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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죽는다
마르셀라 이아쿱 지음, 홍은주 옮김 / 세계사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어쩌다 샀는지 모를 책이나, 끌리는 제목만큼이나 기괴한 표지에 혹해서 읽기 시작했다.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을 얼마 전에 읽은 터라 그런지 표지에 써 있는 '심리소설'이라는 말에도 관심이 갔고. 표지는 왠지 60년대 말 사이키델릭 커버아트 같지 않나?
서문을 읽으며 든 첫인상은 '의외로 어렵네?'였다. 보수성향 철학자 뤽 페리가 언급되고, 저자(화자)의 근본적인 목적이 이상성욕자에 대한 '사법적 처벌'임이 암시되면서(실제 저자는 직업이 변호사다), 나는 이 책이 소설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띄엄띄엄 읽다 보니 나중에는 정말 잊었다. 각주로 등장하는 문헌들이 (보르헤스에 비하면) 더없이 허술한데도, 잊었다.
마지막 꼭지(화자 자신의 에피소드)에 이르러서야 다시 환기할 수 있었다. 이 책, 소설이다. 어떻게 보면 의사(pseudo)소설이다. 나같이 둔한 독자라도 마지막까지 읽으면 누구라도 깨달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다 읽고 나서 떠오른 생각은 하나다. 중고로 팔아야겠다. 식상한 내용이고 문체도 그저 그렇다(그야 적어도 '화자'는 소설가가 아니니까). '이상성욕'을 내세운 얄팍한 잡문일 뿐이다. 가만 생각하니 '흡혈귀(화자의 표현이다. 문자 그대로 흡혈귀는 아니다)' 이상성욕자라는 굉장히 재미있을 수도 있었을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재미없게밖에 못 썼다니, 또 한 번 화가 나네. 책을 쓴 목적 자체가 '풍자'에 초점을 두었다고 주장한다면, 받아들이겠다. 그저 내가 낚였을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