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게임 1
사이토 타카오 지음 / 아선미디어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68년에 연재가 시작된 <고르고13>으로 유명한 사이토 타카오의 작품으로, <브레이크 다운>과 더불어 재난 만화의 원조, 효시라 할 수 있는 만화다. 아마 '재난물'이라는 세 글자로 이 만화의 대충의 윤곽을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위의 두 작품으로 인해 '장르화'가 이루어졌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두 작품은 아포칼립스의 설정을 제외하고는 정서라든가 전개, 캐릭터 등의 면에서 거의 동일하다.

여기서 굳이 재난물의 특징을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내용으로 바로 들어가자면 이 작품은 대지진으로 인한 아포칼립스 후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사토'라는 소년인데 심지곧고 보기 드물게 윤리의식이 확실한 소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만화답게 이 소년은 타락하거나 끔찍한 일(아포칼립스라는 상황을 제외하고)을 겪게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작가 사이토 타카오는 주인공을 영웅화하지도 않고 주인공에게 타락한 주변 인물들을 개심시키는 기적같은 힘을 주지도 않는다. 아포칼립스라는 상황 하에서도 모든게 담담하게 전개된다.

사이토 타카오는 만화에 영화의 기법을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최근의 '정말로 만화다운 만화'에서 찾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발견되지 않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사실 그런 잘 된 만화가 드물긴 하지만). 그 이전에 너무나 소년만화답다는 사실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 만화를 읽으며 탄성을 짓게 하는 것은, '재난물'로 돌아와 작가의 해박한 '생존지식' 그중에서도 약/독초에 관한 민간지식이다. 이러한 서바이벌 팁들을 통해 작가는 현대의 소년 독자들에게 유용성이라든가 실용성을 제시하는게 아니라 그 극한 상황 하에서의 담담함 혹은 심지곧음을 시사하려고 한 것이 분명하다. 위에서 언급했듯 나이브하긴 하지만 의의는 있다 하겠다. by f.y.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