 더 좋다. by 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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