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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왼손 ㅣ 그리폰 북스 3
어슐러 K. 르 귄 지음, 서정록 옮김 / 시공사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건 다 차치하고.
도저히 서점에서 구할 수 없기에, 얼마전 도서관에서 구판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일단 서문이 기가 막히게 멋졌다. 어째 말이 앞뒤가 안 맞는 것 같기도 했다만, 원래 애매하게 썼나보다, 하고 그냥 읽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분량을 읽는 내내 도무지 알 수 없는 부분도 꽤 있었지만-_- 사사로운 거 무시하고 끝까지 읽었다. 책 뒤에 역자 후기 대신 들어있는 박상준 씨가 쓴 해설에도 서문이 '그 자체로서 명문으로 평가받는'다고 써있었다.
그래서 서문만 한번 타이핑해서 포스트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기왕 타이핑할 거라면 원문 읽어가면서 번역 고칠 거 있음 고치면서 하자,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뭐 그래서, 여차저차해서 원문을 구했다(당나귀 만세).
그리고 원문 딱 처음 문장 읽는 순간 아뿔싸! 했다. 첫 문장부터 개오역이었다 -_- 다음이 바로 서문 첫 문장. Science fiction is often described, and even defined, as extrapolative.
이걸 역자 서정록 씨는 이렇게 번역했다. 과학소설은 때때로 좀 별난 소설로 취급되거나 심지어 아예 그렇고 그런 류의 소설로 정의된다.
extrapolative는 '외삽적인'이라는 단어로, 계속해서 서문에 등장하는데 역자는 끝까지 이 단어를 좀 별난, 소위 별난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extinction(사멸, 멸절)을 '개화'라고 번역하는 등 오역은 계속됐고 한 장을 넘기기도 전에(원문 서문을 인쇄하면 딱 A4로 3장 나온다) 대박 오역이 하나 더 있었다.
원문: Fortunately, though extrapolation is an element in science fiction, it isn't the name of the game by any means. / 서정록: 다행히 그런 것들은 좀 별난 과학소설의 요소이긴 하지만 결코 게임의 이름은 아니다.
이 문장 앞에 '그런 것들은'에 해당하는 것은 전혀 없다. 아주 명백하게 보다시피 문장 구조 자체도 잘못 번역하고 있다. 이걸 제대로 번역하면 이렇다(매끄럽지는 않지만). 다행히도, 외삽법은 SF의 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결코 핵심적인 것은 아니다.
이후에도 오역은 계속된다. 원래 역자 번역 스타일이 의역 중심이라고는 해도, 문장 구조를 잘못 보거나 어의를 완전 거꾸로 해석하거나 하는 일은, 의역이 아니라 오역일 뿐이다. 서문이 이 정도인 걸 보면 본문 중에는 얼마나 많은 오역이 있었던 건지, 생각해보면 무서울 따름이다.
그래서, 매끄럽지는 않더라도 '제대로' 싹 다시 번역을 해버렸다. 링크는 여기
https://feelyou.tistory.com/entry/%EC%96%B4%EB%91%A0%EC%9D%98-%EC%99%BC%EC%86%90-%EC%84%9C%EB%AC%B8
(2020-6-17 링크 교체)
영어 실력이 좀 있다면, 부디 원문으로 읽길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