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렐의 발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5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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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로 시작해 카사레스와 실비나 오캄포, 이사벨 아옌데, 그리고 처음의 처음으로 돌아가 마르케스. 카사레스는 이 12년에 걸친 내 독서 목록 중간에 있는 작가다. 딱히 그 사실 자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목록 중 어느 한 명도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하고 매력적이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그래도 한 명을 꼽자면 그건 당연히 보르헤스가 되겠지만).

[모렐의 발명]은 응집력 있는 '짧은 장편'이다. 열대의 고립된 무인도라는 멋진 배경 속에 탐정소설 같은 전개가 펼쳐진다. 화자의 절절한(?) 짝사랑도 이야기를 이루는 한 축이다. 무엇보다 소설의 중심은 '불멸'을 이루어주는 기계이다. 영구기관이자 광역 홀로그램 녹화기요 상영기, 실로 인간의 영혼까지 기록하는 기계. 그렇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리고 저 중남미의 작가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굉장히 말이 되는 글을 쓰곤 한다.

흔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 그것도 정교하고 완결적인 하나의 소설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막말로 거짓말을 거짓말 아니게 읽히게 하는 게 마술적 사실주의이긴 한데, 이 작품은 기계라는 (일단은) 물리적 속성을 가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면에서 더 특별하지 않나 싶다. 가령 이 작품은 큰 틀의 수정 없이 테크놀로지 측면을 보충하는 것만으로 하드 SF로의 변신이 가능할 것도 같다는 말이다. 그것도 테드 창 수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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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전집 3 러브크래프트 전집 3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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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정말로 드디어 나왔다. 2003년에 발번역 발교정 콤보로 나왔던 `찰스 덱스터 워드의 사례`도 실려 있다. 일단 사놓고, 읽는 건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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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SF 걸작선
브루스 스털링 외 지음, 데이비드 G. 하트웰 외 엮음, 정혜정 외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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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렉 이건이니 르귄이니 등의 이름이 있어 찾다 절판되어 빌려 읽었던 책이다(2010년 2월). 앞부분은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러브스토리인 {천국에서}나 {철새 이동 경로의 수정}이 특히 그랬다. 그러나 중반부터의 작품들은 그냥 별로였고, 기대했던 그렉 이건마저 번역의 문제인지 내 문제인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더라. 전체적으로 'SF 걸작선'이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건, 물론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번역 탓일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편집자 데이비드 하트웰의 길고 인상적인 후기는 유용하기도 유용하거니와 달필이었다. 포스가 강렬했달까, 뭐 미국과 한국은 편집자의 위상이 다르니까. 음, 지금 보니 중고도 몇 권 올라왔던데, 사지는 않을 거다.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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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 미국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허먼 멜빌 외 지음, 한기욱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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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번역이 별로라 공들여 다시 번역했다? 역자 프로필을 보니 별로 믿음은 안 가지만… {누런 벽지}가 있으니 일단 사긴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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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미
티에리 종케 지음, 조동섭 옮김 / 마음산책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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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충동구매하고, 나중에 시간이 나면 책을 읽다 보니, 애초에 왜 살 결심을 했는지 모를 책들이 쌓여간다. 이 책도 그런 부류로, 나는 티에리 종케라는 작가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도 전혀 모른다. 대체 왜 산 거냐고…

어쨌든 무겁지 않은 문장에 궁금증을 유발하는 구성, 그리고 뒤로 갈수록 빨라지는 전개 덕분에 하룻저녁에 다 읽어 내려갔다. 전체적으로, 한 편의 강렬한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익히 친숙한 박찬욱표 복수극 같은 영화 말이다. 마지막에는, 중반쯤 내가 나름 세워놓은 가설이 적중하는 걸 보고 잠시 놀라기도 했다. 추리엔 소질이 없는 나 같은 독자도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 날카로운 독자에게는 얄팍한 구성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다른 건 차치하고, 나는 이브의 마지막 대사가 참 의미심장했다. 복수의 의미는 무엇인가? 목표했던 복수를 이루고 난 뒤 남는 것은? 작중 시점의 라파르그에게서 볼 수 있듯, '무목적'이라는 허무뿐이다. 그래서 복수는 복수를 부른다는 옛말도 있는데, 이 소설에서 이브는 복수의 악순환을 (어떤 의미에서) 극복한다.

그럼에도 이를 스톡홀름 증후군이라 부르게 되면, 작품에 이브의 심경 변화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생긴다. 결국, 작가는 플롯의 응집성을 위해 심리묘사를 포기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상당히 잘 짜인 이야기와 문장이긴 한데, 두 번 볼 일은 없을 듯하여, 중고로 처분할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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