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렐의 발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5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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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로 시작해 카사레스와 실비나 오캄포, 이사벨 아옌데, 그리고 처음의 처음으로 돌아가 마르케스. 카사레스는 이 12년에 걸친 내 독서 목록 중간에 있는 작가다. 딱히 그 사실 자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목록 중 어느 한 명도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하고 매력적이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그래도 한 명을 꼽자면 그건 당연히 보르헤스가 되겠지만).

[모렐의 발명]은 응집력 있는 '짧은 장편'이다. 열대의 고립된 무인도라는 멋진 배경 속에 탐정소설 같은 전개가 펼쳐진다. 화자의 절절한(?) 짝사랑도 이야기를 이루는 한 축이다. 무엇보다 소설의 중심은 '불멸'을 이루어주는 기계이다. 영구기관이자 광역 홀로그램 녹화기요 상영기, 실로 인간의 영혼까지 기록하는 기계. 그렇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리고 저 중남미의 작가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굉장히 말이 되는 글을 쓰곤 한다.

흔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 그것도 정교하고 완결적인 하나의 소설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막말로 거짓말을 거짓말 아니게 읽히게 하는 게 마술적 사실주의이긴 한데, 이 작품은 기계라는 (일단은) 물리적 속성을 가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면에서 더 특별하지 않나 싶다. 가령 이 작품은 큰 틀의 수정 없이 테크놀로지 측면을 보충하는 것만으로 하드 SF로의 변신이 가능할 것도 같다는 말이다. 그것도 테드 창 수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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