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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미
티에리 종케 지음, 조동섭 옮김 / 마음산책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일단 충동구매하고, 나중에 시간이 나면 책을 읽다 보니, 애초에 왜 살 결심을 했는지 모를 책들이 쌓여간다. 이 책도 그런 부류로, 나는 티에리 종케라는 작가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도 전혀 모른다. 대체 왜 산 거냐고…
어쨌든 무겁지 않은 문장에 궁금증을 유발하는 구성, 그리고 뒤로 갈수록 빨라지는 전개 덕분에 하룻저녁에 다 읽어 내려갔다. 전체적으로, 한 편의 강렬한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익히 친숙한 박찬욱표 복수극 같은 영화 말이다. 마지막에는, 중반쯤 내가 나름 세워놓은 가설이 적중하는 걸 보고 잠시 놀라기도 했다. 추리엔 소질이 없는 나 같은 독자도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 날카로운 독자에게는 얄팍한 구성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다른 건 차치하고, 나는 이브의 마지막 대사가 참 의미심장했다. 복수의 의미는 무엇인가? 목표했던 복수를 이루고 난 뒤 남는 것은? 작중 시점의 라파르그에게서 볼 수 있듯, '무목적'이라는 허무뿐이다. 그래서 복수는 복수를 부른다는 옛말도 있는데, 이 소설에서 이브는 복수의 악순환을 (어떤 의미에서) 극복한다.
그럼에도 이를 스톡홀름 증후군이라 부르게 되면, 작품에 이브의 심경 변화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생긴다. 결국, 작가는 플롯의 응집성을 위해 심리묘사를 포기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상당히 잘 짜인 이야기와 문장이긴 한데, 두 번 볼 일은 없을 듯하여, 중고로 처분할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